도쿄의 오래된 상점을 여행하다 - 소세키의 당고집부터 백 년 된 여관까지
여지영.이진숙 지음 / 한빛라이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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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소개하는 오래된 상점 이야기 속에는 어쩌면 대단하게 비쳤던 일본의 장인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애잔함이 있다. 사무라이 때부터의 신분 세습으로 남을 넘볼 수도 없었고 아무리 열심히 해도 역전이 안 되는 사회, 오직 주어진 환경에서만 순응하고 살아야하는 이미 정해진 신분의 숙명 때문에 장인이 계속 태어났다. (이진숙)-7쪽

일본의 격식 있는 음식점들은 작은 이쑤시개 하나에도 품격을 더한다. 비싸고 고급스러운 가이세키 요리를 내면서 후식과 이쑤시개를 아주 싼 것으로 쓰면 체면이 서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마무리가 적합하지 않다고 여기는 것이다. 이러한 고급 음식점에서 주로 사용하는 이쑤시개 전문 브랜드가 ‘사루야‘다. (사루야さるや, 이진숙)-44쪽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으면서 좋은 사람이 되는 것도,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도 쉽지 않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그런 의미에서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좋은 사람을 만났다는 건 충분히 감사할 일이다. (이토야ITOHya, 여지영)-184쪽

일본의 술은 청주, 탁주, 소주의 구분 없이 모두 니혼슈(日本酒)라고 한다. 그 가운데 사케는 가장 맑게 거른 상태의 ‘청주’를 말하는데 흔히 사케 또는 니혼슈라 칭한다. 사실 청주는 우리에게는 정종(正宗)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중략) 일본의 맛있는 술, 정종이 우리나라로 넘어온 건 일제강점기 때다. 마산에서 생산한 ‘대전정종’, 부산의 ‘앵정종’, 인천의 ‘표정종’ 등의 상표에서 술을 만든 회사나 가문을 나타내는 대전(大典), 앵(櫻), 표(瓢) 등을 떼어버린 게 바로 ‘정종’이다. 그러니 청주를 정종이라고 부르는 것은 소주를 ‘진로’라고 부르는 것과 같다. (토시마야혼텐豊島屋本店, 여지영)-196쪽

“어머니가 사도 좋다고 하기 전에는 마니아가 될 수 없어요. 그러니까 어머니가 중요하죠. 지금 마니아들은 모두 좋은 어머니를 두었다고 생각해요. 무조건 보기만 하고 사지 말라는 것은 옳지 않아요. 가지고 싶은 것을 갖기 위한 노력을 가르쳐야 해요. 이게 중요하죠.” (장난감천국 2초메 3번지おもちゃ天国2丁目3番地, 여지영)-215쪽

“인장을 전각할 때는 마음을 담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형태가 가지는 아름다움을 탐닉해야 한다. 그 다음 글자를 구현하기 위한 테크닉, 즉 힘 조절이 필요하다.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물론 처음에는 힘이 든다.” (여지영, 세이운도인방青雲堂印房)-236쪽

“며칠 전 우리 가게에 스물두세 살 정도로 보이는 손님이 찾아왔다. 막 취직을 했는데 자신만의 도장을 갖고 싶어 물어물어 찾아왔다고 했다. 나로서는 아주 고마운 일이다. 물건에 대한 철학을 가진 것이 고맙고, 그것이 ‘좋은 고집’으로 보였다. 옛날에는 사람들이 자신이 지닌 물건에 대한 고집이나 좋은 것을 구분하는 안목을 지녔고, 작은 도구건 큰 도구건 상관없이 원하는 물건에 대한 생각과 고집이 훌륭했다. 그래서 솜씨가 좋은 장인이 많았던 거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문화가 없다. 장인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이유다.” (세이운도인방)-237쪽

호메이칸은 서민을 위한 여관이다. 창업 때부터 지금까지 그렇게 운영하고 있다. 과거, 특히 전쟁 시에는 군인들의 사택이었고, 전쟁이 끝나고는 집을 잃은 사람들의 임시 숙소로 사용되었으며, 이후에는 지방에서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이 주 고객이었다. 이때 지방에서 온 아이들 중에는 가난한 아이도 많았는데, 그런 아이들에게는 쌀이나 잡곡 등을 숙박료 대신 받았다. (여지영, 호메이칸鳳明館)-249쪽

(클래식 음악 킷사喫茶 라이온의) 초대 사장 야마데라 야노스케는 라이온의 모든 인테리어 소품 하나하나를 직접 제작하며 큰 애착을 보였고, 자신의 마지막을 라이온에서 보내고 싶다는 유언을 남기기까지 했다. 결국 야노스케 씨의 장례식은 라이온에서 치렀으며, 그 어느 때보다 크게 레퀴엠을 틀어놓고 그를 보냈다고 한다. (여지영, 라이온ライオン)-2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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