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과 열광 - 황우석 사태 7년의 기록
한재각.강양구.김병수 지음 / 후마니타스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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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광의 전염

희대의 황우석 사태가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지도 벌써 1년이 되어온다. 당시 전 국민이 감동과 환희, 그리고 실망과 환멸을 순차적으로 느꼈으리라 본다. 당시 나도 배아 복제나 그 밖의 과학적 배경지식에는 완전한 문외한이었지만 황우석 교수가 ‘세계최초’로 배아복제 줄기세포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서 대단히 기뻐하고 자랑스러워 했던 기억이 있다. 당시 과학자이신 아버지께서는 황우석 교수 신드롬에 대하여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계셨고 나는 아버지께 오히려 다른 한국 과학자가 잘 되면 아버지도 한국 과학자로서 기뻐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따져 물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사회적으로 황우석 교수에 대한 한마디의 비판조차 허용되지 않을 정도로 퍼져있던 황우석 교수에 대한 ‘열광’이 우리 집 안에까지 퍼져 있지 않았나 싶다.


의혹과 좌절...모두 기억 속으로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노성일 원장과 황우석 교수의 치고받기식 기자회견과 Science지에 게재된 논문이 조작된 것일 수도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나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었다. 마치 청룡열차를 타고 제일 높은 곳까지 갔다가 한번에 추락한 느낌이랄까...그런데 더욱 놀라웠던 것은 Science지에 실린 논문이 조작되었다는 사실을 황우석 교수가 인정하고 난 이후에 황우석 교수가 했던 기자회견의 내용과 조작사실이 밝혀지고 난 이후 상당수의 사람들이 황우석 교수에게 한번 더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식의 목소리를 냈다는 점이었다. 당시 나는 도저히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그러한 현상에 대하여 꽉 막힌 것 같은 답답함을 느꼈었다.


학자로서의 자격조차 인정받을 수 없을 정도로 근본적인 잘못을 저지르고도 일말의 반성 없이 전국민을 상대로 능숙한 언론플레이를 하는 황우석 교수의 기자회견 모습을 보면서 인간 황우석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해 본다면 학문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리고 황우석 사태가 우리 사회의 어떤 한 단면의 병폐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이 사태로부터 무엇인가 우리 사회가 배워서 한 단계 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1년여의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사실 황우석 사태는 내 기억에서 빠르게 잊혀져 갔다. 예전에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동이 있었지 라는 정도의 기억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황우석 사태에 관한 모든 것을 총체적으로 추적, 분석한 이 책을 읽고 정말 잊을 수 없는 그 사건에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을, 그리고 그 사건을 통해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에 관하여 다시 깨닫게 되었다.


황우석 사태의 구조적 원인 - 박정희 패러다임과 과학기술동맹..

이 책은 1999년부터 황우석 교수의 행적을 추적한다. 그리고 그가 어떻게 비주류 학자에서 우리 사회의 힘있는 주류들과 인적 네트워크를 맺으며 과학기술계의 거대권력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는지 그 과정을 상세하게 추적한다. 저자들이 ‘과학기술동맹’이라고 일컫는, 황우석 사태에 직간접적인 책임이 있는 정치, 사회, 의학, 언론, 과학 등 각 분야의 주류 실세들이 황우석 교수와 어떤 것을 매개로(give and take의 대상...ex: 논문에서의 공동저자, 국민적 영웅 과학자와의 친분과시 등) 인적 관계를 맺고, 그 대가로 황우석 교수가 자신의 연구관련 분야에서 특권적 권력을 획득해 나가는 과정이 저자들의 치열한 노력으로 상세하게 드러난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그 과정에서 끝나지 않는다. 왜 이런 초유의 사태가 있었으며 이것을 통해서 우리 사회는 어떤 것을 배울 것인가라는 의문에도 나름의 답을 제시한다.


우리 모두가 황우석 교수가 중심이 된 사기극에 그토록 ‘열광’했던 원인 중 주요한 것으로 저자들은 결과주의, 애국주의, 민족주의 등으로 이루어진 박정희 패러다임을 들고 있다. 민족적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세계최초’라는 수식어 앞에 황우석 교수에 대한 어떠한 비판도 용납될 수 없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난자매매 사실이 수면위로 떠오르고 난자를 제공한 여성 중 연구실내 여성연구원이 포함되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뒤에도 그에 대한 비판은 금기시되었다. 솔직히 그 당시 나도 무언가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워낙 큰 국가적 이익이 걸려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사소한 문제는 소위 ‘대승적 차원’에서 넘어가 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지금 돌이켜보건대 그러한 나의 심리를 형성한 데에는 저자들이 지적한 소위 박정희 패러다임이 결정적으로 작용하였음을 부인할 수 없었다.

 

비록 ‘과학기술동맹’에 의하여 황우석 사건이 전국민을 상대로 한 사건으로까지 확대되고 ‘열광’의 강도가 광신의 수준까지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근본적으로 황우석 사태는 일회적인 사건이 아니고 우리 사회에 뿌리깊이 박혀 있는 집단적 의식구조의 투영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과학기술동맹’이 상징적으로 나타내듯이 법과 절차가 아닌 인맥에 의한 밀실야합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사를 결정하는 민주주의의 후진성이 결정적 기여를 했음 또한 당연하다.

 

‘열광’에서 ‘침묵’으로...

황우석 교수의 사기극이 밝혀진 지금 이를 ‘열광’으로 만든 힘있는 이들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에는 침묵하고 있는 이들의 과거 낯뜨거운 ‘삽질’이 낱낱이 까발려져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그들의 적나라한 삽질은 씁쓸한 구경거리가 된다. 한번의 행동으로 한 사람을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황우석 교수 사건 전체와 관련하여 한 발언이나 행동을 통해 사회적 공인을 판단할 수 있는 부분적인 자료는 얻을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저자들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과학기술시대의 각성한 시민들이 많아지게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황우석 교수의 가장 큰 공헌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 한 것처럼 황우석 교수 사건이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더 성숙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끝으로 ‘열광’에 휩쓸리지 않고 7년간이나 치열하게 이 사건을 추적, 분석하여 ‘침묵’하는 자들에게 경종을 울린 저자들의 노고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p.s.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며칠전 과학기술동맹의 주요 일원이었던 이병천 교수가 스너피의 여자친구격인 암캐 세 마리를 복제하는데 성공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그리고 황우석 교수 또한 조용히(?) 연구를 재개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걱정스러운 것은 그런 언론 보도가 황우석 사태 이전과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는 것이다. 황우석 사태는 아직도 진행형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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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29 00: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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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콘서트 Economic Discovery 시리즈 1
팀 하포드 지음, 김명철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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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별다른 생각없이 선택을 하고 결정을 내리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우리의 일상생활에는 미시적인 것부터 거시적인 것까지 다양한 경제학적 원리가 알게 모르게 작용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굳이 경제학적 관점에서 거창하게 말하지 않더라도 대부분의 합리적인 개인들은 매순간순간 선택을 할 때마다 각자 기준에 따라 경제학적인 판단을 거쳐 결정을 내리게 되는 것이다.


이 책에 나온 수많은 이야기들 중에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몇 가지 있었다.

먼저 스타벅스의 커피값이 비싼 이유에 대한 경제학적 분석이 있었는데 결론적인 이유는 사람들이 기꺼이 스타벅스의 커피를 비싼 값을 주고서라도 마시려고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저자는 이를 리카도의 차액지대론을 이용하여 설명하고 있는데, 스타벅스의 수입의 상당부분은 건물 임대료로 들어가고 건물 임대료가 높게 형성되는 까닭은 사람들이 많이 왕래하는 곳에 위치한 건물이 희소하고(커피전문점은 사람들이 많이 왕래하는 곳에 얼마나 가깝게 위치하느냐에 따라 판매량이 급격히 변하기 때문에 커피전문점 입장에서는 목이 좋은 점포를 구하기 위한 높은 경쟁이 존재한다.) 사람들이 높은 가격을 주고서라도 커피를 마시려고 하기 때문(임대토지에서 생산되는 생산물의 가격이 높기 때문)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지나치게 높은 커피가격에 분개하는 사람 중의 하나지만, 결국 사람들이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소비가 줄지 않기에 높은 가격이 유지되는 것 아닐까. 스타벅스는 된장녀 논란까지 불러왔지만 일반적으로 같은 가격 물건이라도 가격을 높이 붙여야 더 잘 팔린다는 우리나라에서의 기현상은 경제학적으로 어떻게 설명될 지 궁금하다. 


저자는 그와 함께 그린벨트나 의사나 법조인 등 전문직의 자격증제도가 진입장벽으로서 재화의 공급을 제한하여 독점적 지위를 가능하게 하는 기능이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는데 그와 같은 제도가 공익적 측면을 고려한 것이기는 하지만 저자가 지적하는 대로의 경제학적 원리가 작용하고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경오염, 교통체증(외부불경제)이나 자기 집 앞 길거리 청소(외부경제)를 통틀어 외부효과로 설명할 수 있는데 이 책에는 세금을 통하여 외부효과를 조절하는 예가 나온다. 일전에 조세법 교과서를 읽으면서 세금의 힘과 중요성에 대해 절감했는데 세금과 경제의 상관관계를 살짝 엿볼 수 있었다. 물론 요즘 부동산 광풍을 세금으로 잡으려한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실패했다는 지적이 우세한데 이에 대한 경제학적 분석도 흥미로울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인상깊었던 것은 나이키 공장에서 노동착취를 통하여 신발을 생산해내는 것에 관한 이야기였다. 다국적 기업들이 개발도상국에서 싼 노동력을 이용하여 싼값에 제품을 생산하고 이를 비싼 값에 팔아 높은 수익을 올려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그래서 다국적기업이 개도국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다는 비판도 예전부터 있어 왔고, 특히 아동 노동이나 노동조건이 열악한 시설의 기업에 대하여는 불매운동이나 이를 원천적으로 수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도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저자는 노동착취나 열악한 노동조건의 근본원인은 다국적기업이 제공한 것이 아니고 다국적기업의 공장에서라도 취업하여 돈을 벌 수 있는 것이 일할 곳 없이 거리를 떠도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하면서 최빈국에서 기술 선도국가(!)가 된 한국을 예로 든다. 저자의 이런 지적은 사실 많은 어른들이 하시는 말씀이기도 하다. 저자의 논리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열악한 근로조건의 다국적기업 공장을 폐쇄한다고 해서 상황이 나아질 것이 없다는 지적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렇지만 단순히 그런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나 수입금지법안보다는 다국적기업과 개도국 노동자간에 진행되고 있는 극심한 양극화의 구조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는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거시적인 차원에서 다국적기업 및 금융자본으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 물결이 개도국 주민들의 삶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의 지적처럼 어쨌든 경제적 발전을 이루어 물질적으로 훨씬 더 풍족해진 우리나라의 예 또한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은 명확한 입장을 정리하기는 힘들 것 같다. 적어도 당분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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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6-12-13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바닥님, 이 책 읽으셨군요. 저도 올해 6월에 읽은 기억이 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경제학적 사고를 많이 키운 계기가 되었답니다. 오늘 님의 리뷰에 또 한번 읽고 생각을 던져주셨네요. 감사합니다. 웃음으로 시작하는 하루가 되시기를......

외로운 발바닥 2006-12-14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짧은 이야기거리가 너무 많아서 좀 산만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아기자기한 삽화와 함께 경제학적 사고를 할 기회를 많이 만들어주는 책 같아요.

Meme 2008-01-14 0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타벅스 커피가격의 기현상은 초반에는 우리나라에 외국브랜드라는 프리미엄(?) 아닌 프리미엄의 이미지와 불완전한 정보였던 것 같구요.. 현재는 우후 죽순 생기는 커X빈, 파스X찌, 할리X스 +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질좋은 국내 일반커피집 때문에, 경제적 지대는 줄어드는 추세인것 같긴 하네요..
하지만 여전히 외국커피브랜드 매장이 우리나라 커피시장에서 큰 수익을 올리는 원인은 1. 역시 좋은 입지를 차지하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이것은 다국적기업 및 거대자본의 독점화 경향) 2. 기꺼이 이정도 가격은 지불하겠다는 한국인 집단이 아직도 많아서 그런것 같습니다 + 브랜드를 먹고 사는것도..(즉 알수없는 사치성 추가)... 3. 또한 이런 비싼 커피집은 일반적으로 자주가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것 같군요..(책에는 가격민감도로 설명) 쓰고보니 제 말이 왤케 복잡한지...ㅡ.ㅡ;
암튼 경제학이 이런 복잡한 현상을 단순화 시켜 기본적으로 일반적인 시장을 설명할 수 있기 때문에 경제모형, 경제이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점은 보완해 나가야겠지요.. 말이 너무 길었네요^^;;
 
한미 FTA 국민보고서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지음 / 그린비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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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근본적으로 한미 FTA를 체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답은 크게 본다면 한미 FTA를 통하여 경제 발전을 이루어 모든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겠다는 것에 있지 않나 싶다. 한미 FTA를 찬성하는 측은 한미 FTA 체결로 고용이 창출되고, 선진 기술 및 선진 서비스업이 전수되어 우리 산업의 전반적인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런 핑크빛 전망이 그대로 실현될지는 무척 불투명하다. (가장 낙관적인 정부쪽 연구보고서조차 완전 시장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현실의 경제상황에 적용할 때는 무수한 변수가 생기게 마련이다. p 588) 그에 반하여 한미 FTA로 인하여 노동조건이 악화되고 양극화가 심화된다는 것은 한미 FTA를 찬성하는 쪽에서도 인정하는 바이다.(찬성하는 쪽에서는 결국 각 개인이 경쟁력을 키워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식의 답변을 한다. 각자 알아서 하라는 말과 무엇이 다른지...)


노동조건 악화와 양극화 등의 부작용을 넘어서는 긍정적 효과가 예상된다면 한미 FTA를 체결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할 것이다. 그렇지만 한미 FTA로 인한 사회․경제적 효과와 파장에 대해서는 사실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오직 정부와 이를 찬성하는 쪽에서만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이고 이를 잘 살릴 수 있느냐 여부는 우리에게 달려있다고 한다.(얼마나 무책임한 말인가. 결과가 안 좋으면 기회는 좋았으나 우리가 잘 못해서 그런 것이라고 하면 끝 아닌가.) 하지만 한미 FTA에 관한 여러 연구를 자세히 읽다가 개인적으로 받은 느낌은 긍정적 전망은 매우 추상적인 데 반하여 부정적 전망은 비교적 구체적이라는 것이다. 한미 FTA 체결로 전 국민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고 그에 따른 긍정적 영향은 무척 불투명한 반면 부정적 영향은 무수히 예측되는 상황에서 굳이 한미 FTA를 체결해야 하는 것인가? 누구를, 무엇을 위해서?


정부가 과연 무엇을 위하여 한미 FTA를 강행하는지는 정말 이해하기 힘들다. 아무리 정부의 의도를 선해한다 해도 맹목적으로 한미 FTA를 통하여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밖에 해석할 수가 없다. 그러나 한미 FTA를 통한 경제성장(?)은 무척 불투명하다. 그리고 그에 따른 부작용은 막대하다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도 정부는 공익을 위하여 사인의 활동을 통제하고 제한할 권한과 책무가 있다. 물론 이는 법률에 의하여 합리적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고 바로 그것이 헌법에서의 기본권 제한의 기본 법리다. 그런데 한미 FTA의 체결함에 따라 외국 투자자의 원활한 투자 및 투자 수익 회수를 보장하기 위하여 이행의무 부과금지, 내국민 대우, 투자자대 정부 소송 등의 규정이 발효되면 정부의 외국 투자자에 대한 조정 및 통제는 거의 불가능해지게 된다. 그렇다면 정부는 자신의 기본 권한 및 책무를 포기하면서까지 한미 FTA를 체결하겠다는 것인데 과연 정부의 기본 태생원리 마저도 부정할 수 있을 정도로 가치 있는 것을 한미 FTA를 통하여 얻을 수 있는 것인가?


정부가 한미 FTA를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경제성장(?)은 물론, 투자자(내외국을 불문한다)의 권익보호는 공공의 이익보다 한참이나 하위개념이다. 그런데 지금 한미 FTA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꼴을 보면 투자자의 권익보호를 보장하기 위하여 공익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책에 관하여 딴지걸기

전반적으로 한미 FTA의 쟁점에 관한 지식을 정리하기에는 괜찮은 책이다. 그러나, 딴지 걸 곳은 몇 군데 있다!


1. 누워서 볼 때 떨어뜨리면 다칠 수 있다고 주의하라던 ‘나니아 연대기’ 정도는 아니지만 일단 분량이 너무 많고 책이 무겁다. 더구나 잘 읽히는 소설도 아닌 딱딱한 논문(혹은 보고서) 모음집 아닌가. 웬만큼 한미 FTA에 관하여 관심이 깊지 않고서는 책을 읽다가 중간에 나가 떨어지기 쉬울 것 같다.(나도 이 책을 읽는 도중 다른 책을 3-4권쯤 읽었다.) 읽다가 너무 지루해지면 앞에서부터 차례대로 읽기보다는 관심있는 부분 위주로 선별해서 사전 보듯이 보는 것도 한 방법일 것 같다.


2. 여러 사람들의 글을 모아놓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글의 설득력이나 수준에도 많은 차이가 느껴졌다. 물론 논리적인 글을 좋아하는 개인적 취향이 반영된 평가라는 점은 부인하지 않겠다. 하지만, 한미 FTA를 반대하는 입장에서 일반 국민들을 설득하는 데 있어 단순히 반미, 신자유주의, 민중의 생존권만을 강조하는 것은 - 이러한 개념들이 한미 FTA와 관련된 중요 keyword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하더라도 - 그다지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미 FTA를 반대하는 국민들 중에도 각자 처한 입장이나 지위의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상류층․전문직․지주(혹은 자본가)도 한미 FTA를 반대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물론 너무 순수한 이상론적 기대일 수도 있지만...) 그런 면에서 정치분야의 몇몇 글들은 너무 감정적이거나 일방적 관점에서 쓰여졌다는 느낌을 주기도 했다.


※ 개인적으로 인상깊게 읽은 글들

p15.  한미 FTA 국민보고서 총론 - 김세균

p83.  한미 FTA와 한국사회의 양극화 - 고병권

p107. 한미 FTA와 한국경제 - 장상환

p359. 한미 FTA와 금융서비스 - 이종탁

p413. 한미 FTA가 영화와 문화예술에 미칠 악영향 - 심광현

p475. 한미 FTA와 법률서비스시장 개방

p497. 한미 FTA와 투자 - 이해영

p625. 한미 FTA와 노동 - 차남호․이상훈

p687. 한미 FTA와 NAFTA - 배성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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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조 사코 지음, 함규진 옮김 / 글논그림밭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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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박해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어떤 식으로 팔레스타인을 점령하였고 어떤 식으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삶을 억압하고 있는지 구체적인 사실에 관하여 우리는 거의 아는 것이 없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팔레스타인의 현실을 무척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작가가 직접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에서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그들과 함께 잠시나마 생활해 본 것을 만화로 그려냈기 때문에 글이 줄 수 없는 생생함(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겪는 끔찍한 고통을 생생히 느낄 수 있다는 말이다)을 느낄 수 있다.


작가 조 사커는 일방적으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동정하는 시각으로 바라보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는 지극히 객관적으로, 그래서 때로는 무관심하고 냉정하게 느껴질 정도로 (자신의 경험을 애절하게 말하는 팔레스타인 사람에 대하여 ‘또 똑같은 이야기를 하는군.’이라고 냉소적으로 느끼고 춥고 비가 새는 팔레스타인 사람의 집에 있는 동안 따뜻한 집에서의 식사, 아름다운 여인과의 달콤한 시간을 떠올린다) 서술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런 그의 어투가 더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온통 진창인 땅바닥, 천장이 없는 재래식 화장실에서의 용변, 이가 덜덜 떨릴 정도로 추운 실내...이런 것들이 그다지 극적이지는 않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은 팔레스타인에서의 삶을 잘 보여주기 때문이 아닐까.(군대에서 유격이나 훈련을 해본 사람은 더 공감을 할 수 있으리라 본다) 물론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이스라엘의 끔찍한 고문과 학살도 차분하고 무관심한 듯한 그림 속에서 생생하게 전달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순간에도 CNN 에서는 이스라엘군의 오폭으로 어린이 8명을 포함한 20여명의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이 사망했다는 뉴스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의 대변인의 짧은 유감표명과 가족을 잃은 팔레스타인 부녀자의 절규, 팔다리가 잘린 팔레스타인 아이의 모습이 뉴스화면속을 지나간다. 바로 몇 분 전에는 미국의 새로운 하원의장 내정자 펠로시가 연설 중에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을 똑같은 CNN에서 보았다. 그리고 미국은 모두가 알다시피 팔레스타인을 학살하는 이스라엘의 가장 든든한 무조건적 후원자다...


헤아릴 수 없는 고통과 절규를 30초 짜리 뉴스로 자주 접하다보니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고통에 점점 무감각해지는 것 같다. 하지만 자식을 잃은 부모의 절규와 절망마저도 제대로 발산할 수 없게 만드는 이스라엘의 비인간적 폭정, 그에 대하여 때로는 인티파다, 때로는 테러로 저항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모습은 불과 100여년 전 일제에 대항하던 우리 선조들의 모습과 너무나도 닮아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현 세계정세상 당장 급격한 변화가 있기는 힘들겠지만 반드시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도 세상이 변하는 때가 오리라 믿고 또 기원한다. 우리에게 광복이 왔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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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6-11-29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고 갑니다. 행복한 하루가 되시기를........

외로운 발바닥 2006-11-29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타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다시 당신을 사랑합니다 - 이 시대 모든 커플이 알아야 할 31가지 결혼의 진실
안미경 지음 / 갤리온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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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한지도 벌써 한 달이 되어온다. 결혼식장에서의 긴장감과 기쁨, 신혼여행에서의 꿈같은 시간들을 뒤로 하고 이제는 말 그대로 결혼‘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아직까지는 결혼 전 생활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그저 아내가 차려주는 밥을 먹고 한집에 살며 한 이불을 덮고 잔다는 점, 그리고 집안일에 대한 책임감이 더 느껴진다는 점이 달라졌다고나 할까. 물론 그와 같은 변화도 생활에 있어 큰 변화이긴 하다. 한달도 채 안 되었지만 가끔은 ‘이제 내가 정말 결혼을 한 유부남이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으니까 말이다.


지금 나는 무척 행복하고, 결혼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결혼생활이 언제나 지금처럼 달콤하고 행복할 수만은 없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다. 아직도 신혼의 단꿈에 젖어 있기는 하지만, 연애생활과 주위에서의 간접 경험으로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그 사실을 알고 있다. 물론 그래도 항상 이렇게 행복했으면 하는 바램은 계속 가지겠지만...


개인적으로 결혼생활 - 자녀양육을 포함한 가정생활 전반 혹은 협의의 부부관계 - 은 한 개인의 인생에서 개인적인 직업적 성공 등으로 포함한 자아실현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두 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가 사회적인 성공을 위하여 투자하는 시간 및 정열에 비하여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위하여 투자하는 시간 및 정열은 인생에서의 중요성에 비하여 참으로 미미하다는 생각이 든다.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위하여(혹은 성공적인 아빠가 되기 위하여) 의식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는 사회적인 인식이 생긴 것도 비교적 최근이 아닌가 싶다. 서점에서 결혼생활 관련한 책들에 비하여 자기개발이나 리더쉽 관련 서적이 양적으로도 비교가 되지 않는 점이 이를 단적으로 나타내 주는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결혼생활을 위하여 개인이 투자하는 시간 및 정열이 미미한 것은 각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근본적으로 결혼생활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나 성공적 결혼생활을 위한 의식적 노력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하면 좋은 남편이나 좋은 아내가 되는지에 관한 사전지식도 없이 무작정 결혼생활에 내던져진 상황이랄까.


바로 위와 같은 문제의식에서 저자는 오랫동안 결혼생활과 관련한 수많은 상담을 해온 경험과 본인의 일부 경험담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결혼생활에서 꼭 알아야 할 것들을 31가지로 분류하여 써 놓았는데 모든 내용을 우리가 경험하고 공감할 수는 없지만, 그 중 상당부분은 우리가 이미 겪었거나 앞으로 경험할 가능성이 많은, 시댁/처가와의 관계, 불륜, 금전, 이혼 및 재혼, 성격차이 등 일반적인 주제를 담고 있다. 주제는 일반적이지만 주제와 관련된 사례는 무척 구체적이고 각 상황에서 겪는 고통의 원인을 저자 나름대로 분석하였고 그러한 심리적인 분석은 상당부분 공감이 갔다. 그리고 각 사안별로 저자 나름의 추상적이지만 효과적인 해결책을 제시해 놓았다.(결혼생활하면서 겪는 시련에 대한 일반적인 해결책이란 물론 없다. 하지만, 정말 힘든 일이 있을 때의 저자의 개인적인 대처법 - 고통을 직시하는 방법 - 이나 작은 로맨스의 예시 등은 상당히 구체적이고 실질적이다.)


나도 신혼여행에서 돌아와 이 책을 읽으면서 몇몇 부분에서 깊이 느껴지는 바가 많았다. 상대방의 성격 중에 내가 탐탐치 않게 생각하던 부분이 사실은 그로 인하여 내가 누리는 바도 적지 않고 바로 그러한 점 때문에 내가 상대에게 끌렸었다는 점, 변한 것은 상대가 아니고 상대를 바라보는 나의 마음이라는 점 등을 읽고 마치 내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 따끔함을 느꼈다.


물론 잘 몰라서 사람들이 결혼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아무리 이론적으로 잘 안다고 하여도 그것을 실생활에서 실천한다는 것은 아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문제인가를 알고 이를 실천하도록 노력한다면 그래도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지금 이 마음가짐을 계속 간직하며 살아갈 것을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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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6-11-29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신혼 꾸미고 계시겠죠.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부부생활은 늘 한결같아야 하며, 늘 가까이 있어야 내 옆 사람에게 감사를 전해야 한다는 것을...... 저도 벌써 여은이 엄마하고 결혼이 생활이 10년이 넘다 보니 한순간에 사랑보다는 내 옆사람를 많이 이해하고 아껴주며 살아가고 있답니다. 늘 행복하시고 좋은 가정꾸미세요.

외로운 발바닥 2006-11-29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감사합니다. 산타님도 행복하고 따뜻한 가정을 이루고 계실 것 같네요. 항상 지금처럼 행복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