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 크라임 - 할인행사
칼 프랭클린 감독, 애슐리 쥬드, 모건 프리먼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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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더 걸에 이어 모건 프리만과 애슐리 쥬드가 호흡을 맞춘 이 영화는 a few good man류의 법정 드라마에 약간의 스릴러를 혼합해 놓은 듯하다.

거창하게 전달할 바가 있거나 막판의 반전이 톱니바퀴가 맞물리듯이 치밀하게 짜여졌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법정 드라마로서의 사실감, 짜임새 있는 구성 그리고 애슐리 쥬드와 모건 프리먼의 탄탄한 연기가 이 영화를 꽤 볼만한 영화로 만들어 주는 것 같다.

애슐리 쥬드는 당차고 똑소리나는 매력적인 커리어 우먼이면서도 상처받기 쉬운 살인피고인의 아내라는 이중적 역할을 멋지게 소화하고 있다.(사실 내가 이 DVD타이틀을 구입한 것도 내가 그녀의 열렬한 팬이기 때문이다. -0-;;) 모건 프리먼도 최고의 실력을 갖추었지만 비주류로 밀려난 군법무관 출신 변호사의 모습을 닳고 닳은 연기로 편안하게 그려낸다. 감독의 커멘터리에서 모건 프리먼의 존재는 영화에서 누구를 믿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관객들이 심적으로 믿고 의지할 수 있게 만든다는 말이 나오는데 정말 맞는 말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마저도 반전에서 악한으로 변화시킬 수도 있겠지만 그의 캐릭터나 편안하고 온화한 분위기상 감독으로서도 그런 시도는 엄청난 모험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어쨌든 키스더 걸과 유사점이 꽤 있긴 하지만 서로 다른 스타일의 두 엇박자 콤비가 이 영화의 주축임은 분명하다.

special features도 작가의 변(A Military Mystery라는 제목이었는데 왜 그런 제목이 붙었는지는 좀 의문이다. 내가 숨은 뜻을 이해 못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이 부분은 소설이 영화화될 때 작가의 입장, 그리고 소설과 영화가 어떻게 다른지를 무척 잘 설명해준다.), 감독의 커멘터리, 거짓말탐지기에 관한 진실, 미군사법정에 관련된 해설, 자동차 충돌 장면 등 비교적 충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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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로 말을 거는 꽃처럼 - 이해인 산문집
이해인 지음, 하정민 그림 / 샘터사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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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이해인 수녀님의 짧은 편지나 삶에 대한 단상들을 모아놓은 모음집이다. 우리가 평소에 어렴풋이 알고는 있지만 바쁜 생활에 찌들어 잊고 지내는 소중한 사람들과 삶의 가치들. 이 책을 읽으면 '내가 너무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살고 있구나. 맞아, 내가 소중한 사람들을 충분히 소중하게 대접하고 있지 않구나. '는 등의 생각이 든다. 그냥 이렇게 살면서 너무나도 많은 것들을 그냥 지나치고 놓쳐버리고 있지는 않은지.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것을 항상 상기하며 삶으로 실천하고 또 그런 생각과 마음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기 위해 이쁜 글로 표현하는 것 - 그래서 이해인 수녀님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책을 읽으면서 기억에 남고 간직해 두면 좋은 구절들을 몇 개 적어본다.

고운 말씨 수첩 - 왼쪽엔 내가 평소에 하는 말 중에 부정적이거나 고치고 싶은 말을 적고, 오른쪽엔 좀더 긍정적이고 남에게 기쁨을 주게 될 아름다운 말을 적어놓고 기회가 올 적마다 연습을 해봅니다. 또 어떤 페이지에는 내가 실수해서 남에게 상처를 준 말, 남을 행복하게 해주었던 말을 적어두기도 합니다. 문득 잊고 있던 우리나라 고운 말을 어느 대화나 책에서 발견하면 이것도 적어두었다가 적절히 사용합니다.(p214)

'시간을 내어주는 것이야말로 사랑의 구체적 방법임을 알아듣게 됩니다. 함께 사는 이들에게도, 밖에서 찾아오는 이들에게도 시간의 허비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가능한 기꺼이 시간을 내어주어야 서로 마음이 트이는 계기가 되기에 그때 그때 상황에 맞게 기도하는 마음으로 시간을 내어줄 준비를 해야겠습니다.'(p110)

'무엇이라도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주 사소한 것일지라도 자신과의 약속을 잘 실행해 나가는 것이야말로 삶을 풍요롭게 해줍니다. 행복은 스스로 가꾸어가야 하는 것.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격언을 나는 자주 기억합니다. '(p113)

'손님맞이를 할 때는 자신의 시간이 축나고, 하려던 일들이 더러 밀려나기도 하지만, 이 때문에 끌탕을 하거나 초조해지기보다는 마음을 평온히 갖는게 좋습니다. 시간을 빼앗긴다기보다는 오늘을 함께 사는 사람으로서 사랑을 나누는 순간이라고 생각하고 시간을 쓰면 마음 안에 조용히 피어나는 기쁨이라는 꽃.'(p35)

'판단은 보류하고 먼저 들어주는 사랑의 중요성을 다시 배웠습니다/ 잘 듣는 것은 마음의 문을 여는 것/ 기다리고 이해하고 신뢰하는 것/ 편견을 버린 자유임을 배웠습니다/ 필요 이상으로 말을 많이 하고 주제넘게 남을 가르치려고 한 저의 잘못이 떠올라 부그러웠습니다'(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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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빈치 코드 - 전2권 세트
댄 브라운 지음, 양선아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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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베스트셀러인지 여부가 책을 선택하는 주요한 기준이 되어버린 것 같다. '느낌표'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이후 책일기 열풍이 불었고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 증거의 법칙'에 따라 베스트 셀러를 책 선택의 기준으로 삼고 있고  나 역시도 종종 그런 기준에 따라 책을 고른다.

많은 사람들이 읽었다고 반드시 좋은 책이라거나 독자 개개인에게 큰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 책은 적어도 베스트셀러의 이름값은 충분히 하는 것 같다.

이 책에서 저자는 성배, 기독교 예술사, 루브르 박물관, 기호학 등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역사적 진실과 소설적 허구의 장치들을 완벽하게, 그것도 영화적인 스릴과 재미를 가미하여 배열하고 있다.

이 소설이 출간된 이후 벌써 소설에서 제시된 사실들 - 예수님이 막달라 마리아와 혼인한 사이였고 그 후손이 존재한다는 것, 교회가 권력유지를 위해 역사적 진실을 은폐하고 그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이교도로 몰아 박해하였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예수님이 신의 아들이 아니고 예언자인 인간일 뿐이었다는 것 등 - 의 진위에 관해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성경도 제대로 읽어보지 않은 나로서는 그에 대해 왈가불가할 자격도 없겠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어린시절부터 교회에 관해 품었던 한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그것은 신의 자녀인 예수님이 하필이면 '백인인 남자'의 모습을 하고 있을까라는 것이었다. 보편적인 신의 아들이라면 무언가 더 큰 공통분모를 가진 모습이 아니어야 하는지, 아니면 예수님이 한국인으로 탄생하면 어떠했을까라는 소박한 의문말이다.

수천년에 걸쳐 이룩된 역사적 축적물들의 무게를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이 소설이 전제하고 있는 파격적이고 불경스러운 가설이 어쩌면 답이 존재하지 않을 내 어린시절로부터의 의문에 대한 수많은 답들 중 한가지를 제시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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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한국현대사 2 - 돌베개인문.사회과학신서 51
박세길 지음 / 돌베개 / 198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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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쓰는 한국 현대사 1권을 읽고 전에 알지 못했던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고 생각해서 2권을 주문해서 읽게 되었다.  어차피 이 책이 운동권의 필독서라는 것은 미리 알고 있었기에 어느정도는 기존에 내가 알고 있던 역사관과 파격적으로 다른 내용이 전개되리라는 것은 각오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느낌은 많이 실망스럽다는 것이다.  사실 책 중간부분을 넘어서부터 정말 엄청난 짜증과 싸우면서 이 책을 끝마쳐야 했다.

책 초반에는 이승만 일당이 미국을 추종하고 그토록 협조적이었던 이유가 친일 전과가 단죄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고 그 대가로 이승만 정권이 막대한 정치, 경제적 특혜를 얻었고 이에 군고위 장교들과 매판 자본들이 동참했다는 사실을 기술하고 있다. 거기까지는 괜찮았다, 적어도 나에게는. 북한이 비교적 충실하게 친일파들을 숙청하여 역사청산을 이룬 반면 남한은 그런 과정을 거치지 못하고 친일세력이 해방후에도 권력을 잡았고 그래서 지금까지 과거사 청산 문제가 나오는 것 아닌가...

그런데 그 이후 남북한의 발전 과정을 그리는 부분에 들어가게 되면 아무리 좋게 보려해도 북한에 지나치게 치우쳤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북한에 인도적인 원조를 하고 있고 북한을 개방하려는 우리나라의 손길을 거부하고 고집스런, 비상식적인 행동을 계속하는 북한의 모습이 마치 6. 25. 직후의 한반도에서는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는 저자의 주장에 쉽게 공감이 가지 않는 것은 단지 내가 수십년에 걸친 반공교육에 너무 길들여져 있기 때문일까? 그 당시에는 그런 모습이 있었을 것도 같지만 적어도 지금 남북한 국민의 삶의 질을 비교하면 북한에 대해서도 어떤 비판이라도 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북한에서 자행되고 있는 극악한 인권유린과 수많은 모순점에 대해서는 (물론 남한 사회에도 수많은 모순이 존재하지만) 너무나도 관대한 저자의 태도는 이해하기 힘들다.

책 중간에 미국이 박정희의 쿠테타 저지를 위한 군대의 출동은 거부했으면서도 1964년 학생탄압을 위해 군대의 출동을 허가했다는 사실은 미국이 세계 각지에서 민주정부를 뒤엎고 군사독재를 은밀히 후원한 사실을 상기한다고 할지라도 꽤 충격적이었다. 물론 저자가 거짓으로 사실을 날조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다른 이의 저작물에 수록되어 있는 의견을 역사적 사실처럼 단정하여 기술하거나 인용되어 있는 사실적 자료를 재인용 표시없이 참고한 서적만 단순인용함으로써 오류의 가능성을 많이 남기고 있지는 않은지 의문이다.

외국자본의 유입으로 인한 경제 성장은 무의미한 것인지?(p163) 외국에서 들어오는 공장설비가 노동집약적인 산업에 적합한 것이고 산업설비가 노후되었다는 것은(p164) 자본의 논리에 의하면 당연한 것이 아닌지.박정희 정권의 무뇌아적으로 미국의 사주와 조정을 받는 꼭두각시로 묘사하는 것은 그 정권의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인권침해와 독재적인 요소를 고려하더라도, 그 당시 경제성장의 결과 현 우리 사회의 수많은 모순이 생겨났다는 것을 인정하더라도, 누구나 그 당시 정권을 잡았더라도 지금정도의 상태는 되었을 것이라는 독단적인 가정에 근거한 편협하고 치우친 역사관이 아닌지.

매판자본이 비싼 원자재를 수입하여 헐값에 수출하여 아무런 이익도 남기지 못한 채 제국주의적 이익에만 봉사할 뿐이라는 주장(p173)도 그런 면을 일부 인정하더라도 지금 남북한의 현격한 경제력의 격차와 삶의 질의 차이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궁금하다.

이 책에 어느정도의 사실과 왜곡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김정일의 권력세습 마저도 김정일의 탁월한 능력과 인민의 사랑때문에 정당한 것이라고 옹호하고 북한의 외교, 경제분야에 대한 평가는 북한의 선전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우리나라의 모든 정책과 사회현상을 미제국주의와 그 조정을 받는 군사독재정권과 그에 항거하는 민중의 관점에서만 파악하는 것은 지극히 단세포적이고 편협한 시각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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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발바닥 2009-05-20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을 쓴지 거의 5년이 다 되어서 내가 썼던 서평을 다시 읽으니 감회가 새롭다. 다만, 그때의 생각은 지금도 크게 변함이 없다. 책의 구체적인 내용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서평을 읽다 보니 저자는 남한사회의 모순에 대한 극도의 반감으로 균형감각을 상실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문득 며칠 전 100분 토론에서 진정한 보수주의자로 손꼽히는 이상돈 교수의 발언과 약간은 서평이 통하는 면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이상돈 교수는 그날 너무 지엽적인 문제에 집착하는 것 같이 보였다. 평소 이상득 교수가 쓴 균형잡힌 여러 글에 비해서 그날 토론은 솔직히 좀 실망이었다. 그래도 적어도 이상돈 교수같은 진짜 보수도 이 땅엔 너무 소수인 것 같다.
 
꼭 알아야 할 과학상식 77
도지마 와코 지음, 최은정 옮김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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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팽소 우리가 궁금하게 여기던 것들에 관한 과학적 해명이 들어 있다.

'태풍은 어떻게 발생할까' 라든지 'DNA는 무엇인가' 등의 의문은 우리가 평소에 한번쯤은 궁금하게 여길 만한 것들이고 저자는 그에 대해 지나치게 전문적이지도 않지만 논리적이며 과학적인 근거를 담은 해설로 우리들의 궁금증을 풀어준다.

다만 적지 않은 부분을 읽으면서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려갈 때 논리적으로 연결이 되지 않는 것을 느꼈다. 문과를 나오고 고등학교 이후 과학 분야와 담을 쌓고 지내 과학분야에 대해 이해력이 현격히 떨어진 내 무능함과 최신 과학 지식을 2-3페이지로 요약함에 있어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현상때문이기는 하겠지만 조금 더 쉽게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설명이 있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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