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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파이 [dts] - [할인행사]
폴 웨이츠 감독, 제이슨 빅스 외 출연 / 드림믹스 (다음미디어) / 2003년 7월
평점 :
품절
처음 이 영화가 나왔을 때 특별한 기대 없이 허름한 봉천동의 극장에 친구들과 함께 가서 영화를 본 기억이 떠오른다. 당시 극장에는 관객이 20명도 채 없었다. 하지만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극장안은 폭소가 끊이질 않았었다. 나는 정말 상영시간 내내 말그대로 배가 아플 정도로 웃다가 나왔다. 그만큼 아메리칸 파이는 노골적이고 자극적이면서도 무언가 새로웠다. 적어도 그때 섹스 코메디를 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나에게는 정말로 그러했다.
영화의 큰 줄기는 고등학교 단짝친구 네명이 고등학교 졸업파티를 앞두고 총각딱지 떼기 작전에 돌입한다는 내용이다. 성에 대한 호기심은 왕성하고 알 것은 다 알면서도 아직 실전 경험은 없는, 그래서 순진한 구석이 남아 있는 고등학생들의 좌충우돌 딱지떼기 무용담이 약간은 쇼킹하면서도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이 영화에서는 이때껏 상상하기 힘들었던 여러가지 자극적인, 어쩌면 지저분한 설정들이 화면에 등장하고 그런 장면들이 내 코드에는 잘 맞았기 때문에 나는 영화를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국식 섹스 코메디 또는 화장실 코메디와 코드가 맞지 않는 사람은 영화를 보면서 역겨움을 느끼고 관객들이 웃어야 할 대목에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못할 수도 있다. 나도 영화를 완전히 다 이해한 것은 아니겠지만 미국 청소년들의 문화를 제대로 알아야 영화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적어도 그들의 문화에 대한 '감'은 있어야 이 영화와 코드가 맞는다.
미국 청소년 영화를 보다보면 미국 고등학생들에게 고등학교 졸업댄스파티 'prom'은 정말로 큰 의미를 지니는 것을 알 수 있다. prom에 함께 갈 파트너를 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이며 만약 그 때 바람을 맞는다면 평생 마음의 상처로 남을 정도로 prom에서의 추억은 미국인들의 삶 전체에 중요한 한 장면을 구성하는 것 같다. 그에 비해서 우리나라에서의 고등학교 졸업식은 어떠한지...대학입시를 위한 준비단계로서의 고등학교만 존재하기 때문에 고등학교 졸업식은 원하는 대학입학에 성공한 학생들만을 위한 반쪽의 썰렁한 의식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 아닌지. 미국의 문화를 무조건 답습할 필요는 없겠지만, 우리에게도 학창시절을 매듭짓고 넘어갈 수 있는, 훗날 아름답게 추억할 수 있는 그 어떤 것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영화에 나오는 장면은 아니지만, 풋풋한 배우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사진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