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분단시대의 피고들 이란 책을 읽고 있다. 인권변호사인 한승헌 변호사님의 회갑을 기념하기 위하여 그분이 변호한 각종 시국사건의 당사자들이 당시 사건과 한승헌 변호사님과의 인연을 떠올리며 쓴 글을 모아놓은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지금 기준으로는 정말 말도 안되는 사건들을 검찰과 법원이 정권과 충실하게 코드를 맞추어 정권의 폭거를 법적으로 정당화해주었음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책을 읽다보면 당시 권력의 시녀 역할을 했던 공안검사들과 판사들의 이름이 심심치않게 나온다. 반정부투쟁을 했던 피고인들로서는 원한이 많이 사무쳐 오랜 세월이 지나고도 그 이름들은 잊지 않았나보다.
문득 호기심이 들어 그 중 몇몇을 법조인명록에서 검색해 보았다.
공안검사 두명과 검찰의 공소사실대로 구속영장과 유죄판결을 내린 판사 한명을 검색해 보았는데 한명은 이름이 잘못되었는지 검색이 안 되었고, 한명은 법무부차관, 한명은 대법원장이었다...
물론 글을 쓴 사람과의 한순간의 인연으로 사건을 담당한 검사와 판사의 인생자체를 재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시대에 법조에 몸담고 있으면서 정권의 논리에서 자유롭기 힘들었을 수도 있고, 그분들이 한때의 잘못을 뉘우치고 정말 훌륭한 삶을 살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검색을 해보고 나서 친일파 후손은 떵떵거리며 잘 살고, 독립투사의 후손은 헐벗고 비참한 삶을 사는 경우가 많은 우리사회의 단면을 그대로 본 것 같아 씁슬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