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방망이 처벌·쥐꼬리 과징금이 ''담합 공화국'' 만든다
[세계일보 2007-02-28 20:48]    

주방 세제, 밀가루, 휘발유, 휴대전화 통화료….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된 담합 품목들이다.

최근 3년간 담합으로 적발된 건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이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으나 처벌은 ‘솜방망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공정위 출범 후 25년 동안 검찰에 많은 담합 사건이 고발됐지만 실형을 선고받은 기업인은 단 한 명도 없어 제재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8일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적발·시정조치가 이뤄진 담합은 모두 31건, 부과된 과징금은 총 1105억원에 달한다.

국내에서 적발된 담합 사건은 2004년 21건(288억원), 2005년 28건(2493억원)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반면 미국 등 외국은 담합에 대한 처벌수위를 높이면서 적발건수가 줄어드는 추세다. 미 법무부가 기소한 담합 건수는 2004년 42건, 2005년 32건, 2006년 33건으로 감소 또는 정체상태다. 유럽연합(EU) 경쟁총국은 2004년 6건, 2005년 5건, 2006년 6건의 담합을 적발했다. 일본도 2003년 29건, 2004년 25건, 2005년 15건으로 감소했다.

국내에서는 매년 수십 건의 담합이 적발되고 있지만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적발되는 담합은 전체 담합의 3∼5%밖에 안 될 것이라는 게 각국 경쟁당국의 대체적인 의견”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적발된 31건을 전체 담합의 약 5%로 추정하면 국내에서 벌어지는 담합은 600여건에 이르는 셈이다. 이를 단속하려면 공정위에 조사권을 부여하는 등의 조치가 있어야 하는데 재계의 반발과 법무부의 비협조로 수년째 미뤄지고 있다.

담합 적발을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의 ‘비도덕성’ 역시 문제다. 특히 우리나라는 물가 안정이 최대 과제였던 1970∼80년대 정부가 행정지도 등의 방식으로 물가를 관리했는데 이것이 업계 관행으로 굳어져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담합이 적발될 때마다 업체들이 ‘행정지도를 따랐을 뿐’이라고 변명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처벌도 미지근하다. 단 2개월 담합으로 2400억원대의 폭리를 취한 정유업계에 부과된 과징금은 526억원에 불과하다. 공정위 인터넷 게시판에는 “지하철 무임승차도 요금의 30배를 벌금으로 물어야 하는데 담합은 남는 장사”라는 비판이 무성하다.

공정위가 담합 사건을 고발해도 검찰은 약식기소처분을 내리는 게 고작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위 출범 이후 담합 관련 기업인이 징역형을 산 경우는 단 한 건도 없다”고 말했다. 미국은 2005년 한 해에만 담합 기업인들에게 총 1만3157일(36년)의 금고형을 내렸다.

참여연대 박근영 경제개혁팀장은 “검찰과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 관행이 오히려 밀약을 조장하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시장 규율을 제대로 세울 수 있는 법원과 검찰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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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7-03-03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바닥님 때문에 좋은 사실 알고 갑니다. 원래 제가 이 부분에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아서 잘 모르는데 앞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네요. 뭐 제가 약간은 무지한 면이 있어서요.

외로운 발바닥 2007-03-05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지하시다니요;;; 저보다 훨씬 박학하신 것 같은데요. ^^;
다른 것보다 저도 이번에 처음 뉴스에서 정유사들의 담합으로 1조원 넘게 소비자들이 손해를 보았다면서 과징금이 합계 1000억원 정도 부과되었다는 말을 듣고 정말 의아했습니다. 담합이라면 경제질서를 근본적으로 교란시키는 행위인데 징벌적 배상을 하게 하지는 못할 망정 이익에 훨씬 못미치는 과징금이라니 정말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어느새 세계 최고 수준으로 뛰어오른 서울의 체감(體感) 물가. 왜 이리 비싼가 했더니 이유가 있었다.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2만 달러에 턱걸이 했지만, 서울의 소비 생활은 이미 3만~4만 달러 수준의 국제도시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전통의 고비용 도시 뉴욕·도쿄에서 온 외국인조차 서울 물가에 혀를 내두르는 것은 가파른 원화 절상에다 서울의 높아진 소비 수준이 결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높은 관세와 세금 장벽이 농산물·자동차·기름값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려놓았다.

◆원인1: 환율 급등

‘선진국 클럽’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회원국 주요 경제지표’ 자료에 따르면, 2001년 한국의 물가는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었다. 한국의 물가를 100으로 봤을 때 2001년 멕시코는 122, 미국은 160, 스위스는 186, 일본은 217에 달했다.

그런데 2006년이 되자 이 수치가 멕시코 78, 미국 107, 일본 136, 스위스 152로 바뀌었다. OECD 회원국의 46~82% 수준이던 한국 물가가 4년 만에 65~129% 수준으로 확 뛰어오르면서 일본과의 격차를 크게 줄였고, 미국과는 비슷해졌으며, 멕시코를 뒤집었다.



 

OECD는 회원국간 상대 물가가 급격히 변화한 이유로 두 가지를 꼽았다. 먼저 환율 변화다. 2001~2006년 사이 원화의 연평균 환율은 1달러당 1291원에서 955원으로 23.6% 하락했다. 달러를 쓰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원화 물가가 그만큼 비싸진 셈이다.

환율보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생활 수준 향상. 2000년 이후 한국의 물가 상승률은 평균 3%에 불과했으나, 소비의 눈높이가 급격히 높아지면서 체감 물가를 견인했다. 서울의 생활 수준은 이미 파리·런던·브뤼셀 등 유럽 주요 도시에 근접한 것으로 OECD는 평가하고 있다.

◆원인2: 소득을 앞지른 소비

2002년 1만2000원대였던 국산 유아용 분유 1통(750~900g)의 평균 가격은 2006년 2만원대가 됐다. 제품의 ‘고급화’ 때문이다. A유업 관계자는 “소득 증가에 따라 기능성 고급 분유가 시장을 지배하게 됐고, 값싼 분유는 (시장에서) 밀려났다”고 말했다. 소비 수준 향상이 분유 가격을 올려놨다는 얘기다.

생활 수준과 체감 물가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2004년 대만으로 이주한 화교 진정려(35)씨는 “타이베이에 와서 한국보다 잘사는 줄 알았던 대만의 물가가 오히려 싸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고 말했다. 진씨는 “타이베이 사람들의 생활은 서울보다 검소해서 인테리어·자가용·의류·화장품 등 생활 수준이 한국의 90년대와 비슷했다”면서 “돌이켜 보면 서울 사람들의 소비 생활이 소득 수준을 많이 앞질러 간 것이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

일본인의 눈에도 서울의 소비생활 수준은 높다. 마이니치신문의 나카지마 데쓰오 서울 지국장은 “서민적인 생활 방식이라면 아직 한국이 싸지만, 남들에 맞춰 소비하려면 도쿄보다 비싸다는 느낌이 확연하다”고 말했다.

◆원인3: 높은 관세와 세금

외국인들이 한결같이 ‘비싸다’고 지적하는 것 중 하나가 농수산물이다. 무역협회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감자·사과·당근 등 채소류와 쇠고기 가격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서울의 쇠고기 1㎏당 가격(48.1달러)은 중국(4.7달러)의 10배에 이르고, 쇠고기가 비싸기로 악명 높은 일본(46.5달러)보다 비싸다.

시장 논리라면 해외에서 값싼 농산물이 들어와 가격을 끌어내야 하겠지만, 농산물에 높은 관세를 부과해 수입을 막고 있다. 감자·사과·당근에 대한 관세율은 각각 30~45%로, 농업 관세가 높은 유럽 국가들보다 3배나 높다. 그러니 농산물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

공산품 분야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한국의 자동차 수입 관세는 8%로 미국(2.5%)·일본(0%)보다 훨씬 높다. 실제로 2000㏄급 자동차의 평균 가격을 보면 중국(2만2241달러)·한국(1만8000달러)·미국(1만4500달러)·일본(1만2310달러) 순서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 8000만원짜리 BMW 세단이 일본에서는 5000만원”이라며 “관세를 비롯해 7가지나 붙는 세금이 가격 차이를 만든다”고 주장했다.

미국 에너지데탕트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휘발유 소비자 값은 1500원대, 일본은 1100원대로 한국이 36%나 비싸다. 이는 휘발유 가격 중 세금의 비중이 한국이 60%, 일본이 46%인 것과 무관치 않다.

무역협회 정재화 팀장은 “수입품에 대한 높은 관세와 세금은 결국 국내 물가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관세 장벽을 낮춰 국제 교역을 활성화시키면 외국과의 물가 격차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세기자 jspark@chosun.com]

[정철환기자 ploma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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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발바닥 2007-02-26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울의 물가가 살인적이라는 사실은 익히 인식하고 있었고, 또 무척 아쉬운 일이지만, 이 기사...왠지 FTA 찬성 쪽으로 몰고가려는 의도가 보이는 것 같다...

짱꿀라 2007-02-27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보셨습니다.

외로운 발바닥 2007-02-28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그나저나 이러다가 정말 막무가내로 한미 FTA를 체결해 버리는 것이 아닌가 걱정입니다.
 

참여정부 최후의 낙하산 부대
[헤럴드 생생뉴스 2007-02-24 12:41]    

[커버스토리]줄 잇는 낙하산 인사

정치인-퇴직관료 ‘공기업’ 낙하전문가

2월이면 인사의 계절이 어김없이 찾아온다. 해마다 인사철이면 그 어느 곳보다 뜨겁게 달아오르는 핫 포인트가 있다. 공기업 CEO 자리이다. 전임자가 물러난 자리에 자천타천 수많은 응모자들이 한판 세 대결을 벌인다. 낙하산 인사 논쟁이 벌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어서 수많은 공기업들이 인사 몸살을 앓고 있다. 비단 공기업뿐 아니라 인사결정권이 청와대나 정부부처에 속해 있는 준 공공기관들도 마찬가지다. 후보추천위원회의 철통 보완에도 불구하고 2파전, 3파전 얘기가 새나오고, 누구는 누구를 밀고 누구는 눈 밖에 났다는 입소문도 쉽게 퍼진다.

실상 낙하산 인사는 우리만의 고유 현상은 아니다. 동서고금에 두루 통용된 세계사적 관습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미국에는 ‘회전문(revolving door)인사’가, 일본에는 하늘에서 내려왔다는 뜻의 ‘아마쿠다리(天下り)’ 가 있다. 프랑스의 ‘파라쉬타주(parachutage)’도 같은 의미다. 과거 고려와 조선사에는 부조의 음덕에 의지해 그 자손을 관리로 서용하는 음서제도가 있었다.

전문 분야에 대한 소양과 식견없이 추천서 하나만으로도 위풍당당할 수 있는 힘, 낙하산 인사의 정체는 커튼 뒤에 가려진 특권이다.

과거 신분 사회나 철권통치 사회는 더 말할 것도 없지만, 효율과 합리가 일반화된 21세기에 와서도 이같은 능력불문 프리패스가 심심찮게 눈에 띈다. 인간이 조직과 집단의 삶을 포기하지 않는 한 낙하산 인사는 어찌보면 ‘사회의 필요악’일지도 모른다.

올바르진 않지만 인정하고 넘어가야 하는 사회 구성원들의 ‘암묵적 동의’인 셈이다.

선진 외국에서는 최근 사회 필요악과 암묵적 동의의 산물인 낙하산 인사를 개선하는 일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사회의 실질적인 권한을 강화해 낙하산 인사 그 자체보다는 낙하산이 점찍은 인물의 됨됨이를 먼저 살피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는 낙하산 인사의 현 주소는 어떨까.

낙하산 인사의 주력부대라 할 수 있는 고위 공무원과 정치인의 인사 행태에서 실상의 일단을 들여다 볼 수 있겠다. 역대정권에서는 고위 공무원의 재취업에 대해 이런 말들을 해왔다.

“고인물은 썩는 게 원칙이다. 고인물 대신 새물이 많이 흘러들어야 한다.(김영삼 전 대통령)”, “개혁ㆍ전문성을 갖춘 인사가 공기업 사장이 될 수 있도록 인력 풀을 만들겠다(김대중 전 대통령)”, “누구를 찍어서 내려 보내는 식의 ‘낙하산 인사’는 하지 않겠다(김진표 전 경제부총리)” 하지만 이 말들의 성찬은 무기력한 화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문민정부하에서는 퇴직자 307명 가운데 220명이 다시 취업해 재취업률 71.7%를 기록했다. 국민의정부에서도 퇴직자 783명 가운데 521명이 다시 일자리를 찾았다. 재취업률 66.5%다. 참여정부에서는 초창기 2년동안 퇴직자 334명 가운데 212명이 취업에 성공해 재취업률이 63.5%에 달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재취업률이 조금씩 낮아졌지만, 공복으로 지내다 다시 정부기관으로 되돌아간 ‘낙하산인사’ 비율은 오히려 그 반대다. 문민정부 50.0%, 국민의정부 50.1%, 참여정부 들어서는 그 비율이 53.3%까지 높아졌다.

‘공직자는 퇴직일로부터 2년간 퇴직 전 3년 이내에 소속했던 부서 업무와 관련있는 사기업체 또는 협회에 취업할 수 없다.’는 공직자윤리법의 인사 규정이 무색할 정도다.

정치인 출신 인사들의 행태도 이와 다르지 않다.

기획예산처가 분류한 7대 대규모 공공기관의 감사 자리를 살펴보면, 그 실상이 두드러진다. (감사는 권한에 비해 책임이 적고 억대연봉은 기본이어서 세간에 사장보다 더 좋은 직책으로 소문나 있다.) 농촌공사 박병용 감사와 주택공사 성백영 감사는 17대 총선에 출마했던 정치인이다. 전력공사 곽진업 감사는 17대 총선 후보경선에 뛰어든 경험이 있고, 도로공사 이상익 감사는 열린우리당 중앙위원, 철도공사 안호성 감사는 열린우리당 삼척시당원협의회 위원장, 토지공사 최교진 감사는 열린우리당 대전시 창당준비위 상임위원을 역임한 인물이다.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을 역임한 배석범 가스공사 감사를 제외한 나머지 6명 모두가 여당 인맥이다. “누구를 점 찍어서 내려 보내지는 않겠다”던 정부에서 이런 우연한 현상이 쉼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공기업 사장들을 출신별로 가려봐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

국내 비금융 공기업 27개 가운데 80%이상인 22개사의 사장이 고위 공무원 아니면 정치인 출신들이다.

해당공사 출신으로 사장까지 오른 내부 승진 사례는 김재현 토지공사 사장이 유일하고, 민간 채용 케이스도 이수호 가스공사 사장, 이재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황두열 석유공사 사장, 지난 1월 사표를 낸 한행수 주택공사 사장 등 4명 뿐이다.

철도공사와 석탄공사, 조폐공사 등 6개 공사의 사장은 정치인 출신, 나머지 전력공사, 도로공사, 수자원공사 등 16개 공사의 사장은 관료 출신이다. 서구 선진국들이 낙하산인사의 득(누구에게 득인지는 여전히 모호하다)과 실에 대한 균형점 찾기에 골몰하고 있지만, 우리사회의 낙하산은 좀처럼 펼쳐 든 날개를 접을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가 많은 지적을 받고 있다(한명숙 국무총리)”, “능력이 부족하면 공공기관 임원으로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겠다(장병완 기획예산처 장관)”, “공공부문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전윤철 감사원장)” 해마다 되풀이 되는 고위 공직자들의 자기 반성에도 불구하고, 왜 공공기관은 달라지지 않는 것일까. 사회학자들은 “우리가 남이가”라는 해묵은 정치잡담 속에 답이 있다고들 한다. 뿌리깊은 인정주의를 말하는 것이다. 인정주의는 이중적 잣대와 자기 합리화의 근원병이다. 그래서 제 스스로는 치료약을 구하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행정자치부는 오는 4월부터 ‘공공기관 운영법’을 발효하고, 금융감독위원회는 ‘은행 지배구조 개선작업’에 착수해 낙하산 인사에 대한 최소한의 잠금장치를 마련키로 했다.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그러나 사문화되고 있는 ‘공직자 윤리법’의 취업제한 조항에서 보듯, 법ㆍ제도를 갖추는 것만으로는 낙하산 인사의 폐해를 해소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제도 이전에 인사권이 있는 고위인사들의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양춘병 기자/yang@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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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빅딜’ 아닌 ‘쪽박딜’로 간다
[한겨레 2007-02-16 05:09]    

[한겨레] 한국 ‘반덤핑 비합산 조처’ 요구 접어
미국 “자동차·의약품서 의미있는 진전”
농산물 큰폭 양보속 섬유쪽 실익없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타결 지점으로 성큼 나아갔다. 미국 워싱턴에서 14일(현지시각) 폐막된 7차 협상에서 양쪽 협상단은 나름대로 만족스럽다고 평가했다. 무역구제·자동차·의약품 등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던 분야에서 타결의 실마리를 찾은 듯하다. 불과 한달여 전 서울에서 6차 협상을 끝낸 다음의 분위기와는 사뭇 달라졌다.

이처럼 협상이 급물살을 타게 된 계기는 한국 쪽의 무더기 양보다. 이번 7차 협상에서 한국 협상단은 그동안 “총력을 쏟겠다”고 공언해 온 무역구제 분야에서 핵심 요구사항을 접었다. 바로 덤핑 피해 판정 때의 ‘비합산 조처’다. 이는 미국이 중국 등 동남아 국가 제품의 덤핑 피해를 판정하고 반덤핑 관세를 부과할 때 한국산 제품까지 함께 엮어서 취급하지 말아 달라는 요구다. 이는 그동안 미국의 반덤핑 제재에 시달려온 국내 수출업계의 숙원이기도 해 협상단은 자동차·의약품 분야의 미국 요구와 ‘맞교환’(빅딜) 거리로 삼을 정도로 중시해 왔다.

하지만 7차 협상에서 미국이 “법개정 사항”이라며 꿈쩍도 하지 않자 비합산 조처를 포기했다. 대신 자동차와 의약품 분야 협상에서는 미국 협상단은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자동차 분야에선 우리 쪽 협상단이 결국 미국의 요구대로 배기량 기준 자동차세제를 개편하는 안을 냈으며, 미국이 ‘비관세 장벽’이라고 주장해온 기술표준제도도 미국에 유리하게 고치기로 합의했다. 의약품도 약값 산정 때 미국 업체의 의견수렴 절차를 두기로 합의했으며, 신약의 특허권 연장도 원칙적으로 수용했다.

이밖에 6차 때까지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았던 농산물 분야 협상에서도 진전의 실마리를 우리 쪽에서 제공했다. 시장개방의 마지노선이자 관세철폐에서 제외됨을 뜻하는 ‘초민감품목’ 수를 235개에서 100여개로 줄인 상태다. 이는 역대 최대 개방폭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맺은 에프티에이에서 농산물 예외품목은 한-칠레 에프티에이가 413개, 한-싱가포르 484개, 한-유럽자유무역연합(EFTA) 956개였다.

반면 농산물과 연계해 우리 쪽에서 공세를 펼쳐온 섬유 협상에서는, 미국이 세차례나 수정안을 냈지만 알맹이가 전혀 없었다. 김종훈 수석대표를 비롯한 우리 쪽 협상단 관계자들은 섬유분야의 미국 수정안에 “너무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한결같이 쏟아냈다.

결국 무역구제-자동차·의약품, 농산물-섬유 등으로 연계된 협상의 결과는 한국으로서는 ‘빅딜’이 아닌 ‘쪽박딜’로 치닫고 있는 형국이다.

워싱턴/송창석 기자 number3@hani.co.kr


김종훈 수석대표
“만족스럽게 보긴 어렵다”

김종훈 수석대표는 “(7차 협상에서) 상당한 진전이 있었지만 타결이 임박했다거나 만족스럽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는 단서를 달았다.

-커틀러 대표가 무역구제에 대해 한국으로부터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았다고 했는데?

=두 수석대표가 논의한 가장 큰 부분이 이것이다. 구체적 내용을 밝히기는 좀 이르다.

-8차 협상은 기존 협상과는 다르게 목요일(3월8일)에 시작하는 이유는 뭔지?

=돌아가면 서로 해야 할 과제가 있다. 새로 입장을 정리하고 다시 만나야 하는데, 월요일인 3월5일에 시작하기에는 양국 모두 준비기간이 너무 짧다는 생각에 조금 늦췄다.

-커틀러는 상당히 만족스러운 것처럼 말하는데….

=상당한 진전 있었다. 그러나 타결이 임박했다거나 만족스럽다고 보긴 어렵다.

-이번 7차 협상을 ‘타결의 시금석’이라고 했는데?

=타결 기반을 잘 조성한 것 같다고 말할 수 있다. 이번 협상의 진도를 봐서는 적기 타결도 가능할 것 같다.

-미국이 낸 섬유관세의 철폐안 수준이 어떤지?

=우리 기대에 미흡하다. 대신 미국은 (중국산의 한국을 통한) 우회수출을 가능한 모든 방법을 통해서 막는 데 관심을 쏟고 있다.

송창석 기자 number3@hani.co.kr


웬디 커틀러 수석대표
“자동차분야 굉장히 좋은 논의”

웬디 커틀러 미국 쪽 수석대표는 7차 협상에서 “굉장히 좋은 논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농산물에서는 어려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자동차와 무역구제에 대한 분과는 진전이 없었나?

=자동차는 굉장히 좋은 논의가 있었다. 세제개편뿐 아니라 다양한 비관세조처에 대해서도 논의가 있었다. 김종훈 수석대표가 무역구제에 대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냈는데 굉장히 좋은 안이었고 조심스럽게 살펴볼 예정이다.

-오늘 아침 의회 청문회에서 한 의원이 “한국에서 자라나지 않는 곡물에 대해서도 한국 협상단이 저항을 하고 있다”고 했는데, 이것이 사실인지? 쌀에 대해 진전이 있었는지?

=농업분과 협상은 이번에 강도 높게 진행했다. 다양한 품목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상당한 진전이 있었지만 민감한 품목은 아직도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원산지 인정 문제는 논의했는지?

=(별 관심이 없다는 듯) 원산지 분과에서 논의됐는지 모르겠다. 분과장과 얘기해 봐야겠다.

-8차 협상은 어떤 형태로 얼마나 오래 하게 되나?

=협상의 구조나 형식은 논의 중이다. 무역촉진권한(TPA) 마감시한을 고려했을 때 가능한 한 많은 진전을 이룰 수 있는 방식으로 정할 것이다.

송창석 기자 number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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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전경련 합작 ‘경제교과서 모형’ 편향 논란
“노조있는 기업 임금 높아
기업은 대신 노동자 적게 고용”
친기업·반노동 시각 부각 반발
한겨레 이수범 기자
» 경제 교과서 모형 논란 부분
교육인적자원부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공동으로 펴낸 경제 교과서 모형이 친기업, 반노동 시각에 치우친 내용을 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전경련과 함께 <고등학교 경제>라는 460쪽짜리 교과서 모형을 최근 펴내고, 오는 3월 전국 고교들에 한 권씩 보내 수업자료로 활용하도록 하겠다고 12일 밝혔다. 이 책은 “노조가 있는 기업의 노동자는 그렇지 않은 기업의 노동자보다 높은 임금을 받게 된다. … 결국 기업은 높은 임금을 받아들이는 대신 노동자를 적게 고용하는 쪽으로 결정을 하게 된다”고 쓰고 있다. 이에 대해 전국사회교사모임 전 대표인 신성호 중앙고 교사는 “책자의 일부 내용이 지나치게 친기업적 시각을 부각하고 노동조합의 구실은 부정적으로만 적어, 학생들에게 균형 잃은 관점을 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책자는 또 “단체교섭권은 … 법률로써 제한이 가능하다”고 써 단체교섭권을 넓게 인정하는 추세에 역행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대표 집필자인 전택수 한국경제교육학회 회장(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지난 주말 ‘단체교섭권’을 ‘단체행동권’으로 고치기로 했다”고 말했다. 1962년 이후 한국 경제를 소개한 대목에선 박정희 시대의 성장 중심 경제정책의 긍정적인 면만을 부각하고, 정경유착이나 저임금 등은 다루지 않고 있다. 전 교수는 “62~96년 상황을 대략적으로 소개하는 것이어서 다 담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가 특정 이익단체인 전경련과 함께 5천만원씩을 들여 이런 자료를 낸 것이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안현효 대구대 교수(경제학)는 “교육부가 이익단체인 재계와 함께 돈을 내 만들었는데, 그렇다면 노총과도 함께 만들 것이냐”고 말했다. 양원택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과 교육연구관은 “집필진에 여러 의견들을 전달했고 균형 있게 서술할 것을 당부했다”며 “내용에 문제가 있다면 집필진과 검토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수범 기자 kjls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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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발바닥 2007-02-14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한에 무비판적이고 학생들에게 정치적 수업을 하는 일부 전교조 교사들도 싫다. 하지만, 전경련이 교과서를 만든다니...그리고 '정부의 개입은 나에게 이익의 감소를 초래할 뿐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도 손해를 초래한다.'는 글이 실려 있는 교과서라니...처음 조선일보에서 새로운 친기업적 경제교과서가 개발되었다는 것을 반가운 소식으로 전한 기사를 읽었을 때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교과서에서 정부의 역할을 그렇게 편협하고 왜곡된 시각으로 그리다니...이제는 신자유주의가 교육마저 접수하려는 것인가?

한가지 더/ 이 교과서 문제를 다루는 각 언론의 태도를 보면 그 매체의 성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항상 실망을 안기는 매체는 이번에도 역시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