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3월 27일 (화) 08:07   경향신문

美와 ‘FTA 줄다리기’ 너무 다른 두 나라

- 한국, 손해 나도…‘목매는 협상’ -

협상 개시 선언 후 1년여를 끌어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종착역을 눈앞에 두고 있다. 통상장관급 협상 결과에 따라 결렬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의 그간 태도로 미뤄 결국 타결에 이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 1년여 협상은 미국이 정한 협상 타결시한(4월2일)에 맞춰 협상타결을 지상 최대 목표로 내세운 정부가 철저히 미국이 정한 구도에 끌려다니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을 필두로 한 정부 협상단의 ‘나를 따르라’식 협상 추진에 국민들은 영문도 모른 채 따라갔다.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FTA 반대 목소리 속에서도 정부의 ‘브레이크 없는 질주’는 계속되고 있다.

반덤핑 규제 완화 관련 무역구제 5개항, 전문직 비자쿼터 확보, 미 연안의 승객·화물 수송을 미국적 선박에만 허용하는 제도(존스 액트) 수정 등 우리측 핵심 요구는 미 의회 소관(법개정사항)이라는 이유로 번번이 막혔다. 그러나 미국은 투자자·국가소송제, 자동차 세제개편, 케이블TV 프로그램 공급업체(PP)의 외국인 지분 제한(49%) 완화 요구 등을 통해 국내법령의 제·개정을 촉구했다.

협상 타결에 ‘목맨’ 정부는 쟁점마다 양보에 양보를 거듭하며 미국의 성의를 기대했지만 그럴수록 미국의 요구수위는 더 높아갔다.

우리측의 자동차 세제개편 약속에도 미국의 자동차 관세 철폐 계획안은 오리무중이고, 협상 의제도 아닌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검역 문제가 쇠고기 관세(40%) 철폐와 연계되는 희한한 풍경이 빚어지기에 이르렀다.

관세는 관세대로 내리고, 국제수역사무국(OIE) 5월 총회 이후 뼛조각 쇠고기도 수입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린 게 우리의 현실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미 의회가 행정부에 부여한 무역촉진권한(TPA)에 따른 협상 시한에 덜미를 잡혀 제대로 반론을 펴보지도 못한 채 종착역을 향해 치닫고 있는 형국이다.

참여연대 이태호 협동사무처장은 “정부가 협상시한을 넘기면 무슨 큰일이라도 나는 양 국민들을 공포로 몰아가고 있다”며 “조건이 안 맞으면 협상을 중단할 수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나라의 명운이 걸린 협상에 나서면서 시한을 설정한 것 자체부터가 무모하기 그지없는 일이었다”고 비판했다.

〈권재현기자〉

말레이시아, 손해 나면…‘당당한 포기’ -

지난해 6월 공식협상을 시작한 미국과 말레이시아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과정에서 주도권을 쥔 쪽은 말레이시아였다.

말레이시아는 총리, 통상장관 등이 번갈아 가며 “판을 깰 수도 있다”고 큰소리를 쳤다.

지난 1월18일 라피다 아지즈 통상장관은 “미국은 3월 말까지 협상을 끝내고자 하나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아 (그때까지) 타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국이 자동차 및 금융시장 개방을 강하게 요구하자, 그는 “협상의 장래가 비관적”이라며 미국의 주장을 순순히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미국 의회에서 말레이시아가 이란에서 추진하고 있는 160억달러 수준의 대규모 가스전 개발을 중단하지 않으면 FTA 협상을 하지 말라는 권고가 나왔을 때는 압둘라 바다위 총리가 직접 나서 반격에 나섰다.

바다위 총리는 2월2일 “미국의 (내정간섭) 압력에 굴복하지 않겠다”며 “미국은 (무역 협상에) 정치적인 문제를 들고 오지 말라”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미국은 말레이시아의 강경 자세에는 별다른 유감 표명을 하지 않고 협상을 이어갔다. 말레이시아는 지난달 5차 협상 이후에도 미국 측의 요구안에 대해 “내부 합의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답변을 미뤄 결국 미국은 지난 23일 “3월내 타결은 불가능하다”는 발표를 하기에 이르렀다.

말레이시아가 강경 자세를 견지한 것은 ‘협상 타결’에 몸이 단 쪽은 미국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1993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이후 파나마 등 경제 규모가 작은 일부 나라와 FTA를 체결했을 뿐 덩치 큰 통상협상은 이뤄내지 못했다.

이런 상태에서 지난해 5월 다자간 통상협상인 도하개발아젠다(DDA)가 무산됐다. 미국의 소극적인 자세가 결실을 못 본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다. 미국으로서는 번듯한 FTA를 이뤄내야만 DDA 무산에 따른 국제적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반면, 말레이시아는 일본 등과의 FTA를 이미 성사시켜 느긋한 입장에서 당당하게 협상에 임할 수 있었다.

〈김용석기자 kimy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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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막바지, 여의도와 워싱턴은 사뭇 다르다. 한국 국회의 한·미 FTA 특위 회의장은 늘 비어있다시피 한다. 소신파 의원 몇몇만 고군분투할 뿐, 정치권 대부분은 오불관언이다. 고작 의원들의 관심을 끈 것은 FTA 관련 대외비 문서 유출이었다. 미국 하원은 자국 협상단에 “더 세게 나가라”고 조직적으로 밀어붙인다. 내년 11월로 다가온 대통령선거도 FTA에 비하면 뒷전이다. “미국은 의회에 FTA 협상권이 있고 정보공개도 더 활발하다”며 한국 의원들은 ‘면피’하기 바쁘다. 의지는 있는데 권한이 없는가. 의지조차 없는 건가.

- 美 의회에선 청문회 개최 ‘벌떼 공세’ -

20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세출위원회 무역소위가 개최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청문회는 막바지 협상 국면에서 지역구 주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의원들의 노력이 유감없이 과시된 자리였다.

미 자동차 산업의 메카 미시간주 출신 샌더 레빈 위원장은 “한국은 (협상) 처음부터 미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와 세금, 규제를 합한 ‘경제적 철의 장막’을 쳐왔다”면서 자동차시장의 완전개방을 촉구했다. 13선의 관록을 자랑하는 레빈 위원장이 한·미 FTA가 미국경제에 미치는 함의를 모르지는 않을 터. 하지만 국회의원이 누구의 대표이며, 무엇을 위해 목소리를 높여야 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미 무역대표부(USTR) 캐런 바티아 부대표는 협정이 체결되면 미국이 얻을 잠재적 이익이 170억~430억달러에 달한다고 경제적 효과를 강조했지만, 보다 강한 협상을 요구하는 의원들의 카랑카랑한 목소리에 묻혔다.

벤 넬슨 상원의원(민주·네브라스카)은 최근 이태식 주미대사를 만나 “쇠고기 없으면 FTA는 없다”면서 엄포를 놓기도 했다. FTA 협정 비준권을 휘두르며 자국 산업의 이익을 엄호하기 위한 노력들이다. 일부 미 의원들은 8차까지 벌여온 협상 과정에서 서울의 미국측 협상단에 전화를 넣어 핵심 쟁점에서 “절대로 양보하면 안된다”는 압력을 넣는 등 적극 개입하고 있다.

미국 역시 내년 대선을 앞두고 힐러리 클린턴, 배럭 오바마 등 유력 대권주자들의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하지만 적어도 한·미 FTA 쟁점 산업과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는 상·하 의원들에게 대통령 선거는 뒷전이다.

〈워싱턴|김진호특파원〉

- 한국 국회는 들러리 행위 ‘천하 태평’ -

국회 한·미 FTA 전체회의가 열린 지난 16일. 정부측의 8차협상 결과 보고가 있었지만 특위 위원 30명 중 14명이 참석했다. 의결 정족수 15명도 채우지 못한 것이다. 그나마 질의를 한 의원은 11명에 그쳤다. 지난달 26일 7차협상 보고 때는 11명만이 참석했다. 게다가 툭하면 개인적 관심사안만 질의하고 회의장을 비우기 일쑤다.

‘부실 보고’ 언쟁도 단골 쟁점이다. 7차협상 때 정부 협상전략을 담은 대외비 문건이 언론에 공개된 후 얼굴을 붉히는 횟수가 더 많아졌다. “국민을 대변하는 국회가 사안의 핵심을 ‘알 권리’보다 ‘기밀유출’ 쪽으로 본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생정치모임 최재천 의원은 “특위는 보고만 받고, 심사·의결은 통일외교통상위에서 하도록 한 게 맹점”이라며 “미 의회와 달리 국회의 전문적인 도움은 없고, 의원들의 개인기에 맡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국회 특위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 협상과정을 감시·통제하고, 국익의 마지노선이 돼야 할 특별기구의 역할과 신뢰를 잃은 것이다. 한·미 FTA가 대선 정국에서 각 정파의 방치로 인해 ‘시한폭탄’ 성격만 짙어지고 있다.

관심은 미 행정부의 무역촉진권한(TPA) 마감시한인 4월2일 이후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미 의회가 4월부터 철저한 검증에 돌입하지만, 국내에선 협정문을 그 이후에 보고한다고 한다”며 “들러리 역할에 머물고 있는 특위를 해체하고, 전문가들로 구성된 실질적 검증·자문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가이드라인도, 구체적 정보도 없는 국회는 주요 협정 내용을 미 의회에 의존할 상황이라는 자조가 일고 있다.

〈이기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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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결 임박한 한-미 FTA] 주고 또 주고…한국 보따리 ‘바닥’


[한겨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수석대표간 고위급 회의를 마치고 다음주 서울에서 최종 장관급 회의만 남겨놓은 상태지만 주요 쟁점에서 합의 내용이 미국 쪽으로 계속 쏠리고 있다. 막판 초읽기에 접어든 만큼 미국이 양보하는 것도 보여야 하는데 눈에 띄는 것은 한국의 양보 뿐이다.

양보의 불균형 갈수록 심화=정부가 공식 협상을 시작하기도 전에 미국 쪽에 안겨준 ‘전리품’인 스크린쿼터가 타결 임박 시점에 다시 ‘미끼’로 전락했다. 우리 협상단이 국산영화의 의무 상영일을 더 늘리지 않도록 못박아줄테니 미국의 요구사항 가운데 뭔가를 접어달라며, 밀고 당기기가 진행중이다.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여부도 협정 체결 뒤 협의하기로 물러섰다. 지난해 말에는 협상력을 집중하겠다고 공언했던 반덤핑 제재의 비합산조처(덤핑피해 판정 때 더 싼 중국산 등과 분리해 조사) 등 미국의 통상보복 제도 개선을 위한 핵심 요구는 협정문 반영을 포기했다. 미국의 특허권 연장 요구도 사실상 합의해줬다. 우리 쪽의 강력한 요구사항인 전문직 비자쿼터는 에프티에이의 의제에서 빼기로 했다.

농산물이나 식품의 ‘위생검역절차’나 ‘기술장벽’ 관련 분야에서는 “협정 이행을 감독할 상설 위원회를 두자”는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여, 앞으로 정부는 국민 식생활 안전조처나 산업정책을 펼 때 미국 정부나 업자들과 사전에 긴밀히 협의해야 한다.

자동차에서도 국내 배기량 기준 세제 개편은 물론, 자동차위원회와 표준작업반 설치 등 미쪽 요구를 대폭 들어줬다. 섬유 협상에서도 우리 업체의 의무적이고 정기적인 경영 정보 제출과 미 세관당국의 한국 업체 현장조사 보장 등 미국 요구를 원칙적으로 수용했다.

하지만 미국은 한국이 협상 막바지에 집중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자동차 관세 철폐에 대해 아직까지 묵묵부답이다. 또 이번 고위급 회의에서 미국이 내놓은 섬유의 수정 양허안(개방안) 또한 “진전시켜야 될 여지가 굉장히 많다”고, 협상 대표였던 이재훈 산업자원부 2차관은 밝혔다.

허울만 따낸 한국=한국이 고위급 회의에서 얻은 것도 더러 있다. 하지만 ‘종이 호랑이’가 많다. 협정문에 명시는 되는데 상당수가 의무 규정이 아니어서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무역구제협력위원회’ 설립 합의이다. 비합산 조처 등 한국의 무역구제 관련 핵심 요구를 미국 쪽이 “법 개정 사항”이라는 이유로 버텨 협정문 반영은 포기하고 얻은 차선책이다. 비합산조처 도입 등을 협정 체결 뒤 이 위원회에서 다시 다루자고 한국이 요구하면 미국은 협의해야 한다. 그러나 수용할 필요는 없다.

미국의 다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발동 때 한국산 상품은 제외해달라는 우리 요구도 ‘제외해야 한다’가 아니라 ‘제외할 수 있다’로 합의됐다. 부동산·조세정책은 투자자-국가 소송제도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하는 문구를 어쨌든 협정문에 반영되는 쪽으로 의견이 좁혀지고 있다. 그러나 협상단 관계자는 “미국이 이를 무시해도 되는 임의조항은 아니지만 100% 의무조항이라고 말하긴 어렵다”고 애매하게 설명했다.

워싱턴/송창석 기자 number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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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장관급회담] 요구사항 숫자, 美가 한국의 2배


주고받기보다 방어적 ‘딜’ 될 가능성
정부 “농업은 다른 분야와 연계 안해”

미국은 전방위로 공격하고, 한국은 막는 데 급급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최종 담판장이 될 양국 통상장관급 회담 테이블에 올려질 협상의 대차대조표는 미국의 일방적인 공세를 반영하고 있다.

10여 개 분야에서 미국은 15가지 이상의 요구사항을 가지고 있는 반면, 한국은 9가지 안팎에 불과해 양적으로만 보더라도 두 배 정도 차이가 난다. 한국이 공세적인 분야는 자동차, 섬유, 존스 액트(Jones Actㆍ미 연안의 승객ㆍ화물 수송을 미국 국적 선박에만 허용하는 제도) 정도다. 나머지는 주로 예외 인정과 같은 방어적인 성격의 요구 사항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미국은 농산물과 쇠고기, 방송ㆍ통신, 지적재산권, 의약품 분야 등 굵직한 사안에서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본격적인 주고받기가 이뤄질 최종 회담에서 한국이 얼마나 힘의 균형을 이룰 수 있을지 우려되는 이유다.

우리 정부는 이미 민감한 농업부문은 다른 분야와 연계 없이 농업 내부에서‘빅딜’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즉, 쇠고기 문제의 경우, 40% 관세철폐와 뼈있는 쇠고기의 수입재개와 같은 검역문제를 주고받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다.

광우병 위험 등으로 국민건강을 해칠 수 있는 뼈 수입을 보류하는 대신, 쇠고기 관세를 낮춰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종훈 한미FTA 수석대표는 “미 쇠고기는 40% 관세가 부과되어도 가격 경쟁력이 있다”며 “쇠고기 관세는 큰 문제가 아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미 쇠고기는 어차피 싸기 때문에 관세를 더 철폐해 좀더 싸지더라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쇠고기 문제에 있어서 미국은 뼈가 포함된 LA갈비 등의 수출을 위해 검역문제에 더 집착하고 있어, 양국의 입장차가 얼마나 좁혀질지 예측하기 어렵다.

돼지고기, 오렌지(감귤), 닭고기, 낙농품, 고추, 마늘, 양파, 인삼, 사과, 포도, 배, 견과류, 보리, 옥수수 등 한국이 골라놓은 개방 제외 품목들의 운명도 낙관하기 어렵다.

미국의 공세를 이기지 못하고 이들 민감 품목 중 어떤 것을 버리고 어떤 것을 선택할지 고통스러운 절충을 시도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 입장과 달리 미국이 농업 품목과 다른 분야를 연계하는 ‘빅딜’을 제안, 농업의 희생을 압박할 가능성도 크다.

미국이 막판에 들고나온 쌀 개방 문제는 다분히 전략적인 측면이 있어 농업의 다른 품목과 연계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 쌀은 존스 액트와 같은 미국의 아킬레스 건과 연계해 양쪽 모두 개방을 유보하는 선에서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와 섬유도 여러 쟁점들이 남아 있어 다른 사안과 연계되기보다는 내부 ‘딜’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지적재산권, 의약품, 방송ㆍ통신, 무역구제 등은 서로 연계 처리돼 ‘빅딜’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은데, 요구할 것이 많지 않은 한국으로선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즉, 미국에게 A를 받는 조건으로 B를 내주는 식의 ‘빅딜’이 아니라, A는 내주는 대신 B는 내줄 수 없다는 방어적인 ‘딜’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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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쇠고기값 왜이래?
[조선일보 2007-03-17 14:51]    

산지 한우값은 제자리… 고기 한점=설렁탕 값 ‘미친 가격’ ● 한우 소비자값 왜 비쌀까… 정육중 10%인 등심·갈비만 선호 탓 ‘특등심·스페셜’ 이름붙여 값만 올려… 봉사료·부가세 20% 고기 값에 얹어

15일 서울 무교동의 한 고깃집. 20대 손님 두 사람이 메뉴판을 본 순간 얼어붙는다. “이것(쇠고기)밖에 없어요?” “예, 손님.” 둘은 주섬주섬 겉옷을 챙겨 일어난다. “등심 1인분(150g)에 3만9000원? 미쳤나봐.”같은 시각 서울 역삼동의 고급 한우식당. 노모와 부인, 초등학생 아들과 등심 4인분에 된장찌개 2인분을 시켜먹은 회사원 최모(45)씨는 계산서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등심 1인분(150g)에 4만원인 건 알았지만 음식값에 봉사료 10%, 부가가치세 10%가 추가돼 총 20만8100원이 나왔다. “가격 때문에 고기를 양껏 먹지도 못했어요. 이래서야 1년에 한 번이나 고기 구경하겠어요?”

◆식당에 왔다 빈 속으로 가는 서민들

한우 고깃집, 이제 웬만한 배짱과 지갑 없이는 갈 수 없는 곳이 됐다. 종업원이 잘라주는 5만~5만5000원 1인분 고기는 한 입 크기로 딱 9조각. 1조각에 5500~6000원, 설렁탕 한 그릇 값이다. 식당에서 파는 등심을 한 근(600g)으로 따지면 20만~22만원. 전문가들은 이 고기를 “식품매장에서 한 근에 6만원 이상인 상등품 고기”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식당 가격도, 정육점 가격도 너무 ‘고가’라는 점.


 

왜 이렇게 비쌀까? 축산 관계자들은 일단 ‘한우의 희소성’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농림부 박홍식 축산사무관은 “산지에서 소 한 마리를 잡으면 보통 35%만이 정육으로 나오고, 한국인이 선호하는 등심은 5~7%, 갈비까지 포함해도 10% 안팎”이라고 설명한다. 나머지 65% 중 뼈는 ㎏당 1만5000~2만원, 내장·머리는 4000원, 가죽은 1000원 내외에 팔린다.

최근 청담동에 한우식당을 연 안도일씨는 “등심 20㎏을 사도 꽃등심은 5㎏가량만 나와 이것만 구이용으로 팔고, 나머지 15㎏은 국거리나 찌개로 쓴다”며 “손실 비용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한다.

광우병 파동으로 ‘신토불이’ 개념이 확고해지고 등심과 갈비만 극단적으로 선호하는 한국인 입맛도 비싼 고기값의 이유다.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 배한철 조리부장은 “육류 조리법이 다양한 미국·유럽은 엉덩잇살·다리살 등 근육이 많은 부위도 다양한 조리법으로 먹지만 우리는 무조건 등심만 먹는다”고 말한다. 이위형 미트 비즈니스 컨설팅 소장은 “한우와 유사하게 옥수수 배합사료를 먹고 자란 미국산 쇠고기에 입맛이 익숙해진 소비자들은 2003년 12월 미국산 쇠고기 파동 이후 다른 수입산 대신 한우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소값보다 가파르게 오르는 소비자·식당 고기 값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당 한우 값은 ‘너무’ 비싸고, 오르는 속도도 무섭다. 업주들은 “한우 값이 올랐기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실제 산지 소 값은 크게 오르지 않았다. 농협의 ‘2006년 축산물 가격 및 수급자료’에 의하면 산지 한우 값은 한 마리(수소 600㎏)에 2006년 현재 475만원. 2003년 469만원, 2002년 471만원과 비슷한 수준. 오히려 한우 공급량은 2003년 14만2000t, 2004년 14만4000t, 2005년 15만2000t으로 조금씩 늘어나고 있으며, 1등급 이상 한우의 비율도 2000년 24.8%, 2003년 33.3%, 2005년 47.9%로 증가세다.



 

그러나 쇠고기 소비자 가격은 계속 오르기만 한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등급 등심 500g 가격이 2003년 2만8043원에서 2006년 3만6070원으로 28%가 상승했다. 한우가 소비자에게 오는 동안 유통 마진이 지나치게 부풀려진 것이다.

식당 고기 값은 고공 행진. 2003년 3만원(180g)이던 고급 식당 등심값은 올해 5만5000원(150g)으로 120%나 수직 상승했다. 소비 행태가 양극화되면서 고급 한우를 내세운 업주들이 새로 식당을 열며 비용 10억~30억원(강남 기준)을 고깃값에서 뽑고 있는 것도 한 이유다.

고급화 전략으로 ‘최고 수준의 고기’를 내세우는 집이 늘면서 조폭들이 개입하는 경우도 많아졌다는 게 업주들의 설명. 유명 농장에서 소를 공급받기 위해 일부 업주들의 부탁을 받고 폭력을 행사하는가 하면, 직접 고깃집을 운영하다가 수입 고기를 한우로 속여 판 게 들통난 적도 있다. 결국 “‘최상급’ 한우 고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비싸다”는 말도 100% 믿기는 어렵다.


 


식당에서 파는 등심 가격은 최고급 스테이크 식당을 압도한다. 특급 호텔의 최상급 호주산 와규 스테이크는 280g에 5만6400원, 최고급 레스토랑의 한우 스테이크는 180g에 5만1700원. 문제는 스테이크는 1인당 1접시로 끝나지만 등심의 경우 1.5~2인분을 먹어야 양이 찬다는 것. 유명 식당에서 등심을 먹으려면 1인당 7만~10만원은 잡아야 한다.

◆등급 표시 대신 애매한 ‘특품·상품 등심’ 표시

‘등심’을 세분화해서 가격을 다단계로 하는 것도 고깃값 인상을 부추긴다. 주요 백화점이나 식당에서는 꽃·특·스페셜·눈꽃 등심 등 각종 이름을 갖다 붙여 가격을 일반 등심보다 많게는 1만원까지 더 받는다. ‘1인분 200g’이라는 고정관념은 예전에 깨져 1인분에 140~160g씩 내거나 봉사료·부가가치세 등으로 10~20%를 더 받는 식으로 실제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그러나 농림부는 “가격은 시장이 결정하는 것”이라는 입장. 농림부 관계자는 대신 “1월 1일부터 일부 식당에서 시범적으로 쇠고기 원산지 표시를 하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원산지는 물론 부위, 등급까지 표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윤덕 기자 sion@chosun.com]


[김성윤 기자 gourme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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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발바닥 2007-03-17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음식점 소고기 값은 말 그대로 '미친' 수준이다. 1인분에 4-5만원인데 1인분이 1인분이 아니니...그 값에 배도 못 채우고 마음만 상하느니 차라리 최고급 양식당에 가서 코스로 먹는 것이 100배 나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