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국민보고서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지음 / 그린비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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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근본적으로 한미 FTA를 체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답은 크게 본다면 한미 FTA를 통하여 경제 발전을 이루어 모든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겠다는 것에 있지 않나 싶다. 한미 FTA를 찬성하는 측은 한미 FTA 체결로 고용이 창출되고, 선진 기술 및 선진 서비스업이 전수되어 우리 산업의 전반적인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런 핑크빛 전망이 그대로 실현될지는 무척 불투명하다. (가장 낙관적인 정부쪽 연구보고서조차 완전 시장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현실의 경제상황에 적용할 때는 무수한 변수가 생기게 마련이다. p 588) 그에 반하여 한미 FTA로 인하여 노동조건이 악화되고 양극화가 심화된다는 것은 한미 FTA를 찬성하는 쪽에서도 인정하는 바이다.(찬성하는 쪽에서는 결국 각 개인이 경쟁력을 키워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식의 답변을 한다. 각자 알아서 하라는 말과 무엇이 다른지...)


노동조건 악화와 양극화 등의 부작용을 넘어서는 긍정적 효과가 예상된다면 한미 FTA를 체결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할 것이다. 그렇지만 한미 FTA로 인한 사회․경제적 효과와 파장에 대해서는 사실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오직 정부와 이를 찬성하는 쪽에서만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이고 이를 잘 살릴 수 있느냐 여부는 우리에게 달려있다고 한다.(얼마나 무책임한 말인가. 결과가 안 좋으면 기회는 좋았으나 우리가 잘 못해서 그런 것이라고 하면 끝 아닌가.) 하지만 한미 FTA에 관한 여러 연구를 자세히 읽다가 개인적으로 받은 느낌은 긍정적 전망은 매우 추상적인 데 반하여 부정적 전망은 비교적 구체적이라는 것이다. 한미 FTA 체결로 전 국민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고 그에 따른 긍정적 영향은 무척 불투명한 반면 부정적 영향은 무수히 예측되는 상황에서 굳이 한미 FTA를 체결해야 하는 것인가? 누구를, 무엇을 위해서?


정부가 과연 무엇을 위하여 한미 FTA를 강행하는지는 정말 이해하기 힘들다. 아무리 정부의 의도를 선해한다 해도 맹목적으로 한미 FTA를 통하여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밖에 해석할 수가 없다. 그러나 한미 FTA를 통한 경제성장(?)은 무척 불투명하다. 그리고 그에 따른 부작용은 막대하다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도 정부는 공익을 위하여 사인의 활동을 통제하고 제한할 권한과 책무가 있다. 물론 이는 법률에 의하여 합리적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고 바로 그것이 헌법에서의 기본권 제한의 기본 법리다. 그런데 한미 FTA의 체결함에 따라 외국 투자자의 원활한 투자 및 투자 수익 회수를 보장하기 위하여 이행의무 부과금지, 내국민 대우, 투자자대 정부 소송 등의 규정이 발효되면 정부의 외국 투자자에 대한 조정 및 통제는 거의 불가능해지게 된다. 그렇다면 정부는 자신의 기본 권한 및 책무를 포기하면서까지 한미 FTA를 체결하겠다는 것인데 과연 정부의 기본 태생원리 마저도 부정할 수 있을 정도로 가치 있는 것을 한미 FTA를 통하여 얻을 수 있는 것인가?


정부가 한미 FTA를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경제성장(?)은 물론, 투자자(내외국을 불문한다)의 권익보호는 공공의 이익보다 한참이나 하위개념이다. 그런데 지금 한미 FTA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꼴을 보면 투자자의 권익보호를 보장하기 위하여 공익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책에 관하여 딴지걸기

전반적으로 한미 FTA의 쟁점에 관한 지식을 정리하기에는 괜찮은 책이다. 그러나, 딴지 걸 곳은 몇 군데 있다!


1. 누워서 볼 때 떨어뜨리면 다칠 수 있다고 주의하라던 ‘나니아 연대기’ 정도는 아니지만 일단 분량이 너무 많고 책이 무겁다. 더구나 잘 읽히는 소설도 아닌 딱딱한 논문(혹은 보고서) 모음집 아닌가. 웬만큼 한미 FTA에 관하여 관심이 깊지 않고서는 책을 읽다가 중간에 나가 떨어지기 쉬울 것 같다.(나도 이 책을 읽는 도중 다른 책을 3-4권쯤 읽었다.) 읽다가 너무 지루해지면 앞에서부터 차례대로 읽기보다는 관심있는 부분 위주로 선별해서 사전 보듯이 보는 것도 한 방법일 것 같다.


2. 여러 사람들의 글을 모아놓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글의 설득력이나 수준에도 많은 차이가 느껴졌다. 물론 논리적인 글을 좋아하는 개인적 취향이 반영된 평가라는 점은 부인하지 않겠다. 하지만, 한미 FTA를 반대하는 입장에서 일반 국민들을 설득하는 데 있어 단순히 반미, 신자유주의, 민중의 생존권만을 강조하는 것은 - 이러한 개념들이 한미 FTA와 관련된 중요 keyword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하더라도 - 그다지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미 FTA를 반대하는 국민들 중에도 각자 처한 입장이나 지위의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상류층․전문직․지주(혹은 자본가)도 한미 FTA를 반대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물론 너무 순수한 이상론적 기대일 수도 있지만...) 그런 면에서 정치분야의 몇몇 글들은 너무 감정적이거나 일방적 관점에서 쓰여졌다는 느낌을 주기도 했다.


※ 개인적으로 인상깊게 읽은 글들

p15.  한미 FTA 국민보고서 총론 - 김세균

p83.  한미 FTA와 한국사회의 양극화 - 고병권

p107. 한미 FTA와 한국경제 - 장상환

p359. 한미 FTA와 금융서비스 - 이종탁

p413. 한미 FTA가 영화와 문화예술에 미칠 악영향 - 심광현

p475. 한미 FTA와 법률서비스시장 개방

p497. 한미 FTA와 투자 - 이해영

p625. 한미 FTA와 노동 - 차남호․이상훈

p687. 한미 FTA와 NAFTA - 배성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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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조 사코 지음, 함규진 옮김 / 글논그림밭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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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박해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어떤 식으로 팔레스타인을 점령하였고 어떤 식으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삶을 억압하고 있는지 구체적인 사실에 관하여 우리는 거의 아는 것이 없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팔레스타인의 현실을 무척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작가가 직접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에서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그들과 함께 잠시나마 생활해 본 것을 만화로 그려냈기 때문에 글이 줄 수 없는 생생함(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겪는 끔찍한 고통을 생생히 느낄 수 있다는 말이다)을 느낄 수 있다.


작가 조 사커는 일방적으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동정하는 시각으로 바라보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는 지극히 객관적으로, 그래서 때로는 무관심하고 냉정하게 느껴질 정도로 (자신의 경험을 애절하게 말하는 팔레스타인 사람에 대하여 ‘또 똑같은 이야기를 하는군.’이라고 냉소적으로 느끼고 춥고 비가 새는 팔레스타인 사람의 집에 있는 동안 따뜻한 집에서의 식사, 아름다운 여인과의 달콤한 시간을 떠올린다) 서술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런 그의 어투가 더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온통 진창인 땅바닥, 천장이 없는 재래식 화장실에서의 용변, 이가 덜덜 떨릴 정도로 추운 실내...이런 것들이 그다지 극적이지는 않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은 팔레스타인에서의 삶을 잘 보여주기 때문이 아닐까.(군대에서 유격이나 훈련을 해본 사람은 더 공감을 할 수 있으리라 본다) 물론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이스라엘의 끔찍한 고문과 학살도 차분하고 무관심한 듯한 그림 속에서 생생하게 전달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순간에도 CNN 에서는 이스라엘군의 오폭으로 어린이 8명을 포함한 20여명의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이 사망했다는 뉴스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의 대변인의 짧은 유감표명과 가족을 잃은 팔레스타인 부녀자의 절규, 팔다리가 잘린 팔레스타인 아이의 모습이 뉴스화면속을 지나간다. 바로 몇 분 전에는 미국의 새로운 하원의장 내정자 펠로시가 연설 중에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을 똑같은 CNN에서 보았다. 그리고 미국은 모두가 알다시피 팔레스타인을 학살하는 이스라엘의 가장 든든한 무조건적 후원자다...


헤아릴 수 없는 고통과 절규를 30초 짜리 뉴스로 자주 접하다보니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고통에 점점 무감각해지는 것 같다. 하지만 자식을 잃은 부모의 절규와 절망마저도 제대로 발산할 수 없게 만드는 이스라엘의 비인간적 폭정, 그에 대하여 때로는 인티파다, 때로는 테러로 저항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모습은 불과 100여년 전 일제에 대항하던 우리 선조들의 모습과 너무나도 닮아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현 세계정세상 당장 급격한 변화가 있기는 힘들겠지만 반드시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도 세상이 변하는 때가 오리라 믿고 또 기원한다. 우리에게 광복이 왔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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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6-11-29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고 갑니다. 행복한 하루가 되시기를........

외로운 발바닥 2006-11-29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타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다시 당신을 사랑합니다 - 이 시대 모든 커플이 알아야 할 31가지 결혼의 진실
안미경 지음 / 갤리온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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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한지도 벌써 한 달이 되어온다. 결혼식장에서의 긴장감과 기쁨, 신혼여행에서의 꿈같은 시간들을 뒤로 하고 이제는 말 그대로 결혼‘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아직까지는 결혼 전 생활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그저 아내가 차려주는 밥을 먹고 한집에 살며 한 이불을 덮고 잔다는 점, 그리고 집안일에 대한 책임감이 더 느껴진다는 점이 달라졌다고나 할까. 물론 그와 같은 변화도 생활에 있어 큰 변화이긴 하다. 한달도 채 안 되었지만 가끔은 ‘이제 내가 정말 결혼을 한 유부남이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으니까 말이다.


지금 나는 무척 행복하고, 결혼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결혼생활이 언제나 지금처럼 달콤하고 행복할 수만은 없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다. 아직도 신혼의 단꿈에 젖어 있기는 하지만, 연애생활과 주위에서의 간접 경험으로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그 사실을 알고 있다. 물론 그래도 항상 이렇게 행복했으면 하는 바램은 계속 가지겠지만...


개인적으로 결혼생활 - 자녀양육을 포함한 가정생활 전반 혹은 협의의 부부관계 - 은 한 개인의 인생에서 개인적인 직업적 성공 등으로 포함한 자아실현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두 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가 사회적인 성공을 위하여 투자하는 시간 및 정열에 비하여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위하여 투자하는 시간 및 정열은 인생에서의 중요성에 비하여 참으로 미미하다는 생각이 든다.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위하여(혹은 성공적인 아빠가 되기 위하여) 의식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는 사회적인 인식이 생긴 것도 비교적 최근이 아닌가 싶다. 서점에서 결혼생활 관련한 책들에 비하여 자기개발이나 리더쉽 관련 서적이 양적으로도 비교가 되지 않는 점이 이를 단적으로 나타내 주는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결혼생활을 위하여 개인이 투자하는 시간 및 정열이 미미한 것은 각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근본적으로 결혼생활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나 성공적 결혼생활을 위한 의식적 노력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하면 좋은 남편이나 좋은 아내가 되는지에 관한 사전지식도 없이 무작정 결혼생활에 내던져진 상황이랄까.


바로 위와 같은 문제의식에서 저자는 오랫동안 결혼생활과 관련한 수많은 상담을 해온 경험과 본인의 일부 경험담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결혼생활에서 꼭 알아야 할 것들을 31가지로 분류하여 써 놓았는데 모든 내용을 우리가 경험하고 공감할 수는 없지만, 그 중 상당부분은 우리가 이미 겪었거나 앞으로 경험할 가능성이 많은, 시댁/처가와의 관계, 불륜, 금전, 이혼 및 재혼, 성격차이 등 일반적인 주제를 담고 있다. 주제는 일반적이지만 주제와 관련된 사례는 무척 구체적이고 각 상황에서 겪는 고통의 원인을 저자 나름대로 분석하였고 그러한 심리적인 분석은 상당부분 공감이 갔다. 그리고 각 사안별로 저자 나름의 추상적이지만 효과적인 해결책을 제시해 놓았다.(결혼생활하면서 겪는 시련에 대한 일반적인 해결책이란 물론 없다. 하지만, 정말 힘든 일이 있을 때의 저자의 개인적인 대처법 - 고통을 직시하는 방법 - 이나 작은 로맨스의 예시 등은 상당히 구체적이고 실질적이다.)


나도 신혼여행에서 돌아와 이 책을 읽으면서 몇몇 부분에서 깊이 느껴지는 바가 많았다. 상대방의 성격 중에 내가 탐탐치 않게 생각하던 부분이 사실은 그로 인하여 내가 누리는 바도 적지 않고 바로 그러한 점 때문에 내가 상대에게 끌렸었다는 점, 변한 것은 상대가 아니고 상대를 바라보는 나의 마음이라는 점 등을 읽고 마치 내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 따끔함을 느꼈다.


물론 잘 몰라서 사람들이 결혼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아무리 이론적으로 잘 안다고 하여도 그것을 실생활에서 실천한다는 것은 아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문제인가를 알고 이를 실천하도록 노력한다면 그래도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지금 이 마음가짐을 계속 간직하며 살아갈 것을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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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6-11-29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신혼 꾸미고 계시겠죠.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부부생활은 늘 한결같아야 하며, 늘 가까이 있어야 내 옆 사람에게 감사를 전해야 한다는 것을...... 저도 벌써 여은이 엄마하고 결혼이 생활이 10년이 넘다 보니 한순간에 사랑보다는 내 옆사람를 많이 이해하고 아껴주며 살아가고 있답니다. 늘 행복하시고 좋은 가정꾸미세요.

외로운 발바닥 2006-11-29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감사합니다. 산타님도 행복하고 따뜻한 가정을 이루고 계실 것 같네요. 항상 지금처럼 행복하시길...
 
민주주의의 민주화 - 한국 민주주의의 변형과 헤게모니
최장집 지음 / 후마니타스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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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최장집 교수가 지난 3년 동안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에 관하여 쓴 글을 모은 것이다. 책 전체의 내용은 우리사회가 절차적 민주주의는 성취하였지만 민주주의가 국민들의 삶에 실질적으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고 그 내용은 크게는 두 부분으로 나누어지는 것 같다. 국내정치적 상황과 민주주의, 그리고 동아시아 평화공동체 구축까지를 포함하는 한반도의 평화에 관한 것이 그것이다.


국내정치적 민주주의의 퇴보

김대중 정부 때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에 성공한 이후 노무현 정부에서는 민주화 세대(소위 운동권 세대)가 국회에도 대거 진출하여 역대 어느 때 보다도 민주화 세력이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정치적 토양이 마련되어 있었지만 현정부는 역량부족을 드러내며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을 민주주의에 대한 절망, 회의로 바꾸어 놓았다. 그 주요 원인으로 저자는 민주화 세력이 기득세력에 대항하여 새로운 헤게모니를 제시하지 못하고 기존의 헤게모니에 포섭, 통합되었으며 정치권에서의 논의가 사회의 다양한 이익의 충돌 및 갈등상황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소모적인 이데올로기 논쟁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대표적으로는 후진적인 정당구조, 민주주의 외부에서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려는 시도 등을 들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우리 사회가 아직도 냉전구조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저자는 노무현 정부가 민주화 세력에 의하여 정권을 창출하고도 역설적으로 가장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신자유주의적인 정책노선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저자의 지적대로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신자유주의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주도적인 헤게모니로 자리 잡아 가고 있음을 의미하고, 현정부는 신자유주의의 거대한 흐름을 맹목적으로 쫓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라는 거대한 흐름을 우리나라만 홀로 역행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우리사회에 맞도록 이를 순화하고 그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여건이 있었는데 이를 방기했다는 저자의 주장은 상당히 공감이 간다.


이와 함께 저자는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는 한미 FTA 협정에 대해서도 우리나라를 신자유주의 체제 속으로 완전히 편입시키는 일이 될 것이라며 비판하고 대안적 개념으로서 유럽식 경제모델을 제시하기도 한다.


민주주의는 통치체제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갈등상황을 전제로 하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민주주의 사회에서 다양한 갈등이 표출되는 것은 바람직하고도 자연스럽지만 현재 정치권에서의 갈등은 이와는 동떨어져 소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저자의 주장에는 동의한다. 그렇지만, 갈등을 합리적이고 서로 공감할 수 있는 규칙 하에서 해결하는 것을 도외시한 채 무조건 갈등의 표출을 장려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저자가 그런 것을 의미한 것은 아니겠지만, 빈발하는 시위와 법보다는 위력에 의존하려는 우리사회의 갈등해결방식에는 분명한 개선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한편 저자의 기본적 문제의식에는 공감하지만 모든 문제 상황을 기득세력 vs 민주화세력(또는 노동자집단으로 대표되는 민중)의 대립구도 속에서 인식하려는 태도는 조금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저자가 기득세력으로 인식하는 한나라당, 거대언론(조중동을 지칭하지 않나 싶다.), 재벌 등이 과거 수십년간 특권을 누려온 기득권층임에는 틀림없지만, 소위 민주화세력이 집권을 하여 행정부의 주요 직위를 차지하고 기업들과도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되면 그들 역시 기득세력이 된 것 아닌가. 이를 반드시 민주화세력이 기득세력에 포섭되었다고 해석해야 할지는 의문이다. 독재정권에 대한 반정부투쟁 경험이 있다고 해서 영원히 변치 않는 역사적 정당성을 부여받은 개념으로서의 민주화세력과 그에 대응하는 집단으로서 타파대상인 기득세력이 저자의 인식처럼 항상 구분될 수 있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동아시아 평화공동체의 구축

저자는 기존의 당위론을 바탕으로 한 통일론에 대하여 평화공존의 우선을 주장한다. 남북한중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에 자신의 가치체제를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강요하는 것이 아닌 각 주권국가의 장기적, 자발적 노력에 의한 평화공동체를 주장하는 것이다.


기본적인 논리 자체는 타당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칫 지나친 가치 상대주의에 빠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물론 이에 대하여 일방적으로 한쪽의 가치를 강요하는 것이라는 순환론적 재반론은 물론 가능할 것이다). 저자가 그토록 강조하는 민주주의의 필요최소한도의 개념조차 갖추지 못하고 주권이라는 개념을 상정하기조차 어려운 북한의 현 체제와 북한 민중들의 삶에 대한 냉철한 인식 및 비판 없이 단순히 한반도에서 남북한이 각 주권국으로서 자신의 가치를 강요하지 말고 자발적으로 민주화를 추진하며 평화공동체를 이루자는 주장은 자기 모순적이고 너무 무책임하지 않은가 싶다. 


동아시아 평화공동체에 관한 논의는 동아시아와 유럽공동체간 상황의 차이, 동아시아 공동체 구성을 위한 현 담론이 가지는 한계(기능적 이론구성의 한계 및 정치적 결단의 필요성) 및 극복과제, 그리고 이를 위한 일본의 선택 등을 체계적으로 잘 분석해 놓았다. 저자의 지적대로 한국, 일본, 중국간 규모 및 경제발전단계에 있어서의 비대칭성, 그리고 일본의 쉽지 않은 정치적 결단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 같다. 아직은 문화 및 경제적 차원에서의 논의에 그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우리도 유럽공동체와 같은 한반도 평화의 토대가 되는 동아시아 공동체를 이룰 날을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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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6-11-29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 읽어 보았는데 상당히 날카롭게 최장집 교수가 지적을 하고 있더라구요. 이 책 읽으면서 상당히 많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과연 우리 나라에 민주주의화가 제대로 뿌리박혔는가를요. 좋은 리뷰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잘 읽고 갑니다.

외로운 발바닥 2006-11-29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는 최장집 교수의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가 더 낫다고 생각하지만 이번 책도 생각할 꺼리를 많이 던져주는 것 같습니다.
 
무한시장 FTA
이창우 지음 / 다만북스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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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무역현장에서 활동하는 기업가(?)가 쓴 소위 친FTA 서적이다.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내가 ‘낯선 식민지, 한미 FTA'라는 책을 읽고 한미 FTA에 대하여 부정적인 시각을 갖게 되어 FTA 체결을 찬성하는 책을 읽음으로써 한미 FTA에 대한 나의 시각을 어느 정도 중립화시키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 책은 한미 FTA에 관한 글은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이 찬성하는 것은 한미 FTA를 포함한 FTA 일반이니, 이 책을 한미 FTA를 찬성하는 입장의 책으로 봐도 틀린 말은 아니겠다.


이 책에서 저자가 하고자 하는 바는 간단 명료하다.

우리나라는 경제의 상당부분을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 전세계는 양자간 무역협정인 FTA 체결을 서두르고 있고, FTA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 대하여는 보복관세를 부과하여 FTA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는 대외경제에서 차별을 받게 된다. → 우리나라가 FTA 체결을 서두르지 않으면 국가경제적 위기에 처할 것이다.라는 논리다.


일견 타당한 논리다. 우리나라 경제에서 수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우리경제가 급격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것도 수출주도형 경제정책 때문이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또한 전세계가 FTA 체결을 서두르고 있고 FTA가 자유무역협정이라는 말과는 정반대로 FTA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 대하여 차별조치를 취하는 결과를 가져와 우리나라와 FTA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서 우리 기업들이 큰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다는 점 또한 사실이다.


그렇지만, FTA 체결을 서두르면 우리와 FTA를 체결한 국가들을 모두 우리의 시장으로 삼을 수 있고, 하면 된다는 자신감으로 열심히 노력하면 국민 개개인의 능력이 뛰어난 우리나라가 FTA라는 무관세 시장에서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는 논리는 지나치게 단순한 낙관론이 아닌가 싶다. 할 수 있다는 긍정적 사고와 노력만으로 모든 것이 가능하다면 정말 세상은 훨씬 더 공평했을 것이다. 하지만 FTA 체제가 이미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선진국에게는 유리하지만 아직 그러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대다수의 개도국에게는 무척이나 불리한, 그리하여 개도국이 영원히 개도국의 위치에서 벗어날 수 없게 만들 수도 있는 신제국주의적 측면(물론 이 부분에 대하여는 논란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FTA 체제가 완벽하게 공평하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고 그것이 불공평하다면 이익을 보는 쪽은 개도국이 아닌 선진국이라는 사실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을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을 저자는 전혀 인식하고 있을까? 저자가 FTA 체결에 온 국민이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주된 근거 중 하나가 우리가 FTA 시장을 선점하여 선발주자로서의 이점을 살리자는 것이다. 그런데 경제 각 분야 - 특히 각종 고부가가치 산업들 -에서 선진국이 선발주자로서 가지고 있는 경쟁력의 절대적 우위가 우리의 긍정적 사고와 노력으로 쉽게 극복가능한 것이라면(절대 그렇지 않겠지만...) 굳이 FTA 시장에서 선발주자가 될 이유도 없을 것이다.(저자의 주장을 논박하는 순서가 약간 뒤틀린 것 같다. FTA 시장을 선점하자는 저자의 주장이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FTA를 체결한다고 해서 저자가 생각하는 것처럼 장밋빛 미래가 펼쳐지기는 쉽지 않다는 말이다.)


저자는 나름대로 무역현장에서 상당히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사람인 것 같다. 책 중간에 꽤 참신한 아이디어도 몇몇 발견할 수 있었다. FTA를 체결하는 것이 수출주도형 우리경제에 어느 정도 불가피한 면이 있다는 점에서 저자의 주된 주장에 공감은 하지만, 우리가 어떤 나라와 FTA를 체결하는가에 따라 발생하는 차이(예컨대 칠레와의 FTA와 한미 FTA는 그 성격과 파급효과가 근본적으로 다를 것이다.), FTA를 체결한 데 따른 부작용의 극복방안(무한경쟁체제로 돌입하는 상황에서 그에 맞는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도태될 것이라는 말은 결국 ‘힘들겠지만 알아서 잘하라.’는 말과 무엇이 다른가...) 등에 대한 인식의 부재는 이 책의 근본적 한계일 수밖에 없다.


ps) 이 책을 추천하는 분은 바로 다름아닌 현재 한미 FTA 체결을 막후 지휘하고 있는 김현종 대외교섭본부장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미 FTA 협상결과가 더욱 걱정되는 것이 기우에 그쳤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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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6-10-20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읽었습니다. FTA 협상결정을 대한민국 한 국민에 입장에서 반대해야 할지 아니면 반대해야 할지 아직도 잘 모르겠네요. 주말잘보내시고 좋은하루되시기를 바랍니다.

외로운 발바닥 2006-10-21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쉽지 않은 문제죠. 각자 자기의 입장에서 주장하니까요. 전 반대쪽의 책을 먼저 읽어서 그런지 일단 반대 입장입니다. 하지만 반대쪽의 논거가 모두 공감이 가는건 아니죠. 물론 찬성쪽의 논거는 더 두리뭉실하고 알맹이가 없긴 하지만 말이죠. 자주 방문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산타클러슬리님 - 이렇게 부르는 거 맞죠? - 결혼식 끝나고 나면 저도 산타클러슬리님 서재도 자주 방문하고 열심히 활동할께요. 그때까지만 좀 이해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