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던 생각 - 대중을 사로잡은 크리에이터의 창작 비결
양유창 지음 / 더난출판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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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자마자 어떤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려있는지 궁금했다. 가장 먼저 본 것은 마지막 인터뷰, '퍼엉'이라는 이름을 쓰고있는 디자이너의 글이었다. 내가 그 이름을 처음 들었던 것은 어느 광고에서였다. '퍼엉'이라는 이름의 작가가 우리나라 말고 다른 나라에서도 인기가 있다는 네이버 광고. 그 광고를 보고 스티커를 보게 되었다. 블로그나 카페에 쉽게 붙여 감정을 나타내는 스티커. 그녀의 그림들은 갈색톤의 부드러움을 담고 있었다. 처음 본 것으로도 충분히 만족감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래서 그녀의, 디자이너로써의 생각들이 어떤지가 궁금했다.

 

두번째로 읽었던 글은 아무래도 요즘 가장 핫한 피디. 나피디 나영석의 글이었다. 그는 이미 그 이전부터 유명했다. 국민예능이라는 '1박 2일'을 만들었고 그 이후 '삼시세끼'와 '꽃보다' 시리즈를 통해서 각종 새로운 예능을 만들어 내고 있는 그. 그를 쫓아다니는 것은 아니지만 그가 만든 프로그램은 믿고 보는 재미가 있다. 그래서 믿고 쫓아다니면서 본다. 모든 프로그램을 다 보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최근 아이슬란드 편을 거쳐서 꽃보다 청춘 - 아프리카 시리즈를 재미나게 보고 있다.

 

보통 사람들 같으면 그냥 가서 데려가도 충분할 일을 그는 2달전부터 계획했다. 철저하고 꼼꼼했다. 한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 하는 그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건 잠시 잠간의 순간이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위해서 부지런히 쫓아다니는 것이다. 그의 집념이 결국은 재미난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피디를 꿈꾸는 것도 아니고 프로그램 제작자도 아니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그의 생각이 궁금했다. 그리고 알고 싶었다. 백프로 충족은 아니지만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반가왔다.

 

[세상에 없던 생각]이라는 제목을 가진 이 책에는 미생의 작가, 윤태호를 비롯해서 각 분야에서 새로움을 개척한 사람들의 인터뷰가 실려있다.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고 어떻게 하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를 인터뷰한 글을 모아 놓은 것이다. 앞부분에는 그 사람들의 이력을 설명하고 있어서 더욱 자세히 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각 인터뷰가 끝난 후에는 그들의 창작비결을 간략하게 요약하고 창작을 위한 노트를 덧붙여 놓는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발명도 일종의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인데 여기에 실린 열명의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분야에서 새로운 것을 계속 발명해 내고 있는 발명가들과 다름이 없었다. 새로운 책을 만들고, 새로운 방송을 만들고, 새로운 그림을 만들고, 계속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어서 그것을 원하는 사람들의 니즈를 충족시켜야 하는 것이다.

 

사람이라는 것이 어떻게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궁금하다면 이 책을 참고로 할 일이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알아야 나 또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있으니까 말이다. 어떤 분야이든 새로움을 추구한다는 것은 늘 어렵다. 내가 그런 일에 종사하지  않는 것이 다행이라고나 할까. 그러고보니 새로 도와주는 일은 책을 만드는 일이다. 끊임없이 새로움을 갈구하는 독자들의 니즈를 충족시켜야만 한다. 다음에는 어떤 책을 찾아서 새로움을 갈망하는 독자들을 위해줄 것인지 찾아야 한다. 이것 또한 만만치 않은 일임에 틀림없다. 이 세계에 뛰어든 나를 응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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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6.3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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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한 이해인 수녀님의 글이 반갑다. 지난주만 하더라도 움베르트 에코와 하퍼리 두 명의 작가를 또 보냈다. 살아가면서 내가 알던 사람들이 하나씩 떠나간다는 것은 나조차도 같이 그 시간의 흐름속에서 늙고 있다는 신호 같아서 마음이 울적해진다. 그래서 살아있는 자들의 글들은 더욱 반갑다. 이해인 수녀님의 글은 깔끔하다. 인공조미료가 없이 자연의 맛을 담은 음식 같은 맛이다. 별달리 나보다 더 뛰어날 것도 없이 쓴 것 같은데 나는 그렇게 쓰지를 못한다. 마음을 비우는 연습이 부족한 듯 하다.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새 책을 낸 '지대넓얇'의 저자 채사장과의 인터뷰도 반갑도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는 김정운 작가의 이야기도 읽을수 있다. 또한 반가운 것은 30주년을 맞은 부활의 리더 김태원의 모습이다. 여전한 그의 모습은 부활의 건재를 말해준다. 벌써 10대 보컬이라는 그들의 보컬. 하나같이 다 멋진 목소리를 가진 사람들이다. 그가 쓴 곡들은 하나같이 다 따스함을 안겨준다. 그의 인터뷰 기사를 보고나니 부활의 음악을 다시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음반을 찾는다.

 

특히 관심을 끌었던 것은 이화여대의 캠퍼스복합단지였다. 내가 알던 그 이대의 모습이 아니었다.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해 버린 학교. 아마도 내가 졸업한 학교를 가도 그렇지 않을까. 우리 학교도 그리고 이대도 발전한 모습이 내가 알던 학교가 아니어서 아쉽기도 하고 새로운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놀라게 되기도 한다. 이대에 그렇게 중국사람들이 관광을 많이 온다고 하던데 중국인이 아닌 나도 한번쯤은 구경가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공간이었다.

 

이번호 특집 주제는 처음 그 느낌처럼. 왠지 신승훈의 노래를 생각나게도, 이소라의 노래를 생각나게도 하는 제목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주제를 보자 내가 처음 했던 운전이 생각났다. 면허를 한국에서 땄지만 대중교통이 발전한 한국에서는 운전을 하지 않고 외국에서 처음 운전을 했다. 한국과는 방향이 다른 곳이라서 오른쪽 운전석인데 그 차가 처음이었으니 헷갈릴 일은 없었다. 넓디넓은 쇼핑몰 주차장에서 동생의 도움으로 후진연습을 하고 집 근처 골목길을 돌아서 처음 도로로 나갈때의 느낌을 기억한다.

 

동생과 다투고 난 후 무작정 차를 끌고 나갔다가 차폭 조절을 잘못해서 다리를 건너면서 난간에 닿으며 지나가면서 불꽃이 튀겨 혼자서 당황했던 적도 있다. 결국 그날 온갖 고속도로를 거치면서 주유소마다 길을 물어서 겨우 집에 돌아오기는 했지만 이제는 화가 난다고 해서 무작정 차를 끌고 나가지는 않는다. 운전이 익숙해진 지금도 말이다. "처음" 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새로운 느낌을 준다. 어느정도 익숙해진 내 운전을 보면서 처음 그 날을 기억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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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우체국 - 황경신의 한뼘이야기
황경신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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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작가의 책이 한 권 더 있다. 국경의 도서관. 크기도 모양도 똑같은 두 권을 나란히 세워 놓고 보다가 제목을 바꿔보았다. 국경의 우체국, 초콜릿 도서관. 딱 맞아 떨어지면서 의미도 통한다. 두 권은 혹시 이런 제목으로 지어지려고 생각을 했던 것도 아닐까.

 

처음 접했던 황경신 작가의 책은 [토끼처럼 귀를 기울이고 당신을 들었다]라는 아주 긴 제목의 에세이였다. 분명 에세이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 들어있는 글들은 난해해서 나는 몇번이고 다시 읽어야만 했고 곱씹어야만 했고 글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파악하려고 애써야 했다. 그렇게 작가와의 첫인상은 끝났다.

 

두번째 책인 [국경의 도서관]. 첫번째 책을 그렇게 싸워가며 읽어댔으니 기대감이란 없었다. 기대감 제로에서 읽는 책은 원래 생각지도 못한 즐거움을 주는 법이다. 여러가지 아주 짧은 단편으로 이루어진 국경의 도서관은 때로는 말도 안되는 황당한 이야기로, 때로는 여러번 고개를 끄덕거리게 하는 공감으로 넘쳐났고 한, 두장 밖에 되지 않는 단편보다도 더  짧은 이야기로 부담없이 읽는 재미를 주었다.

 

[초콜릿 우체국]은 내가 읽는 황경신 작가의 세번째 책이다. 부제가 국경의 도서관과 같다. 38개의 진실된 이야기와 순수한 거짓말. 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이야기는 얼핏보면 국경의 도서관의 연장이라 할 정도로 닮아 있다. 비단 겉표지 뿐 아니라 속의 내용까지도 말이다. 아마도 작가는 이런 종류의 글을 아주 여러편 썼는지도 모르겠다. 한권으로는 내기 어려워서 두권으로 나누어서 내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이야기가 너무나도 흥미로와 한번 손에 잡으면 그 이야기 속에 풍덩 빠져버리고 말게된다. 때로는 우화같으면서도 때로는 동화같기도 그리고 때로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 같기도 한 글.

 

봄의 공기 속에는 마약 성분 같은 것이 있어, 멋도 모르고 그걸 마셔버린 내가 자아를 잃어버리고 스르르 이곳으로 끌려왔다, 것이 더 정확할 수도 있다.(40p) 곧 봄이 온다. 공기는 이미 완전히 차갑지는 않다. 겨울 내내 두르고 있던 목도리를 벗어 두었다. 아직 장갑은 끼고 있지만 곧 봄이 온다. 봄의 공기 속에는 정말 마약 성분같은 것이 있을까. 봄이 되면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 준비중이다.

 

이를테면 카레라이스가 노랗지 않고 푸르다거나, 사과가 빨갛지 않고 하얗다거나, 그의 집 앞에 피어난 목련꽃이 하얗지 않고 파랗다고 했다.(86p) 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색을 가지고 있다. 과학적으로 보자면 여러색을 지니고 있는 광선이 반사되는 각도가 달라서 우리 눈에 보이는 컬러는 하나라고 했던가.

 

본문속의 이 친구는 실연의 상처로 인해서 연속적으로 한 행동이 복합적인 작용을 일으켜 사물의 색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이 자신만의 색으로 보이지 않는다면 어떨까. 파란 목련은 왠지 이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푸른 카레라이스는 왠지 맛이 없어 보일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다. 사물을 꼭 한가지 색으로 보는 것도 일종의 선입견이려나.

 

레몬에이드처럼 시고 달콤한 슳픔은? 덜익은 포도처럼 시금털털한 슬픔은? 물감처럼 떫은 맛의 슬픔은? 혹은 푹신한 솜이불처럼 부드러우면서 애틋한 슬픔은?....라는 식으로.(113p) 감정에도 종류가 있을까? 작가가 나열한 이런저런 종류의 슬픔 말고도 아픔이나 기쁨에도 종류가 있을까?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나는 경우가 있고 슬퍼서 나는 눈물, 감동해서 나는 눈물, 웃어서 나는 눈물처럼 여러 종류가 있는 눈물처럼 정말 감정도 종류가 있다면 내가 가끔 느끼는 슬픔은 어떤 말로 표현해야 할까. 이왕 느끼는 슬픔이라면 절절하고 가슴 아픈 그런 슬픔이 아닌 부드럽고 또는 달콤한 슬픔이었으면 좋겠다. 아니 태초에 세상이 만들어질때 슬픔이나 고통처럼 아픈 감정은 없었으면 좋았을텐데 말이다.

 

저마다의 특색을 자랑하는 글들이 모여서 이 한 권의 책을 만들어 내고 있다. 초콜릿처럼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맛을 가지고 있는 책. 달달함을 주어서 책에 푹 빠지게 만들어 버리고는 그 행간 사이에 씁쓸함을 첨가해서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묘한 맛을 느끼게 하는 책. 한 권의 책 속에서 여러가지 맛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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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너리스 2
엘리너 캐턴 지음, 김지원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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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면 이 책은 결코 읽기 쉬운 책은 아니다. 일단 1권을 읽었을때만 해도 그러했다. 우리와는 별 상관없는 별자리가 등장을 하고 그 별자리의 이야기가 각 장마다 나오며 그 말들은 약간은 철학적이기도 하고 범위가 넓어서 이해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열두명이나 되는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외워야했고 각 인물들이 어떤 상황에서 호키티카에 왔는지 알아야 했다. 그러면서 누가 죽였는지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해결해야했고 사라진 시테인스는 대체 어디있는 것인지 궁리를 해야했다.

 

하지만 이런 반전이 있을 줄 몰랐다. 고난 끝에 낙이 온다고 첫 권을 힘들게 읽어내었다면 이제 그 기쁨을 맛 볼 차례이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전혀 모르고 펴든 2권은 그야말로 순식간에 읽혔다. 아주 잘 술술 나가는 책은 1권과 2권이 같은 책인지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아마도 이미 등장인물을 다 알고 있고 또한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 그리고 각 사람들이 어떻게 엮여 있는지를 다 파악하고 난 이후였기 때문에 그랬을 것 같다.

 

이제는 안 좋은 인상이 바뀐다. 초청이 늘어나고, 과거가 진행되어 현재의 시간과 만난다.- 같은 말들이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좀 더 자세한 설명들이 나타난다. 각 장의 밑에 한 두문장씩 쓰여져 있던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것이 이 장의 '요점정리'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오히려 그것만 보는 것이 더 이해가 빠르다는 것도 알게 된다. 모든 것을 한발자국 떨어져서 보는 듯한 느낌이다. 그림을 코앞에 대고 보아서 그냥 물감덩어리들만 보였다면 이제는 뒤로 물러나서 큰 그림을 제대로 이해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작가의 능력이 다시 평가되는 시간이다. 딱 1권만 읽고 덮었다면 그냥 묻혀둘 뻔 했다. 내 기억속에서 작가의 이름을. 이제는 확실히 각인이 된다. 예사로 상을 받은 작품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사건이 빠르게 전개가 된다. 각 사람들에 얽힌 이야기가 어디서부터 얽혔는지 과걱와 현재를 오가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딱히 과거와 현재를 구분하는 말을 붙여주지는 않지만 상황을 보면 알 수 있도록 구성해두었다. 창녀인 안나가 왜 그렇게 되어야만 했었는지 그 이면에 어떤 음모들이 도사리고 있었는지 웰스의 죽음으로 나타난 미망인과 카버와의 관계는 어떠했는지 복잡하게 꼬여 있는 실들이 하나씩 제자리를 찾아서 풀려가듯이 이야기는 술술술 풀려간다.

 

타우웨어가 스테인스를 웰스의 오두막에서 찾아내면서 이야기는 더욱 가속도를 붙인다. 총상을 입고 쓰러져 있던 그는 도대체 사람들이 죽었다고 의심을 할 뻔까지 한 기간동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인가. 그가 돌아오면서 금과 돈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들을 제자리를 찾게 된다. 그리고 그 이면에 숨겨진 사람들의 지독한 돈에 대한 열망까지도 감지할 수 있다.

 

양자리는 집단적인 관점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황소자리는 주관적인 태도를 단념하지 않을 것이다. 쌍둥이자리의 규칙은 배타적이고, 게자리는 원인을 찾고, 사자자리는 목적을 추구하며, 처녀자리는 계획을 바란다. 하지만 이것들은 제각기 진행되는 일들일 뿐이다. 12궁의 두번째 행동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250p)

 

이 책의 가장 독특한 특징을 꼽으라면 각장마다 동그란 표가 있고 그 곳에서 별자리가 표시되어 있다는 점이다. 자세히 비교를 해보면 각 장마다 사람의 특징이 바뀐다. 그리고 각 장마다 그 별자리들의 특성을 이야기하면서 전체의 이야기를 요약하고 있다. 별자리를 신봉하지도 않고 재미삼아 보는 적도 잘 없고 하다못해 오늘의 운세나 점도 믿지 않는 나이지만 이런 본문을 읽으니 내 별자리에 대한 이야기는 어떤가 하면서 한번쯤은 관심을 가지게 된다.

 

옅은 안개가 바다에서 피어올라 항구 끝부분을 가렸고 내륙이 좁아지다가 거의 점처럼 변하면서 언덕은 파래지다가 보랏빛으로 변했다. 해는 아직 동쪽에 낮게 걸려서 물 위로 한 줄기 노란빛을 뿌렸고, 서부 해안의 바위를 오렌지색으로 물둘였다.(389p)

 

생각만 해도 아름다운 뉴질랜드. 지금도 아름답지만 아마도 이 당시는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아서 더욱 자연스러웠을 것이다. 그냥 우거진 숲들로 가득 차기도 했을 것이고 말이다. 어딜 봐도 바다와 숲이 있는 곳이 뉴질랜드이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 가보고 그 넓은 하늘에 반했던 것 처럼 이 당시의 묘사는 정말 아름답다. 원서에는 어떤 단어를 써서 설명하고 있는지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어떤 영어단어를 써서 이토록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는 것일까.

 

두권으로 구성된 긴 분량의 금을 찾아 뉴질랜드로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 역시 이런 책은 앞부분은 꼼꼼하게 읽어서 일단 바탕을 마련해두고 그런 이후에 달려가는 재미를 누려야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솔직히 1권보다 2권이 더 두껍게 편집이 되었고 내용도 더 많다. 하지만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 오히려 2권이 훨씬 더 읽기가 편하다. 길다 하더라도 말이다. 아마도 바탕을 든든히 세워뒀기 때문이라고 생각되어진다. 1권이 조금은 어렵다고 결코 포기하지 말지니 2권부터는 마구 달리는 속도감을 즐기게 될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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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루미너리스 1 루미너리스 1
엘리너 캐턴 지음, 김지원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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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 있어서 두번째란 항상 부담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데뷔작이 큰 인기를 얻었다면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가수들이나 배우들도 자신의 첫번째 작품이 크게 잘 되었을 경우 두번째를 망쳐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책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일까. 자신의 데뷔작을 내고 두번째 책을 내는 기분은 어떨까.

 

얼마전 일본작가의 두번째 책을 읽었다. 첫 책에서 통통튀는 모습을 보여주던 작가의 글은 여전히 발랄했지만 감동을 담고 있었고 깊이가 있어졌다. 오히려 두번째 책이 더 좋았다. 이 책 또한 작가의 두번째 책이다. 데뷔작인 '리허설'을 내고 주목을 받기 시작한 작가는 두번째 책인 이 책으로 맨부커상 최연소 수상자가 되었다. 그만큼 요즘엔 데뷔작의 부담을 떨쳐버리고 더 멋진 작품을 쓰는 작가들이 많아진 것이라는 것이라 생각되어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연상되어지는 한 권의 책이 있었다. [황금방울새] 두권으로 이루어진 점도 비슷하고 과히 많은 분량으로 독자들을 압도한다는 사실도 비슷했다. 장르소설인줄 알았으나 읽다보면 그것이 아니라는 사실 또한 비슷하다. 물론 읽혀지기는 몰입도가 있으나 딱히 서평을 쓰기가 참 애매하다는 것도 닮아 있다. 대부분의 문학작품들이 그렇듯이 말이다.

 

하나의 사건은 꼬리를 물고 연속적으로 이어진다. 18600년대, 한 명의 젊은이, 무디는 금을 찾아서 뉴질랜드 땅에 도착한다. 그는 아무 생각없이 호텔 휴게실에 잠시 들르게 되는데 그것이 이 이야기의 시작이다. 그곳에 모여있던 12명의 남자들.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부족의 남자도, 중국인도, 그리고 또한 유럽인들도 있는 다국적 남자들. 그들은 서로 안면이 있는 사람들일까. 그곳에 무슨 이유가 있어서 모인 것일까, 아니면 그저 금을 찾아서 다들 한가지 목적으로 그곳에 와서 우연히 그 곳에 있게 된 것일까.

 

무디를 향해 다가오는 한명의 남자. 그는 작정한 듯이 자기가 총대를 매는 심정으로 무디에게 말을 걸었을 것이다. 그러면서 한명씩 그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인다. 알고보면 그들은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서 연결된 관계였는데 그들은 어떤 일들이 있었던 것이고 왜 그곳에 무슨 목적으로 모여 있었던 것일까. 실종된 한 의 남자와 자살하려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을 알 없는 한 명의 창녀, 그리고 살해된 한 남자의 집에서 발견된 많은 양의 금. 이 모든 것은 금을 빼고는 생각할 수가 없는 듯 하다.

 

만약에 지난주에 이 모든 난리법석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고 나한테 물어봤다면, 난 그 유대인이라고 했을 거야. 어제 물어봤다면 미망인이라고 했겠지. 오늘 오후에 물어봤다면 중국인이라고 했을거고. 그런데 지금은? 글쎄, 그 창녀에게 망할 놈의 돈이라도 걸겠어.(470p)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금을 찾아서 모여드는 곳이 바로 그 곳이다. 그러니 사건, 사고도 많지 않았을까. 유대인, 살해당한 사람의 미망인, 그리 많지 않은 중국인들이 모여있지만 차이나타운까지 형성하고 있는 중국인, 거기에 남자들이 있는 곳이라면 빠질 수 없는 창녀까지. 이 모든 일의 구심점은 대체 어디 있는 것이며 그 곳에 모인 딱 열 두명의 남자들, 무디까지 더하면 열 세명의 남자들은 이 사건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 것인가. 13이라는 숫자는 서양에서 좋지 않은 불길한 숫자라고 여겨진다. 그런 불운을 이겨내고서 모든 일이 제대로 다 해결될 수 있을까.

 

호키티카. 그 단어의 의미는 알았지만, 번역을 하기는 어려웠다. 영어와 마오리어 사이에서는 종종 그런 경우가 생겼다. 한쪽 언어의 단어가 다른 언어에 정확히 대치되는 것이 없는 경우다.(157p)

지금은 어느 마오리족이라 하더라도 능숙하게 다 영어를 하지만 이 때 당시는 그렇지 못했던 듯 하다. 그래서인지 타우웨어라는 마오리의 말은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문맥이 끊기거나 짧은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마도 외국어를 공부해 본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느꼈을 그런 감정. 나는 그뜻을 알지만 그것을 정확히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기 어려운 단계, 그래서 번역은 외국어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어를 잘하는 것도 더욱 중요하고 했던가. 다른 사람에게는 그냥 넘어가는 문장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유독 내게는 아주 공감을 크게 했던 문장으로 남아 있는 부분이다. 이제는 모든 사건의 정황을 다 구성했으니 사건을 해결하러 넘어가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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