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과 장군
이붕우 지음 / 샘터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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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원하는 꿈을 이룬 사람은 몇이나 될까. 어린 시절 꿈은 정말 허황되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하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꿈은 남자아이들이라면 누구나 가져보는 꿈이기도 했고 여자아이들은 공주가 되는 꿈을 꾸기도 했었으니 말이다. 그런 말도 안되는 꿈들은 철이 들고 세상을 알아가면서 조금씩 바뀌기 마련이다.

 

요즘 아이들은 예전에 비하면 참  꿈이 없는 편이다. 너무 일찍 철이 들었다고나 할까. 공부를 하는 것이 꿈과 전혀 상관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일까. 고등학생들은 성적에 맞춰서 어딘가 아무데나 가겠다고 하는 애들을 많이 보는가 하면 초등학생들은 어렸을때 꿈을 가져봐야 아무 쓸모가 없다는 소리를 하기도 한다.

 

이 책의 저자는 버스 운전사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이불로 버스를 만들어 놓고 베개를 핸들 삼아서 여기저기를 다니는 놀이를 하곤 했었으니 말이다. 정작 자신의 꿈대로 이루지는 못했지만 자신의 꿈을 가질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공부를 하기를 원했고 그 결과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자신이 원하지는 않았지만 군입대의 길로 접어들었고 친구와 함께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그 이후로 소위를 거쳐 장군에 이르게 되었다.

 

엄마의 사촌 오빠가 장군이셨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장군이라는 계급에 대해서 남들보다는 많이 들은 편이다. 그 계급이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라는 소리도 들은 것 같고. 군대라는 것이 남자들은 다 갔다 오는 곳이기는 하지만 그것을 직업으로 삼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군다나 특수직업에 속하는 그 직업은 목숨의 위험도 달려있는 3D직업중 하나라고 볼 수도 있다.

 

그냥 일반 장군이었다면 책으로 엮을 내용이 적었을 수도 잇겠다. 저자는 국방부 장관의 연설문을 담당하기도 하고 공보참모로 일하기도 했었으며 공보과장 및 부대변인을 거쳐 공보실장으로 근무하였다. 즉 국방부의 입이라 할수 있는 핵심적인 존재였다. 그 단체 자체를 대변하는 일은 아무래도 어려울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군이라는 특수한 환경의 일을 말하는 것은 말이다. 어디까지 기사화 되고 어디까지 비밀에 부쳐야 하는지 정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무엇 하나라도 더 캘내려는 기자들과의 눈싸움, 기싸움도 마찬가지이다. 기사꺼리를 찾아서 초년 기자들은 경찰서에서 밤을 지새기도 한다고 들었다. 아마도 군에 관한 기사를 쓰는 것은 그보다 더하면 더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특히 병영내에서 일어난 총기사건이라더가 북한군의 도발이라던가 하는 큰 사건이 일어나면 더더욱 바빠지는 것이 그의 일이었다. 우리가 단지 기사로만 접했던 사건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이 책을 통해서 조금이라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오랜 기간 군에서 근무한 사람인만큼 이야기 꺼리가 넘쳐난다. 연대기순으로 정리하기보다는 하나의 타이틀을 주고 그 타이틀에 맞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식으로 편집되었다. 각 제목 밑에는 연도를 표기해 놓아서 몇년도에 일어난 일인지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헷갈리지 않는다. 아주 오래전 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지금은 자연인의 신분으로 돌아간 그의 모습까지도 여러 면면들을 볼 수 있어서 흥미로운 이야기가 되었다.

 

자신이 원하던 원하지 않았던 군인으로써 살아온 그의 인생이 이제 2부를 시작하려고 한다. 그의 앞길에 행복한 일들만 가득하길 독자의 한 사람으로써 바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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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우라 사진관의 비밀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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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우리집엔 일제 미놀타 카메라가 있었다. 커다란 하나의 렌즈가 달려있는 일안미놀타. 아빠전용 농장에 들어있던, 어딘가로 놀러갈때면 아빠 어깨에 메여 있던 사진기. 필름을 넣고 일일이 손으로 돌려서 감아야 하고 한 장을 찍고 나면 수동으로 다음장으로 넘겨줘야만 한다. 그만큼 사진기는 크고 비싼 사치품이었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그 이후 필름만 넣으면 전자동으로 감기는 카메라를 거쳐 지금은 필름도 필요없는 디카에 누구라도 다 가지고 있는 핸드폰 카메라까지 이제는 그냥 필수품이 되어 버린 카메라. 그런 사진에 엃힌 이야기가 하나도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미카미앤은 그런 소재를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어 내었다.

 

우리 주위에 누구라도 가지고 있을 법한 소재들 - 비블리아 고서당 때는 책이었다면 이번에는 사진이다. 고서를 중심으로 해서, 헌 책방을 배경으로 해서 이야기를 그려내었다면 이번에는 사람들이 찾아가지 않은 미수령 사진을 중심으로 해서 문을 닫은 사진관이 배경이 되고 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후 운영하시던 사진관을 정리하러 온 마유. 엄마와 함께 오기로 했지만 엄마는 일을 핑계로 오지 않고 그녀는 결국 혼자 정리를 시작하지만 우연히 보게 된 한장의 사진으로 인해서 아키타카를 만나게 되고 그와 함께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한다. 주된 이야기는 아무래도 미수령 사진들이다. 사람들이 신청을 해놓고 찾아가지는 않은 사진들. 그 사진들을 보면서 주인을 찾아줘야 하나 망설이던 그들에게 사진의 주인들이 나타나게 되고 그 사진에 대한 이야기들이 펼쳐지게 된다.

 

마유는 루이를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두 사람은 자라온 환경이나 풍기는 분위기가 묘하게 비슷했다. 마유가 아키코와 함께 있을때 마음이 편했던 건 바로 그런 까닭이었을지도 모른다.(145p)

 

사진을 전공했지만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서 다른 친구의 인생을 망쳤다고 생각한 마유는 더이상 사진에 관심에 없고 사진을 찍지도 않는다. 시간이 지난 지금, 다시 그를 만난다면 마유는 그에게 자신의 잘못을 말할 수 있을까. 화해를 청할 수 있을까.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아키타카도 중요하지만 오래전 자신의 실수로 인해서 잃어버렸던 친구 루이를 만나는게 지금은 더 급하다. 루이를 만난다면 그에게 마유는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지금은 모든 사건의 전말을 알고 있으니 내가 한 것이 아니라고 정확하게 말할 수 있을까.

아니 사진을 찍고 올린 건 나였으니까 일단은 내 잘못이 크다고 그래서 미안하고 사과할 수 있을까. 그렇게 사과한다면 루이는 과연 그 사과를 받아줄까. 힘들었지만 결국은 마유였기 때문에, 그녀의 부탁이기 때문에, 자신의 인생 노선도 바꾸었던 그였다. 루이는 마유를 사랑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다 틀어져버린 인생들이 다시 만나다면 한명은 그로 인해서 치유를 받고 다시 자신의 마음을 가다듬고 또 다른 한명은 그로 인해 마음에 짐덩어리처럼 눌러져있던 고민을 내려 놓을 수 있을까.

 

[비블리아 고서당]과도 비슷한 분위기가 나고 [추억의 시간을 수리합니다] 하고도 비슷한 분위기가 난다. 일상 미스터리라는 분야 자체가 전반적으로  다 비슷한 분위기가 나는 것일수도 있다. 소재만 다를뿐 삶은 비슷하기 때문일까.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쫓는 이야기. 비슷하지만 새로운 소재를 만나면 또 새롭다. 그게 이 장르의 매력이 아닐까.

 

우리의 삶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라 담담하니 솔직하게 그리고 담백하게 그려내는 깔끔한 맛. 온갖 화학조미료로 맛을 내지 않은, 조금은 심심한 듯이 느껴지는 그 맛이 바로 이 책을 읽는 하나의 이유가 될 것이다. 루이를 만난 마유. 둘은 또 어떤 이야기를 보여줄까. 다음 이야기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왠지 시리즈로 죽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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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6.7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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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워지고 있다. 누가 뭐래도 더운 날씨엔 바다가 생각나기 마련. 월간 샘터에서는 당연하다는 듯이 푸른 빛깔의 바다와 파도를 연상시키는 표지를 앞세운 7월호를 내놓았다. 얇고 시원하고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잔뜩 들어있는 한 권의 책은 여름 휴가철에 딱이다. 다른때보다도 더욱 말이다. 두꺼운 책으로 마음을 달랠수도 있지만 복잡한 것이 싫다면 이거 하나면 충분하다.

 

이번호 특집 이야기는 지난 5월 영면에 드신 샘터를 창간한 김재순 고문의 이야기이다. 그는 애시당초 왜 이런 잡지를 발간하게 된 것일까. 1969년 국제기능올림픽 한국위원회 회장으로 취임한 그는 기능공들을 만나보니 전부 비관적인 이야기와 자기 연민뿐이더라는 것을 알고 자신감와 자긍심 그리고 자기애를 살려줄 방법을 찾고자 하다가 이 샘터를 만들어 내었다고 했다.

 

70년 처음 나온 샘터의 캐치프레이즈는 평범한 사람들의 행복을 위한 교양지였다. 그가 처음 세웠던 그 캐치프레이즈대로 샘터는 사십여년이 지난 지금도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싣고 있다. 자신들의 이야기가 글로 바뀌어서 잡지에 실리는 즐거움은 겸험해 본 사람들이라면 꽤 짜릿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또 그 즐거움을 맛보기 위해서 더 많은 글을 쓸 것이고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 책도 읽을 것이다.

 

또한 힘들때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도 있다는 것을 보고 힘을 낼수 있게 되고 자신만 힘들다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다 힘들다는 것을 알고 또 살아갈 새로운 희망을 여길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 바로 이 샘터이다. 샘터. 샘이 있는 곳. 사람들에게 희망이라는 샘물을 가득 퍼 담아서 주는 곳 샘터. 이름마저도 정겨웁다.

 

항상 가장 먼저 보는 것은 이해인 수녀님의 글. 짧은 이야기나 시 또는 에세이로 즐겁게 해주던 글이 이번에는 약간 양식이 달라졌다. 자신만의 평범한 환자 십계명을 공개하고 있다. 아픈 사람이 우선인 것은 맞다. 그러나 긴병에 효자없다라는 옛속담에도 있듯이 아프다는 것은 짜증을 양산하게 마련이고 그런 기간이 길어지다보면 옆에 있는 사람들까지도 같이 힘들어지게 마련이다. 그런 마음을 알기라도 한 것일까. 실제로 자신도 환자인 수녀님은 좋은 환자 되기 위한 나만의 지침을 통해서 이런 환자가 되세요 라며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아플수록 감사의 표현을 자주 하도록 애쓰라거나 마음이 여유를 지니고 긍정적인 마음을 지니려고 애쓰라는 등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지만 실천하기는 정말 어려운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건강한 사람들은 아픈 사람의 마음을 잘 모른다. 그러나 건강한 사람이라고 해도 한번쯤은 아플수도 있는 법, 서로 도와가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 세상을 더욱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겠다.

 

수명이 길어지면서 노인인구가 늘어나고 나이가 든다는 것은 어느 한 군데 이상은 아픈 곳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세상에 늙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 말은 곧 안 아픈 사람은 없다라는 말과 동일하다. 결국 나 자신은 모두 이런 마음을 언젠가 가져야만 좋은 환자가 될수 있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외에도 '인생에도 다이어트가 필요하다'라는 주제를 가지고 저마다 책다이어트나 욕심의 다이어트방법들을 설명하는 것도 재미난 읽을 거리이고 서민 박사가  연재하고 있는 효과적인 글쓰기는 충분히 매력이다. 여러가지 즐거움이 가득차 있는 곳 샘터. 이 한 권의 책으로 인해서 다양한 즐거움을 누릴수 있다면 투자대비 끝내주는 선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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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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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영화감독과 영화배우의 영화같은 사랑이야기로 시끄러운 한주였다. 연예계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시끄러운 사건이 되었다. 그것은 아마도 두사람의 나이차보다도 한 사람이 결혼을 한 상태였기 때문일 것이다. 즉 불륜인 것이다. 간통죄가 없어진 지금 그들의 사랑은 더이상 죄가 아닌걸까. 아니면 두사람의 사랑으로 인해서 여러 사람이 고통을 당했으니 근본적인 죄는 남아 있는 것일까. 그들의 사랑의 유효기간은 어디가 끝일까.

 

현실에서의 불륜은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인다. 누구라도 마찬가지일것이다. 남녀의 구별은 따로 필요하지 않다. 누구라도 한 가정이 유지가 되고 있는데 끼여들었다면 그것은 끼어들기 사고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문학에서의 불륜은 어떨까. 글 속에서, 책속에서의 불륜 말이다. 그것은 때로는 범죄사건의 빌미를 마련하기도 하고 시들해진 사랑에 불을 붙여주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여러 작가들의 뷸륜을 소재로 해서 글이 있겠지만 나는 에쿠니가오리의 책속에서 보이는 불륜을 좋아한다.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에쿠니 가오리는 어떤지 모르겠다. 나만의 관점에서 보는 그녀의 글은 [불륜의 미학]을 드러낸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녀의 글을 좋아한다. 내가 처음 보았던 그 내용이 불륜이 드러나지 않은 다른 책이었더라면 나는 아마도 그녀의 책에 빠져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누야마 집안에는 가훈이 있다. 사람은 언젠가는 죽는다. 그러나 그 때를 모르니 전전긍긍하지말고 마음껏 즐겁게 살자. 그 가훈을 자매는 각각 자기만의 방식으로 신조 삼았다. (11p)

 

할머니와 엄마 그리고 딸로 이어지는 삼대의 이야기를 몇권 읽었다. 이번에는 세자매의 이야기이다.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다른 일을 하면서 다른 곳에서 살아가는 그들 자매는 생활하는 방식도, 생각도 다르지만 그것으로 인해서 상대를 비난하지 않는다. 그저 자기만의 방식대로 살아가지만 누군가 동기간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똘똘뭉쳐서 그 모든 것을 이겨내려고 노력한다.

 

평범한 사무직인 막내, 어려서부터 그저 남자란 어떤 존재일까를 외치며 친구의 남자와도 자는 등 자유분방한 생활을 즐기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앞집에 사는 평범한 주부의 모습을 동경한다. 외국계회사를 다니면 뛰어난 커리어우먼인 둘때. 글을 쓰는 남자와 동거중이지만, 사랑하는 것도 맞지만 결혼하자는 프로포즈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지금으로도 충분히 좋으니까 그렇게 매이고 싶지 않은 것일까.

 

유일하게 결혼을 한 큰언니. 남들 보기에는 평범하고 행복해보이는 가정이지만 목을 조르는 남편이 있다. 가정폭력인것이다.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자매들의 모임에도 나가지 않고 남편의 눈치를 보는 등 제대로 된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그녀는 어딘가로 갈 수 없다. 그저 남편을 생각하면 행복하고 남편에게 무엇인가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런 대접을 받더라도, 때라고 조르고 침을 뱉더라도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니까 하면서 그냥 넘겨버리고 만다. 이 모든 것은 사건의 발달이 된다.

 

언니와 동생으로 이루어진 자매는 남매보다도 특별한 존재일 것이다. 같은 여자라는 사실만으로도 그들은 더욱 친민한 사이가 되지 않을까. 누구보다 친한 친구처럼 여겨질수도 있고 때로는 엄마처럼 돌보아줄 수도 있을 것이다. 어린 시절 [작은 아씨들]을 보면서 네자매의 생활을 부러워했던 적이 있었다.

 

이 세자매도 앞으로 또 다른 많은 일들을 마주치게 될 것이다. 그때마다 세자매가 있어줌으로 해서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이 집안의 가장 큰 문제는 아버지였지만 가훈 하나는 끝내주게 잘 지은 것 같다. 즐겁게 살자. 오늘 하루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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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서 온 아이
에오윈 아이비 지음, 이원경 옮김 / 비채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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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은 여러 곳에서 자신의 이야기의 모티프를 따온다. 그것이 자신이 오래 전에 읽었던 동화이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의 삶이 될 수도 있고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삶이나 또는 물건이 될 수도 있다. 이 작품은 러시아의 '눈소녀'라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쓰여졌다고 할 수 있다. 백설공주로 변형이 된 원전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는 그 소설을 모르는 나는 읽으면서 두가지 이야기를 생각했다. '피노키오'와 '엄지공주'

 

제페토 할아버지는 왜 피노키오를 만들었는지 기억나지는 않는다. 외로워서 그랬던가. 할아버지가 만든 나무인형은 생기를 얻었고 아이로 변했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그 말썽장이 아이를 키웠다. 할아버지 혼자서는 참 감당하기 힘든 아이였을텐데 자신이 만든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싶어던 것일까. 엄지공주는 이와는 조금 다르다.

 

아이가 없는 한 부부가 있다. 그들은 아이를 너무나도 원해서 정말 작은 엄지손가락만한 아이라도 있기를 바랐다. 그들의 소원은 이루어져서 정말 작은 엄지공주가 태어났고 그들은 아이를 바랐던 만큼 성심성의껏 그 아이를 키웠다. 아이가 없는 집에서 아이를 바라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아이를 키우는데 돈이 얼마가 들고 또 환경이 힘들어서 아이를 키우지 않는 집도 늘어난다지만 그에 비해 난임도 늘어서 아무 이유없이도 아이를 가지지 못하는 집도 늘어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여기 한 부부가 있다.오래전 자신의 아이를 낳자마자 잃은 부부. 그들은 그 이후로 둘이서 서로 의지하며 살아왔고 지금 알래스카라는 이 척박한 땅에서 오로지 둘의 힘으로 살아가려고 노력중이다. 이들이 살기에는 계절이 좋지 못하다. 다른 나라에서의 겨울도 힘든 법인데 하물며 알래스카는 어떠하겠는가. 남편은 광산에서라도 일을 해보려고 하지만 가까스로 잡은 무스 한마리로 인해서 조금은 숨통이 트여진다. 알래스카에서 농부의 겨울이란 사냥과 저장해 둔 곡식으로 견뎌내는 것이다.

 

눈이 아주 많이 온 어느날. 그들은 눈사람을 하나 만들고 그 이후로 이 추운 계절에 밖에서 돌아다니는 여자아이 하나를 보게 된다. 그아이는 인간인가 아니면 그들이 잘못 본 환영인가. 유일하게 친하게 지내는 이웃 가족은 이 근처에 그런 여자애는 절대 없다고 말한다. 그들도 그렇게 생각한다. 이 추운 계절에 밖에서 지내는 여자아이라니. 말이 안 되지 않은가. 그러나 그들은 계속 꼬마가 남긴 발자국을 보고 나갈 때마다 그녀를 보게 된다. 그 꼬마 여자아이는 대체 누구일까.

 

어느날 자신의 집앞에 놓인 죽은 토끼를 보고 남편은 집어서 버리지만 나중에야 그것이 그 꼬마아이가 가져다 놓은 것임을 알게 된다. 이부분은 오래된 동화를 생각나게 한다. 신발가게 아저씨가 일을 하다 놓아두고 잠이 들었더니 요정들이 와서 그 신발을 완성시켜 놓았다던 이야기. 그래서 부부가 요정들을 위해서 신발과 옷을 만들어서 두었다는 그 이야기 말이다. 부부가 그 꼬마아이를 찾는 것은 당연해보인다. 아이가 없는 이 집에 그 아이가 와서 같이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부부의 바람은 이루어질까.

 

알래스카에 대한 묘사가 아주 구체적이고 세부적이다. 작가가 그 땅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알래스카에서 태어났고 자라고 지금도 살고 있다. 이 책에서 그려내고 있는 오래전의 알래스카와 작가가 살고있는 지금의 알래스카는 전혀 다른 도시일 것이다. 예전에는 아무것도 없는 그런 황폐한 땅이었을지 몰라도 지금은 교통의 중심지이자 관광지이기도 하다.

 

언젠가 아는 선배에게 여행가야 할 곳 한 곳을 꼽는다면이라고 물어봤을때 알래스카를 추천해주었다. 추운 곳을 싫어하는 나로써는 전혀 상상도 할 수 없는 도시여서 그냥 넘겨버리고 말았는데 다시 한번 이 알래스카라는 곳이 궁금해졌다.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겠지만 왠지 모르게 눈의 소녀인 파이나를 찾아볼수 있을 것 같다. 그녀는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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