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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우라 사진관의 비밀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어렸을 때 우리집엔 일제 미놀타 카메라가 있었다. 커다란 하나의 렌즈가 달려있는 일안미놀타. 아빠전용 농장에 들어있던, 어딘가로 놀러갈때면 아빠 어깨에 메여 있던 사진기. 필름을 넣고 일일이 손으로 돌려서 감아야 하고 한 장을 찍고 나면 수동으로 다음장으로 넘겨줘야만 한다. 그만큼 사진기는 크고 비싼 사치품이었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그 이후 필름만 넣으면 전자동으로 감기는 카메라를 거쳐 지금은 필름도 필요없는 디카에 누구라도 다 가지고 있는 핸드폰 카메라까지 이제는 그냥 필수품이 되어 버린 카메라. 그런 사진에 엃힌 이야기가 하나도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미카미앤은 그런 소재를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어 내었다.
우리 주위에 누구라도 가지고 있을 법한 소재들 - 비블리아 고서당 때는 책이었다면 이번에는 사진이다. 고서를 중심으로 해서, 헌 책방을 배경으로 해서 이야기를 그려내었다면 이번에는 사람들이 찾아가지 않은 미수령 사진을 중심으로 해서 문을 닫은 사진관이 배경이 되고 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후 운영하시던 사진관을 정리하러 온 마유. 엄마와 함께 오기로 했지만 엄마는 일을 핑계로 오지 않고 그녀는 결국 혼자 정리를 시작하지만 우연히 보게 된 한장의 사진으로 인해서 아키타카를 만나게 되고 그와 함께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한다. 주된 이야기는 아무래도 미수령 사진들이다. 사람들이 신청을 해놓고 찾아가지는 않은 사진들. 그 사진들을 보면서 주인을 찾아줘야 하나 망설이던 그들에게 사진의 주인들이 나타나게 되고 그 사진에 대한 이야기들이 펼쳐지게 된다.
마유는 루이를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두 사람은 자라온 환경이나 풍기는 분위기가 묘하게 비슷했다. 마유가 아키코와 함께 있을때 마음이 편했던 건 바로 그런 까닭이었을지도 모른다.(145p)
사진을 전공했지만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서 다른 친구의 인생을 망쳤다고 생각한 마유는 더이상 사진에 관심에 없고 사진을 찍지도 않는다. 시간이 지난 지금, 다시 그를 만난다면 마유는 그에게 자신의 잘못을 말할 수 있을까. 화해를 청할 수 있을까.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아키타카도 중요하지만 오래전 자신의 실수로 인해서 잃어버렸던 친구 루이를 만나는게 지금은 더 급하다. 루이를 만난다면 그에게 마유는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지금은 모든 사건의 전말을 알고 있으니 내가 한 것이 아니라고 정확하게 말할 수 있을까.
아니 사진을 찍고 올린 건 나였으니까 일단은 내 잘못이 크다고 그래서 미안하고 사과할 수 있을까. 그렇게 사과한다면 루이는 과연 그 사과를 받아줄까. 힘들었지만 결국은 마유였기 때문에, 그녀의 부탁이기 때문에, 자신의 인생 노선도 바꾸었던 그였다. 루이는 마유를 사랑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다 틀어져버린 인생들이 다시 만나다면 한명은 그로 인해서 치유를 받고 다시 자신의 마음을 가다듬고 또 다른 한명은 그로 인해 마음에 짐덩어리처럼 눌러져있던 고민을 내려 놓을 수 있을까.
[비블리아 고서당]과도 비슷한 분위기가 나고 [추억의 시간을 수리합니다] 하고도 비슷한 분위기가 난다. 일상 미스터리라는 분야 자체가 전반적으로 다 비슷한 분위기가 나는 것일수도 있다. 소재만 다를뿐 삶은 비슷하기 때문일까.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쫓는 이야기. 비슷하지만 새로운 소재를 만나면 또 새롭다. 그게 이 장르의 매력이 아닐까.
우리의 삶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라 담담하니 솔직하게 그리고 담백하게 그려내는 깔끔한 맛. 온갖 화학조미료로 맛을 내지 않은, 조금은 심심한 듯이 느껴지는 그 맛이 바로 이 책을 읽는 하나의 이유가 될 것이다. 루이를 만난 마유. 둘은 또 어떤 이야기를 보여줄까. 다음 이야기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왠지 시리즈로 죽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강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