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전쟁 1
신지견 지음 / 새움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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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다. 낯설음을 타파하기 위해서 정보를 좀 찾아본다. 서산대사에 관련된 이야기를 쓴 글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서산대사를 찾아본다. 어려서 부모를 여의고 양부모 밑에서 자라다가 과거에 낙방하자 출가를 했다. 이후 승과에 급제하여 봉응사 주지를 지내기도 했고 임진왜란때 승병을 모집해서 큰 공을 세우기도 했다.
작가의 말이 가장 앞에 나와있다. 자신이 전에 썼던 10권짜리 서산이라는 책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이 역시도 서산대사에 관한 책을 쓴듯 하다. 서산대사에 깊이 감동을 받고 그를 소재로 해서 썼던 책. 하지만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았고 불교용어 뿐 아니라 도교와 유학용어가 어렵게 쓰이고 소설 문장으로 녹아들지 못했다는 점이 마음에 걸려 모든 회수하고 다시 이 책을 썼다고 했다.
작가의 결단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누구도 그렇게 쉽게 하지는 못할 일이다. 소설을 열 권 쓰는 것도 어려운데 자신의 마음에 들지 마않는다고 모두 회수하는 것이 어디 그리 쉬운일인가. 거기다 다시 이 책을 썼다. 두권으로 구성되어 있는 책. 전작에 비하자면 훨씬 더 간결하게 바뀐 셈이다. 서산대사를 소재로 해서 쓴 점은 같지만 훨씬 더 사람들에게 편하게 다가오는 내용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서산대사를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그가 처음부터 나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으로 인해서 앞으로 일어날 일을 전개하는 방식을 그리고 있다. 실제로도 '여신'이라는 이름의 서산대사는 중반부 이후에나 등장을 한다. 승려들이 나오고 절이 나오고 그 당시 이야기가 중심이기 때문에 불교학적인 용어를 배제할수는 없다. 불교를 좀 안다면 더 쉽게 읽힐것이고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심각하게 어려운 정도로 읽히지 않는 편은 아니다. 나 또한 불교용어는 전혀 알지 못하나 소설의 내용을 바탕으로 재미있게 읽어갈 수 있었으니 말이다.
전작이 어떠했는지는 몰라도 이 책에서는 소설적인 요소가 두드러지게 등장을 한다. 축지법을 쓰는 사람들도 등장을 하고 물위를 걷는 사람도 나온다. 예수님만 물위를 걸을수 있는 줄 알았더니 그것도 아니었나 보다. 한 발을 내딛고 그 발이 빠지기 전에 다른 발을 디디면 된다는 요령을 알려주면서 자신을 따라해보라고 하는 장면에서는 약간은 과장이 심해보여 절로 실소가 흐르기도 했지만 소설이라는 특성상 모든 것을 다 이해하고 넘어갈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축지법 또한 마찬가지이다. 실제로 몇키로를 가는데 몇초만이면 된다는 사실은 믿을수가 없지만 빨리 걸음을 걷는 연습을 하면 어느 정도는 단축할 수 있지 않을까. 몇초만에 이동하는 것은 텔레포터나 가능한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하나라는 것에는, 이미 실재다 아니다 하는 이름과 형태를 떠나 있느니,
크고 넓고 깨끗하고 맑아 상쾌해서 그대로 쇄쇄락락한 것이니,
무엇을 일러 선이라 할 것인가.(224p)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하는 유명한 말도 있듯이 불교에서 유명한 스님들이 하는 말중에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기는 하다. 그 모든 것은 일을 이해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소설을 읽으면서 철학적인 생각을 한번 해보게 되는 것은 이 책을 읽는 참 의미가 아닐까.
왕기가 서린 얼굴이나 왕이 되어서는 안되는 운명을 타고난 아이. 이 아이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유교를 극도로 높히고 불교를 극도로 금지했던 시대에서 불자들은, 또 스님들은 어떻게 살아 남아야 했을까. 여신이 태어난 이후, 즉 서산대사가 태어난 이후의 모든 활동이 그려질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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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나만 지키면 손해 아닌가요? - 나의 행복과 우리의 행복이 하나라는 깨달음 아우름 12
김경집 지음 / 샘터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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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라는 것이 무엇일까. 정의라는 단어만큼 정의하기 힘들면서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가 또 있을가 싶다. 찾아보면 추상적이거나 형이상학적인 단어들은 모든 같은 범주에 속하겠지만 자말이다. '정의'라는 단어에도 여러가지 뜻이 있다.  정할 定 옳을義 이 단어가 뜻하는 정의의 사전적인 의미는 어떤 말이나 사물의 뜻을 명백히 밝혀 규정함이다. 즉 이 사건을 정의해 보아라 할 때처럼 쓰이는 것이 정의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정의는 그것과는 다르다. 이성적 존재인 인간이 언제 어디서나 추구하고자 하는 바르고 곧은 것을 '정의'라고 한다. 바를 正뜻意라고 알고 있었건만 아무래도 미심쩍어 찾아보니 내가 알고 있는 것과 한자가 달랐다. 바를 正은 맞았지만 뜻을 의미하는 글자가 아니라 옳을義자가 맞는 것이었다.

 

결국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정의는 正義 이렇게 표현되는 한자어가 맞다. 바르고 옳은 것. 그것을 다같이 지니킨다면 바람직한 것이겠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데 나만 지킨다면 요즘같은 세상에서 나만 손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정확하게 잘 캐치해낸 것이 바로 이 제목일 것이다.

 

정의라는 것은 어른들만 지켜야 되는 것도 아니고 나 하나쯤이라는 생각으로 대충 넘어가도 안되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사실을 설명하는 것도 아이들에게는 어려울 때가 많다. 한창 호기심이 들어서 '왜?'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아이들도 눈에 보이는 것부터 시작해서 점점 넓은 세계로 눈을 돌린다. 일단은 눈에 보이는 것이 우선이다. 그런데 눈에 보이지도 않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꼭 필요한 정의라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저자는 [옹달샘]이라는 노래로 이 문제를 먼저 설명하고 있다. 누구나 한번쯤은 불러봤을 옹달샘. 새벽에 토끼가 눈비비고 일어나 세수하러 왔다가 물만 먹고 갔다는 이야기가 있는 노래이다. 토끼는 왜 물만 먹고 돌아갔을까. 원래는 세수를 하러 온 것이 아니었나. 이 질문에서 시작한 저자는 토끼의 입장에 되어서 설명을 하고 있다.

 

세수를 하러 왔지만 자신이 세수를 하면 다른 동물들이 물을 마실수가 없게 된다. 다수의 행복을 위해서 자신의 소소함을 버린 것이다. 물론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수도 있겠지만 다수의 의견을 예로 들어서 설명한다. 내 행복이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의 행복을 망가뜨리면서까지 내 행복을 찾을수는 없다. 자발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며 이것을 선택하는 과정이 정의(justice)라고 설명하고 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노래로 설명하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추상적이고 피상적인 단어를 설명하지만 익숙한 노래를 예시로 제안하고 있어서 훨씬 더 쉽고 재미나게 인식할 수 있다. 정의의 본질을 설명하는데 가장 빠른 접근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노래 뿐 아니라 다른 노래 하나가 더 나오는데 그것은 [자전거]라는 노래다.

 

아이가 자전거를 타면서 할머니를 비키라고 하는 내용을 예로 들었다. 자신이 자전거를 타면서 왜 할머니를 비키라고 하는가, 비키지 않으면 큰일난다고 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자신이 어리고 자전거를 탄다고 해서 무조건 약자인 할머니를 비키라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노래의 가사내용이 그런 의미로 한 것은 아니겠지만 정말 문자 그대로 가사를 해석했을때 그렇게 느낄수도 있다고 예시를 들어준 것뿐이다. 그러면서 강자라고 해서 꼭 약자를 군림하는 것을 안된다는 것이며 약자라고 해서 꼭 강자의 눈치만 봐야한다는 것은 안되는 것이라는 것을 설명해준다.

 

오래전 자전거에 익숙하지 못한 삼둥이가 자전거를 타면서 했던 말이 문득 생각났다. "조금만 비켜주세요. 다들 미안!" 이라고 외쳐대던 꼬맹이. 자신이 잘 못타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갈까봐 그렇게 외치던 모습이 너무나도 귀여웠고 인상적이어서그 말을 인용한 삼둥이 스티커도 나왔었다. 아이들이라 하더락도 무슨이 위험하고 덜 위험한지 알고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충분히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의 나이이상이 되면 말이다.

 

사회적동물이라는 인간이 혼자서 세상을 살아갈 수는 없다. 살면서 의도하던 의도하지 않았던  많은 관계들 속에 놓일 것이다. 그 관계들 속에서 자신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자신은 어떤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며 어떻게 사람들과의 관계를 발달시키면서 살 수 있을까. 아이들이 확실히 알고 넘어가야 할 인문학들이 가득하다. 아니 비단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한번쯤은 읽고 '정의'라는 것이 무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기회가 되었음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드는 한 권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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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의 하늘을 가져라 - 나무에게 배우는 자존감의 지혜 아우름 13
강판권 지음 / 샘터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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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이유는 나처럼 재미를 추구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언가 새로운 지식을 얻기 위함이기도 하다. 또한 내가 가보지 못한 길을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그 사람들의 삶은 어떠한가를 간접적으로 경험할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미 삶을 많이 살아버린 경우라면 그냥 이해하고 넘어가는 차원일지 몰라도 이제 한창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 이루어나가는 청소년기의 아이들에게 여러가지를 경험해 본다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실제로 모든것을 다 하기에는 무리가 따르니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겠다.

 

이 책의 저자는 그냥 나무에 미쳐있다고 보면  딱 맞을 듯 하다. 다른 모든 것들보다도 나무를 가장 중요시하고 자신의 학문으로 삼고 있는 생태사학자이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서 남들보다 자연에 관한 것을 더 많이 알기도 했지만 처음부터 나무에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역사를 전공한 그는 인문학자이지만 자신에게 가장 힘든 시기를 맞으면서 나무와 만나기 시작했고 지금은 나무박사가 되어 있는 것이다.

 

나무라는 소재를 통해서 인문학과 결합한 책을 내기도 했다. 나무와 인문학과의 결합. 정말 낯설고 어색한 조합이기는 한데 읽다보면 그 매력에 빠질것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나무가 되고 싶어.'라는 대사가 있다. 유명한 인기드라마였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주인공이 왜 나무가 되고 싶은지에 대한 이유는 기억하지 못한다. 단지 저 대사만 기억하고 있을뿐이다. 왜 많은 소재들 중에서 나무를 선택했을까. 그만큼 '나무'라는 존재는 안식을 주고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는 자연의 일부분일지도 모르겠다.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생태의식'이 필요합니다.

생태를 의미하는 '에코'는 수평적인 관계를 의미합니다.

수평적인 관계는 상대를 완벽하게 인정할 때에만 가능해요.(89p)

 

이 책의 구성은 다른 책과는 달리 독특함을 가지고 있다. 일단 나무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면서 가장 밑부분인 '뿌리'에서 시작해서 '줄기', '가지'를 거쳐 '잎'으로 올라가고 그 이후에는 '꽃'과 '열매'의 총 여섯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보통 챕터를 나누는 경우에도 그냥 숫자로 나누거나 부제를 붙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을 하나의 나무로 생각해서 이렇게 분류를 해 놓은 것도 아마 저자만이 가능한 방식이리라 생각되어 이진다. 그러고 보니 책표지에도 많은 나무들이 잔뜩 그려져 있다.

 

예전에 유행했던 한 영화속의 장면을 흉내내어 인디언 방식으로 이름을 짓는 것이 트렌드가 되기도 했었다. 영화속의 주인공은 '주먹쥐고 일어서'나 '늑대와 함께 춤을' 이라는 이름을 지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그런 것처럼 저자 또한 자신만의 나무 이름을 만들었다. 저자의 이름은 '쥐똥나무'이다. 하고 많은 나무들 중에 왜 하필 쥐똥나무일까. 더군다나 사람들도 잘 알지 못하는 나무가 아닌가.

 

쥐똥나무처럼 살아가길 바라면서 자신이 직접 선택한 쥐똥나무는 혼자서 살아가기 보다는 더불어 살아가는 떨기나무의 일종이라고 한다. 그래서 울타리로 많이 쓰인다고 하는데 자신도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감당하는 쥐똥나무처럼 살고 싶어서 선택한 이름이라고 한다.

 

자신 외에도 아내와 아이들 또한 나무이름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이 글을 읽으면서 나 또한 어떤 나무 이름을 붙일까를 생각해 보게 된다. 자신의 특징을 닮은 나무를 선택해도 좋겠고 저자처럼 자신이 닮고 싶은 형태의 나무를 선택해도 좋겠다. 당신은 어떤 나무이름을 선택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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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스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1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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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스. rivers인가 의심해보게 되는 책 제목. 일본어로 강이라는 다른 단어도 있는데 굳이 이걸 가타카나로 표현할리가 없다싶어 영제를 찾아보니 아니나 다를까 reverse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바꾸다 또는 반전시키다 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단어. 반전에 능한 미나토 가나에이니만큼 기함할만한 반전이 숨어 있겠다 싶은 기대감을 눌러가며 읽게 된다.

 

많은 사람들 속에 있어도 별 존재감이 없는 사람이 있다. 여기 후카세가 그런 사람이다. 일반적인 직장에서 일반적인 일을 하는 그는 학교 다닐때도 역시나 그런 보통의 존재였다. 사람들은 보통으로 사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하지만 그런 생각마저도 그에게는 사치라 생각되어질만큼 평범의 극치를 달리는 한 인간일뿐이다.

 

그가 가장 잘하는 것은 맛있는 커피를 내리는 것. 그렇다면 자신의 재능을 살려서 카페를 하는 것도 좋으련만 그는 그런 생각없이 자신에게 주어진 영업일을 꾸준히 그리고 묵묵히 하고있다. 단지 자신이 내린 커피를 동료직원들이 맛있게 마셔줄때 행복감을 느끼며 말이다. 커피를 좋아하고 커피로 인해서 여자친구도 생겼으니 뭐 그보다 더 좋을 일은 없다 싶기도 하다.

 

자주가는 단골카페에서 만난 그녀. 그녀는 어느날 문득 자신이 받았다는 편지 한통을 내어 놓는다. '후카세는 살인자다' 라고 쓰인 한문장. 남들같으면 그냥 웃고 누가 장난을 친거냐고 넘어갈수 있는 편지이지만 단 하나의 문장은 그로 하여금 잊고 지냈던 한 사건을 생각나게 만들었다. 자신은 살인자인가 아니면 그것은 단지 우연에 얽힌 사건 뿐인걸까.

 

친구도 많이 없는 그에게 세미나 동료들이 있었다. 자신을 포함해 다섯명의 인원들은 어느날 여행을 가게 된다. 정작 오기로 한 별장의 주인은 나중에 합류하겠다고 하고 신나게 갔던 그 여행에서 사건은 벌어진다. 나중에 합류한 친구를 데리러 가야하는 것이다. 길도 험하고 날도 저물었고 거기다 운전을 할수 있는 친구 둘은 술까지 마셨다. 이런 상황이라면 당연 나중에 오는 친구가 택시를 불러서 타고 와야하는 것이 정답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을 태우러 오지 않는다로 짜증을 내고 결국 한친구가 나서게 된다. 그들은 즐거운 나들이를 마칠수 있을까.

히로사와 요시키라면 어쩌길 바랄까?

설령 죽은 게 후카세고, 히로사와가 지금 후카세의 입장이라면 어떻게 할까? (288p)

 

미나토 가나에는 [야행관람차]로 처음 알게 되어서 [왕복서간]을 거치면서 뛰어난 작가라는 것을 익히 알게 된 작가였다. [경우]라는 작품에서 너무 평범함을 보여서 약간 실망하기도 했지만 [꽃사슬]이라는 작품을 통해서 자신만의 입지를 다시 다져놓은 작가이다. 특히나 사람들이 가장 걸작으로 뽑는 [고백]은 정말 뛰어남을 자랑하듯이 작가는 매번 자신의 첫 작품과 싸움을 하며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내고 있는 듯이 보인다 싶기도 하다.

 

[망향]이라는 작품속에서도 작가는 동창들을 등장시켜서 잃어버리고 지냈던 고향의 이야기들을 불러 일으킨다. 이번 작품도 그와 비슷하다고 볼수 있다. 그냥 잊고 지냈는데 불현듯 그 사건들이 다시 현실로 돌아와서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게되는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때 당시에는 그냥 사고라 하고 묻어두었던 일이 수면위로 떠오르게 되면서 사건은 더이상 예전일이 아닌 현실이 되어 버리고 그것은 때로는 누군가에게는 악몽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 사건도 마찬가지이다. 예전에 일어났던 하나의 사건, 그 곳에 있었던 친구들은 그 당시는 슬펐겠지만 그냥 잊고 지난다. 특별히 누가 저지른 사건이 아닌 경우는 더하다. '살아남은자의 슬픔'이라고 하지만 산 사람은 죽은자를 잊고 지내기 마련이다. 그런 죽은자들을 기억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래서 그 사건을 들쑤시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몰랐던 비밀까지 알게 되면서 살아남은 자들은 자신도 생각지 못했던 운명에 마주치게 될지도 모른다. 이 경우처럼 말이다.

 

사실 어느 정도 예측은 가능한 사건이었다. 아무것도 알수 없는 뿌연 안개속은 아니었다. 어느정도 시야가 확보된 소나기를 맞으며 전진하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마지막 반전이 있었다. 단 한장의 반전. 아니 더 짧게 줄인다면 단 한문장의 반전. 그것을 위해서 우리 모두는 이 이야기를 끝까지 달려온 것은 아닐까.

 

'앗!'의 비밀을 꼭 지켜달라고 하던 작가의 말. 잊지 않고 고이 비밀에 묻어두겠다. 단지 나는 그 장면에서 "앗!" 하고 놀랐고 작가는 그것을 노렸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 리버스는 역지사지도 되지만 반전도 된다는 것을 잊지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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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감동을 만나고 싶다 - 히사이시 조가 말하는 창조성의 비밀 아우름 11
히사이시 조 (Joe Hisaishi) 지음, 이선희 옮김 / 샘터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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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사이시 조'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이 사람이 만든 음악을 모르는 사람의 거의 없을 것 같다. 그만큼 이 사람은 자신의 이름보다도 음악으로 유명한 음악감독이다. 다른 어떤 명칭보다도 나는 음악감독이라는 이름이 그와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미야자키 감독의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과 '토토로','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등. 영상미도 좋고 주인공들의 이미지도 좋고 내용도 재미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신에 딱 맞는 음악들이었다. 음악들이 워낙 좋다보니 나중에는 그 음악만 들어도 그 장면들이 생각나곤 했었다. 그 음악들을 만든 주인공이 바로 이 히사이시 조 감독이다.

 

감독은 어떻게 그런 음악들을 딱 맞게 만들어서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었을까. 그의 작업방식은 어떠할까. 그가 만드는 음악이란 어떤 것일까. 궁금했던 모든 것을 이 한 권의 책을 통해서 만날수가 있다. 그라고 해서 실수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음악작업에서 모든 곡을 만들어 놓고 딱 한곡을, 마지막 한곡을 못 만든 상황. 마감시간은 다가오고 어떻게든 만들어서 완성을 시키기는 했지만 영 만족지 못한 음악이 되어버리고 말았단 걸 볼때는 그도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이후로 그는 모든 곡을 완벽하게 만들기 보다는 한 음반에 들어갈 음악들을 다 조금씩 조금씩 만들어 놓고 이 곡, 저곡을 반복하며 완성을 한다고 했다. 아마도 전의 실수를 거쳤기에 터득하고 알게 된 것이다. 그가 일본영화 음악만 담당한 것은 아니다. 중국의 영화작업도 같이 했었고 우리에게 익숙한 '웰컴투동막골'도 그의 작품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사람들에게 인기가 꽤 있었던 영화. 옥수수가 수류탄에 의해서 팝콘이 되어 눈이 오듯이 날아오는 것으로 설정이 되었던 장면들. 그 장면장면 사이에 그가 만든 음악들이 들어 있었다고 생각하니 그의 음악을 다시 듣어보기위해서라도 영화를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음악감독을 떠나서 직접 영화 감독으로 영화도 만들었다. 여러 방면에 다 뛰어난 그를 보니 팔방미인이라는 생각도 든다.

 

"뭐야? 굉장히 머리를 짜내서 힘들게 작곡하는 줄 알았더니, 그냥 대강 하잖아?"(70p)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며 그가 한 말이다. 하지만 어느 한 순간에 느낀것을 본인의 내부로 받아들여서 그것을 다시 음악이라는 소리로 재탄생시키는 것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이것을 직감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모든 예술이라는 장르가 그렇듯이 똑같이 주어진 환경에 있지만 저마다 다르게 받아들이고 그것을 글이나 음악이나 그림으로써 표현하는 것이 예술가들이다. 예술가들의 직감이란 일반 사람들과는 다른 법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또 느낀다. 물론 그것이 연습을 통해서 길러질 수도 있겠지만 뛰어난 예술이라는 것은 아무래도 천성적인 것이 아닐까 하고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더 이해하기 쉬운 예가 있다. 길을 걷다가 젊었을 때 자주 들었던 음악이 흘러나오면 그립다는 감정과 동시에 그 무렵에 사귀었던 사람이라든지, 함께 놀았던 친구들과의 추억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음악에는 순간적으로 기억을 되돌리는 힘이 있는 것이다.(128p) 버스를 타고 갈때 문득 라디오에서 들려온 옛노래에 감상에 빠질때가 있다. 그만큼 음악은 다른 어떤 매체보다도 금새 몸으로 느껴지는 요소임에 틀림없다.

 

저자는 시각적인 영상은 전두엽을 통해서 흘러들어가지만 청각적인 소리는 바로 전달되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한다고 짐작했지만 그 생각이 맞던 틀리던간에 음악에 연상이 저절로 되어지는 것을 부인할수는 없을 것 같다. 나 또한 그런 기억이 많이 있으니 말이다.

 

그는 처음에는 50에 은퇴를 하려고  했지만 그 시간은 점점 더 뒤로 미루어지고 나이가 훨씬 지난 지금에도 훌륭한 작업을 하고 있고 좋은 음악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앞으로도 더 감각적인 그의 음악들을 계속해서 들을 수 있기를 바라며 건강을 기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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