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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루미너리스 1 ㅣ 루미너리스 1
엘리너 캐턴 지음, 김지원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2월
평점 :
사람들에게 있어서 두번째란 항상 부담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데뷔작이 큰 인기를 얻었다면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가수들이나 배우들도 자신의 첫번째 작품이 크게 잘 되었을 경우 두번째를 망쳐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책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일까. 자신의 데뷔작을 내고 두번째 책을 내는 기분은 어떨까.
얼마전 일본작가의 두번째 책을 읽었다. 첫 책에서 통통튀는 모습을 보여주던 작가의 글은 여전히 발랄했지만 감동을 담고 있었고 깊이가 있어졌다. 오히려 두번째 책이 더 좋았다. 이 책 또한 작가의 두번째 책이다. 데뷔작인 '리허설'을 내고 주목을 받기 시작한 작가는 두번째 책인 이 책으로 맨부커상 최연소 수상자가 되었다. 그만큼 요즘엔 데뷔작의 부담을 떨쳐버리고 더 멋진 작품을 쓰는 작가들이 많아진 것이라는 것이라 생각되어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연상되어지는 한 권의 책이 있었다. [황금방울새] 두권으로 이루어진 점도 비슷하고 과히 많은 분량으로 독자들을 압도한다는 사실도 비슷했다. 장르소설인줄 알았으나 읽다보면 그것이 아니라는 사실 또한 비슷하다. 물론 읽혀지기는 몰입도가 있으나 딱히 서평을 쓰기가 참 애매하다는 것도 닮아 있다. 대부분의 문학작품들이 그렇듯이 말이다.
하나의 사건은 꼬리를 물고 연속적으로 이어진다. 18600년대, 한 명의 젊은이, 무디는 금을 찾아서 뉴질랜드 땅에 도착한다. 그는 아무 생각없이 호텔 휴게실에 잠시 들르게 되는데 그것이 이 이야기의 시작이다. 그곳에 모여있던 12명의 남자들.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부족의 남자도, 중국인도, 그리고 또한 유럽인들도 있는 다국적 남자들. 그들은 서로 안면이 있는 사람들일까. 그곳에 무슨 이유가 있어서 모인 것일까, 아니면 그저 금을 찾아서 다들 한가지 목적으로 그곳에 와서 우연히 그 곳에 있게 된 것일까.
무디를 향해 다가오는 한명의 남자. 그는 작정한 듯이 자기가 총대를 매는 심정으로 무디에게 말을 걸었을 것이다. 그러면서 한명씩 그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인다. 알고보면 그들은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서 연결된 관계였는데 그들은 어떤 일들이 있었던 것이고 왜 그곳에 무슨 목적으로 모여 있었던 것일까. 실종된 한 의 남자와 자살하려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을 알 없는 한 명의 창녀, 그리고 살해된 한 남자의 집에서 발견된 많은 양의 금. 이 모든 것은 금을 빼고는 생각할 수가 없는 듯 하다.
만약에 지난주에 이 모든 난리법석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고 나한테 물어봤다면, 난 그 유대인이라고 했을 거야. 어제 물어봤다면 미망인이라고 했겠지. 오늘 오후에 물어봤다면 중국인이라고 했을거고. 그런데 지금은? 글쎄, 그 창녀에게 망할 놈의 돈이라도 걸겠어.(470p)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금을 찾아서 모여드는 곳이 바로 그 곳이다. 그러니 사건, 사고도 많지 않았을까. 유대인, 살해당한 사람의 미망인, 그리 많지 않은 중국인들이 모여있지만 차이나타운까지 형성하고 있는 중국인, 거기에 남자들이 있는 곳이라면 빠질 수 없는 창녀까지. 이 모든 일의 구심점은 대체 어디 있는 것이며 그 곳에 모인 딱 열 두명의 남자들, 무디까지 더하면 열 세명의 남자들은 이 사건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 것인가. 13이라는 숫자는 서양에서 좋지 않은 불길한 숫자라고 여겨진다. 그런 불운을 이겨내고서 모든 일이 제대로 다 해결될 수 있을까.
호키티카. 그 단어의 의미는 알았지만, 번역을 하기는 어려웠다. 영어와 마오리어 사이에서는 종종 그런 경우가 생겼다. 한쪽 언어의 단어가 다른 언어에 정확히 대치되는 것이 없는 경우다.(157p)
지금은 어느 마오리족이라 하더라도 능숙하게 다 영어를 하지만 이 때 당시는 그렇지 못했던 듯 하다. 그래서인지 타우웨어라는 마오리의 말은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문맥이 끊기거나 짧은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마도 외국어를 공부해 본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느꼈을 그런 감정. 나는 그뜻을 알지만 그것을 정확히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기 어려운 단계, 그래서 번역은 외국어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어를 잘하는 것도 더욱 중요하고 했던가. 다른 사람에게는 그냥 넘어가는 문장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유독 내게는 아주 공감을 크게 했던 문장으로 남아 있는 부분이다. 이제는 모든 사건의 정황을 다 구성했으니 사건을 해결하러 넘어가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