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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의 흔적을 걷다 - 남산 위에 신사 제주 아래 벙커
정명섭 외 지음 / 더난출판사 / 2016년 8월
평점 :
딱 기가 막힌 타이밍에 '무한도전'을 보았다. 매번 그 시간에는 수업이 있어 보지 못하는데 이번주는 시간이 생긴 덕분에 책을 보다가 올림픽을 보려고 켰던 그 타이밍에 안창호 선생의 아들이라면서 어떤 할아버지 한 분이 나와 있었다.
안창호? 내가 알고 있던 그 도산 안창호? 이름은 익히 알아도 사진으로 많이 봐왔어도 대체 그 분이 무슨 일을 하신 분인지 설명하라고 하면 막막해지는 느낌이랄까. 그냥 대충 얼버무리자면 우리나라의 독립운동에 앞장서신분이라고 표현할 밖에 더 붙일말이 없었다. 분명 도산공원이라고 서울 시내 한복판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내가 그 옆을 몇번이고 지나갔었을것임에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선생의 내외분이 그곳에 묻혀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고 들어가 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하나의 예능프로그램을 보면서 나는 참 많은 것을 깨달았다. 더불어 내가 학교에서 배운 국사라는 과목을 통해서 신석기, 구석기, 삼국시대를 거쳐 고려, 조선까지는 어느 정도 기본지식은 있었으나 그 이후 한국의 근,현대기에는 전혀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는 무식쟁이임이 드러나고 말았다. 일단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역사라는 과목을 전공하지 않는 이상, 역사라는 것에 관심이 있지 않는 한 외면하고 살아왔던 것이 현실인 것이다.
이렇게 일본이 이 땅에 세운 근대 건축물의 탄생과 소멸을 추적하는 것은
그 시대를 추리하는 것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142p)
우리가 한가지 잊고 있었던 것이 역사가 있기에 우리가 지금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분들이 그렇게 열심히 독립을 위해서 싸워주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국민이 될 수 있었을까. 자칫하면 중국의 속국이 되었을지도, 또는 일본의 속국이 되었을, 지도 모른다. 내가 지금 쓰고 있는 한국말은 세종대왕의 노력과는 전혀 상관없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들의 노고에 정말 머리 숙여 엎드려 절이라도 해야 할 것이다. 지금의 우리들은 말이다.
이 책은 일본의 흔적을 따라서 답사를 하고 그것을 기록으로 남겨 놓은 것이다. 말이 좋아 흔적이지 그냥 마구 말하면 일본의 잔재들이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점령하면서 그들이 우리나라 곳곳에 남겨 놓은 건물들, 방공호들. 아름다운 건물을 보고 좋아하기보다는 그 건물을 짓기 위해서 우리나라의 노동력이 얼마나 많이 투입되였을까.
그들은 제대로 된 임금을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밥도 제대로 못 먹으면서 배 곯아가면서 남의 건물을 짓기 위해 노력을 했던 것이다. 그것은 비단 우리나라 뿐 아니라 지배를 받았던 나라들이라면 어디나 공통적으로 벌어지는 일들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말이다. 그 존재를 없애기 위해서 조선총독부는 건물을 폭파시켰었다. 그래도 한채, 두채 있는 가옥들은 여전히 남아 우리의 역사를 증명하고 있다.
역사 앞에서 선입견을 가져서는 안 되지만, 이 괴물은 조선 사람들의 피와 눈물,
심지어 목숨까지 한껏 빨아들여 만들여졌다.(372p)
저자들이 찾아낸 여러 흔적들은 실제로 지금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 것도 있었고 나라에서 지정해서 더이상은 주민들이 사용하지 못하게 된 건물도 있었으며 그냥 지나치면 모를 뻔 했는데 그들의 답사중에 찾아낸 방공호들도 있었다. 우리나라 곳곳에 이렇게 많은 흔적들이 있는 줄 몰랐다. 가깝게는 서울 남산을 비롯해서 용산에서부터 인천을 거쳐 멀게는 제주도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흔적은 많았다.
아는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알아야 한다. 그래야 볼 수 있다. 모른다면 그냥 아름답게 느껴지는 건물일지도 모른다. 알고 나면 새롭게 보이는 우리의 치욕의 역사다. 배우고 알아서 우리의 힘을 길러서 두번 다시는 남들에게 침략을 당하지 않는 강한 나라가 되어야 한다. 한 권의 책으로 인해서 나는 역사 공부를 좀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