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스맨
루크 라인하트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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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주사위가 무엇을 결정할 수 있을까? 

모든 것을. 

모든 것을? 

모든 것을.

(85p)

현대인들 중에는 결정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그것을 선택지가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예전에는 많아봐야 몇가지뿐인 선택지였는데 다양화가 보편화 된 현대 사회에서는 너무 많은 선택이 존재하고 그러므로 말미암아 사람들은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그런 사람들을 도와주는 선택앱도 나왔을까. 


작게는 옷을 사거나 자그마한 소품을 사는 일부터 크게는 집을 사거나 직업을 구하는 일 또는 결혼을 하거나 사람을 만나는 일까지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결정을 해야 할 것은 너무나도 많이 존재한다. 이런 경우 당신은 어떤 방법으로 선택하는가. 충동적으로 처음에 마음에 든것 위주로 결정하는가? 아니면 오래 시간을 두고 심사숙고끝에 결정하는가? 그렇다면 이런 방법은 어떠한가.


다이스맨. 말 그대로 주사위 남자라는 뜻이다. 정신과 의사인 라인하트는 어느날 갑자기 자신의 눈에 보인 주사위를 굴려서 자신의 인생을 전혀 다른 방법으로 바꾸어 버린다. 먼저 선택지를 정해놓고 주사위를 돌려서 나온 숫자대로 선택지에 적혀진 행동을 하는 것이다. 아랫집에 사는 동료의사의 아내를 강간하는 일도 그런 맥락에서였다. 


주위를 굴린다. 숫자가 나온다. 그녀의 집으로 가서 말한다. 나는 당신을 강간하러 왔어요. 그런데 또 이 일이 이루어진다. 신통하게도 그는 이제 주사위에 자신의 모든 것을 맡기기 시작한다. 그는 자신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주사위신을 전파한다. 심지어 자신의 아이들에게조차 말이다. 실패하라! 패배하라! 나쁘게 굴어라! 놀고, 위험을 무릅써라.(150p)


모든 것에 호기심 있는 나이의 아이들은 즐거움으로 이 놀이에 동참한다. 그러나 아이들의 선택지는 너무나도 이기적이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만 잔뜩 적어 놓은 것이다. 그래서는 안된다. 적어도 한 가지 이상 좋지 않은 선택도 들어가 있어야 한다. 말 그대로 러시안 룰렛이다. 소품만 주사위일 뿐. 이제 이들의 인생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까.


주사위 하나는 6개의 숫자를 가지고 있다. 주사위가 두개가 되면 확률은 더 낮아질 것이다. 말 그대로 우연에 입각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어느 누가 이런 삶을 원하겠는가 싶지만 생각보다 주사위 신은 세력이 넓어지고 효과를 보았다는 사람도 생긴다. 


영화 <포레스트검프>에서 주인공은 무작정 달린다. 처음에 혼자서 아무 생각없이 달렸지만 점점 그를 따르는 추종자들이 생기면서 달리는 사람 또한 늘어난다. 어느 누구도 그가 왜 달리는지 모른다. 나중에는 아예 무엇때문인지도 모르고 그저 앞의 사람이 달리고 있으니 나도 달린다라는 식으로 그냥 따라 붙는 사람들 또한 생겨나게 된다. 


이 주사위 신 또한 그런 것이 아닐까. 지금 당신의 인생에서 어떤 한 부분을 결정하지 못해서 망설이는가. 여기 주사위가 있다. 먼저 선택지를 정하고 그 후에 주사위를 굴려보라. 혹시라도 주사위 신이 존재한다면 당신에게 올바른 길을 열어줄지도 모를 일이다. 


단 그 선탹지를 정하는 것은 당신이고 주사위를 굴리는 것도 당신이며 이 결과에 따른 행동을 할 사람도 당신이다. 모든 결과에 대한 책임은 당신이 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주사위가 모든 책임까지 감당해주는 것은 아니다.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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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 천재가 된 홍 대리 - 딱 6개월 만에 중국어로 대화하는 법 천재가 된 홍대리
문정아 지음 / 다산북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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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먼저 경고하고 시작하자. 이 책의 주인공인 홍대리처럼 중국어를 공부한다면 비단 중국어뿐 아니라 어떤 언어라도 극복해 낼수 있고 자유자재로 표현할수 있으리는 장담하지 못하겠지만 적어도 일상생활 정도 하는데 문제없이 언어를 구사할수 있을 것이다. 단 반드시 이 책에 나온 홍대리처럼 해야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누구나 연초가 되면 계획 하나쯤은 세우기 마련이다. 그중 가장 많이 나오는 것이 운동하기와 외국어 공부하기이다. 생각만큼 지키기 어려운, 작심삼일이 되기 가장 쉬운 그런 계획들이기도하다는 소리다. 그렇다면 왜 그런지에 대한 이유를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일단 외국어는 다른 나라의 언어를 배우는 것인만큼 그 나라에서 생활하지는 않는 한 배우기가 어렵다. 눈뜨자마자 한국어를 사용하고 한국어를 듣는 상황에서 다른 나라의 언어를 마스터 하기란 절대 불가능하다. 누구라도 자신의 언어와 단절된 환경에 놓인다면 죽기 살기로 그나라 말을 배워서 써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될것이다. 그렇다면 자신만의 환경을 바꿔 볼 필요가 있다.

여기 홍대리가 있다. 중국시장 개척을 위해서 그는 반드시 중국어를 마스터 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 그것도 6개월 안에 말이다. 부장은 자신에게 특급미션을 내린다. 그렇다고 하루종일 공부만 하고 있을수도 없는 상황이다. 회사일은 회사일대로 하면서 공부를 해서 중국어를 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그는 문정아 선생을 찾아가게 된다.

보통 외국어를 공부한다고 하면 일단은 기본 알파벳부터 익히고 그다음에 단어 그리고 문법 그리고 회화를 익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절대 그렇게 해서는 6개월이란 짧은 기간안에 할 수가 없다. 저자는 한자를 쓰고 익히기보다는 듣고 익히기를 추천한다. 듣고 반복하고 하나의 패턴을 익혀서 단어만 바꿔가면서 입에 익히는 것이다.

사실 이런 방법이 획기적인 발견이나 혁명적인 것은 아니다. 모두가 다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따라하기 힘들거나 해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러니 더욱 열심히 한다면 누구라도 마스터 할 수가 있지 않을까. 특히 중국어는 성조가 있어서 어렵다고들 한다. 그런 성조도 듣는 다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아이가 엄마를 따라서 말하면서 배우듯이 그렇게 듣고 그대로 따라하면 되는 것이다. 단 반복적인 학습은 필수이다. 아이가 처음 말을 배울 때 한 단어를 말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엄마의 말들을 들으면서 반복하겠는가. 그 원리를 생각한다면 자신이 얼마나 많은 반복을 해야 할지 미루어 짐작할수 있을 것이다.

홍대리 또한 처음에는 단어도 외우고 책도 읽어가면서 해보았지만 자신이 한 방법이 그리 신통치 않음을 알고 저자가 알려준 방법대로 공부하면서 중국어 학습에 재미를 들이기 시작했다. 특히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을 위해서 문정아 중국어 14일 무료수강권을 증정한다고 하니 중국어 공부를 새해 계획으로 삼은 사람이라면 일단 시작해봐도 좋겠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바로 부록. 마법의 문장 300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책은 꼭 필요한 300개의 문장을 수록해 놓음으로서 이 문장들만 외우고 있어도 적재적소에 자신이 필요로 하는 중국어를 구사할 수 있을 것이다.

중죽어를 하나도 모르던 홍대리도 하지 않았는가. 홍대리도보다 더 열심히 할수 있는 사람이라면, 홍대리보다 조금 더 시간이 남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할수 있을 것이다. 점점 커져가고 있는 중국시장을 잡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이 바로 중국어. 늦지 않았다. 우리에게는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바로 가장 빠른 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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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온도 - 지극히 소소하지만 너무나도 따스한 이덕무의 위로
이덕무 지음, 한정주 엮음 / 다산초당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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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 우선 '이덕무'라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먼저 알아야할 필요가 있다. 이덕무는 박제가, 이서구, 유득공과 더불어 청나라에까지 이름이 알려진 시인이자 실학자이다. 아는 것이 많고 특히 문장에 뛰어났으나 서자라는 이유로 무시당했던 그. 이 책은 그의 소품문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에 실린 이야기들을 고전 연구가 한정주의 번역과 해석으로 풀어놓은 책이다.

두권 모두 이덕무가 이십대였던 시절에 쓰인 산문집이다. 전자가 훨씬 더 분량이 많긴 하지만 두권이 비슷한 의미로 읽힌다고 번역자는 말하고 있다. 이덕무의 글은 비록 한자어로 쓰여있기는 하지만 결코 그리 어려운 문장들은 아니다.

소재 또한 주위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나 풍경으로 삼았기 때문에 누구라도 생각하고 쓸 수 있는 글이기도 하다. 그런 소소함이 주는 공감대는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글을 통해서 느낄수 있다. 충분히.

특히 같은 한자어를 반복해서 쓰는 대우와 대조의 묘미를 살린 글 한 편이 눈에 들어온다.(23p)

春山鮮鮮 而夏山滴滴 秋山 而冬山栗栗

'사계절과 산의 풍경들'이라는 제목의 이 시구는 <봄산은 신선하고 산뜻하다./ 여름산은 물방울이 방울방울 떨어진다./ 가을산은 여위어 수척하다./ 겨울산은 차갑고 싸늘하다.>라는 단 네문장 각 산마다의 특징을 이렇게도 잘 잡아내고 있다. 더군다나 한자어로 보면 더욱 놀랍다.

단 두개의 한자, 그것도 같은 단어의 반복이니 결국은 한자어 하나만으로 춘하추동, 사계절 산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내고 있는 셈이다. 신선할 선, 물방울 적, 여윌 구, 그리고 밤나무 율자를 통해서 반복과 대조로 쓰여진 이 글은 정말 간결하면서도 눈에 띄는지라 보는 순간 대단하다 칭하면서 다시 한번 되뇌게 되는 마력같은 느낌의 글이다.

당시 사람들중에서는 이덕무의 글이 중국의 것과 다르다고 하여 비판하거나 무시하는 사람들도 많았다는데 그들을 향해서 박지원은 이덕무의 글이 그들의 것과 같지 아니하고 오로지 조선의 자연을, 조선의 사람을, 조선의 성정을 표현했기 대문에 조선의 국풍이라고 하며 두둔하였다고 한다.(225p)

박지원이 아주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았던 것이 아닐까. 이 글에는 그 당시 사람들의 생각과 그 당시의 풍경들, 그리고 소품들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당시에 살지 않아서 중국의 풍과 어떻게 다른지 구분할 수는 없지만 오직 조선의 느낌을 담았기에 개인적으로는 충분히 알찬 글이라고 생각되어지는 바다.

또 한편 <선귤당농소>에 실린 글을 보자.

망령된 사람돠 더불어 시비나 진위나 선악을 분별하느니 차라리 얼음물 한 사발을 마시는 것이 낫다.(179p)

<상대할 가치도 없는 사람>이라는 제목이 붙여진 이 글은 왠지 모르게 똥은 무서워서 피하는 것이 아니라 더러워서 피한다는 속담이 생각난다. 제정신이 아닌 사람과 시시비리를 가려봐야 몸만 피곤해지니 그저 무시하고 내 갈길 가라는 말이다. 아주 적절한 표현이라 하지 않을수 없다.

이런 식의 요즘 세상에도 딱 들어맞을만한 글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는 이 글은 전혀 오래전 글이 아니다 싶게 여겨진다. 한자를 안다면 그것을 해석하는 재미도 있을 것이고 모른다해도 풀어놓은 글을 본다면 너무나도 공감하며 맞장구를 칠 이야기들이 즐비하다.

마지막 글에 번역자는 <다만 쓰고 싶은 것을 쓸뿐>이라는 제목을 붙여놓았다. '숙제로 써야 하는 글이 가장 나쁘다.' 누군가에 의해서 강제로 이루어지는 글쓰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혹시 지금 글쓰기에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다면 편하게 주위의 사람이나 자신의 일상, 하다못해 지금 눈에 보이는 것에 대해서라도 자유롭게 써보면 어떨까. 숙제는 해야 되는 일일 뿐 결코 하고 싶어서 자발적인 것에 의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숙제 같은 글쓰기를 하지 말자는 것에 절대 공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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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의 눈물 대한민국 스토리DNA 16
전상국 지음 / 새움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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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서의 집단 구타 사건. 한 명이 이른바 '짱'이 되어 그들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파벌. 대체 이것은 언제적 이야기인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도 보여주듯이 80년대 이야기임이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혹시 이것은 지금 현실의 학교의 세태를 반영한 것이 아닌가하고 다시 읽어보게 된다.

분명 '육십육 명'이라는 반의 인원수가 말해주고 있다. 그랬던 적이 있었다. 한반에 육십명이 넘어가던 때가. 그것도 고등학교에서 말이다. 지금은 한반에 많아봐야 삼십명 남짓.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나 지금이나 다름없는 학생들의 행동은 어떻게 보아야만 하는 건가.

1980년 작품. 지금은 2018년. 약 삼십년간의 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우상의 눈물>이라는 단편은 너무나도 현실적으로, 너무나도 현재적으로 읽힌다. 그것이 이 책이 주는 장점이다. 분명 7,8십년대에 쓰인 글임에도 전혀 괴리감이 없이 읽히는 것은 전상국이란 작가가 쓴 작품들이 주는 매력이다. 대한민국 스토리 DNA 시리즈 속에 작가의 책이 포함되어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관심이 갔던 것은 전상국 하면 당연히 따라붙는 <아베의 가족>이다. 사실 우상의 눈물보다는 아베의 가족이 더 눈에 익은데 어디서 보았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언젠가 읽어본 듯 한것이 분명 학교 다닐때 국어시간에 본 작품들임에 틀림없다.

한 가족이 있다. 저들에게는 '아베'라는 형이자 오빠가 있다. 그러나 그 아베는 가족의 일원으로 끼지도 못한다. 조금은 아니 많이 모자란 그런데도 성욕만은 살아있는 그는 태어났을 때부터 그랬다. 동생이고 남이고를 가리지 않고 여자면 덤벼든다. 하물며 엄마도 마찬가지다. 동물적인 감각밖에 남아있지 않은 아베. 당연 말도 할 줄 모르고 할줄 아는 말이라고는 그저 아베라고 중얼거리는 것뿐이다.

형제들이기는 해도 아베와 다른 형제들은 아버지가 다르다. 어린 아베를 불쌍히 여긴 남자가 그 아이를 극진히 보살펴줬고 시어머니와 둘이 살고 있던 엄마는 내쫓기다시피 그 남자와 나오게 되었던 것이다. 물론 그 남자가 바로 이들의 아버지다. 고모의 초청장으로 인해서 미국에 가게 된 그들은 바쁘게 짐을 꾸린다. 여권을 내고 비자 신청을 한다.

그러면서도 누구 하나 아베에 대해서 신경도 쓰지 않는다. 가족들은 미국까지 아베를 데리고는 가는 것일까 아니면 아베를 한국땅에 버려둔 채 자신들만 가는 것일까. 미국에 간지 4년만에 미국 군인으로 이 땅을 다시 밟게 된 진호. 그는 지금 이 한국에서 누군가를 찾으려 한다. 그가 찾으려 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9개의 단편들중 가장 긴 페이지를 할애하고있는 이 <아베의 가족>은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차별을 보여주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또는 비하를 보여주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또는 가족에 대한 사랑을 나나내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생각은 각자 자신의 몫이다.

한글로 된, 특히나 이런 작품을 읽는 것은 생각지 못했던 단어를 읽는 즐거움도 준다.

드디어 키작은 사내의 바짓가랑이가 데거덕거리기 시작했다.(187 p)

'데걱거리다'라는 말은 <동행>에서 가장 자주 많이 쓰이는 단어다. 물에 젖은 바지가 얼어붙어 나는 소리를 나타내는 말로 쓰인 데걱거리다 라는 말은 '데걱데걱'처럼 두번 겹쳐서 사용이 되기도 한다. 평상시에 쓰지 않는 말이며 또한 이런 말이 있다는 것도 모르고 지낸다. 이런 문학작품 속에서 알지 못했던 한글 단어를 만나는 것은 책을 읽는 즐거움이며 책을 읽어야만 알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자르면 자를수록 늘어나는 플라나리아를 소재로 한 <플라나리아>, 학창시절 학생들을 통하여서 그 당시의 시대상을 드러내주는 <우상의 눈물>, 동생과 형 두명을 통해 그들의 생각을 보여주는 <우리들의 날개>와 <침묵의 눈>, 조부모님의 유해를 가지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아버지와 아들. 그들의 이야기를 그린 <맥>, 어쩌다 보니 눈 덮인 겨울 밤 같은 길을 가게 된 두 남자의 이야기 <동행>,공중전화를 통해서만 약속을 잡을 수 있었던 그 시절 한 사기 사건에 얽힌 <전야>,장애를 가진 아베와 그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아베의 가족>.

마지막으로  한 집에 계속 들어오는 커다란 돌멩이들, 누가 무슨 심정으로 그 집에 계속 돈을 던지는 것일까. 평안도 사투리를 읽는 재미를 주는 <투석>까지 총 아홉편의 단편들이 주는 재미와 감동은 생각보다 크다. 학생들의 필독서이기도 할 전상국의 소설들, 이 이야기는 두고두고 읽어야 할 그런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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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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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잖아, 말하는 고양이가 있다고생각해?? 현실에서는어렵겠지. 그런데 책에서는 종종 볼수 있어. 미미여사의 에도시리즈에도 말하는 고양이는 등장하거든. [검은 고양이의 세레나데]에서도말하는 고양이는 등장해. 이렇게 보니 주로 일본책에서 말하는 고양이가 등장을 하네. 그렇다고 모두가 다 말하는 고양이를 볼수 있는 것은 아니야. 특별한 사람에게만 허락되는 능력이지.

있잖아, 이 세상에서 책이 사라질 거라고 생각해?? 요즘은 이북이다 뭐다 해서 종이책이 점점 사라지고 있잖아. 거기다 도서정가제다 뭐가 해서 생전 책이라고는 읽지도 않는 사람들이 만들어 낸 정책으로 인해서 책값은 더 오르고 북페스티벌같은데서 싸게 팔던 것도 없어져서 읽던 사람들까지 안 읽는 그런 세상이 되어 버렸어. 이런 세상에서 책이 사라진다 해도 놀랍지도 않겠지??

책의 미궁이 있어. 책을 사랑하지만 그 사랑함으로 인해서 오히려 더 이상한 행동을 하게 되는 거지. 때로는 자신이 읽은 책을 가둬두기도 하고 때로는 책을 갈기갈기 찢어내기도해. 왜 가끔 보잖아, 도서관 책에서 가장 중요한 페이지만 쏙 찢어진거. 옛날 만화방에서는 이쁜 그림들이 있는 페이지들이 잘려나가곤 했대.

그런 책의 미궁에 들어가서 책을 구해야해. 나에게 제안을 한 고양이는 어떻게 되느냐고? 걱정하지 마. 같이 갈거야. 비록 큰 도움은 못되겠지만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든든한 존재들이 있잖아. '얼룩'이라는 이름을 가진 고양이는 너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 줄꺼야.

그러니 '이상한 나라의 폴'처럼 용감하게 그 세계에 들어가서 니나를 구해오듯이 책을 구해야해. 너가 만약 책을 구해내지 못한다면 이 세상에서 책이라는 존재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을지도몰라. 그러니 책을 좋아하는 너가 나서야 할 타이밍이야. 자 이제부터 시작해봐. 너에게 달렸어,

기개같은 건 없습니다. 저는 단지 책을 좋아하는 것뿐이죠.(177P)

용감하게 책을 구하러 나선 린타로가 한 말이야. 할아버지와 둘이 살던 린타로. 할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그에게 남은 것은 할아버지가 운영하시던 헌책방뿐. 그곳에 틀어박혀 학교도 가지 않던 그였는데 이제는 살아갈 방법이 없어. 그를 데리러 온 것은 한번도 만나보지 못했던 고모. 이대로 끌려가서 남들과 같이 살아야 하는 것일까. 할아버지의 헌책방은 여기서 문을 닫아야하는 것일까.

우리가 걱정한 건 네가 네 '껍질' 안에틀어박혔던 거지. 껍질을 깨뜨려. (201P)

왠지 모르게 데미안이 생각나는 시점. 의사이면서 글을 쓰는 작가는 이름조차도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들의 이름을 따 지었대. 정말로 책을 사랑하지 않고서는 할수 없는 행동. 그래서일까 이 책에서는 작가의 책에 대한 팬심이 아주 강하게 엿보여.

린타로는 혹시 자신을 투영한 존재가 아니었을까. 알을 깨고 나와야했던 싱클레어. 그리고 이제 껍질을 깨고 나올 린타로. 린타로는 이제 겨우 세상을 향해 첫걸음을 내딛었을 뿐이야. 책과 세상속에서 조화를 이루어갈 린타로의 인생을 응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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