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수집노트 - a bodyboarder’s notebook
이우일 지음 / 비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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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에 이토록 바르게 미칠 수가 있을까? 이렇게 미친다는 것은 딱히 나쁘지 않은 일이라 생각되어진다. 나는 무언가에 이토록 미쳐본 적이 없다. 성격 탓인지 분위기 탓인지 공부에도 연애에도 노는 것에도 미쳐보지 못해서 작가의 이 늦바람이 아주 바람직해 보이고 동조해 주고 싶고 박수를 보내고 싶고 살짝 부럽기도 하다. 어떻게 왜 이렇게 미치게 되었을까 그 요령이 궁금하기도 하다.


작가는 파도를 탄다. 일반적인 서핑이 아니라 오리발을 신고 타는 크기가 조금은 작은 부기보드다. 솔직히 이런 보드를 실제로 본 적도 없고 방송에서도 보여지지 않아서 그 보드 자체를 정확히는 모르겠다. 그림으로 그려진 바에 의하면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서핑보드와는 크기도 작지만 생긴 모양도 완전히 다르다. 거기다가 파도를 타고 일어서는 그런 서핑과는 달리 오리발을 신고는 설 수가 없기 때문에 온 몸으로 파도를 타는 그런 보드라 할 숭수 있다. 그래서 보디보드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일수도 있다. 이 보드를 이용해서 파도를 타는 느낌은 정말 이 경험을 해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겠지. 내가 해 보지 못한 많은 것들 속에 이 역시도 들어갈 것이라 생각하니 또 작가가 살짝 부럽다. 기본적으로 난 수영을 못하니까. 바다는 내가 보는 동경의 대상인지 그 속에 들어가 호흡하고 살아가는 동화의 대상이 아닌 것이다. 



위험과 위험 사이에서 삶을 즐기는 것, 어쩌면 그것만이 삶을 살아가는 유일한 방법일지 모른다. (33p)


작가는 오랫동안 장롱면허였다. 그러나 자신이 사방팔방으로 돌아다니면서 파도를 잡아 타려면 운전이 필수였던 지라 그는 이 모든 것을 타파하고 직접 운전대를 잡기에 이른다. 처음 느낌이 얼마나 두려웠을까. 하지만 파도에 대한 그리움은 그 모든 위험이나 두려움을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도 파도가 좋았을까. 미쳐야 알 수 있는 법이다.


작가가 포틀랜드와 하와이에 살 때의 경험을 담은 두 권의 책을 보았었다. 하지만 이번 책은 그 두 권과는 전혀 다르다. 내가 그렇게 느낀 것은 아마도 그림 때문일 것이다. 굉장히 단순한 필치로 그린 것 같은데 묘하게 빠져든다. 거기다 얼마나 아름다운 색감으로 조화시켜 놓았는지 나는 파도가 아닌 그의 그림에 빠져들었다. 파도를 표현한 것이나 바다를 그린 것이니 이 모든 작품들에서 아름다운 그림을 감상할 수만 있다면 이 책을 읽고 또 읽어도 좋으리라.액자에 넣어서 걸어두고 하루종일 쳐다 보고 싶은 그린 느낌이 드는 그림들이 하나둘이 아니다.



파도를 탄다는 건 자연과의 조화를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165p)


날이 좋을 때도 물론 파도를 타겠지만 책에서는 극적인 상황을 그려내야 해서인지 유달리 추운 겨울에 또는 위험한 상황에 파도를 찾아 떠나는 모습이 자주 그려진다. 아니 대체 1월에 한국에서 파도를 타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말이다. 내가 그 세계를 몰라서일까 겨울용 수트가 따로 있다는 것도 신기하고 장갑을 끼고서 파도를 탄다는 것 아니 바다에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신기할 따름이다. 그렇게도 좋을까. 


파도타기를 좋아한다는 사람이면 반드시 읽고 공감할 만한 이야기가 가득한 한 권의 책이고 나처럼 타도에 대해서 무지한 인간이라 하라도 그림을 보는 즐거움으로라도 꼭 가지고 싶게 만드는 그런 한 권의 책이다. 감동적인 그림과는 대조되는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 그리고 미래의 나라는 이름으로 명명되어진 작가의 분신들의 이야기도 꽤나 익살스럽다. 감동과 즐거움의 앙상블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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