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비로 산다는 것 - 가문과 왕실의 권력 사이 정치적 갈등을 감당해야 했던 운명
신병주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0년 10월
평점 :
품절


왕으로 산다는 것 참모로 산다는 것에 이은 세번째 산다는 것 시리즈느는 바로 왕비로 산다는 것이다. 왕비. 왕의 아내. 어떻게 보면 왕을 보필하는 역할 외에 무엇을 더 할수 있을까하고 의문을 가질수도 있겠지만 나라를 다스리는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왕비가 관여할 정도로 중요한 역할이자 계급이자 직위였다. 특히 내명부에 기재되어 있는 왕을 모시는 여자들을 잘 관리하는 것도 포함해서 말이다. 일부일처제이지만 왕은 후궁을 따로 둘 수 있었기에 자신의 남편을 빼앗기는 것이나 다름 없는 그런 상황이었지만 크게 질투도 할 수 없는 그런 자리가 바로 왕비라는 자리였다.

 

어디 궐 안의 일뿐일까. 민심을 살피고 필요한 곳에 적절한 물품을 보급하는 것들도 왕비의 일이었을 것이다. 오늘날의 퍼스트 레이디처럼 만능일꾼이 되어야만 했던 자리. 또한 그녀들이 권력에 중심부에 있음으로 말미암아 그녀들을 이용한 정권싸움도 만만치 않았다.

 

왕비의 자리를 노리고 권력을 잡은 자들은 자신의 딸을 그 자리에 밀어 넣기 위해서 갖은 노력을 다해 놓고 줄을 대었다. 그 모든 것들이 이루어져야만 가능한 자리였던가. 권력의 투쟁으로 인해서 왕비의 자리에서 물러나기도 하고 쫓겨나기도 하고 때로는 그 투쟁에 휩쓸려 목숨을 잃기도 하는 그런 것이 왕비라는 자리였다.

 

왕비로 살지 못했던 첫 국모인 신의왕후로부터 시작해서 조선의 마지막 왕비인 순정황후까지 50명의 왕비들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명성황후까지는 알았어도 그 뒤에 왕비가 더 있으리라고 생각지도 못했기에 순명황후와 순정황후의 이야기는 색다르면서도 신선한 정보가 된다.

 

조선에서 세자빈, 왕비, 대비의 정식 세 과정을 모두 거친 왕비는 몇 사람이나 있을가? 조선에 27명의 왕이 재위했는데 이런 정식 과정을 모두 밟은 경우는 단 한명 뿐이라고 한다. 그것이 바로 현종의 왕비 명성왕후 김씨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이는 그만큼 조선의 왕위 계승에 있어서 변수가 많았다는 것을 의미하며 제대로 과정을 밟아간 경우가 흔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 할 수 있겠다.

 

명성왕후라고 해서 처음에는 명성황후를 잘 못 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명성황후는 고종의 왕비로 훨씬 이후에나 등장을 하고 이 경우는 또 다른 왕비라 할 수 있다. 조선시대에는 왕후라는 단어를 사용했고 나중에 근대기로 넘어가면서 황후라는 단어를 쓰고 있어서 황후의 명칭을 가진 것은 명성황후와 순명황후 그리고 마지막 순정황후까지 세명이다. 세자빈으로 간택이 되고 남편이 왕이 되어 왕비의 자리에 오르고 아들이 왕이 되어 대비의 자리에 오른 왕비가 단 한명뿐이라니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면 이 책을 읽는 흥미가 더 동해진다.

 

왕과 가장 나이차가 많이 나는 왕비는 누구였을까. 그것은 영조와 혼인했던 정순왕후였다. 정성왕후가 있었으나 왕비가 된 후 사망을 하였고 아들이 없었기에 왕비를 서둘러 들여야 했고 그런 과정에서 선택된 것이 바로 그녀였다. 15살에 왕비가 된 그녀. 66세의 왕을 모시고 살아가야 할 그녀의 인생이 불쌍해 보이는가.

 

아니 그것은 그런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녀가 비록 어렸지만 권력에 대한 야망이 아주 컸었음을 시사하는 바이다. 왕비간택 과정에서 보여준 그녀의 행동을 보면 영리하다는 것을 암시한다. 영리하면서도 어떻게 해야 간택이 된다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음도 분명하다. 출제자의 의도를 아주 잘 읽었다고나 할까.

 

왕비라고 해서 결코 편하고 쉬운 자리가 아니였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한권의 책이다. 그녀들의 삶이 어떠하였는지를 여러 문헌들을 통하여 정리해 놓은 책이라 사실적이고 그래서 더욱 교육적이라 할 수도 있겠다. 조선이라는 나라를 꿰뚫는 여러 왕비들을 통해서 조선의 역사를 다시 한번 찾아보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