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르트 발저,산책자, 배수아 옮김, 한겨레출판, 2017(3).

 

업무 때문에 나는 늘 두려움에 빠져서 손바닥으로 책상 상판을 여기저기 계속 쓰다듬지만, 다들 나를 조롱의 시선으로 주시하고 있음을 알아차릴 때까지 그 행동을 멈출 수가 없다. 혹은 손으로 뺨을 톡톡 치거나 턱 아래를 잡고 코를 문지르고 이마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공들여 쓸어 넘긴다. 마치 내 앞 책상에 잔뜩 펼쳐진 서류 위가 아니라 내 이마에 업무 내용이 적혀 있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29)

 

업무 때문에 나는 늘 두려움에 빠져서 손바닥으로 책상 상판을 여기저기 계속 쓰다듬지만, 다들 나를 조롱의 시선으로 주시하고 있음을 알아차릴 때까지 그 행동을 멈출 수가 없다. 혹은 손으로 뺨을 톡톡 치거나 턱 아래를 잡고 눈을 쓸어내리고 코를 문지르고 이마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공들여 쓸어 넘긴다. 마치 내 앞 책상에 잔뜩 펼쳐진 서류 위가 아니라 내 이마에 업무 내용이 적혀 있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독일어 원문: Ein Auftrag erschreckt mich immer, veranlaßt mich, mit meiner flachen Hand strichweise über den Pultdeckel zu fahren, bis ich entdecke, daß ich höhnisch beobachtet werde, oder ich tätschle mir mit der Hand die Wangen, greife mich unter das Kinn, fahre mir über die Augen, reibe die Nase und streiche die Haare von der Stirne weg, als ob dort meine Aufgabe läge, und nicht auf dem Bogen Papier, der vor mir, auf dem Pult, ausgebreitet liegt.

 

sich über die Augen fahren = 눈을 쓸어내리다

 

빠진 부분을 보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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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트 발저,산책자, 배수아 옮김, 한겨레출판, 2017(3).

 

내가 좋은 집안 출신인 데다가 아버지는 지방에서 존경받는 사업가이기도 하므로, 나는 내게 가까이 다가오려 하는 것들, 내가 짊어져야 하는 일에 대해 무조건 아주 쉽게 흠을 잡아내는 편이다. 예를 들어 그 무엇도 내 눈에는 흡족할 만큼 고급스럽지 않다.(28)

 

내가 좋은 집안 출신인 데다가 아버지는 지방에서 존경받는 사업가이기도 하므로, 나는 내게 가까이 다가오려 하는 것들, 그래서 내가 밀쳐 내야 하는 것들에 대해 무조건 아주 쉽게 흠을 잡아내는 편이다. 예를 들어 그 무엇도 내 눈에는 흡족할 만큼 고급스럽지 않다.

 

독일어 원문: Da ich ein Mensch aus guter Familie bin, mein Vater ist ein angesehener Kaufmann in der Provinz, so finde ich leicht an den Dingen, die sich mir nähern wollen, und denen ich auf den Leib rücken soll, allerlei auszusetzen, zum Beispiel: es ist mir alles zu wenig fein.

 

jemandem auf den Leib rücken = umgangssprachlich: jemanden bedrängen, auf jemanden Druck ausüben = 누구를 세게 밀다, 육박하다

 

an jemandem etwas aussetzen = 누구의 무엇을 비난하다

 

문장을 바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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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트 발저,산책자, 배수아 옮김, 한겨레출판, 2017(3).

 

막 깨어난 싱그러운 아침, 나는 유명 호수가 있는 대도시를 출발하여 거의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작은 호수를 향해 걷기 시작한다. 가는 도중에는 오직 평범한 사람이 평범한 산책길에서 마주칠 수 있는 것들만을 마주쳤다. 스케이트를 타는 몇몇 부지런한 사람들을 만나 안녕하세요!”하고 인사했고, 이것이 전부이다.(122)

 

막 깨어난 싱그러운 아침, 나는 유명 호수가 있는 대도시를 출발하여 거의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작은 호수를 향해 걷기 시작한다. 가는 도중에는 오직 평범한 사람이 평범한 길에서 마주칠 수 있는 것들만을 마주쳤다. 곡식을 베어 들이는 몇몇 부지런한 사람들을 만나 안녕하세요!”하고 인사했고, 이것이 전부이다.

 

독일어 원문: Es ist ein frischer Morgen und ich fange an, von der grossen Stadt und dem grossen bekannten See aus nach dem kleinen, fast unbekannten See zu marschieren. Auf dem Weg begegnet mir nichts als alles das, was einem gewöhnlichen Menschen auf gewöhnlichem Wege begegnen kann. Ich sage ein paar fleissigen Schnittern „guten Tag“, das ist alles; [...].

 

Schnitter = (곡식 따위를) 베어 들이는 사람, 풀 베는 사람, 수확자

 

착독:

 

Schnitter수확자Schlitten썰매으로 순간, 잘못 읽었다.

 

단어를 바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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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트 발저,산책자, 배수아 옮김, 한겨레출판, 2017(3).

 

점심식사를 할 때면 늘 나는 이런 자리가 아니라 좀 다른 곳에서 점심을 먹을 수 있다면, 식탁 분위기가 좀 더 명랑한 자리, 여기와 마찬가지로 훌륭하지만 좀 더 고상하게 식사할 수 있는 그런 자리라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에 빠진다. 그리고 더 나은 음식과 더 활기찬 대화가 오가는 그런 곳은 어디일까 곰곰이 생각해본다.(27)

 

점심식사를 할 때면 늘 나는 이런 자리가 아니라 좀 다른 곳에서 점심을 먹을 수 있다면, 식탁 분위기가 좀 더 명랑한 자리, 여기와 마찬가지로 훌륭하지만 좀 더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는 그런 자리라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에 빠진다. 그리고 더 나은 음식과 더 활기찬 대화가 오가는 그런 곳은 어디일까 곰곰이 생각해본다.

 

독일어 원문: Wenn ich zu Mittag esse, denke ich immer, ich könnte eigentlich anderswo, wo es vielleicht fideler zuginge am Eßtisch, ebenso gut, oder noch feiner essen, und denke dann darüber nach, wo das wohl sein könnte, wo die lebhaftere Unterhaltung mit dem besseren Essen verbunden wäre.

 

fein = 양질의, 정선된, 고급의

 

여기서, fein이 뜻하는 바는 식탁 분위기나 식사하는 사람들의 품위, 또는 몸가짐의 수준이 아니라, 음식의 질이다.

 

문장을 잘 살펴보면, 형용사 fein은 음식과 형용사 fidel은 대화와 관련된다.

 

fein das bessere Essen

맛있는 더 나은 음식

 

fidel die lebhaftere Unterhaltung

명랑한 더 활기찬 대화

 

단어를 바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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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트 발저,산책자, 배수아 옮김, 한겨레출판, 2017(3).

 

평균 체형인 나는 유난히 작거나 혹은 혼자만 불쑥 튀어나오게 크지 않다는 사실에 기뻐할 명분이 생긴다. 그러니까 문어체로 말하자면 온건한 척도에 해당하는 것이다.(27)

 

평균 체형인 나는 유난히 작거나 혹은 혼자만 불쑥 튀어나오게 크지 않다는 사실에 기뻐할 명분이 생긴다. 그러니까 문자를 써서 말하자면 표준 신장이다.

 

독일어 원문: Ich bin mittelgroß von Gestalt und habe deshalb Gelegenheit, mich zu freuen, darüber, daß ich weder hervorstechend klein, noch herausplatzend groß bin. Ich habe so das Maß, wie man auf schriftdeutsch sagt.

    

das Maß haben = 표준 신장을 갖다

 

schriftdeutsch = hochdeutsch in der (bestimmten sprachlichen Gesetzmäßigkeiten folgenden) schriftlichen Form = 문자 쓰다

 

문장을 바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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