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 쿤데라,농담(밀란 쿤데라 전집 1), 방미경 옮김, 민음사, 2011(21).

 

왕들의 기마 행렬.

 

훠이, 훠이! 모두 들으시오,

산골짝의 사람들, 바닷가 사람들,

부활절 주일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들어 보시오.”(432)

 

훠이, 훠이! 모두 들으시오,

산골짝의 사람들, 바닷가 사람들,

성령강림 주일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들어 보시오.”

 

프랑스어 원문: dimanche de Pentecôte = 성령강림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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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 쿤데라,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밀란 쿤데라 전집 6), 이재룡 옮김, 민음사, 2013(37).

 

세계의 구조

 

얼마 전 나는 기막힌 감정의 불꽃에 사로잡혔다. 나는 히틀러에 관한 책을 뒤적이다 사진 몇 장을 보곤 감격했다. 내 어린 시절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내 가족 중 몇몇은 나치 수용소에서 죽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의 죽음이, 되돌아갈 수 없는 내 인생의 한 시절,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해 줬던 히틀러의 사진에 비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러한 히틀러와의 화해는 영원한 회귀란 없다는 데에 근거한 세계에 존재하는 고유하고 심각한 도덕적 변태를 보여준다. 왜냐하면 이런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처음부터 용서되며, 따라서 모든 것이 냉소적으로 허용되기 때문이다.”(11)

 

얼마 전 나는 기막힌 감정에 사로잡혔다. 나는 히틀러에 관한 책을 뒤적이다 사진 몇 장을 보곤 울컥했다. 내 어린 시절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내 가족 중 몇몇은 나치 수용소에서 죽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의 죽음이, 되돌아갈 수 없는 내 인생의 한 시절,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해 줬던 히틀러의 사진에 비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러한 히틀러와의 화해는 영원한 회귀란 없다는 데에 근거한 세계에 존재하는 고유하고 심각한 도덕적 도착(倒錯) 보여준다. 왜냐하면 이런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처음부터 용서되며, 따라서 모든 것이 냉소적으로 허용되기 때문이다.”

 

프랑스어 원문: Il n’y a pas longtemps, je me suis surpris dans une sensation incroyable : en feuilletant un livre sur Hitler, j’étais ému devant certaines de ses photos ; [...]

Cette réconciliation avec Hitler trahit la profonde perversion morale inhérente à un monde fondé essentiellement sur l’inexistence du retour, car dans ce monde-là tout est d’avance pardonné et tout y est donc cyniquement per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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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 쿤데라,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밀란 쿤데라 전집 6), 이재룡 옮김, 민음사, 2013(37). 

 

스포트라이트

 

프란츠에게 빛이라는 단어는 부드러운 햇살이 감싸는 풍경의 이미지가 아니라 빛 그 자체, 태양, 전구, 영사기 같은 빛의 원천을 떠오르게 한다. 그는 익히 들어오던 은유를 떠올렸다. 진리의 태양, 이성의 눈부신 광채 등등.”(160)

 

프란츠에게 빛이라는 단어는 부드러운 햇살이 감싸는 풍경의 이미지가 아니라 빛 그 자체, 태양, 전구, 스포트라이트 같은 빛의 원천을 떠오르게 한다. 그는 익히 들어오던 은유를 떠올렸다. 진리의 태양, 이성의 눈부신 광채 등등.”

 

프랑스어 원문: un projecte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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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바스티안 하프너,어느 독일인 이야기, 이유림 옮김, 돌베개, 2014(10).

 

나는 독일 법학도의 졸업 시험으로 법관이나 고위 관료, 변호사가 될 권리를 주는 사법시험을 보려고 신청했다. 그 권리를 이용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시험에 붙을지 떨어질지도 아무 상관없었다. 시험이란 대개 사람을 흥분시키는 일이다. 오죽하면 시험 열병이란 말까지 있을까. 하지만 나는 조금도 들뜨지 않았다. 그보다 더 큰 다른 열병에 걸려서 시험이라고 해도 시큰둥할 뿐이었다.”(291, 띄어쓰기 수정인용)

 

나는 독일 법학도의 졸업 시험으로 법관이나 고위 관료, 변호사가 될 권리를 주는 사법시험을 보려고 신청했다. 그 권리를 이용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시험에 붙을지 떨어질지도 아무 상관없었다. 시험이란 대개 사람을 흥분시키는 일이다. 오죽하면 시험 열병이란 말까지 있을까. 하지만 나는 조금도 들뜨지 않았다. 그보다 더 큰 다른 열병에 의해 무력해 졌다.”

 

독일어 원문: Jetzt also meldete ich mich zum Assessorexamen, dem großen Abschlußexamen eines deutschen Juristen, das die Berechtigung zum Richteramt, zur höheren Verwaltungskarriere, zur Anwaltschaft usw. gibt. Ich tat es ohne jede Absicht, von diesen Berechtigungen je Gebrauch zu machen. Nichts war mir gleichgültiger als die Frage, ob ich das Examen bestand oder nicht. Ein Examen ist doch normalerweise eine etwas aufregende und anspannende Angelegenheit, nicht wahr?, man spricht sogar von Examensfieber. Ich spürte nichts davon. Das Fieber war völlig paralysiert von einem größeren anderen Fieber.

 

paralysiert von A sein = A에 의해 약화되다, 무력하게 되다.

 

더 큰 다른 열병은 나치에 의해 미쳐 돌아가는 시대 상황과 분위기.

 

저자 하프너가 이 열병에 걸려서’ , 시험이 시큰둥했다고 표현하는 것은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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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 울만,동급생, 황보석 옮김, 열린책들, 2017(2).

 

한스에겐 친구가 없다.

 

급우 가운데는 우정을 나눌만한 이상적인 친구가 없기 때문.

 

어쩌면 내가 그렇게 냉담했던 또 다른 이유는 그 아이들 모두가 너무도 현실적이어서 이미 저네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를, 그러니까 변호사, 공무원, 교사, 목사, 은행원 등등이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38)

 

어쩌면 내가 그렇게 냉담했던 또 다른 이유는 그 아이들 모두가 너무도 현실적이어서 이미 저네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를, 그러니까 변호사, 장교, 교사, 목사, 은행원 등등이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영어 원문: Perhaps another reason for my coolness was that they all appeared to be so immensely practical, and already knew what they wanted to be, lawyers, officers, teachers, pastors and bank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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