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른하르트 슐링크,책 읽어주는 남자, 김재혁 옮김, 시공사, 2014(4).

 

그 시절을 생각하면 왜 이리 슬픈 것일까? 잃어버린 행복 때문일까? [...] 그 후로 다가 온 것은 진상의 파악, 즉 원래부터 존재하던 것은 나중에 가서 어차피 드러나기 마련이라는 사실에 대한 깨달음이었던가?”(52, 부분삭제 인용)

 

그 시절을 생각하면 왜 이리 슬픈 것일까? 잃어버린 행복 때문일까? [...] 그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났고, 또 이미 존재했었던 게 그 후에 밝혀졌을 뿐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일까?”

 

독일어 원문: Warum macht es mich so traurig, wenn ich an damals denke? Ist es die Sehnsucht nach vergangenem Glück [...] Ist es das Wissen, was danach kam und daß danach nur ans Licht kam, was schon da w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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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른하르트 슐링크,책 읽어주는 남자, 김재혁 옮김, 시공사, 2014(4).

 

반호프 거리, 한나의 집.

 

미하엘의 두 번째 방문.

 

“그 여자는 집에 없었다. [...] 현관문의 유리창을 통해 집 안이 들여다보였다. 현관에는 거울과 옷장, 시계가 있었다. 째깍째깍하며 시계 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 나는 그녀를 만나보기로 그리고 그녀가 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결심했다.

현관의 시계는 십오 분과 삼십 분 그리고 정각마다 종을 쳤다. 나는 시계의 나직한 째깍 소리를 좇아, 종을 친 후 다음 종을 칠 때까지 900초를 세려고 시도해보았다. 그러나 자꾸만 정신이 분산되었다.”(32-33쪽, 부분삭제 인용)

 

그 여자는 집에 없었다. [...] 현관문의 유리창을 통해 집 안이 들여다보였다. 현관에는 거울과 옷장, 시계가 있었다. 째깍째깍하며 시계 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 나는 그녀를 만나보기로 그리고 그녀가 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결심했다.

현관의 시계는 십오 분과 삼십 분, 사십오 분 그리고 정각마다 종을 쳤다. 나는 시계의 나직한 째깍 소리를 좇아, 종을 친 후 다음 종을 칠 때까지 900초를 세려고 시도해보았다. 그러나 자꾸만 정신이 분산되었다.”

 

독일어 원문: [...] Die Uhr im Flur schlug zur Viertel-, halben und vollen Stunde. Ich versuchte, dem leisen Ticken zu folgen und die neunhundert Sekunden vom einen Schlagen zum nächsten mitzuzählen, ließ mich aber immer wieder ablenken.

 

괘종시계(卦鐘時計)는 종을 치는 횟수에 따라, 세 종류로 구분한다.

 

예를 들면,

 

시간 당 1= 12:00

시간 당 2= 12:00, 12:30

시간 당 4= 12:00, 12:15, 12:30, 12:45

 

한나의 집에 있던 괘종시계는 마지막 유형.

 

그래서 미하엘이 15, 900초를 세면서 계속 괘종소리를 좇았던 것.

 

독일어 표현, ‘zur Viertel-, halben und vollen Stunde’zu jeder Viertelstunde’와 같은 뜻으로 15분마다라는 의미이다.

 

, ‘zur Viertelstunde’15분과 45분을 동시에 가리킨다.

 

 

(부기[附記]: 1999<세계사>의 초판본을 읽을 때부터 늘 이 대목이 마음에 걸렸다.

 

, 이 한나의 시계는 정각, 15, 30분에만 종을 치고, 45분에는 치지 않을까?

 

어리석게도, 한때는 45분은 건너뛰고 시간 당 3정각, 15, 30만 치는 괘종시계가 있나, 열심히 찾아본 적도 있다.

 

외국어란 어렵다. 그 표현을 모르면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남의 나랏말이라는 근본적인 한계는 인정하지만, 뭔가 맞아 떨어지지 않는 사태가 있을 경우 문제의식을 갖고 그 답을 계속 찾아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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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른하르트 슐링크,책 읽어주는 남자, 김재혁 옮김, 시공사, 2014(4).

 

어린 시절과 청춘 시절에 병석에 누워 있는 시간은 정말 마법의 시간이라고 할 것이다! [...] 고열은 주변 세계에 대한 감지력을 떨어뜨리고 상상력을 날카롭게 하여 병실을 하나의 새로운, 친숙하면서도 낯선 공간으로 만들어준다. 괴물들은 커튼과 벽지의 문양들 속에서 흉측한 얼굴들을 내보이고, 의자들과 테이블들 그리고 서가들과 책장들은 우뚝 솟아올라 손을 뻗어 잡을 수 있을 만큼 가까우면서도 멀리 있는 산이나 건물 또는 배가 된다. 긴 밤 시간 내내 교회 탑시계의 종소리와 가끔씩 지나가는 자동차들의 부르릉 소리와, 사방의 벽과 지붕을 더듬으며 반사되는 헤드라이트 불빛이 환자와 동행한다. 이때는 잠이 오지 않는 시간이다. 그러나 불면증의 시간은 아니다. 즉 결핍의 시간이 아니라 충만의 시간이다. 동경, 회상, 불안, 욕망 등이 미궁을 만들어놓아 환자는 그 속에서 끊임없이 길을 잃고 또다시 찾았다가 또다시 잃곤 한다. 이때는 모든 것이 가능한 시간이다.”(28, 부분삭제 인용)

 

어린 시절과 청춘 시절에 병석에 누워 있는 시간은 정말 마법의 시간이라고 할 것이다! [...] 고열은 주변 세계에 대한 감지력을 떨어뜨리고 상상력을 날카롭게 하여 병실을 하나의 새로운, 친숙하면서도 낯선 공간으로 만들어준다. 괴물들은 커튼과 벽지의 문양들 속에서 흉측한 얼굴들을 내보이고, 의자들과 테이블들 그리고 서가들과 장롱들은 우뚝 솟아올라 손을 뻗어 잡을 수 있을 만큼 가까우면서도 멀리 있는 산이나 건물 또는 배가 된다. 긴 밤 시간 내내 교회 탑시계의 종소리와 가끔씩 지나가는 자동차들의 부르릉 소리와, 사방의 벽과 천장을 더듬으며 반사되는 헤드라이트 불빛이 환자와 동행한다. 이때는 잠이 오지 않는 시간이다. 그러나 불면증의 시간은 아니다. 즉 결핍의 시간이 아니라 충만의 시간이다. 동경, 회상, 불안, 욕망 등이 미궁을 만들어놓아 환자는 그 속에서 끊임없이 길을 잃고 또다시 찾았다가 또다시 잃곤 한다. 이때는 모든 것이 가능한 시간이다.”

 

독일어 원문: [...] Monster zeigen in den Mustern des Vorhangs und der Tapete ihre Fratzen, und Stühle, Tische, Regale und Schrank türmen sich zu Gebirgen, Gebäuden oder Schiffen auf, zugleich zum Greifen nah und in weiter Ferne. Durch lange Nachtstunden begleiten den Kranken die Schläge der Kirchturmuhr, das Brummen gelegentlich vorbeifahrender Autos und der Widerschein ihrer Scheinwerfer, der über Wände und Decke tast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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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른하르트 슐링크,책 읽어주는 남자, 김재혁 옮김, 시공사, 2014(4).

 

저녁 7. 미하엘 가족의 저녁식사 시간.

 

한나 집에 머물다 미하엘은 식사 시간을 놓친다.

 

아버지의 추궁.

 

나는 길을 잃었었다고 말했다. 에렌프리트호프를 거쳐 몰켄쿠어까지 가는 산책을 계획했는데 아무리 걸어도 아는 곳은 나오지 않았으며 그러다가 마침내 누스로흐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돈이 없어서 누스로흐에서 집까지 뛰어오는 수밖에 없었어요.>

<히치하이크를 할 수도 있었잖아.> [...]

[...]

<저 내일부터 다시 학교에 나갈래요.>

[...]

엄마가 형의 말을 가로막았다. <3주는 더 쉬어야 한다고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어.>

<에렌프리트호프를 거쳐 누스로흐까지 갔다가 뛰어서 돌아올 수 있다면, 얘는 학교에도 다시 나갈 수 있어요. 얘한테 부족한 것은 힘이 아니라 이해력이에요.>”(41-42쪽, 문장부호 수정인용)

 

나는 길을 잃었었다고 말했다. 에렌프리트호프를 거쳐 몰켄쿠어까지 가는 산책을 계획했는데 아무리 걸어도 아는 곳은 나오지 않았으며 그러다가 마침내 누스로흐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돈이 없어서 누스로흐에서 집까지 걸어오는 수밖에 없었어요.>

<히치하이크를 할 수도 있었잖아.> [...]

[...]

<저 내일부터 다시 학교에 나갈래요.>

[...]

엄마가 형의 말을 가로막았다. <3주는 더 쉬어야 한다고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어.>

<에렌프리트호프를 거쳐 누스로흐까지 갔다가 걸어서 돌아올 수 있다면, 얘는 학교에도 다시 나갈 수 있어요. 얘한테 부족한 것은 힘이 아니라 이해력이에요.>”

 

독일어 원문:

 

Ich hatte kein Geld und mußte von Nußloch nach Hause laufen.

 

Wenn er uber den Ehrenfriedhof nach Nußloch und wieder zurück laufen kann, kann er auch in die Schule gehen.

 

여기서, ‘laufen’뛰다는 뜻이 아니라 걷다는 의미.

 

황달에 걸려, 4개월 째 집에서 요양 중인 미하엘에게 허용된 것은 의무적인 산책. 그것도 무리가 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27쪽을 볼 것).

 

(부기: 하이델베르크 에렌프리트호프에서 누스로흐까지의 직선거리는 약 7.72km)

 

다음 문장을 참고할 것:

 

그녀는 한 손에는 내 책가방을 들고 다른 손으로는 내 팔을 잡고서 나와 함께 걸어갔다.”(11)

 

독일어 원문: Sie lief neben mir, in der einen Hand meine Schultasche und die andere an meinem A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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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른하르트 슐링크,책 읽어주는 남자, 김재혁 옮김, 시공사, 2014(4).

 

한나의 석방 전날.

 

미하엘과 교도소장의 통화.

 

그녀를 데리러 가기로 한 전날 오후에 나는 교도소로 전화를 걸었다. 먼저 그 여자 교도소장과 이야기했다.

<저는 약간 걱정이 됩니다. 소장님께서도 잘 아시겠지만 형을 그처럼 오래 산 사람들은 석방되기 전에 미리 몇 시간이나 하루 정도 바깥에 나왔다가 석방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슈미츠 부인은 그것을 거부했습니다. 그렇게 때문에 그녀가 내일 좀 힘들어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252, 문장부호 수정인용)

 

그녀를 데리러 가기로 한 전날 오후에 나는 교도소로 전화를 걸었다. 먼저 그 여자 교도소장과 이야기했다.

<저는 약간 걱정이 됩니다. 선생님도 아셔야 할 게, 형을 그처럼 오래 산 사람들은 석방되기 전에 미리 몇 시간이나 하루 정도 바깥에 나왔다가 석방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슈미츠 부인은 그것을 거부했습니다. 그렇게 때문에 그녀가 내일 좀 힘들어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독일어 원문: Am Nachmittag, bevor ich sie abholen sollte, rief ich im Gefängnis an. Zuerst sprach ich mit der Leiterin.

»Ich bin ein wenig nervös. Wissen Sie, normalerweise wird niemand nach so langer Haft entlassen, bevor er nicht zunächst stunden- oder tageweise draußen war. Frau Schmitz hat das verweigert. Sie wird sich morgen nicht leicht tun.«

 

장기수의 사면 전() 관행과 현재 한나의 상황을 알고, 미하엘에게 걱정을 토로하는 사람은 교도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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