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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사전
김소연 지음 / 마음산책 / 2008년 1월
평점 :
단어를 뜻풀이란 틀에 가둔 게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마음사전](마음산책) - 김소연
ㅁ 마음사전. 책 제목처럼 마음에 담긴 감정? 느낌? 생각?
어쨌든, 우리가 표현하는 것들에 대한 뜻을 저자 나름의 글로 해석한 책이다.
사전에 보면 사실 어떤 단어든, 그 뜻이 잘 설명해둔다.
다만 그게 어떤 객관적인 느낌이라면, [마음사전]의 책은 좀 더 감정적이고,
감성적으로 뜻을 풀이한다.
고로 저자의 생각이 100퍼센트 반영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
그렇기에 조금 공감되지 않는 설명도 있을 수 있다.
나 같은 경우, ‘기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하는 편이다.
책에선 약간 위험한 느낌으로 읽히지만, (과하지 않다면) 기대는 그런 느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개개인마다 마음을 설명하는 방법이 다를 수 밖에 없다.
... 기대는 채워지면 더 커지고 도착하면 더 멀어지는 목표점이다. 기대하는 무엇은, 애초부터 먼 곳에 있다면야 손쉬운 포기도 가능할 터인데, 팔을 뻗으면 닿을 것만 같은 곳에서 깃발처럼 펄럭인다. 그렇지만 도착하면 늘 거기에 없다.
p. 173 '기대' 中
ㅁ 이런 특징은 책을 읽지 않아도 될 이유다.
하지만 동시에 바로 [마음사전]을 읽을 만한 책인 이유인 셈이다.
하나는 [마음사전] 자체를 읽음으로서,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을
조금 알게 되는 하나의 길잡이라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더 나가서 감정이나 그 표현에 대해 생각해볼 만한 요소들이 많다는 것이다.
전자는 애초에 [마음사전]을 읽고 싶은 이유중 하나였다. 가끔 그런 경험이 있지 않은가?
어떤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데, ‘뭐라 표현해야할지 모르겠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생각보다 우린 오묘한 마음을 표현하기 어려운데, 100퍼센트 표현하진 못하겠지만,
(언어는 타인에게 표현할 수 있도록 만들지만
그 자체로 하나의 프레임을 결정하기 때문에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좀 더 디테일한 표현을 하고 싶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 절반은 성공? 실패한 절반은 사실 읽는 것만으로
표현을 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직접 써봐야 가능한 것이니까.
눈 뜬 아침. 간밤에 내가 어땠나. 어제의 일을 떠올린다. 간밤 꿈을 떠올리거나, 오늘의 할 일을 먼저 떠올리기도 한다. 그렇게 시작하는 아침은 때로 어제까지의 모든 삶을 전생의 일들처럼 저 멀리 아득하게 떨어뜨려놓곤 한다.
p. 255
후자는 [마음사전]을 읽는 도중에 깨닫게 된 이유다.
생각보다 같은 감정 단어인데도 다른 느낌으로 설명한 부분이 많았다.
앞서 말한 ‘기대’나 ‘정든다.’, ‘위로’ 같은 경우도 그렇다. 내가 느낀 것과 좀 다르다.
아니 어쩌면 같은데도 사람마다 받아드리는 방식이 다른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내용과 다른 부분이 생기면, 거기서 시작된다.
나는 어떻게 뜻풀이를 할 것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시작된다.
짧은 시간이지만 그 시간에 정리되는 표현들이 있었다. 간단하게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정든다.’라는 건 ([마음사전]에 따르면 하나의 질병이겠지만) 서로 주고받는 한 가지 비밀 같은 것.
그 비밀이 구속이 되기도 하지만, 서로 조용히 공유하는 것이 있는 것만으로 의지할 수 있는 마음.
ㅁ 지금까진 전체적인 내용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아쉬웠던 건 편집과 구조에 대한 이야기다.
편집보단 책의 흐름 자체가 조금 난해하달까... 약간 뒤죽박죽의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한 챕터를 나누는 기준이 딱히 있어보이지 않았고,
챕터의 내용도 사실 딱 구분을 나눌 어떠한 내용도 없없다.
마치 사전을 일렬로 나열하는 게 아니라 흐름대로 적어둔 느낌이랄까?
어쩌면 구조면에서 난해한 것도 마음이라서 그런게 아닐까. 그냥 의미부여를 해본다.
사실 정말 사전처럼 찾을 께 아니기에 오히려 이런 점이 더 [마음사전] 같을 수 있겠다.
... 추억은 언제나 가장 아름다운 미장센을 만든다. 그리고, 가장 그럴듯한 간증을 한다. 추억 속에 반성과 참회라는 덕목이 함께 있다면, 추억하는 자는 추억함으로써, 날마다 계몽된다.
p. 237 추억하다 中
ㅁ 책을 덮고나서 결국 마음은 사전처럼 정리될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
애초에 불가능한 걸 알면서 읽기 시작한 것인데도,
나름 어떤 체계로 정리할 수 있을지 먼지 같은 기대를 했었나 보다.
오히려 [마음사전]을 통해 마음을 틀에 갇둬버리는 형국일 수 있다.
마음은 그냥 그대로 둬야하는 건데 말이다. 중간쯤에 말했듯이,
단어가 어떤 표현을 설명하는데 정말 좋다.
덕분에 우리가 사회를 이루고 서로 관계를 만들 수 있지만,
그 자체가 어떤 프레임을 형성해서 생각을 갇둬버릴 수 있다는 걸.
알고도 우린 단어에 의미를 부여하겠지만, 그리고 그건 어쩌면 본능일지도 모르지만,
그 프레임을 벗어나려는 시도는 필요하지 싶다.
거기서 새로운 생각과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일테니까.
정말 마음은 사전으로 편찬할 수 없는 것을 편찬된 [마음사전]을 통해 깨닫는다.
어쨌던 간에 마음은 그대로 두는 게 옮은 듯하다.
마음에 뜻풀이를 달 필요가 없던 것이다. [마음사전]이란 제목과 다른 결론이라니...
참 이상한 경험이었다.
마지막은 가장 좋았던 책의 한 구절로 끝내자.
경청에 대한 설명인데, (하루를 담는 문장에서 한 번 썼지만) 무척 좋아서 이렇게 남겨둔다.
... 경청은 가장 열정적인 침묵이다. 누군가의 속깊은 말 한마디에 빙그레 지어지는 미소, 이것은 경청에 대한 별미다. ... 그러나 요란한 교류에 이미 익숙해져버린 우리는, 경청해준 그 사람을 발견하지 못할 때가 많다. 대꾸가 없다고 핀잔을 하기도 한다. 그것은 경청에 대한 오해다. 경청은 다리를 건너는 것과 같다. 건너고 나면, 그 어떤 유대의 표현들보다 훨씬 더 자애로운 힘을 지닌, 튼튼한 다리 하나가 너와 나의 뒤에 놓여 있다.
p. 159 경청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