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12일의 문장


내리는 빗속에

온갖 것 소리지른다.


시 비 - 김지하 中


ㅁ 내리는 빗속에서 흩어지는 소리를 듣는다.


소리들이 하나씩 합쳐지는 듯 하면서 각자 낱개로 퍼져나가고, 그 속에선 그저 모든 게


고요해질 뿐.


가만히 소리를 바라본다. 흩어지는 파장들이 튀어오르다가 그저 물길이 되어 흘러간다.


빗 속에선 주변 소리가 약간 묻히는 걸 느낀다.


빗소리에 집중하면, 그 공간에 잠겨버리는 기분이 든다.


그럴 때면, 물에 빠지고 싶단 생각도 든다.


그 곳에선 내가 어떤 소리를 내뱉어도 모든 걸 흡수할 것만 같았다.


그래서 저 문장이 그렇게 보였던 게 아니었을까.


ㅁ 하루를 담는 문장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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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 11일의 문장


I'm a Super Hero 일생일대의 사건

내 영혼을 송두리째 뒤흔들어버린 충격

누구에게나 그들만의 기회가

깊숙이 잠재되어 있는 무한한 능력들


음악 [Super Hero] - 이승환 가사 中


ㅁ 영화를 보았다.


영화를 자주 보지 않는 나에게 무슨 바람이 불어서 영화를 본 것인가.


사실 관람권 하나를 얻었기 때문인데, 다들 재밌다길래 그냥 보러 갔다. 시간이 생겨서 말이지.


그 곳에서 들은 노래였다. 이미 예전부터 알고 있던 노래였는데


멜로디가 조금 바뀌었지만 가사나 다른 것들은 모두 같았다.


아는 노래를 듣게 되니 무척 반가웠다. 오랜 만에 친구를 만난 기분이랄까.


또 노래가 절묘하게 영화 내용이랑 겹쳐서서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늘 집에 돌아오는 내내 자꾸 흥얼거리게 되더라.


ㅁ '잠재'라는 말이 나쁜 의미는 아니었겠지만, 그렇다고 좋아하는 편도 아니다.


잠재라는 말로서 사람에게 희망을 주기도 하지만, 그만큼 절망을 줄 수 있는 양면의 힘이니까.


하지만 그조차도 믿지 않으면 너무 슬퍼지니까. 그냥 내가 별거 아닌 것 같아져 버리니까.


그래서 믿는다.


뻔한 것들이라도 우리는 믿으면서 살아가는 걸 알기 때문에, 


뻔하고 별 도움이 되지 않아 보이는 것들도 나름의 버팀목이 될 수 있으리라.


그렇게 믿고 말하고 다짐하는 오늘.


ㅁ 하루를 담는 문장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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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 9일의 문장


나에게 여행은 낯선 사람이 되는 시간이다. 어제의 나와 오느르이 나를 구별짓고, 오늘의 내가 내일의 나로 기꺼이 나아간다.


시 '낯선 사람이 되는 시간' 中, [수학자의 아침](문학과지성사) - 김소연


ㅁ 여행은 그런 것이다. 사실 나는 여행을 잘 가지 않는다.


거창한 여행을 잘 가지 않는다는 말인데, 일단 뭣보다 돈이...;;;


그래서 나름의 여행이라고 부르는 짓?을 많이 하곤 한다.


가령 혼자 모르는 버스를 타고 모르는 곳에 내려 하염없이 걷기도 한다.


아니면 특정한 동(OO동 같은)을 정해 그곳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기도 한다.


아니면 살포시 냇가나 강에 가서 그 둑을 걷고 자전거를 타기도 한다.


이런 걸 나는 여행이라 부른다.


ㅁ 오늘의 문장을 보고 그런 확신을 할 수 있었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겠구나.


그런 낯선 장소에서 나 역시 낯선 사람이 되는 기분을 만끽한다.


아무도 날 모르고 나도 아무도 모르는 그 곳에 있으면 정말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


그리고 내일의 '나'는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고...


하염없이 생각하고, 그 여유를 즐기는 게 결국은 낯선 사람이 되는 방법이고 그게 여행이겠지.


가끔은 거창하고 먼 해외도 가보고 싶고 국내 어디든 멀리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나마 국내는 조금 가는 편인데 해외는 잘 가지 않는다.


역시 돈이 문제다. 돈이 필요하지. 그렇지.


ㅁ 하루를 담는 문장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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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 8일의 문장


책방 운영은 재미로 하는 일이 아니라 생업이 걸린 문제라는 것, 역설적으로 그렇기에 흔들리더라도 매번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나만의 철학이 필요하고, 진심으로 재미를 느껴야만 끝까지 할 수 있다는 걸 몸으로 깨우쳤다.


[진작 할 걸 그랬어](위즈덤하우스) - 김소영


ㅁ 생업이 걸린 일들에 대해서 우리는 재미만을 추구하려고 한다면 아마 그것은


확실히 망하는 길일지도 모른다. 작가님이 말씀하시길,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흔들리더라도 버틸 수 있는 어떤 '기둥'이 필요한 거라고... 그 말이 무척 와닿았다.


책방 운영이 아니라 모든 돈이 되지 않는 일들은 다 그럴 것이다.


우리가 익히 잘 아는 돈이 되지 않는 일들을 잘 알고 있다. 다들 그 일을 한다고 하면 말리니까.


그래서 돈이 되지 않지만 나름의 그 업을 이어가는 사람들을 보면 한결같이


저런 기둥이 존재했던 것 같다. 흔들리더라도 버틸 수 있는 기둥이라...


그런 건 어떻게 만드는 건지 가끔 궁금하기도 했다. 


돈을 보고 싶지 않더라도, 생업이 걸렸으면 어쩔 수 없이 절충안을 찾기 마련이듯,


나 역시 그러는 모습이 요즘 많이 느껴진다. 그래서 씁쓸하다.


나는 기둥이 없는걸까? 일찌감치 포기해야하나 그런 생각이 많다.


잡다한 생각이 넘쳐 흐르던 오늘이었다.


ㅁ 하루를 담는 문장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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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 7일의 문장


진짜 관계는 완벽함에 있지 않다. '좋고 싫음', '서로다른 의견들'이 공존하고 충돌이 허용되는 것이 진짜 관계다. 논쟁이 없고, 싸움도 없고, 조용한 관계는 수상하다. "No."라고 말할 수 있는 관계, 싫은 것을 싫다고 할 수 있는 관계, 부당한 느낌을 나눌 수 있는 관계, 그런 소통들이 관계 자체를 흔들지 않는 관계가 진정한 관계이자 동등함과 공정성이 살아 있는 관게 맺음이다.


[이제껏 너를 친구라고 생각했는데](인플루엔셜) - 성유미


ㅁ 관계라는 게 사실 명확한 정의를 내리기 힘들다. 어떤 관계는 이러이러하다.


라고 말할 수 있는 관계가 생각보다 많지 않아서 나는 조금 놀랐던 것 같다.


너와 나는 무슨 관계냐고 말하던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나는 그 말에,


'그게 딱 말할 수 있는 거라면, 너랑 만나는 게 그런 이유만으로 이뤄지는 것 같지 않냐?'


라고 답했다. 그 때쯤부터 아마 관계는 어떤 명확한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위 문장은 그런 모호한 관계에, '진짜'가 무엇인지를 말해주고 있다.


저 말들이 분명히 맞다고는 하지 않겠다. 이런 것에 정답을 두고 싶지 않기 때문인데,


하지만 살다가 저런 관계가 별로 없음을 느끼곤 한다. 그 땐


확실히 관계가 모호하지만 이건 아니다 싶은 순간이 오기도 하는 걸 봐선,


정답은 아니겠지만, 정답에 가까울지는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ㅁ 그런 게 있다. 약간 거리감이 있는 친구에겐 서로 존중하고 잘 대하려고 노력하지만,


진짜 오래된 친구들과 만나면 사실 그렇지 않다. 일단 던지고 본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반응할 때 상대를 신경쓰지 않는다. 어느 선을 지킨다면 서로에게 자신의 의견을


곧이곧대로 말하는 관계. 관계에 있어서 진짜와 가짜가 있는 이유다.


ㅁ 하루를 담는 문장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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