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딕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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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종료


조작세력의 실체보다 조작 자체에 집중함으로써 음모가 아닌 진짜 현실임을 강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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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타이거
페넬로피 라이블리 지음, 김선형 옮김 / 솔출판사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오늘은 저의 말이 조금 짧을 듯 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문타이거'라는 소설에 존대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서요.
그러니 지금부터 저는 그냥 생각나는대로...지껄이고 싶은대로 지껄여 볼 요량입니다.

마치 이 소설 속의 클라우디아처럼.

문타이거 / 소설 / 페넬로피 라이블리 / 솔 (2011)

세계의 역사를 쓰고 있다, 는 그녀의 인상적인 선언으로 시작되는 이 소설, '문타이거'. 과연 그런 거창한 무게를 감당할 만큼 대단한 소설인가, 이러한 선언을 한 클라우디아라는 여자는 정말 엄청난 여자인가, 라는 약간은 아니꼬운 마음으로 소설을 읽기 시작하는 나. 다행히 소설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대단함'에 대한 기대와 '아니꼬움'에 대한 기대를, 고루.

우선 아니꼬움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나의 아니꼬움이 괜한 냉소나 편견이 아님을 증명해주고 싶어 미치겠다는 듯 클라우디아는 시종일관 참 밥맛이 없다. 자신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인간은 상대도 하지 않을 정도로 안하무인이고, 자신의 미모와 지성에 대한 자부심이 넘쳐 그 오만함은 그야말로 하늘을 찌른다. 즉 제 잘난 맛에 사는 나르시스트의 절정이자 총체, 이것이 바로 클라우디아라는 여자다.

그러나 나는 이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클라우디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클라우디가 늘어놓는 말들이 얼마나 적확하고 날카로운지. 그녀의 말은 전부 다는 아니지만, 대부분 맞고 나는 그 절묘함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만다. 이는 결국 그녀라는 분신을 창조해낸 페넬로피 라이블리라는 여자에 대한 인정이다.

리사와 클라우디아
 
이렇게 결국 작가를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이 소설에서 적확하고 날카로운 건 클라우디아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수시로 화자를 옮겨가는 이 소설을 읽으면 읽을수록 나는 실비아와 리사라는 두 여인 또한 클라우디아 못지 않게 많은 걸 알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물론 이는 전혀 다른 의미의 앎이다. 클라우디아가 증오하고 무시하고 폄하하는 두 여인의 지극한 평범한 두뇌, 감성, 안목, 취향...즉, 그렇게 그녀들의 삶. 놀랍게도 바로 그 평범하다 못해 지루한 삶을 묵묵히 살아낸 덕분에 실비아와 리사는 클라우디아가 미처 알지 못하는 많은 것을 알고 있다. 하잘 것 없는, 클라우디아의 기준으로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사소한 인생의 결들, 사랑하는 사람들을 향한 치사하지만 소중한 감정들 말이다. 우리가 아는 가짜 역사가 아닌, 그야말로 진짜 역사일지도 모르는 엄청난 것들, 말이다.

다행히 클라우디아도 나중에는 알게 된다. 죽을 때가 다 되서, 너무 늦긴 했지만 모른 채 죽는 것보단 나은 바로 그 시점에. 잘난 자신이 존재하는 이유가 바로 자신을 둘러싼 실비아와 리사 덕분이라는 것을. 자신이 그들조차 사랑했었다는 것을. 그런 밥맛 없는 자신을 그들 또한 사랑해 주었다는 것을. 그렇기에 죽어가는 자신의 곁을 끝까지 지키는 것이 바로 실비아와 리사라는 것을. 그럼에도 클라우디아는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회한에 잠겨 자신의 삶을 후회하지 않는다. 너무나 클라우디아 답게.

아니, 이건 틀렸다. 클라우디아는 자신의 딸, 리사에게는 결국 그런 속마음을 드러내고 사과의 인사를 건넨다.

"미안하다, 얘야."
클라우디아가 말한다.
"뭐가 미안해요?"
리사가 조심스럽게 묻는다.
"내가 그렇게 미숙한 엄마였다는 게 미안하구나."
"아."
리사는 어찌 대답해야 할지 몰라 헤맨다.
"뭐.....난 꼭 그렇다고 말하기가......클라우디아는 그러니까......뭐, 그냥 원래부터 그런 분이시잖아요."
"우리 모두 그렇지."
클라우디아가 말한다.
"그건 각자 극복해야 하는 거야. 관습적인 기준에서 나는 엄마 노릇을 엉망으로 했잖니. 그래서 사과하는 거야. 그런다고 뭐 지금 와서 크게 소용 있을 것 같진 않지만, 공식적으로 말해두고 싶구나."
"고마워요."
마침내 리사가 말한다. 그녀는 이 말이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니는지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차라리 클라우디아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젠 그 말이 머무를 테니까. 영원히 그 자리에 남아 머무르면서 만사를 복잡하게 만들 테니까.


고든과 클리우디아

클라우디아 곁에는 남자들이 참 많다. 누구나 한번쯤 뒤돌아보게 만드는 눈부신 외모에 누구와 상대하더라도 꿀리지 않을 지성까지 겸비했으니 당연한 일이리라. 그러나 또한 당연하게도 그녀는 누구도 사랑하지 않는다. 누구든 자신을 사랑하게 만들지만 정작 자신은 마음을 열지 않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남들처럼 남자 없인 살 수 없다. 자신을 빛내 줄,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거울같은 상대가 필요한 것이다.

고든과 제스퍼, 그리고 라슬로. 이러한 거울로써의 상대는 처음에는 재스퍼였다가 뒤에 가서는 라슬로처럼 보인다. 딸 리사의 아빠이자 평생동안 애인의 지위를 놓지 않은 재스퍼. 성욕을 비롯한 세속적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상대 제스퍼. 그러므로 클라우디아의 속물 근성을 가감없이 비춰주는 거울, 제스퍼.
그에 비해 갑자기 튀어나와 클라우디아의 후반 생을 빛내준 라슬로는 또 다른 의미의 훌륭한 거울이다. 처음에는 위선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그녀의 신념과 인류애가 진심이었음을 증명해주는 인물, 라슬로. 친딸인 리사보다 오히려 친자식 같은, 그렇게 클라우디아가 아끼고 클라우디아를 아낀 라슬로. 그러나 이 두 사람은 클라우디아를 온전히, 끝까지 비추는 거울이 되지 못한다.

클라우디아를 비춘 진짜 거울은 오직 친오빠인 고든 뿐이다. 최초의 성욕의 상대, 유일하게 말이 통하는 상대, 마주하고 있으면 자기 자신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드는 상대. 클라우디아는 그가 자신의 분신임을 인정한다. 남매 이상의 정을 느낀 상대임을 인정한다. 고든의 아내이자 클라우디아의 올케인 실비아가 질투심에 치를 떨 만큼. 평생동안 애인의 지위를 놓지 않았던 재스퍼도 진저리를 낼 만큼, 두 사람은 서로에게 각별하다. 그러므로 죽을 날을 앞둔 고든에게 언제나처럼 목소리를 높여 대들며, 오직 클라우디아와 고든만이 아는 방식으로 클라우디아는 사랑을 고백하는 것이다.

"쓰레기 같은 소리!"
클라우디아가 말한다. 이만하면 충분히 격렬하게 들린다. 꼭 진심인 것처럼 들리다시피 하니까. 눈길이 고든의 시선과 마주쳤을 때, 그녀는 고든이 속지 않았다는 걸 눈치챈다. 하지만 그는 말을 계속하고 그녀도 계속 얘기하면서 말허리를 뚝뚝 끊어먹는데, 사실은 지금 하고 있는 이야기 아래로 그들은 서로에게 전혀 다른 말을 전하고 있다.
사랑해, 라고 그녀는 생각한다. 늘 사랑했어. 그 누구를 사랑했던 것보다 더, 딱 한 사람만 빼고. 그 단어는 너무 심하게 잡아늘였어, 그 말 하나에 그렇게 많은 다른 것들을 표현하라고 할 수는 없는 거잖아. 자식에 대한 사랑, 친구들에 대한 사랑, 신에 대한 사랑, 육체적 사랑과 물욕과 성자 같은 사랑, 나는 오빠한테 말할 필요 없지, 오빠가 나한테 굳이 말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심지어 그런 생각도 별로 해보지 않았어. 오빠는 내 분신이었고, 나 역시 오빠의 분신이었지. 그런데 이제 곧 나밖에 남지 않을 거야,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지 난 몰라.

그리고 톰과 클라우디아

딱 한 사람만 빼고, 라고 그녀는 말한다. 그 누구를 사랑했던 것보다 더, 늘 사랑했다는, 분신 같은 고든에게조차 끝내 소리내어 고백하지 못한 딱 한 사람. 그의 이름은 톰이다. 가장 긴 분량에 비례해서 이 소설에서 가장 큰 의미를 차지하고 있는 이집트에서의 시간들. 그곳에서 만난 평생의 사랑, 톰. 이쯤에서 우리는 이 소설이 결국 절절한 사랑 이야기임을 알게 된다. 이 오만하기 이를 데 없는, 밥맛없는 여자도 영혼을 뒤흔든, 자기 자신보다 더 사랑한 사랑이 있었던 것이다. 제목인 '문타이거' 또한 그와의 시간, 영원한 그 밤을 상징한다. 차츰 차츰 타들어가며 짧아지는 문타이거라 불리는 소용돌이 모양의 모기향처럼, 그녀는 자꾸만 짧아지는 톰과의 그 밤이 못내 아쉬웠을 터이다. 그 짧은 밤의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고 바라고 바랬을 것이다.
그러나 문타이거가 끝내 재로 사그러들듯, 밤이 지나 새벽이 오듯, 두 사람의 시간은 영원할 수 없다. 전쟁의 와중에 그만, 톰이 죽은 것이다. 시간의 끝이 감정의 소진과 소멸이 아닌, 상대의 물리적 죽음이라니. 아이러니하게도 그로 인한 절망과 아픔은 영원히 남아 클라우디아의 가슴을 치고 또 친다. 그 절망과 아픔마저 사랑이라 부를 수 있다면, 그렇다면 사랑 또한 영원하다 할 수 있을까. 정말 그렇다면 그것은 다행인 걸까. 톰의 죽음으로 클라우디아의 사랑은 영원을 얻었으니 클라우디아는 행복하다 할 수 있는걸까. 이 사랑은 클라우디아에게 대체 무엇이었을까. 수십년이 지나, 이제 죽음을 앞 둔 그녀는 말한다.

그래서 결국, 우리는 이 모든 걸 따로 떨어져서, 수십 년의 세월을 떨어져서, 반추하게 되는군요. 우리는 더 이상 같은 이야기 속에 있지 않아요. 그래서 내가 당신이 쓴 글을 읽을 때면 당신이 모르는 모든 걸 생각한답니다. 당신은 다른 장소, 다른 시간에 뒤쳐져 있고, 나는 이제 다른 사람이 되었어요. 당신이 생각했던 C, 당신이 기억했던 C가 아니라, 상상도 할 수 없는 어떤 클라우디아가 되어서, 당신이 보면 움찔할지도 몰라요. 당신이 알아보지도 못할 세상에 살고 있는, 낯선 사람. 난 이런 생각을 하면 견디기 힘들어요.
나는 이제 당신보다 두 배나 나이를 먹었어요. 당신은 젊고, 난 늙었어요.당신은 어떤 면에서 닿을 수 없는 곳에 있지요. 시간의 유리 차양 너머에 갇혀 있어요. 당신은 40년의 역사, 40년의 내 인생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잖아요. 마치 다른 세기의 살마처럼, 순진무구해 보이는군요. 하지만 당신은 또한, 이제, 내 일부분이에요. 내 다른 자아들, 나를 구성하는 그 모든 클라우디아들처럼 인접해 있고, 또 한없이 가까워요. 나 자신에게 말하듯, 난 당신에게 말을 걸어요.
죽음은 철저한 부재라고, 당신이 말했지요.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해요. 당신은 내 머릿속에 존재하는 한 부재하지 않아요. 물론, 그건 당신이 의미한 바가 아니겠지만. 당신은 육신의 소멸을 생각하고 있었지요. 하지만 그건 사실이에요. 내가 당신을 보존해요, 다른 이들이 나를 보존하듯이. 한동안은.
당신은 내게 의미를 찾아달로 부탁했지요. 그럴 수가 없네요. 당신 목소리가 내가 알고 있는- 아니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이야기보다 더 큰 걸요. 나는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요. 뒤에 일어난 모든 일들을 아라요. 이 무덤덤한 일련의 사건들은 어째서 전쟁이 일어났는지, 어떻게 진행되고 결과적으로 어떤 결과들을 낳았는지 설명해주지요. 아니 설명해주려는 목표를 갖고 있지요. 당신의 경험은-적나라하고 꾸밈없는-그런 데선 전혀 기여하는 바가 없는 것처럼 보여요. 그건 다른 차원에 있거든요. 나는 도저히 그걸 분석하고 해체하고, 결과를 도출하고, 논쟁을 구성할 수가 없어요. 당신은 가젤들과 죽은 사람들, 대포와 별들, 겁에 질린 소년 이야기를 해주지요. 그건 어떤 사건의 연대기보다 더 선명하지만, 난 그 의미를 찾아낼 수가 없어요. 어쩌면 의미 같은 건 애초에 없었는지도 몰라요. 내가 신을 믿는다면 더 쉬웠을지 모르지만, 난 신을 믿지 않아요. 당신 목소리를 들을 대며, 오로지 과거는 진실이라는 생각만 들어요. 그 생각을 하면 끔찍하게 겁이 나기도 하고 기분이 한껏 좋아지기도 하지요. 내겐 그게 필요해요. 당신이, 고든이, 재스퍼가, 리사가, 모두가 필요해요. 그리고 내가 이 필요를 해명할 길은 오로지 터무니없는 오만을 통해서 뿐이에요. 나의 역사와 세계의 역사, 내가 모든 것의 일부로 존재하지 않는다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니까요.

이 편지로 그녀의 역사 집필은 끝이 난다. 그리고 우리는 비로소 알게 된다. 그녀의 오만은 바로 그녀가 세상을 사랑하는 방식이었음을. 그녀는 그렇게 누구보다도 사랑이 넘치는, 따뜻하고 겸손한 사람이었음을. 그리고 또 하나. 그녀가 쓰고 싶었던 세계의 역사란, 결국 당신의 이야기였음을.

지금, 이 이야기를 읽고 있는 바로,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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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분야의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자유 / 조너선 프랜즌 / 은행나무  

솔직히 처음 들어본 작가다. 대표작이라는 <인생수정>도 읽어보지 못했다. 그러니 '동세대 최고' '미국 최고'라는 과한 수식어가 과연 가당한 작가인지 아닌지 또한 알 수 없겠다. 그럼에도 이 책에 관심이 가는 건 한 가족을 통해 미국의 현재를 이야기했다는 작품 소개 때문이다. 미국의 현재라...그리고 가족이라. 세상에 던져진 가족 구성원들의 관계와 갈등 그리고 파멸을 통해 당대 미국사회의 폐부를 들여다보는 미국 문학의 전통은 굳이 그 근원인 유럽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아도 될 만큼 유장하다.  대중문학과 장르문학을 막론하고 어떠한 방식으로든 가족 이야기가 녹아들어가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사회의 가장 작은 구성 단위를 통해서 사회 전체를 조망하는 이러한 소설을 통해 우리는 거부감이나 부담감 없이 쉽게 공감하면서 우리가 가진 문제들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모르긴 몰라도 이 '자유'라는 소설 또한 그러한 의미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미국인, 더 나아가 동시대를 살아가는 지구인 전체에게 제법 커다란 울림을 전해줄 수 있지 않을까. 물론, '현재의 고전'이라는 수식어에 과연 걸맞기만 하다면, 이라는 전재가 꼭 필요하긴 하겠지만. 

    

낯익은 세상 / 황석영 / 문학동네 

아직도 황석영의 '장길산'을 밤새 읽던, 지금보다 많이 젊던 그때 그 순간들을 잊지 못한다. 몸도 마음도 자유롭지 못한 군대 시절이었기에 나는 그야말로 탐욕스럽게 '장길산'을 통째로 들이마셨더랬다. 그러니 그 객관적 사실 여부를 떠나 장길산은 지금까지도 '내가 가장 재미나게 읽은 책'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것이다. 

그런 황석영이 여전히 소설을 쓰고 있다. 그런데 황석영은 정말 여전히 '그런 황석영'인가? 잘 모르겠다. 변함없는 말빨과 글빨로 읽는 이들을 현혹시키지만, 갈수록 총기를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무언가 모르게 껍데기만 요란한 것이 아닌가, 라는 의구심이 자꾸만 고개를 쳐든다. 직전 작인 '강남몽'은 그러한 염려가 결코 기우가 아님을 증명하는 태작이었고, 책장을 덮으며 나는 이제 더 이상 황석영을 읽지 않겠다는 선언까지 했던 터였다. 

그런데도 또 황석영은 소설을 내놓았다. 이번엔 우화에 성장소설이란다. 과연 어떨까. 절독 선언을 했음에도 슬며시 또 궁금증이 인다. 결국 나는 이놈의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다. 그리고는 가만히 있는 박지성을 끌어다 붙여보기로 한다. 그래, 박지성이 다시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으로...슬며시 절독 선언을 번복할 요량인 것이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황석영을 읽는다. 속는 셈 치고 혹은 속는 줄 알면서도. 

미칠 수 있겠니 / 김인숙 / 한겨레출판 

좋아하는 김인숙의 신작 장편이다. 난 어떻게든 이 책을 읽겠지만 기왕이면 많은 이들과 함께 읽고 싶다. 김인숙의 작품들을 닥치고 무조건, 까지는 아니더라도 늦게라도 꼭 손에 쥐고마는 이유를 나말고 다른 이들도 이 소설로 알게 되었으면 좋겠기 때문이다. 뭐랄까, 여성 작가에게 이런 표현은 어울리지 않겠지만, 참 듬직하다고나 할까. 아니면 가녀린 이야기를 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참 선이 굵다고 해야할까. 또 아니면 분명 내면으로 침잠하는 묘사로 가득한데도 장쾌하다 싶을 만큼 뚜렷한 서사의 힘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뭐 써놓고보니 결국 같은 말일 것이다. 여성성과 남성성 그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 시원하면서도 섬세한, 모호하면서도 뚜렷한, 그만의 만만치 않은 내공. 이것이 바로 김인숙의 매력일 터이다. 

잠시 책 소개를 보아하니, '미칠 수 있겠니'는 어쩌면 바로 이러한 김인숙만의 강점이 극대화된 작품이 아닐까, 라는 확신이 든다. 이러한 설레발이 설레발로 느껴지지 않을 만큼,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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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 X-men: First Cl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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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퀄로써도 훌륭하지만, 이전(이후인가?^^)시리즈와 별개로도 충분히 좋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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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잡 - Inside J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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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뜨고도 당하는 바보말고 제몫은 챙길 줄 아는 자본주의사회의 일원이 되고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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