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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이다,

봄.


그럼에도 바람,

꽃을 샘하는.





멀어도 얼어도 비틀거려도 / 미카엘 엥스트룀 / 낭기열라 (2013)


러시아 영화, <얼지마 죽지마 부활할거야>가 생각나는 제목.

황량한 북국을 배경으로 한 불우한 아이의 성장담.

책소개를 보아하니, 내용에 분위기까지 얼추 비슷하다.

그럼에도 부디, 결국엔 좀 더 아름답고 따사롭기를.




숲의 대화 / 정지아 / 은행나무 (2013)


단편 <행복>을 읽고 나서였던가. 

정지아가 개인사에서 벗어나 보편성을 획득한다면 얼마나 대단한 작가가 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비록 완성은 아니지만, 다행히 이전 소설집인 <봄빛>부터 적극적인 변화의 전초가 엿보였다.

이번에 우리는 드디어 그 변화의 완성을 보게 될까?

그렇지 않더라도, 좀 더 편안하고 여유로워졌기를.




포이즌우드 바이블 / 바버라 킹솔버 / 알에이치코리아 (2013)


종교와 정치, 인종, 죄, 구원...

이처럼 진지하고 무거운 주제를 씨줄과 날줄로 잘 엮어낸 대서사시란다.

거기다 낯선 나라, 콩고가 배경이라니. 

그렇다면 아프리카 대륙의 슬픈 역사가 이 무거운 주제들의 백그라운드라는 뜻이 아닌가. 

읽으려면, 마음가짐부터 다시하며 호흡을 가다듬어야 할 소설일 듯.




작은 친구들의 행성 / 존 스칼지 / 폴라북스 (2013)


벌써 읽은 지 수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그 설정과 전개가 뚜렸하게 기억날 정도로 <노인의 전쟁>은 인상적이었다.

그런 존 스칼지의 신작이라니, 어떻게든 관심이 갈 밖에.

영화가 아닌 소설에서도 리메이크 혹은 리부트가 가능하다는 것 또한 신선하고.




1조 달러 / 안드레아스 에쉬바흐 / 페이퍼하우스 (2013)


낯선 제목, 낯선 작가, 낯선 출판사지만...

자본주의의 역사, 돈의 역사를 한 평범한 개인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풀어낸 설정이 흥미롭다.

어느날 갑자기 돈벼락을 맞은 주인공이 과연 어떤 식으로 역사와 사회의 한가운데로 뛰어들게 되는 것일까? 

뻔하고 상투적이기 쉬운 이야기를 어떻게 영리하게 변주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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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

봄이 오고 있다,

눈이 오는 와중에도.





프라하의 묘지 1,2 (전2권) / 움베르토 에코 / 열린책들 (2013)


이 소설에 한표를 더 보탠다.

그만큼 독보적으로 관심가는 책.




머신맨 / 맥스 베리 / 레드박스 (2013)


짧은 시놉시스만 읽어봐도 참 영화적인 설정, 전개다.

출간도 되기 전 영화판권이 팔렸다니... 과연 '업자'들의 신속함이란...

건강하고 강한 몸에 대한 인간의 보편적 열망이 과학을 발전시키고, 

자본주의 사회는 이를 이용해 돈을 번다는...

이 지독한 순환의 고리를 작가가 얼마나 흥미롭게 그려냈을지 기대하며.




끝까지 연기하라 / 로버트 고다드 / 검은숲 (2013)


역시 흥미로운 설정, 짧은 소개글만봐도 재미난 이야기겠다 싶다.

그리고 역시나 또 지극히 영화적인 흐름과 전개.

선정되는 것과 무관하게, 어떻게든 읽게 될 것 같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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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사이, 해가 바뀌었다.

어느 사이, 나도 바뀌었다고...

말 할 수 있는 한해가 될 수 있기를.


다름아닌, 책 덕분에.




사고 / 이스마일 카다레 / 문학동네 (2012)


이스마일 카다레의 신작이 번역되어 나왔다.

그런데 제목부터 줄거리까지...장르적 외피를 흠뻑 뒤집어쓴 모습이다.

사고의 진상을 파헤쳐나가는 것이 씨줄이고, 죽은 남녀간의 비밀스런 사랑(?)이야기가 날줄인 모양인데...

카다레가 이렇게 미니멀하고 대중적인 이야기를? 게다가 현재, 도시를 배경으로?

이래저래 의외인 구석이 많아 더욱 더 궁금증이 인다.


내가 아는 카다레라면...

우리가 예상 가능한 지점을 보기좋게 뛰어넘어 이야기 이상의 이야기를 펼쳐보일 게 분명하니까.

행간 속에 숨어있을 권력과 인간에 대한 수많은 메타포가 언제 어느 순간 우리를 찌를지,

아직 읽지도 않았는데 정신이 번쩍 든다. 




단 한번의 연애 / 성석제 / 휴먼앤북스 (2012)


성석제가 작정하고 쓴 연애소설은 과연 어떨까.

그의 다른 작품들처럼 의뭉스러운 달변으로 가득할까.

아니면 조금은 여백을 남기며 말을 아꼈을까.


어떻든, 남성 작가가 쓴 남자의 순정 넘치는 연애담은 언제나 설레인다.

내가 남자라서라기 보단, 여인들의 내밀한 연애담과는 또다른 매력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단순하지만 한결같은, 남녀 누구나 꿈꾸게 되는.

그 진심이 이번 성석제의 연애담에도 잘 담겨 있기를.




원숭이와 게의 전쟁 / 요시다 슈이치 / 은행나무 (2012)


일본 전래동화에서 따왔다는 제목이 선뜻 와닿지는 않았지만,

한데 뭉쳐 자신들을 억압하는 강자에 맞서는 약자들을 은유한 제목이라는 걸 알게 되자... 

언제그랬냐는 듯 '급관심'이 생겨난다.

게다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던 <퍼레이드>의 작가라니.

젊은 세대의 이야기를 속도감 있고 감각적인 문체로 그려내면서도,

사회와 시스템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의 시선을 놓치지 않았던 그의 솜씨가 이번에도 유감없었기를.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히가시노 게이고 / 현대문학 (2012)


많은 이들이 놓치곤 하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최대 장기는 촘촘한 미스터리가 아닌, 

아무리 어두운 이야기에서도 감출 수 없었던 따스함 가득한 휴머니티다. 

그런데 이번엔 아예 그러한 따스함을 대놓고 드러냈다고 하니...

그의 못말리는 휴머니즘을 제대로 만끽해볼 기회일 듯.




열쇠 없는 꿈을 꾸다 / 츠지므라 미즈키 / 문학사상사 (2012)


평범한 여인들.

그네들의 평화로운 일상이 사소하고 당연한 욕망으로 인해 어떻게 무너져 가는지를...

아주 섬세하고 날카로운 필치로 그려낸 단편 모음집이란다.

잘 모르는 작가이지만,

생의 불안을 일상처럼 안고 사는 30대라면...

'열쇠 없는 꿈'을 꾼다는 제목 하나만으로 크게 공감하며 책을 집어들 수 밖에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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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끝이지만,

겨울의 시작이듯...


12월에 시작하는 

12기의 주목할 만한 소설들.


올 한해 감사했습니다.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모두들.





여울물소리 / 황석영 / 자음과모음


소싯적,

열권짜리 <장길산>을 밤새가며 며칠만에 독파했던 기억이 난다.

다른 거 다 떠나서...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잠을 잘 수 없게 만든다는 점에서 황석영은...

'내추럴 본 이야기꾼'이다.

그런 그가 자신을 대입해 작정하고 만든 이야기꾼에 대한 이야기라니.

이 책 한권이면...긴긴 겨울밤이 잘도 가겠다. 



모피아 / 우석훈 / 김영사


학자가 쓴 소설이다.

일찍이 <88만원 세대>로 경제권력의 횡포와 착취로 인한 세대적 계급화를 걱정한 그답게...

이야기의 세련미는 조금 떨어지더라도 소설가들이 찌를 수 없는 정곡을 제대로 찔러 주었기를.

노골적이면서 눈치 안보는 제목을 보아하니...

어쩌면 진짜 그럴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이 든다.



리플리 /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 그책


영화 <태양은 가득히>와 안소니 밍겔라의 <리플리>까지.

어떻게 해석하고 변주하더라도 그 마성의 매력만은 달라지지 않는...이 전무후무한 캐릭터의 원본을 만날 시간.

1권이 특히 그렇게나 좋다니...1권부터, 1권이라도...어서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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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서평단과 함께 한 2012년도 어느덧 마지막 한달뿐이네요.

마친다는 건 언제나 시원하면서 섭섭한 일인데...

다행히 새로운 시작도 함께할 수 있게 되어 섭섭함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겟습니다.


지난 1년, 새로운 책들과 행복했고...

시작될 1년에도 신간들과 함께 힘차기를.


11기 소설, 첫 손!


개의 힘 




나머지 넷...



디너

별을 스치는 바람

굿바이 동물원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다섯 권을 고르기도, 다섯 권 중 무엇을 첫 손으로 꼽을지도 망설여질 만큼...

이번 기수 신간들은 두루 좋았던 거 같습니다.

그럼에도 고심 끝에 <개의 힘>을 꼽은 건, 

그 압도적인 장대함과 장엄함 때문일 터입니다.

신의 위치에서 내려다봐야 가능하다 싶을 정도로 집요하고 치밀한...

혹은 작가가 그 한복판을 직접 살아내도 이렇게 소름끼치도록 생생할 순없겠다 싶은... 

'이승의 지옥도'를 우리 눈 앞에 펼쳐보인 작가에게 경의를 표하며...

기꺼이 <개의 힘>을 추천해 봅니다.


상대적으로 적었던 우리소설들...그 세 작품이 두루 좋았다는 것 또한 참 다행이다 싶습니다.


<별을 스치는 바람> 대중소설임에도 역사를 품고 메시지를 욕심내며 그 수준을 높이고.

<굿바이 동물원>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판타지를 구현하며 우리를 먹먹하게 만들고,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세련된 언어로 현재와 과거를 아우르며 우리문학의 자신만만한 미래를 펼쳐보인...

이 세 작품들.


이처럼 제각각의 색깔을 뽐내며 반짝이는 모습을 보니...

우리 문학계도 이제 좀 더 다양한 이야기를 품으려는 노력을 시작한듯 하여 무엇보다 반가웠더랬습니다.


아, <디너>를 빼먹을 뻔 했네요. 이 영민한 네덜란드 소설 역시 한 평범한 가족의 평범한 저녁식사 풍경 안에 내재된 현대인들의 갈등과 불안 이기심 등을 아주 사실적이고 예리하게 표현해낸 수작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세상에는 좋은 이야기들이 참으로 많다는...

당연한 진리를 새삼 인정하게 되는 6개월이었습니다.

이 좋은 이야기들을 몽땅 다 읽을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이야말로 진짜 욕심일테지요.

그러니 내년에도 좋은 이야기들과 함께 행복할 수 있도록...

조금 더 부지런을 떨어볼 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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