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 14호에서 소개한 책과 이벤트입니다.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소개를 실었었는데 그간 출간이 늦어져서 미뤄왔다가 이제 올립니다.^^: 메인인데 출간이 안되어 많이 당황했습니다.ㅋ 최재천 의원, 홍세화 선생님, 만화가 이희재 선생님 등 굵직한 이름들의 추천사가 실려 출간되었네요. 아주 좋은 작품입니다. :)

 

 

 http://blog.naver.com/synctoon/50170410338

 

SYNC 14호. 그래도 살겠다고, 처연한 봄날에 싹을 비죽이는 이름 모를 잡초처럼 세상으로 비집고 나왔다. 이번 호에서는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이 완결을 맞는다. 그리고 발 빠르게 단행본이 준비되고 있다. 애독자 중에서 솔직한 누군가가 고백하기를, 그 동안 대사 많고 그림 빡빡한 이 만화를 거의 보지 않았다고. 나도 솔직하게 밝힌다. 이 만화는 사실 한꺼번에 읽어야 감동이 백배라고. 그런 이유로, 그 동안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을 사랑해준 독자뿐 아니라 슬쩍 외면했던 독자에게도 이 만화의 단행본을 적극적으로 추천해 드리고 싶다.

연재해서 놓쳤던 감동을 폭풍 샤워로 맞아보시길.

이 밖에도 <보통시민 오 씨의 북한 체류기 ‘빗장열기’>가 14호에서 연재를 마치게 되었다. 그 동안 독자님들의 성원에 감사드리며, 절찬 판매 중인 본 작품의 단행본 시리즈 <남쪽손님>과 <빗장열기>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봄기운 속에 흐드러진 봄나물처럼 14호는 칼럼도 풍성하기 그지없다. CRITIC, 오독의 탄생, 코미데올로기, 이 만화를 보라 등, 연재만화뿐 아니라 평론을 통해서도 다양하고 유니크한 만화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SYNC 14호가 찾아가는 그 날은 이 봄날 중 최고로 따사롭고 반짝여서 싱숭생숭한 날이었으면 좋겠다.

괜히 들뜬 마음이 정처 없는 사색의 유랑 길에 오를 때 감히 함께 할 수 있을 테니까.

목차

연재만화A

● 망월_5‧18기념재단, 김성재, 변기현

● 해빙기_탁영호

●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_안토니오 알타리바, 킴

● 굿모닝 예루살렘_기 들릴

● 키워드 역사B화 :당신의 소유물, 노예_오지훈

연재만화B

● 빗장열기-보통시민 오씨의 북한체류기_오영진

● 곰선생의 현대문학 명랑 해제-만세전_글 · 이정호/ 그림 · 김경호 :

● 보리 서점_박민선, 선명화 :無

칼럼

● 김낙호의 코미데올로기 -공감대에 대하여_김낙호

● SYNC CRITIC -어두운 만화들_조익상

● 이 만화를 보라 -나는 연상연하가 좋다_박관형

● 오독(誤讀)의 탄생 -페르세폴리스_갱

● SYNC만화경

인터뷰 SYNC View

● 르포⨯르포 2_함께 삶을 그리는 만화가들-김재호 작가편_문er

독립만화극장

● 미토콘드리아(후편)_이지은

 

 

 

 

안토니오 알타리바 글, KIM 그림, 해바라기 프로젝트 번역,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길찾기)

이 책은 물건이다. 문학과 만화 사이에 어떠한 위계도 설정하지 않고서 말하건대, 이 작품은 문학과 만화의 경계를 허물고 비상한다. 만화가 할 수 있는 최대치와 문학이 할 수 있는 최대치의 최대공약수가 있다면, 바로 이 작품이 그것이다. 문학으로 치자면 브레히트의 <나, 생존자(살아남은 자의 슬픔)>와 이상의 <날개>가 떠오르고, 만화로는 허영만의 <오! 한강>과 아트 슈피겔만의 <쥐>에 감히 비견할 만하다. 우리 만화계의 원로 이희재 화백도 고평하며 추천하셨다. 원제가 <El Arte de Volar 비행의 기술>인 이 스페인 만화는, 20세기 스페인의 혼란스러운 역사 속에서 무너져간 한 사람의 비극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그간 <싱크>에서 연재되었고, 이번 호에서 연재가 종료됨과 동시에 단행본으로 출간된다. 기대해도 좋은, 엄청난 작품이다.

 

 

 

 

마영신 지음, <남동공단>(새만화책)

마영신이 궁금하다. 그림이 특출난 것도, 특별히 형식미가 뛰어난 것도, 소재가 독특한 것도 아닌데 작품을 낼 때마다 찾아보게 된다. 이번에 발표한 신작 <남동공단>도 분량에 비해 꽤나 비싼 가격인데도 결국은 찾아들고 만다. 아직 전모를 파악하긴 어려우나, 마영신의 만화현실에 색다른 무언가가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그는 특히 자신이 경험했던 세계를 작품 속에서 찌질하면서도 비릿하게 그려내는 데 일가견이 있는데, <남동공단>은 그 경향의 최종기착지가 아닐까 싶다. 단편집 <뭐 없나?>(팝툰, 2008)에서 여러 번 다뤘던 공단에서의 병역특례 경험을 장편으로 짜임새 있게 소화해낸 것. 이제 <욕계>나 <빅맨>(이상 새만화책, 2012)처럼 경험 너머의 세계로 진입할 준비가 된 것이렸다. 세부적인 리얼리티를 담되 너무 경험에만 천착했던 그의 경향을 완성하며 동시에 넘어설 준비를 하고 있는 듯한, 무언가 마영신 ver. 1.0의 최종 업데이트 같은 작품, <남동공단>이다.

 

 

 

오준호·민주노총 법률원·최규석, <노동자의 변호사들 - 대한민국을 뒤흔든 노동사건 10장면>(미지북스)

만화책은 아니나, 만화가 무게감 있게 실린 책이다. 부제대로 굵직한 노동사건 10장면을 통해 노동자들과 사측(때로는 국가나 정당)의 법정 싸움을 엿보게 해준다. 엿보니 확연한 것은 법도 어째 좀 이상한데, 그나마 있는 법도 해석이나 적용이 이상하더라는 거! 큰 쪽(돈 많은 쪽)에 유리하게 판결이 나오기 십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 변호사들은 꺾이지 않고 법리를 다툰다. 한쪽으로 확연히 기운 저울이건만, 이 변호사들이 버티며 다른 한쪽을 지탱하여 저울이 완전히 부서지는 건 막고 있다. 최규석의 만화는 이런 정황을 그 누구도 영웅화하지 않고 담담하고 소소하고 물론 유머러스하게 담아냈다. 만화가 맨 마지막에 배치되어 있지만 먼저 읽고 처음으로 돌아가도 좋겠다. 참고로 여기 실린 최규석의 만화는 <사람사는 이야기 2>에 일부가 실렸던 작품을 마무리한 것이다. 잡지 폐간으로 뒷부분을 보지 못해 안달 난 독자들 보시라고 알려드린다.

 

 

 

<핵없는 세상을 위한 탈핵 만화 세트: 체르노빌의 봄 + 핵충이 나타났다>(길찾기)

지난 호에서 각별히 소개한 바 있는 작품 <체르노빌의 봄>과 <싱크> 복간연재작 <핵충이 나타났다!>의 묶음 상품이 출시되었다. 그냥 합본을 구성하지는 않았고, 나름 뜻 깊은 상품으로 내놓은 터라 [만화경] 자리를 빌려 소개한다. 이 세트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핵 없는 세상을 위한’ 실천에 있다. 작품을 통해 핵에 대한 깊은 사유를 시작하게 하는 것과 더불어, 실제로 탈핵 운동을 하고 있는 단체에 후원을 한다! 정가의 10%를 탈핵 운동 소식을 알리고 지원하는 <탈핵신문>에 후원하는데, 그것도 독자의 정성어린 손길을 통해 이루어낼 수 있도록 후원엽서 형식을 빌렸다. 세트에 포함된 후원엽서에 독자의 진심어린 응원을 담아 우체통에 넣으면 <탈핵신문>으로 배송되어 엽서 한 장 당 정가 10%를 후원하게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선물하기 좋은 <체르노빌의 봄> 엽서를 3종 동봉하여, 탈핵 메시지를 전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왕이면 이 세트를 선물하여 핵에 대한 고민을 미처 시작하지 못한 소중한 이에게 생각을 출발할 수 있게 슬쩍 떠밀어 주면 어떨까. 여기에 환경을 생각하는 만화 <엄마의 밥상>(박연 지음)을 선물로 제공하니 그야말로 알찬 세트가 아닐 수 없다. 이 세트와 함께 본격적인 궤도에 오를 [색깔있는책들]의 뜻깊은 만화들도 함께 기대해 주시길 바란다. 만화로 세상에 발언하고 함께 이야기 나누는 걸음, <싱크>가 [색깔있는책들]과 함께 앞장서서 계속 걸어갈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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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파서(혹은 게을러져서?) 포스팅이 너무 소홀한데 그럴 때 가장 반가운 게 과거에 써두고 올리는 걸 깜빡한 원고인듯 하다. 오늘 마침 박희정 작가님 존안을 뵈온 기념으로 당장 올려둔다.



<빅이슈> 54호에 기고한 글.




<미생> 다음엔 이 만화를!

<당신, 그렇게 까칠해서 직장 생활 하겠어? - 모두가 함께 읽는 성희롱 이야기>

박희정 지음 | 길찾기

 

크든 작든 세상에 실제로 영향을 주고 변화를 이끌어내는 만화가 가끔 출현한다. 최근 윤태호 작가의 웹툰 <미생>이 특히 그렇다바둑 붐이 다시 일어나는 변화만을 놓고 하는 말이 아니다. 이 만화를 읽은 독자들 사이에서 직장인들의 문화와 시스템이, 그리고 노동과 노동자 자체가 새롭게 생각되고 있지 않은가.


위 만화들만큼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당신, 그렇게 까칠해서 직장생활 하겠어?>(이하 <당신, 그렇게> 는 그런 영향과 변화로 이어질 만한 잠재력을 갖춘 만화다. ‘성희롱이라는 오염된 말을 다시 올바르게, 일상 속으로 이끌어온다는 점부터가 그렇다. 사실 지난 20년간 성희롱이라는 말 자체가 희롱과 조롱의 대상이었다.(“성이 롱이라던 옛 개그를 떠올려도 좋다.) 사회에 깊이 뿌리박힌 남성 중심의 시선은 경직되고 까칠한 여성주의(페미니즘)’라는 편파적인 인식과 마찬가지로 성희롱 개념과 실천 역시도 그런 식으로 재단해 왔다. <당신, 그렇게>는 이런 현 상황을 리셋하는 옹골찬 시도다.


제목부터가 그 시도를 담고 있다. 제목을 말풍선 속에 넣고 말하는 사람을 그려보자. “당신, 그렇게 까칠해서 직장생활 하겠어?”는 직장에서 남(타인 혹은 )들이 성희롱 피해자의 반발 앞에서 던지는 말을 날카롭게 풍자한 것이다. 그런 남들의 말에 대한 개념 찬 응답이자 대처비법서가 바로 이 만화다. 성희롱 대처법까지만 소개했더라면 흔한 자기계발서나 처세서가 되었겠지만, 이 책은 훨씬 더 진지하고 깊다.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성희롱의 역사와 그 풍부한 사례를 친근하면서도 날것 그대로의 감각을 주는 그림체로 알기 쉽게 설명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으며 어떻게 하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할 수 있을까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읽다보면 깨닫게 된다.


성희롱 처벌이 법제화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대한민국에서 성희롱은 여전히 익숙한 차별이다. 익숙해서 사소한 것만 같고 차별조차 아닌 것만 같이 여겨지는 성희롱은, 그러나 한 사람의 직장생활과 일상생활을 망치는 중대한 범죄행위이다. 뿐만 아니라, 차이에 대한 차별과 사회적 불균형을 근본으로 하는 모든 사회적 추문의 대표적 증상이다. 여성주의 저널 <일다>의 편집장이기도 한 박희정 작가는 이러한 점들을 제대로 짚어내며 성희롱 없는 세상을 위하여’(3장 제목) 나아간다.


이 만화가 널리 읽히기만 한다면, 우리 직장 생활이 조금이나마 나아질 것 같다. 이 글만 읽어도 피해 경험이 떠오르는 여성이라면 두말할 것 없이 사서 읽고 가해자 남성에게 선물하자. 부드러운 응징이자 강력한 선전포고가 될 것이다. 성희롱 같은 건 당해본 적이 없다고 생각하는 여성도 이 책을 읽으면 좋겠다. 실제로는 성희롱의 피해자였거나 암묵적 동조자였을지도 모르므로. 이런 문제가 회자될 때마다 딸과 누나와 여동생을 떠올리며 피해여성의 가부장적 보호자로서 문제를 인식하는 남성이라면 반드시 이 책을 읽어보아야 할 것이다. 직장에서는 바로 당신이 늘상 가해자였을 공산이 높으니까. 모든 여성에게, 또한 남성에게 권한다. <미생> 다음엔 이 만화를!


- 조익상: er라는 필명으로 인문교양 만화잡지 에서 만화비평을 절찬리 시도하고 있다. 만화 추천이 취미이자 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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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얼마 전 결혼을 해서 신혼여행을 다녀온 동안 SYNC 13호가 발간되었습니다. 그간 <체르노빌의 봄>과 <핵충이 나타났다> 출간 및 후작업으로 정신이 없어서 소식 전하지 못했네요. 기쁜 마음으로 알려드립니다. SYNC 13호 절찬리 판매 중입니다. :)





격월간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인문만화교양지 SYNC

제13호 발간!! 


 

인문, 역사, 철학, 교양, 시사 분야를 망라하는 국내 유일무이의 만화교양지

다양한 시선과 풍부한 이야기, 주옥같은 지식을 탐하라!

 

 

표지:김성희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인문만화교양지 

 

SYNC

제13호

2013년 2월

판형 4×6배판 | 344쪽 | 가격 10,000원

출판사 (주)이미지프레임/길찾기

ISSN 2233-4343 13

주소 경기도 과천시 과천동 용마2로 3

전화 02-3667-2654 / 팩스 02-3667-2655

싱크블로그 http://blog.naver.com/synctoon

이메일 synctoon@naver.com

편집인 이기진

발행인 원종우

 

이번 호 표지는 <내가 살던 용산>과 <떠날 수 없는 사람들>에 참여하고


  


장편으로 <먼지 없는 방>을 작업하신 김성희 작가님의 작품입니다.







책소개 

 

-3년차의 스타트를 끊는 SYNC 제13호는 그다지 요란할 것도 없이 일상적인 떠남과 채움의 한 권이 되었다.

지난 호에서 연재를 완결한 안승희 작가의 <나이테 기행>과 정경아 작가의 <‘위안부’ 리포트2>를 떠나보낸 빈자리를 채워줄 새 연재 작품을 선보인다. 5.18기념재단이 펴낸 장편 만화 <망월>이 그것.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이성재, 변기현 작가가 글과 그림을 맡아 2010년에 출간되었으나, 독자들이 일반 서점에서 접하기에 쉽지 않은 비매품었다. 아직도 깨끗하게 밝혀지지 않은 그 때, 그 어둠 속의 진실, 그리고 살아남은 사람들의 고통과 갈등에 대한 이야기, 팩션 만화의 수작 <망월>을 이제 SYNC에서 만나보시기 바란다.

-날이 갈수록 튼실해지는 SYNC 칼럼에 또 하나, 라인업이 추가되었다. 바로 <오독(誤讀)의 탄생 :그래픽노블 평론 연작>이다. 우리나라에도 예술성이 뛰어난 서구만화가 끊임없이 소개되고 있는 요즘, 이러한 작품들에 대한 읽기와 비평의 장이라 하겠다.

-이번 호 <독립만화극장>은 싱싱하고 따끈따끈한 2013년도 대학만화 졸업 작품 중에서 발굴해 보았다. 만화잡지의 소명 중의 하나는 끊임없이 가능성 있는 젊은 만화가를 발견하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라 믿는다.

부디 이 계절도 SYNC와 함께,

만화 읽기 좋은, 사색으로 배부른 나날 되시기 바란다.

 

 

목차 

 

연재만화A

● 망월_5‧18기념재단, 김성재, 변기현

● 해빙기_탁영호

●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_안토니오 알타리바, 킴

● 굿모닝 예루살렘_기 들릴

● 지금도 말할 수 없다_조남준

● 키워드 역사B화 :당신의 소유물, 노예_오지훈

연재만화B

● 빗장열기-보통시민 오씨의 북한체류기_오영진

● 곰선생의 현대문학 명랑 해제-만무방_글 · 이정호/ 그림 · 김경호 :

● 보리 서점_박민선, 선명화 :貪

칼럼

● 김낙호의 코미데올로기 -감시에 대하여_김낙호

● SYNC CRITIC -체르노빌의 봄: 감동마저 부끄러운 감동-우석훈

● 이 만화를 보라 -꽃피는 용산_정경아

● 오독(誤讀)의 탄생 -폴리나_갱

● SYNC만화경

인터뷰 SYNC View

● 르포⨯르포 1_함꼐 삶을 그리는 만화가들_문er

독립만화극장

● 미토콘드리아_이지은




SYNC 만화경



<어깨동무>

국가인권위원회 기획창비

2003<십시일반>, 2006<사이시옷>에 이은 7년만의 인권만화이다. 그러고 보니 참여정부 때 두 번이나 나왔던 인권위 만화가 실용정부, 아니, 이명박 정부 임기가 끝날 때에야 나오는 건 참 그럴듯하다. 이제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어떠할 것인가. 이런 뭔가 이상한 기대를 가져보며, 책을 구하지 못한 관계로 전작들의 의의와 작가의 면면만을 살펴본다. <십시일반><사이시옷>은 소년만화도 학습만화도 아닌 만화가 수익을 내면서 사회적 영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이번 <어깨동무>도 그 전통을 이어갈 수 있길 바란다. 현병철 위원장 체제 하 인권위 지원 가운데 악전고투하며 작업했을 작가들, - 정훈이, 유승하, 박철권, 손문상, 최규석, 김수박, 굽시니스트, 윤필, 조주희, 김성희 - 그들의 이야기가 기대된다. 그리고 미리 감사를 표한다.



<핵충이 나타났다>

신종봉 지음길찾기

AF 100, 핵충이 지구를 지배한다. AFAfter Fire로 표기되는 핵전쟁 이후의 연대이다. 이 연대를 연 것이 인간임은 부정할 수 없으나, 이 시기의 주인은 핵을 식량으로 하는 이상한 생물(?) 핵충이다. <핵충이 나타났다>의 저자 신종봉은 이성을 지니고 인간만큼이나 게걸스럽게 핵 물질을 탐하는 핵충들의 활동을 그린 SF를 연작만화로 만들어냈다. 특기할 것은 이 작품이 체르노빌 참사 직후에 처음 발표되었다는 점이다. 20여년이 지나 복간된 것 역시 후쿠시마 원전사고 직후이니, 그야말로 핵충이 인류의 방사능 위기 때마다 나타나는 셈이다. 저자에게는 미안하지만 다시는 핵충이 나타나지 않길 바라며, 바로 그것을 위해서라도 이 책을 추천한다. 함께 출간한 <체르노빌의 봄>(엠마뉘엘 르파주, 길찾기)과 함께 구입하면 판매수익 일부가 탈핵단체 후원에 쓰일 예정이다.



<팔레스타인>

원혜진, 여우고개


한 발 늦었지만, 그리고 지금 꽤나 많은 독자를 만났지만 꼭 추천하고픈 책이다.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에서 연재되고 있는 팔레스타인 만화의 첫 권이 잔잔히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게 어찌나 반가운지. 얼마 전에도 크게 터졌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분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를 쉽고 선명하게 도와주는 책이다. 진지한 사회적 주제를 담은 만화가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굿모닝 예루살렘>(기 들릴, 길찾기)과 더불어 이-팔 관계를 섬세하게 읽어낸 만화들이 더욱 많이 읽히길 기대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이런 책들이 역사적인 작업으로 남길 바란다. 분쟁이 종결된 이후에야 가능한 그 일이 속히 오길 기다린다.




<만화책 365>

학교도서관저널 도서추천위원회, 학교도서관저널

작년 말에 엄청난 기획이 책으로 출간되었다. 무려 1365일 동안 볼 좋은 만화를 추천한 <만화책 365>가 그것이다. 기획 자체의 중량과 실제 결과물의 무게는 비록 다를지나, 의미 있는 시도임에는 분명하다. 개인이 소장하기에는 책 가격이 다소 높은 편이며, 그 가격을 생각할 때 뒷표지까지 점령하고 내지에 즐비한 광고 페이지들이 꽤나 의아하지만 말이다. ‘어린이·청소년에게 권하는 주제별 좋은 만화책 365의 이름값은 할 만한 목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김낙호, 박인하 등 한국 만화계의 중요 평론가들이 참여해 글을 보태기도 했다. 원래 어떤 목록을 구성한다는 것은 정치적이면서도 경제적인 행위이다. 국방부 선정 불온도서가 그랬듯. 하지만 그처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추천하는 방식으로 작성된 목록이라는 점과 권권마다 짧으나마 교육계 종사가의 만화 이해가 담겨있다는 점은 이 책의 가치를 보여준다. 이 리스트의 좋은 만화들이 널리 읽힘과 동시에, 그에 포함되지 못한 좋은 만화들이 배제되지 않는 만화 세계 구축을 위해 움직이는 일이 뒤따른다면, 이 책은 더 의미있는 작업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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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 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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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2년 전 오늘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났던 날입니다. 핵폭탄만이 아닌, 원자력 발전의 위험성을 되새기게 된 이 날을 앞두고 SYNC를 출간하고 있는 길찾기 출판사에서 〈체르노빌의 봄〉과〈핵충이 나타났다〉를 함께 출간했습니다. 둘 다 좋은 책이지만, 마침 〈빅이슈〉에 〈체르노빌의 봄〉 소개 글을 써둔 것이 있어 먼저 공유합니다. 






후쿠시마 2주기, 체르노빌의 봄이 온다.

 

나는 만화가다. 문화예술을 통해 무언가 할 수 있다고 믿는 예술가 동료들과 함께 올 봄에 체르노빌에 가기로 했다. 프로젝트를 통한 수익금은 그곳의 피폭 아동들을 위해 쓰일 것이다. 하지만 가족들은 반대한다. 위험하니까. 내가 책을 읽어보아도 그곳의 방사능은 위험했고, 위험하며, 위험할 것이 명백하다. 얼마 전부터는 부담감 혹은 두려움 때문인지 손이 마비되어 그림을 그릴 수조차 없다. 가는 걸 포기할까도 생각했다. 어차피 나는 이 프로젝트에 그리 적합한 인물도 아니다. 내가 한 거라고는 핵을 장려하는 그림을 거절한 정도뿐이니까. 하지만 동료들은 보고 듣고 느낀 걸 이야기할 수 있으니 가자고 한다. 그림으로 그리지 못하고 이야기만 해야 한다니. 그래, 나도 진실을 보고 싶다. 위험을 무릅쓰고 보아야 할 어떤 것이 거기 있을 것만 같다. 이런 마음을 먹고 난 후, 손이 조금은 가벼워진 것 같다.

 

체르노빌의 봄서두를 1인칭으로 요약해보면 이렇다. 결국 작가 르파주는 20084월에 체르노빌에 갔다. 굳은 손으로라도 그리기 위해 목탄 등 가벼운 그림도구를 많이 챙겨갔지만, 체르노빌에서 그의 손은 거짓말처럼 풀렸다. 그 손으로 그는 그리고, 그리고, 또 그렸다. 보이는 것들과 보이지 않는 것들을. 그려야 하는 것들과 그릴 수밖에 없는 것들을. 19864월 이후로 22년 동안 봄을 잃어버린 것으로만 보였던 체르노빌을.



 


그렇게 체르노빌을 담아낸 이 작품이 출간된 게 201211월이니, 무려 4년이 걸린 셈이다. 펼쳐서 그림만 보아도 4년이 걸려 마땅하다는 느낌이 온다. 칸마다에 들어있는 그림 하나하나가 전시회에 걸어도 손색없을 회화 작품이다. 때로는 목탄으로 때로는 수채로 때로는 연필 스케치로 또 페인트로 다양하게 그린 그림들이다. 만화의 본령이라 할 글과 그림의 합류, 칸과 칸의 배치와 조화도 놀라울 정도다. 이 만화를 보는 내내 눈동자는 그림의 한 구석도 놓치지 않으려고 이리저리 움직이고 머물고 또 움직이게 된다. 그렇게 독자는 르파주와 함께 체르노빌에 간다. 방사능에 피폭당할 위험은 덜었지만, 그 방사능에 대한 두려움은 공유한 채로다. 그리고 르파주의 눈과 손을 통해 그가 목도한 재앙과 희망을 동시에 보고 느끼고 경험한다.





분명 체르노빌은 머나멀다. 하지만 재앙과 희망을 떠올리는 두 단어가 이 만화에서는 닿아있다. 함께 있기에 진정으로 의미를 토로한다. 게다가 우리는 2년 전 이맘때, 역시 봄에, 작은 바다 건너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접했지 않는가. 그렇기에 우리는 조금이나마 안다. 올 봄의 후쿠시마는 3년 전의 후쿠시마와 같지 않을 것임을. 또 안다. 후쿠시마에서 봄을 앗아간 것이 무엇인지를. 따라서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체르노빌에 봄이 돌아온 것이 20여년만이라면, 그것은 또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르파주가 위험을 무릅쓰고 그려낸 것은 이런 것이 아닐까. 아직은 먼 훗날을 기약할 수밖에 없는 후쿠시마의 봄을 떠올리며, 또 월성과 고리, 밀양에 당연히 와야 할 봄을 잃지 않기를 바라며, '체르노빌의 봄'을 반가이, 두려움을 안고, 맞이한다.


조익상(@lit_er): er라는 필명으로 인문교양 만화잡지 SYNC에서 만화비평을 절찬리 시도하고 있다만화 추천이 취미이자 특기.






엠마뉘엘 르파주 Emmanuel Lepage 지음, 해바라기 프로젝트 옮김체르노빌의 봄, 길찾기,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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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안에 있는 추천의 말씀들을 추려 올려둡니다. 책내 서평들은 빼고, 탈핵의 메시지를 담아 이 책을 권하는 말씀들입니다.



죽은 고향도 고향이고 죽은 땅도 삶의 자리입니다.

꽃도 나무도 흙도 물도 모두가 적으로 변해버린 땅에서,

그럼에도 떠나지 못하고 그럼에도 희망하며 살아가는 체르노빌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신을 비롯해 사랑하고 아끼던 모든 것들이 순식간에 버림받고 두려운 존재가 되었습니다만,

그 외롭고 처절한 죽음의 자리에 사는 그들에게도 웃음이 있습니다.

체르노빌 원전 재앙은 이 시대 인류가 저지른 최악의 범죄입니다.

그로 말미암아 외부와 단절되고 격리된 마을과 사람들을 찾아 함께 하며 그려낸 이 책은, 읽는 동안 무척이나 마음 답답하고 아픕니다.

어떻게 우리는 인간의 탈을 쓰고 이리도 무지하고 무책임하고 야만적일 수 있을까요?

그러나 이 책에서 만나는 체르노빌 사람들과 자연은 말합니다.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고, 뒤틀리고 파괴되고 엉망이 되어버린 삶도 삶이고 죽음을 안고 사는 생명도 생명이라고 말합니다.

그를 통해 여기 멀리 있는 우리에게 말합니다.

핵이라는 악에 맞서 악착같이 싸우라고. 포기하지 말라고,

그런 가운데 자신들이 겪는 인류사적 비극과 고통의 의미와 연대하라고 말입니다.

그게 우리가 다 함께 품을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라고 말입니다.

- 문규현(신부)

 

 

평소 20세기에 자행된 가장 큰 죄악은 아우슈비츠보다 체르노빌이라고 감히 말하곤 한다. 그 체르노빌에 작가가 직접 다녀와 그린 체르노빌의 봄은 핵의 처참함을 우리네 것인 양, 손에 잡히듯 그 결을 고스란히 살려내서 전해준다. “남편을 포옹하는 것은 금지였다. 만질 수도 없었다. 당신 옆에 있는 사람은 남편도 사랑하는 사람도 아닌 전염성 높은 방사성 물질이에요.”라는 문장을 담은 그림에서는 눈물이 툭 떨어진다. 이처럼 피폭의 처참함을 손에 잡힐 듯 선연하게 고발하면서도, 이 속 깊은 만화는 폐허 속에서 피워내는 삶의 강인함과 아름다움을 찬연하게 그려낸다. 고통스러워서 아프고 아름답기에 더 아프다.


-박총(생태주의 대중신학자)


 

체르노빌을 방문한 프랑스의 예술가들은 죽음의 공포와 함께 삶을 발견합니다. 여전히 곳곳에서 높게 검출되는 방사능 속에서도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 방사능에 오염된 땅에서도 피어나는 생명을 발견합니다. 그래서 체르노빌의 봄은 슬프고도 아름답습니다. 만약 체르노빌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하는 생각을 버릴 수 없게 만듭니다. 그랬다면 체르노빌의 삶과 자연은 그 자체로 아름다웠을 겁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방사능의 공포만 없었더라면. 그래서 우리는 체르노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체르노빌의 사람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체르노빌의 아이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체르노빌의 봄은 우리에게 말합니다. 우리의 삶을 지키고, 이 땅이 생명의 땅으로 남으려면 원전을 하루빨리 폐기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무려 23개의 원전이 가동 중에 있는 한국이 2의 체르노빌이 되지 않도록 양심 있는 시민의 관심과 행동이 필요합니다.

- 하승수(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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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 4주기 추모콘서트이면서 동시에 만화 '꽃피는 용산' 발간 기념 북콘서트였어요.




사진을 중심으로 간략히 풍경과 느낌을 전해볼게요.



퇴근하자마자 과천에서 추모콘서트가 열리는 인사동 조계사로 날아갔습니다. 도착하니 사, 사랑하는 허클베리핀이 노래를 부르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네요. 




오래전부터 용산과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해온 벗답게 노래하고 이야기합니다. 고마워요. 허클베리핀 :) (마치고선 현장에서 허클베리핀 앨범을 구입했지요. 홍홍.)



바로 요거 ↓



그리고 이어진 순서는 '두 개의 문'의 연분홍치마가 제작한 영상이었습니다. 용산의 과거와 지금을 담아낸 화면에, 흐느끼는 울음소리까지, 눈물을 쏙 빼는 시간이었습니다. 영상 끝나고 진행하러 올라온 김미화 씨가 눈물 때문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할 정도였어요.




하지만... 그리고 남일당 터와 그 주변은 4년째 공터로 주차장으로 남아있습니다. 뭐가 그리 급했을까요?




이어진 순서는 '꽃피는 용산' 저자이자 용산 철거민인 김재호 작가님의 낭독입니다.




'꽃피는 용산'은 딸에게 보낸 400통의 그림편지를 모은 책입니다. 어린 따님에게 편지를 길게 써보내면 지쳐서 안읽는다기에 감옥 속에서 그림편지를 그려서 보냈대요. 서울구치소에선 색깔펜을 구할 수 있어서 컬러까지 입히셨다고. 만화라는 매체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됩니다.




패널로 크게 게시한 꽃피는 용산 페이지. 감옥에서 아마추어가 그린 거란 걸 감안해야 해요. 그리고 그림 실력이 뒤로 갈수록 늡니다. 윌취월장!




낯익은 우리 고전 카툰 느낌이 살짝 나지요?



책을 들고 수줍게 포즈를 취하신 작가님.




김재호 작가님과 싱크의 페친-트친님을 함께 찰칵! 이제 표정이 조금 자연스러워지셨어요.ㅋ





감옥 안의 아빠와, 세상에 홀로 남겨진 딸을 이어준 만화!



다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두텁고 깊은 만화입니다. 찬찬히 들여다 보아야겠어요.







용산 만화와 그림


  

  





용산 책


  

  


http://youtu.be/6WKP6wO4QBI


[용산참사 4주기 특집] '딸바보' 테러리스트

"3년 9개월 간 김재호씨가 감옥에서 열중한 일은, 딸에게 보내는 편지쓰기였습니다. 가석된 후 그가 썼던 수백통의 편지는 1월17일 한 권의 만화책으로 출간됐습니다. 평소 그림 그리기가 취미였던 그는 초등학생이었던 딸과 더 가까이 소통하고 싶어 만화로 된 편지를 보냈더랬습니다. 
그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는 두 가지입니다. 경찰과 검찰, 판사, 일부 언론, 일부 정치세력은 그를 '테러리스트'라고 불렀습니다. 1984년부터 그와 함께 용산에서 장사를 하고 이웃으로 지내고 함께 밥을 먹어온 사람들은 그를 '딸바보'라고 불렀습니다. 상반된 두 별칭 중 어느 것이 더 어울리는지, 시청자 여러분이 판단해 주십시오."



SYNC 페이스북 계정 에 올린 사진과 글을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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