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있는 한국문학의 세계를 감각적인 구성으로 소개해온 현대문학의 핀 시리즈가 장르소설 시리즈를 소개합니다. 이영도, 듀나, 조현, 백민석, 김희선, 최제훈 작가의 장르소설이 2020년 4월부터 9월까지 독자를 찾습니다. 알라딘에서 소개하는 핀 시리즈 특별관에서 작가들의 다채로운 답변을 함께 소개합니다. 첫 만남은 이영도 작가입니다.


독자의 질문에 이영도 작가가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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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김*조 님 :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겼을 때 다음 작품을 쓰겠다는 말씀을 하셨던 걸로 기억하는데 시하와 칸타의 장이라는 이야기를 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하하. 이 질문을 다시 보시면 질문 안에 답이 들어있는 것 같지 않습니까? 앞쪽의 전제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제가 시하와 칸타의 장이라는 이야기를 하게 된 것은 시하와 칸타의 장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겠지요. 이 작자가 지금 장난 치나 싶은 생각이 드실 수도 있겠지만 결코 그런 것이 아닙니다. 가수는 노래로 이야기하고 화가는 그림으로 이야기하는 것이죠. 그 노래나 그 그림 자체가 그들의 표현입니다. 창작자가 말하고 싶었던 바가 먼저 정제된 언어로 존재한 다음 창작자가 그걸 창작물로 통역하거나 번역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질문자께서도 (물론 성장한 후에 한국어를 배운 영어 사용자이실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으시다면) 먼저 영어로 할 말을 떠올린 다음 한국어로 번역하여 말하시지는 않겠지요. 글쟁이도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Q. 꼬맹**풀기 님 : 최근 유행하는 웹소설의 방향성이 기성 작가들의 방식과는 많이 다르다는 말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전 웹소설에 대해 간단하게라도 말할 수 있을 만큼의 조예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기성 작가의 방식과 다르다라... 그렇다면 기성 작가들은 비슷한 방식으로 글을 쓰셨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과연 그럴까요. 이외수와 폴 오스터와 시마다 소지는 비슷한 연배이십니다. (1946년, 1947년, 1948년생이십니다.) 전부 글을 쓰셨고요. ‘기성 작가’라는 말에 부족함이 없겠군요. 그런데 저는 이 분들의 글쓰기 방식을 하나로 묶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겨울나기와 뉴욕3부작과 점성술 살인사건이라니. 이게 무슨 조합인지도 모르겠군요.) 그러니까, 명백하게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기성 작가의 방식’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없으므로 그것과 웹소설의 방식이 얼마나 다른지에 대해서도 말할 수 없을 거라는 것이 제 대답입니다.




  Q. 백상*리님 : 작가가 되고 싶은 일반인을 위한 조언이 있으시다면?


  A. 저는 무엇이 좋은 작가를 만드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상식에 비춰 말할 수 있는 것은 있습니다. 좋은 제작자는 자기 연장을 소중히 다룰 겁니다. 녹슬지 않게 잘 닦고 기름 치고 소중히 관리하겠죠. 글쟁이의 연장은 어휘입니다. 일단 어휘를 소중히 다루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Q. 꽃*바람님 : 요즘 판타지 장르는 현실에서 굴절된 원초적 욕망을 대리충족하는 수단으로(이성, 권력, 힘) 변질된 지 오래되었습니다. 그래서 타자님이 감나무를 가꾸시는 동안 밖에선 판타지가 신화를 잃어버린 지 제법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타자님이 두드렸던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유독 신화에서 다룰 법한 담론들-인간의 불완전성과 인간의 구원에 대한 대화들을 많이 했죠. 타자님은 판타지와 신화의 관계를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판타지 장르에게 신화란, 비인간이란 무엇일까요?


  A. 저 감나무 안 가꾸는데요. 음. 신화를 잃었다는 말씀이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군요. 물론 요즘 세상엔 아무도 올림푸스의 신들을 위해 진지하게 제사를 올리진 않습니다. 하지만 토니 스타크는 헤파이스토스입니다. 뭐든 뚝딱뚝딱 만들어내고, 육체적/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지요.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아 간단히 말했을 뿐 토니 스타크의 모습에서는 당연하게도 더 많은 신화적 영웅들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이 질문에서 ‘신화’는 ‘원형’과 비슷한 의미로 쓰여진 것 같은데, 만일 그렇다면 원형은 잃거나 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판타지는 현실주의와는 다르지만 신화와는 비슷한 화법으로 말할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Q. 박*이님 : 독자의 감상이 작가님의 의도와 달라서 당혹했던, 혹은 즐거웠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A. 사람이 다들 다르니 감상도 전부 다 달라야 한다고 믿는 터라 당혹할 일은 없고... 재미있는 해석이나 감상은 다 즐겁게 보는 편입니다.




  Q. ysu****31님 : 타자님 안녕하세요! 살다살다 타자님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오다니 정말 놀랍습니다. '이영도 작가님께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라고 달려 있으니 진짜 무엇이든 질문합니다! 어렸을 때 어떤 책을 읽으며 자라셨나요? 대학생활은 어떻게 하셨나요?? 졸업논문은 무슨 주제로 쓰셨나요? 5번 이상 읽으신 책이 있나요? <시하와 칸타의 장>처럼 포스트 아포칼립스 시대에 살게 된다면 타자님께서는 무슨 일을 하실 건가요? 혹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 것 같으신가요? 온라인으로 개강을 하니 학교에 한 번 가보고 싶네요. 여러 모로 달라진 환경에서 적응하며 생존 중인 독자들을 위해 응원 한 마디 해주세요! 늘 타자님 글에 감사하고, 또 목말라 하며 기다립니다. 사실 이미 월간지로 읽었지만, 그래도 다시 타자님 소식을 들을 수 있어서 너무너무 기쁩니다. 또 다음 작품에서 만나요! 정말 사랑합니다!!!


  A. 안녕하세요. 책은 크게 가리지 않고 읽었습니다.님 : 대학 생활은 ‘대학생 : 주정배이의 유의어’ 같은 느낌으로 보냈던 것 같습니다.님 : 논문은 SF에 대해 썼습니다.님 : 있습니다. 아투안의 무덤 같은 작품은 생각날 때마다 한 번씩 읽으면 좋더군요.님 : 포스트 아포칼립스 시대라면 상황을 일단 관찰한 후에 결정해야 할 것 같은데요.님 : 온라인으로 수업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어떤 점이 좋고 어떤 점이 나쁜지도 짐작할 수 없습니다만, 훗날의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는 경험이 되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Q. 이*수님 : 안녕하세요! 제게 작가님은 이 시대가 가장 필요로 하는 휴머니스트 같아요! 작가님의 글은 늘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져서 정말 좋아합니다. 다소 답답하고 불안한 요즘이지만, 작가님께서도 잘 지내고 계시겠지요? 작가님께서 삶의 동력으로 삼는 것은 무엇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술 담배 제외!) 20대 때 가졌던 포부와 현재의 좌우명도 알려주세요! 항상 건강하세요! 신작 출간도 축하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힘든 시기를 잘 보내게끔 말없이 애써주시는 분들이 많은 시국인지라 휴머니스트라는 말이 턱없이 과분하게 느껴지는군요. (의료진, 자원봉사자, 공무원, 그리고 마스크 잘 쓰고 거리두기에 열심이신 모든 분들, 고맙습니다.) 삶의 동력이오? 어... 당질, 단백질, 지방질이겠지요? 무엇에 주로 정신을 쏟는 거냐고 물으시는 거라면 전 글쓰기 때문에 울화통을 터뜨리거나 소리없이 낄낄거리는 것에 주로 집중하고 있습니다. 굳이 포부라고 하면 재미있는 것을 하며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 정도였던 것 같고 좌우명이라고 부를 것은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Q. 검은*님 : 작가님 작품의 주요 등장인물들을 시대와 세계를 초월해 모이는 콜라보 소설을 써보실 생각 있으신가요?


  A. 시공입니까? 글쎄요. 현재로선 그런 것을 쓰는 것이 재미있는 작업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안 드는군요.




  Q. 워*님 : 사랑하는 이영도 작가님! 일단 신작 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T^T 절 받으세영.. 작가님 작품을 보면 인간에 대한 애증을 갖고 계신 것 같아요.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현재 인류의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A.이... 인류의 장단점이오? 하, 하하. 글쎄요. 비교 대상이 없으니까 굉장히 말하기 어려운 문제군요. 아니면 관념적인 것으로 흘러가거나. 인류라... 저 유명한 보이저 호의 사진 ‘창백한 푸른 점’에 대해 칼 세이건이 하신 말씀이 인류를 어떻게 볼지에 대한 좋은 길잡이가 되지 않을까요.




  Q. ash**ff님 : 이영도 타자님 글을 읽을 때면 여전히 처음 작품을 읽었을 때처럼 심장이 두근거립니다. 신간 소식에 정말 날아갈 것 같네요. 이렇게 또 한 권 타자님 책을 위해 책장을 비우게 되어 영광입니다. 앞으로도 신작이 줄줄이 출간되어 책장 하나가 전부 이영도 타자님 작품으로 채워지면 여한이 없겠네요. 그럼 여기서 질문! 타자님께서 쓰시는 글을 보면 정말 많은 책을 읽으시고, 또 그걸 체화해서 타자님만의 방식으로 풀어내시는 것 같아요. 타자님의 독서방법과 그 많은 책들을 기억하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그리고 곁다리 질문으로, 타자님의 가장 오래된 기억 세 가지는 무엇인가요? 항상 심장 뛰는 글을 선물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정말!!!


  A. 괜찮은 글로 계속 뵐 수 있으면 저도 행복할 거라 생각합니다. 특별한 독서법이나 기억법 같은 것은 없습니다. 그냥 관심이 가면 재미있게 읽는 것뿐이라서요. 가장 오래된 기억이오? 음... 지금 생각해보니 어렸을 적 집으로 가는 길, 성탄절에 받았던 선물, 길을 막고 있는 닭한테 고함 질렀던 기억 같은 것이 떠오르는군요. 마지막 것은 아마 어린 마음에 굉장한 대결 쯤으로 느꼈던 모양입니다. 별 것 아닌데 기억이 나는 걸 보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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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시양비 2020-05-11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첫 질문에 대한 답은 드래곤라자 시절부터 변하지 않으셨나 봅니다.
그때, 우화를 이야기하는 이유를 묻자, 하고싶은 말이 정확하게 있으면 그걸 말하지, 왜 이야기를 했겠냐고 반문하던 장면이 기억나네요.
그 장면을 보고 저도 무릎을 탁 쳤었네요.
뭐랄까, 소설관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것이 20년전과 많이 달라지시진 않으신것 같아 왠지 모르게 안도감이 듭니다.
 


개성 있는 한국문학의 세계를 감각적인 구성으로 소개해온 현대문학의 핀 시리즈가 장르소설 시리즈를 소개합니다. 이영도, 듀나, 조현, 백민석, 김희선, 최제훈 작가의 장르소설이 2020년 4월부터 9월까지 독자를 찾습니다. 알라딘에서 소개하는 핀 시리즈 특별관에서 작가들의 다채로운 답변을 함께 소개합니다. 첫 만남은 이영도 작가입니다. | 질문 : 알라딘 도서팀 김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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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매일이 놀라운 요즘입니다.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고 계신지, 이 시기의 일상 혹은 관심사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A, 고생하시는 의료진과 공무원, 자원봉사자 여러분께 폐 끼치지 않으려고 되도록 집안에 있습니다. 책 읽고 키보드 두드리는 건 예전과 다를 것이 없고, 나가고 싶은 기분이 들 땐 인터넷에 좋은 강연들도 많고 해서 그런 거 보다 보면 그렇게 힘들지는 않군요.




  Q. SF 판타지를 읽고 쓰는 이유, 그 마음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A, 사이파이와 판타지도 이젠 많이 해체되고 있죠. 꽤 옛날식 정의를 들자면 서브 장르엔 사이파이와 판타지 외에도 추리, 역사, 무협, 로맨스, 공포, 밀리터리 등도 있었지요. 하지만 엄청난 역사와 엄청난 팬덤 때문에 아직 강고하게 살아있는 무협과 로맨스 같은 경우를 제외하면 많은 장르들이 해체되었지요. 여기서 해체라는 건 사라졌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 핵심 요소를 가져가 창작에 사용할 수 있게끔 분해되었다는 말입니다. 몇 년 전의 웹드라마 '퐁당퐁당 러브' 같은 경우 설정을 보면 타임슬립물이라고 할 수도 있고 대체역사물이라고 할 수도 있으며 전체적 분위기에서 로맨스물의 터치를 물씬 느낄 수 있는데 아무래도 판타지로 분류되는 것 같더군요. 원래부터 장르라는 것이 경계가 희미하다 보니 이런 식으로 융합될 수도 있는 것이고요. 그래서 요즘은 사이파이를 좋아한다거나 판타지를 좋아한다는 말을 하기에 앞서 주춤하게 됩니다. 그건 손흥민 선수의 왼발은 좋아한다 같은 말 아닌가 의심스러워서요. 그래서 결국, 어떤 요소를 어떻게 가져와 쓰든 잘 쓰여지고 재미있는 글은 다 좋아한다고 말해야 할 것 같습니다.




  Q. 독자와 함께 읽고 싶은 SF 판타지 소설, 혹은 추천하고 싶은 SF 판타지 작가가 있다면, 어떤 작품 혹은 작가일까요?


  A, 앞에서 한 답변 때문에, 이 질문에 대해 특정한 책의 이름을 언급하면 이런 것이 사이파이다, 혹은 판타지다 라고 주장하는 짓이 될 것 같아 주저됩니다. 그런 의도 전혀 없이, 그냥 최근에 어떤 책에 대한 공상을 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추천하겠습니다. 얼마 전에 세계적인 질병 사태 때문에 까뮈의 '페스트'가 많이 팔린다는 뉴스를 접했습니다. 그 때 '그러면 쿼런틴은 안 팔리려나?' 하는 싱거운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그렉 이건의 소설인데, 양자역학에 대해 약간 무리한 설정(그 시절 '관측'이라는 설레는 말에 혹한 사람들이 많았지요.)을 사용하긴 했습니다만 재미 있습니다.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Q. 반가운 신작과 함께, 이영도 작가의 차기작을 기다리고 계실 분도 많을 듯합니다. 이영도 작가의 기존 세계관과 같은 세계를 공유하는 신작이 출간될 수도 있을까요? 가능하다면 계획을 여쭙고 싶습니다.


  A, 그건 저도 알지 못해서 말씀드릴 수가 없군요. 죄송합니다.




  Q. 이영도 작가의 작품을 기다려주신 분들은 '팬'이라 지칭해도 과하지 않을 듯합니다. 알라딘 독자에게 한마디 부탁 드립니다

 

 A, 생각해 보니 알라딘 독자라면 '책은 참 좋은 거죠?'라거나 '좋은 책 많이 보세요.' 같은 말은 그렇게 할 필요가 없는 말 같고... 좋아하시는 책들 즐겁게 보실 수 있도록 언제나 건강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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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대를 이끌어갈 한국문학의 얼굴들이라는 타이틀로 이 시대의 작가를 한 자리에 모셨습니다. 2020년 제11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일곱 분의 작가에게 같은 질문을 드렸습니다. 우리 시대의 소설가들과 나눈 서면 인터뷰를 소개합니다.  | 질문 : 알라딘 도서팀 김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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깅화길_음복(飮福) 

"강화길은 이제 어디로 가려는가. 나는 조마조마한데, 이보다 더 두근거리는 기다림은 드물다는 걸 알고 있다. _권여선(소설가)"



Q. 지금 이 순간, 2020년을 작가님께서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대부분 많은 분들이 그러시겠지만... 주로 집에 있습니다. 그래서 이전의 일상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깨닫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도 열심히 마감을 하고 책을 읽고, 좋아하는 것들을 더 좋아하려 노력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Q. 젊은작가상으로 만나게 된 독자가 궁금해할, 앞으로의 신작 출간 일정 등이 궁금합니다. 


우선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이 4월에 나올 예정이고, 수상작인 「음복」이 수록된 단편집이 올해 5월에 나올 예정입니다.

그 이후로는 주로 장편소설을 많이 쓰게 될 것 같아요.  



Q. 2020년, 이 소설과 함께 알라진 독자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 궁금합니다.


요즘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올리브 키터리지』를 다시 읽고 있습니다. 사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책은 해마다 재독을 하는 것 같아요.


요즘은 그중에서도 『올리브 키터리지』 생각이 많이 나더라구요. 아무래도 요즘 분위기가 좋지 않다보니, 평범하게 일상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유독 마음에 더 들어왔던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최선을 다해 일상을 유지하고 계시니까요. 물론, 이 소설들은 마냥 밝고 다정한 이야기들은 아닙니다. 삶에 느닷없이 찾아오는 비극이나 미움, 사랑과 절망에 대해 냉정하게 직시하고 있거든요. 요즘 그녀의 소설들이 유독 마음에 와닿는 이유는, 이런 것들이야말로 진짜 삶이고, 때문에 가장 지켜져야 하는, 절대 잃어서는 안 되는 것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인 것 같아요.   



Q. 알라딘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한 마디가 있다면 어떤 말씀일까요.


모두 건강하셨으면 좋겠어요. 지금 이 순간, 이보다 더 간절한 바람은 없는 것 같습니다. 

독자 여러분, 모두들 건강하세요. 함께 오래 오래 읽어요. 





 


최은영_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그 아픔과 슬픔과 부끄러움들 이 바로 빛으로 존재한다는 것, 그것이 혼탁하고 무기력한 현실을 강한 환기력으로 흔들어 다시금 살아갈 힘을 준다는 것을" _오정희(소설가)


Q. 지금 이 순간, 2020년을 작가님께서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계간 『문학동네』에 장편소설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봄호부터 겨울호까지 네 번 동안 연재할 예정입니다. 

 
Q. 젊은작가상으로 만나게 된 독자가 궁금해할, 앞으로의 신작 출간 일정 등이 궁금합니다.

올해 장편소설 연재를 마치고 퇴고를 거쳐 내년에 단행본으로 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Q. 2020년, 이 소설과 함께 알라딘 독자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 궁금합니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마지막 목격자들』을 추천합니다. 작가가 전쟁 시기에 미성년이었던 이들을 인터뷰하는 형식의 책인데요. 서문에 나온 도스토옙스키의 이야기가 인상적입니다. “어떤 진보도, 어떤 혁명도, 어떤 전쟁도 어린아이의 눈물에 대한 명분은 될 수 없다. 언제나 눈물이 더 중요하다. 오직 그 작은 눈물 한 방울이.”



Q. 알라딘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한 마디가 있다면 어떤 말씀일까요.

평범한 말이지만, 한 마디를 전해야 한다면 항상 건강하시라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현석_다른 세계에서도 
"임신중지를 선택한 여성이 모성에 얽매여 고통스러 워하지 않아야 한다는 메시지에 이르는 과정이 설득력 있다." _전성태(소설가)


Q. 지금 이 순간, 2020년을 작가님께서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얼마 전에 이직과 함께 이사를 했어요. 그래서 새로운 직장에 적응중이고, 이삿짐은 세월아 네월아 하며 정리하고 있습니다. 방금 전에는 커튼 레일을 설치했습니다. 목이 좀 아파서 커튼은 내일 달아야겠네요.
 

Q. 젊은작가상으로 만나게 된 독자가 궁금해할, 앞으로의 신작 출간 일정 등이 궁금합니다.

올 하반기에 세 편의 단편소설을 엮은 일종의 'EP'같은 작은 소설집이, 내년 상반기에는 '1집'이라고 할 수 있는 단행본이 나올 예정입니다. 

 
Q. 2020년, 이 소설과 함께 알라딘 독자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 궁금합니다.

마야 뒤센베리, 『의사는 왜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가』(김보은, 이유림 옮김, 한문화 2019)

 「다른 세계에서도」에서 미처 다 쓰지 못했다고 생각한 이야기가 남아 있습니다. '해수'와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그 이야기를 마저 쓰기 위해 요즘 읽고 있는 책입니다.

 
Q. 알라딘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한 마디가 있다면 어떤 말씀일까요.

모두가 예민할 수밖에 없는 시기입니다. 잠깐 여유를 내어 산책을 하다가 동네서점에서 책을 사서 읽어보시면 어떨까요?








김초엽_인지 공간
"세계가 깜박할 만큼 작고 사소한 존재에게 온 우주의 무게를 실어 그 존재 증명을 해내는 것이 소설의 역할이기도 하다는 걸 김초엽은 이번에도 다시 한번 우리에게 알려준다." _강지희(문학평론가)


Q. 지금 이 순간, 2020년을 작가님께서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논픽션 단행본 작업이 한창이어서, 낮에는 책을 읽거나 자료조사를 하고 저녁에는 글을 쓰면서 지내고 있어요. 지금 쓰는 글이 많은 자료조사를 필요로 하는 글이어서, 쓰다가 너무 자주 샛길로 빠지는 것이 고민입니다. 세상에는 재미있는 읽을거리가 너무 많네요.


Q. 젊은작가상으로 만나게 된 독자가 궁금해할, 앞으로의 신작 출간 일정 등이 궁금합니다.

상반기에는 논픽션 '사이보그가 되다' 작업을 주로 하게 될 것 같고요. 소설은 뭐가 먼저 나올지는 써봐야 알 수 있어서 불확실하지만, 일단 지금 준비중인 소설은 경장편이고, 두 명의 소녀가 가상현실을 탈출하는 이야기예요. 하반기에 중단편을 포함해 여러 편의 소설을 공개할 예정입니다.


Q. 2020년, 이 소설과 함께 알라딘 독자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 궁금합니다.

최정화 작가님의 『흰 도시 이야기』를 추천합니다. 전염병이 덮친 한 도시에 관한 이야기이고, 또 무언가를 결코 잊지 않기 위해 망각과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Q. 알라딘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한 마디가 있다면 어떤 말씀일까요.

여러모로 심란한 봄이지만, 잠시라도 책에서 마음의 평온을 찾아가시기를 바라요. 







장류진_연수
"장차 장인이 될 작가의 풋풋한 젊은 시절을 미리 보는 것 같아 신기함은 놀라움으로 바뀌었습니다." _서영채(문학평론가)


Q. 지금 이 순간, 2020년을 작가님께서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요즘은 집에 틀어박혀서 지냅니다. 일도 하고, 책도 읽고, 가끔 넷플릭스도 보고, 각종 집안일도 하고요.


Q. 젊은작가상으로 만나게 된 독자가 궁금해할, 앞으로의 신작 출간 일정 등이 궁금합니다.

지금 장편을 쓰고 있는데 진짜 아주 조금밖에 안 써가지고…… 자신 있게 말을 못하겠네요. 어쩐지 목소리가 작아지는…… 열심히 해서 올해 안에는 보실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입니다.


Q. 2020년, 이 소설과 함께 알라딘 독자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 궁금합니다.

정확히 이 소설(「연수」)과 딱 맞닿는 부분은 없지만, 제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선배 작가님의 소설집 두 권을 추천합니다. 『아직 멀었다는 말』과 『러브 레플리카』입니다. 「연수」에는 ‘길’이 등장하는데, 살면서 저보다 위 세대 여성들이 걸어간 ‘길’을 뒤따라 걷고 있다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선배 작가님의 소설을 읽을 때도 그런 감정,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어 있다는 감정이 듭니다. 든든해지고요.


Q. 알라딘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한 마디가 있다면 어떤 말씀일까요.

이 글을 읽고 있는 그대, 너무 소중해요. 랜선으로 저의 사랑을 보냅니다.








장희원_우리〔畜舍〕의 환대 
"어떤 묘사 하나도 넘치거나 흐트러지지 않은 채 완벽하게 제자리에 놓여 있는 축조술이 놀라운 소설이다." _강지희(문학평론가)



Q. 지금 이 순간, 2020년을 작가님께서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최대한 외출을 제한하고 느긋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평소 보고 싶었던 넷플릭스 드라마, 아껴두었던 영화를 찾아보고 있습니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언젠간 봐야지 했던 것들이 꽤 많이 쌓여 있어서, 즐겁게 하나둘씩 격파하고 있습니다. 



Q. 젊은작가상으로 만나게 된 독자가 궁금해할, 앞으로의 신작 출간 일정 등이 궁금합니다.


 저도 언제가 될지 확신할 순 없지만, 아마 단편소설집으로 인사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좋은 인상을 남겨드릴 수 있게 열심히 작업하겠습니다. 



Q. 2020년, 이 소설과 함께 알라딘 독자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 궁금합니다.


필립 로스, 『네메시스』, 정영목 옮김, 문학동네, 2015.

잔인하리만치 파고드는 인간의 나약함 앞에서 그 어떠한 말도 할 수 없게 만드는 소설.



Q. 알라딘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한 마디가 있다면 어떤 말씀일까요.

  

 마음 깊이 모두 무사히, 편안한 올해를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젊은 작가가 읽는 이 책 >>

























젊은작가상, 강화길, 최은영, 이현석, 김초엽, 장류진, 장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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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대를 이끌어갈 한국문학의 얼굴들이라는 타이틀로 열 명의 작가를 모셨습니다. 신작 시집 <겟패킹>을 출간하며 기획전의 시작을 열게 된 임솔아 작가의 서면 인터뷰를 소개합니다.  | 질문 : 알라딘 도서팀 김효선


이벤트 보러 가기 > http://www.aladin.co.kr/events/wevent.aspx?EventId=203733







Q. 지금 이 순간, 2020년을 임솔아 작가가 어떻게 보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두 시간 정도 조용히 걸을 수 있는 비밀 장소들을 물색하고 있어요. 걷다가 개를 마주치면 멈춰 서서 한참을 쳐다봐요. 저 개는 어깨를 쫙 펴고 묵직한 걸음걸이로 걷는구나, 저 개는 다리가 저렇게 짧은데 어쩜 저렇게 빨리 뛸 수 있는 걸까. 돌아오는 길에는 편의점에 들러요. 비비빅 흑임자맛 아이스크림이 남아 있는 날에는 반드시 사 먹습니다. 내일은 초당 순두부 아이스크림이 남아 있으면 좋겠습니다.



Q. 시와 소설을 함께 쓰고 계신데요, 어떤 순간 시 혹은 소설로 이 감정을 옮기고 싶다는 생각을 하시는지, 임솔아 작가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시점이 궁금합니다.


저는 순발력이 너무 없어서 즉흥적으로 답하는 것에 무능한 편이라, 글을 쓰는 사람이 된 거 같아요. 어떤 상황을 직면했다거나 누군가에게 질문을 받았을 때에, 말할 타이밍을 놓칠 때가 대부분이에요. 눈만 껌뻑이면서 말할 내용을 생각하고 있는 사이에 이야기가 다른 주제로 넘어가버리는 경우가 허다하고요. 하지 못한 말들이 이렇게 계속 쌓이다 보니……. 뒤늦게 문장으로 기록할 수밖에 없어요. 시든 소설이든, 누군가에게 전하는 제 답장일 거예요.



Q. 전작인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의 "사라지고 있는데 / 살 것 같다." 라는 문장을 즐겨 읽은 독자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시집에서 작가가 특히 소개하고 싶은 시가 있다면, 어떤 시일까요.


「겟패킹」이에요. 감당하기 어려운 소식을 전해듣고서 평정심을 잃어버린 어떤 날이었어요. 같은 심정이었던 친구들과 연락을 주고받았어요. “괜찮아?” “같이 있을까?” 같은 대화가 오가다가 “지금 만날까?” 하고 만나게 되었어요. 원주, 인천, 천안, 서울 등등에서 살던 친구들이 한 장소에 모였어요. 여주의 어떤 휴게소였어요. 한 친구가 ‘겟패킹’이라는 보드게임을 꺼내는 거예요. 지금 이걸 하고 놀자고요. 너무나 떠나고 싶은데 떠날 수가 없어서 여행 가방을 싸는 보드게임이라도 구입을 했대요. 혼자서는 보드게임을 할 수가 없으니까 지금껏 포장도 뜯지 못했대요. 다 같이 둘러앉아 밤이 깊어갈 때까지, 손바닥만 한 여행 가방을 싸고 또 쌌어요. 가방에 넣고 싶은 물건도, 가방을 싸는 방식도 서로 달랐지만요. 헤어질 때에 “그래도 함께 있게 되어서 다행이다”라고 말할 수 있었어요. 혼자 있었다면 “그래도”라는 말은 할 수 없게 됐을 거예요.



Q. 독자와 함께 읽고 싶은 책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2020년 함께 읽고 싶은 책이 있을까요.


윤이형 작가의 『붕대 감기』를 함께 읽고 싶어요. “마음을 끝까지 열어 보이는 일은 사실 그다지 아름답지도 않고 무참하고 누추한 결과를 가져올 때가 더 많지만, 실망 뒤에 더 단단해지는 신뢰를 지켜본 일도, 끝까지 헤아리려 애쓰는 마음을 받아본 일도 있는 나는 다름을 알면서도 이어지는 관계의 꿈을 버릴 수는 없는 것 같다”라고 작가의 말에 적혀 있거든요. 같은 꿈을 버릴 수 없는 사람들과 함께 읽고 싶어요.
















Q. 알라딘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한마디가 있다면 어떤 말씀일까요.


몇 년 전부터인가부터 1월 1일에 소원을 빌러 어딘가로 가요. 이전의 제가 지금 저를 본다면, 뒷짐을 진 채 혀를 찼을 거예요. 인생에 대한 오만함이 점점 줄어들어 걱정인 한편, 뒷짐을 지고 혀를 차는 그때의 저보다는 지금의 제가 저는 더 좋아요. 우리가 겪을 일들 속에서 다른 종류의 강함을 만들어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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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10년만에 첫 SF 소설집을 엮은 정세랑 작가를 만났습니다. 좋아하는 것들, 이야기와 새와 물고기와 사람에 관한 다정하고 명랑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 알라딘 도서팀 김효선








정세랑의 2010년대, SF의 시대


안녕하세요. 2019년도를 바쁘게 지내셨을 듯해요. 지난해를 어떻게 보내셨는지, 시작하는 2020년을 어떻게 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새로운 일에도 많이 도전한 한 해였어요. 또 예전 책들이 다시 사랑받는 해이기도 했고요. 복간된 책들 말고도 구간도 다시 읽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돌림노래처럼 사랑받는다는 느낌이 들어서 벅찬 한해였어요. 2020년에는 연재를 할 계획이라 연재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주 : 문학동네 플랫폼을 통해 장편소설이 연재될 예정입니다)




그동안 장편소설을 더 자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전에 소설집 <옥상에서 만나요>를 내면서 SF소설집은 따로 내고 싶다고 인터뷰를 하신 적이 있어요. 데뷔 후 10년 만에 나왔다는 점에서 이번 소설집 <목소리를 드릴게요>가 작가에게도 의미가 있을 듯했습니다.


제게도 이 책은 의미가 있었어요. 사실은 판타지 작가라고 스스로는 생각하는 편인데, 딱 한 권 분량으로 책을 묶을 수 있는 SF 소설이 있더라고요. 아마 앞으로 쓰는 소설은 리얼리즘이나 판타지가 많아질 것 같아서 한번쯤은 SF 소설집을 묶고 싶었어요. 여기 묶인 소설들은 좀 뾰족하기도 하고요, 어떤 명확한 테마로 묶일 수 있다는 게 재밌게 느껴졌어요. 헷갈리지 않게 SF 출판사에 SF 소설만 엮어봤습니다. 다시 엮으려면 앞으로 또 10년이 걸리겠죠. (웃음)



 

정세랑 작가의 시작점에 대해서는 ‘등단’보다 ‘데뷔’라는 단어가 더 적당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SF 잡지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하셨습니다. 소설독자들 안에서 SF라는 장르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SF 작가연대, 오늘의 SF 무크지 등 최근의 활동에 대해서도 궁금합니다.

 

장르소설 전반에 대한 애정이 있어요. 판타지 소설, 추리 소설, 공포 소설, 저는 다 좋아하거든요. 온갖 장르물을 다 좋아해서, 장르 전문지에서 출발한 게 저한테는 도움이 되었어요. 저만의 색깔을 가질 수 있게 해준 계기였다고 생각하고요.



<오늘의 SF> 발간에 대해서는 제가 전문성에 기여했다기보다는 잡지를 만들어본 경험으로 기여한 정도긴 한데요, 그 기여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내가 속한 커뮤니티에 뭔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기 때문이에요. 특히 신인 작가들이 안정적인 지면을 가지고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 때라고 생각했고, 다들 그런 마음으로 참여하셨던 것 같아요. 이 활동을 통해 개인적으로 이득을 얻을 수 있는 분은 많지 않겠지만, 데뷔해서 저나 다른 작가들이 했던 방황을 다음 사람들은 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에서 하게 된 활동이에요. 잡지는 만드는 데 출판사에서 돈이 많이 들어서, <오늘의 SF> 많이 사주셨으면…. (웃음)









이번 소설집에 실린 소설이 세상에 발표된 시기가 재밌게 느껴졌습니다. 주로 2010년대 초반, 혹은 2010년대 후반에 이 소설들이 발표되었습니다. 2010년대의 전반부와 후반부를 거치며 세계가 형성되고, 꾸준히 넓어진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지구에서 한아뿐> 등의 소설도 새롭게 독자를 찾기도 했는데요. 이전에 발표한 글을 다시 묶으며 느끼는 감정도 달랐을 듯해요.

 

순서를 정하는 데에만도 세 명이 여덟 가지 버전으로 의견을 냈었어요. 시간 순으로도 처음엔 묶어봤고요. 제가 변해온 것도 있고, 비슷한 소설은 사이를 떨어트려서 순서대로 읽으면서 질리지 않게 리듬감을 만들어야하니까, 엮는 과정에서 고민이 정말 많이 되더라고요. 이 소설집에 실린 소설을 쓰는 동안 제가 사적인 영역에서 공적인 영역으로 소설 속의 관계를 넓혀온 것 같았어요. 그런 변화가 있다면, 변하지 않은 부분도 있었어요. 환경이나 문명에 대한 관심은 비슷했고요.


제가 활동을 하면서, 꼭 사적으로 친한 게 아니더라도 비슷한 창작활동을 하는 분들, 저랑 활동 영역은 다르더라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분들을 보며 공적인 관계에서 오는 자극도 받고 안정감도 얻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소설 속에 드러나는 관계의 양상이 점점 바뀌어온 게 아닌가 생각했어요.





정세랑의 이야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미싱 핑거와 점핑걸의 대모험>이라는 짧고 귀여운 소설이 이 소설집을 엽니다. 장르물을 많이 접해보지 않은 독자도 용기를 내어 소설집에 도전할 수 있는, 친절한 배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말씀해주신 것처럼 끝 작품인 <메달리스트의 좀비 시대>도 마무리에 어울리는 것 같았고요.


편집자님도 고민하시고, 대표님도 고민하시고, 저도 고민하고 순서를 진짜 계속 바꿨어요. 그랬지만 <미싱 핑거…>는 항상 앞이었어요. <11분의 1>도 항상 앞쪽에 배치되었고요. 두 편 다 오프닝 느낌이어서 이 배치가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메달리스트의 좀비 시대>는 항상 끝이었어요. 끝이지만 희망이 있다는 느낌이 드는 소설이라, 다른 자리엔 배치가 안 붙더라고요.




<11분의 1>의 “너 그러다 망한다? 그렇게 원칙도 윤리도 없이 막살다가 망한다? 너 같은 놈들 때문에 지구가 끝난 거다?” 같은 대사가 좋았어요. 이 소설에서는 원칙, 윤리라는 단어가 개입되기 힘든 상상 바깥의 상황이 벌어지는데, 이 와중에도 원칙과 윤리를 말하는 주인공이 좋았고요. 정세랑 작가의 소설을 보면 이렇게 편들고 싶은 주인공을 만나게 되는 것 같아요.


평소에 늘 하고 싶은 말이 있잖아요. 그 소설은 상황 상 하고 싶은 말을 다 해도 되는 상황이라고 생각했어요. 속았고, 나를 멀리 보낸다는데 뱃속부터 진심을 끌어내서 화를 내도되는 상황이 아닌가 했어요. 막말이긴 하지만, 저 대신 외치게 하니까 저도 좀 쓰면서 후련해지는 부분이 있었어요. 그런 진심들이 있잖아요. 말로 하면 유난스럽다고 생각이 들어서 말하지 못하는 것들을 소설에 쓰게 되는 것 같아요.


이 대사가 좋았던 게 원칙이나 윤리가 입으로 말하기엔 좀 어려운데, 그걸 실제로 말하니까요.


하지만 우주선 문이 닫힐 땐 할 수 있죠. “똑바로 살아.” 욕하듯이. 그런 느낌이었어요.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우주에 가서도 앞으로 잘못될 거 같지 않았어요. 


잘살 거 같죠 왠지 가서. 둘이서 얼음도 좀 파고 그러면서. 재밌게 잘 살 것 같았어요. 근데 정말 ‘기준 오빠’ 같은 사람은 열한명 중에 한명 정도 있잖아요. 다들 편법 좋아하고. (웃음)




유머러스한 상황, 설정들이 재밌었습니다. 인물들이 워낙 말을 재밌게 하고, 상황 자체가 재밌게 전개되는 부분이 있어요. 갑자기 헬기와 함께 등장한 석유 왕자라든지요.


헬기가 추락하고 이러죠. (웃음) 기본적으로 제가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다른 동식물 전체도 좋아하긴 하지만요. 제가 생각하기엔 사람들이 되게 아름다운 순간이 있는 것 같아요. 트럭이었던가, 봉고차였던가 기억은 나지 않는데 물에 빠지는 사고를 목격한 목격자가 바로 뛰어 들어가서 두 명을 구했대요. 이런 망설이지 않고 다른 모르는 사람을 구하는 사람들이 늘 뉴스에 나오는데요, 그런 상황들을 보면서 백퍼센트는 아닐지라도 희망을 가지게 되는 것 같아요. 이런 얘기를 좋아해서 주로 의인뉴스 좋아해요. (웃음)




인물 자체가 지닌 건강함, 유머러스함과는 달리 소설이 상상하고 있는 세계의 상황은 무척 심각합니다. “지구는 갖가지 종류의 폭력, 혐오, 재난으로 범벅이 되어 있”다는 문장이 이 소설들이 바라보는 지금의 세계를 잘 보여주는 것 같았어요. 혐오가 같은 범주로 놓여 있다는 것도 눈에 띄었고요.


물리적인 재난만큼 혐오도 우리를 다치게 하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이 최근에 세상을 떠나서 너무 속상했거든요. 점점 더 혐오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왜 그럴까, 이걸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작가들도 악의에 노출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꽤 있는데요. 제가 아니더라도 다른 작가들이 다치는 걸 보고 있으면 많이 속상해요. 속상해서, 서로에게 덜 폭력적인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고 특히 창작자와 향유자에게 어떤 안전장치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가수들, 배우들뿐만 아니라 음악가들, 뭐 다 있겠죠. 집요한 악의에 시달리는 경우가 너무 많은 것 같아요. 




<모조 지구 혁명기>는 지구가 배제의 대상이 된다는 점이 재미있었습니다. ‘우리’의 ‘정상성’이라고 할만한 어떤 요소들이 구경거리가 되고 배제의 상황이 되는 지점은 잘 생각해보지 못했어요.

 

그야말로 구경거리처럼, 놀이공원 모델처럼, 만들어보려고 생각하며 쓴 소설이라 작업이 재밌었어요.




<리셋>이라는 소설에서 무척 공감한 문장은 예전 문명이 생산한 콘텐츠에 대해 다음 세계의 사람들이 너무 폭력적이다, 더는 즐길 수 없다 말하는 부분이었어요. 2010년대의 일련의 이슈와 변화 이후 이전에 즐겁게 보던 어떤 문학작품, 드라마, 영화 등을 더는 즐기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아졌고요,


저는 팔십 년대 미국 하이틴 영화를 좋아하는데요, 다시 보게 되면 깜짝 놀라요. 정말 귀여운 청소년물로 기억하고 있다가 다시 보니까 아시아인 조역이 너무 끔찍한 일을 당하고 있고 이런 거예요. 팔십 년대면 아주 먼 게 아닌데도 그 시대의 작품을 봐도, 되게 대중적이고 가벼운 영화를 봐도 이렇게 불편한데, 정말 이백년쯤 지나면 사람들이 지금 우리의 문명을 못 견뎌하겠구나 생각했어요. 소설 뿐 아니라 영화 등 모든 게 다 그렇게 느껴질 것 같아요.


제가 쓴 소설을, 5년 전에 쓴 소설을 고치기만 해도 난리가 아니에요. 그나마 고칠 기회가 있으면 다행인 거고요. 생각이 바뀌고 앞으로 나아가는 게 다행이긴 하지만요.


작가의 말에서 하신 말씀처럼, 21세기에 우리가 즐거워하는 것들을 23세기쯤에 보면, 그들이 우리를 정말 얼마나 미워할까? 생각이 들어요.


미워할 거예요. 미국 시트콤에서 케이크를 만들었다가 통째로 버리잖아요. 쓰레기통에. 이 ‘음식을 버리는’ 모습에 대해 저는 한국인으로서 놀란단 말이에요. 그런 식의 놀람이 있겠죠. 23세기의 사람들은 한국 사람은 옷을 일년 입고 버렸대, 이런 것들에 놀라지 않을까요. 평범한 장면들도 아주 다르게 받아들여질 것 같아요.


이 소설집의 소설은 그런 디테일을 위한 소설이라서, 어쩌면 정통 SF 팬들은 재미를 덜 느끼실 수도 있을 거 같아요. SF를 빌려서, 사실은 변해갈 감각에 대해 집중하는 소설이라서, 이야기 자체가 되게 새롭고 경이롭진 않을 것 같거든요. 토성 정도는 가지만 (웃음) 아주 우주 멀리, 그렇게 멀리 가는 이야기는 아니고, 우리 문명에 대해 말하고 있으니까요.


과학소설이지만, 물리학적인 발상이 핵심이라기보다는, 시선을 바꾸는 얘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는 공간적인 시간적인 한계들이 있으니까. 이걸 우주 단위로 넓히게 되면 시선이 달라져서, 지구에 사는 우리도 놀이공원의 구경거리가 되고 그렇잖아요.


그렇죠. 각도를 틀어보는 그런 이야기였던 것 같아요. 





정세랑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지렁이를 가장 잘 알아서 중요한 일을 맡게 되는 어린 여성 앤(<리셋>), ‘혐오’를 염려하는 올바른 가치관을 지닌 수용자(<목소리를 드릴게요>), 메달리스트의 정윤의 몸을 멋있다고 말하는 승훈(<메달리스트의 좀비 시대>) 같은 인물들을 보면 안심하게 돼요. 정세랑 작가의 소설을 읽는 동안은 별안간, 받아들이기 어려운 방향으로 소설이 전개되진 않을 거라는 믿음을 사실 갖고 있고요.


노력은 하는데 또 5년이 지나서 보면 어떨지 모르겠어요. 가치관이 정말 빨리 변해서, 신경을 쓴다고 썼는데도 나중에 보면 꼭 고치고 싶어져요. 이미 나간 책은 고칠 수가 없으니까요. 도서관 선생님들께서 <덧니가 보고 싶어>, <지구에서 한아뿐> 개정판을 꼭 사주셨으면 좋겠어요. (웃음) 예전 버전으로 도서관에 있으니까 아쉽더라고요.

예전에 재밌었던 농담이, 내가 한 농담인데도 못 견디겠더라고요. 특히 한국이 그런 것 같아서, 실은 이 부분에는 좀 자부심이 있어요. 변화의 속도가 빠른 나라라는 점에는 우리가 자부심을 가져도 될 것 같아요.


 

 

<리셋>에서 낭비를 ‘폭력적’이라고 묘사하는 서술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과거의 풍요로움은 굉장히 기분 나쁜 풍요로움’이라는 문장도 그랬고요. <7교시>에서는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매일 몸을 병들게 하는 걸 먹었는지.’라고 이야기하기도 하고요. 환경에 대한 염려는 <지구에서 한아뿐> 같은 소설부터, 계속 말씀하고 계신 소재이기도 합니다.


과학소설 작가들과 함께 있으면 과학자와도 자주 만날 기회가 있거든요. 다들 너무 절망해계셔서, 전문가들의 위기감이 저에게도 좀 옮겨오는 것 같아요. 계속 대멸종이 오고 있다고 걱정하고 계시거든요. 지표들도 실제로 정말 나빠요. 전문가들의 그 위기감이 다른 사람들에게 안 퍼지는 것 같아서 이걸 공유하는 게 창작자들이 할 역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은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또 너무 심각하게 말하면 잘 전해지지 않을 테니까, 약간 코팅을 해서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이 이야기가 낡으면 저는 기쁠 거예요.’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정세랑 작가가 생각하는, 요즘 가장 염려되고 경계하게 되는, 두려운 미래는 어떤 것일지 궁금합니다.


기후 위기가 오면 가난한 나라나 가난한 사람들이 더 타격을 크게 받을 거예요. 그 점이 정말 걱정돼요. 섬이 잠겨버리는 열대 나라의 모습처럼 아주 나쁜 형태로 나타나지 않을까요. 그 사람들이 탄소를 많이 배출한 게 아니잖아요. 부자 나라에서 배출한 피해를 제일 약한 사람들이 보게 되기 때문에, 위기가 불공평한 방식으로 올 거라는 게 걱정이 돼요. 한국은 이제 약한 나라가 아니잖아요. 한국 역시 경제 대국이고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나라라서 우리가 해친 것들이 전혀 엉뚱한 사람들에게 문제를 일으키면 어떡하나 걱정해요. 


태풍이 점점 강해지는 게 너무 무섭지 않나요? 그 세계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될지 모르겠는 거예요. 그런 점이 늘 매일매일 두렵고, 제가 조류 애호가기 때문에 새들이 사라지는 게 너무 무서워요. 도시에서 만날 수 있는 새들이 너무 적고요. 바닷속 고래나 거북이는 플라스틱 같은 것도 다 삼켜버리잖아요. 이건 먹으면 안 되는 거라고 말해주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으니까요. 너무 아름답게, 수십만 년 동안 진화해놓은 걸 우리가 다 망치겠구나 생각해요. 과거에도 대멸종은 있었지만 지금의 진행속도는 그때보다 500배는 빠르다고 해서, 잠이 안 옵니다.



 

‘한 사람의 안쪽에서 벌어지는 일에 크게 관심이 없다.’는 작가의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실제로 이 소설들에선 계속 상황이 주어지고, 사건이 벌어져요. 인물들은 주어진 사건에 대해 반응하기 위해 움직이지, 자기 안에서 벌어지는 일 때문에 갈등하느라 움직이진 않는 듯했습니다. 이 점이 이야기를 보는 눈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뿐만 아니라 장르소설 작가의 특성인 것 같아요. 구분이 명확하지 않고, 아무도 정확하게 구분하지 못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뛰어 다니면’ 장르문학, ‘걸어 다니면’ 문단문학이라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저는 걷는 문학에는 큰 매력을 못 느껴요. 인물들이 뛰어다니고 해결하려고 하고 바꾸려고 하는, 그런 인물들에게 마음을 빼앗겨요. 그래서 저는 읽는 것도, 쓰는 것도 분주한 인물들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독자분들도 이 소설들을 되게 잘 받아들여주시는 것 같아요. 갑자기 지렁이…? 그래, 지렁이, 음 그래. 하고 받아들여주시고요. (<리셋>), 도깨비랑 갑자기 씨름을? (<청기와주유소 씨름 기담>) 받아들여주시고요. 유머가 있는 친구들이 주변에 많은데요, 이런 이야기를 좋아하는 건 주변 친구들 영향을 좀 받은 것 같아요.




단편이라 그 이후엔 어떻게 됐을까를 생각해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후기의 <메달리스트의 좀비시대>의 정윤과 헬기 소리, 그 이후의 상황처럼요. 이 이야기들 중 뒷이야기를 덧붙여보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어떤 이야기일까요. 혹시 지금 소개해주실 수도 있을까요.


<리셋>이나 <7교시>와 비슷한데 좀 다른 세계를, 올해 쓰게 될 것 같아요. 제가 관심 있는 주제여서요. 


(인터뷰를 하는 오늘도) 미세먼지가 정말 심하잖아요. 


먼지도 정말 큰일이죠. 전 세계적으로 인구를 줄이는 것밖에 답이 없을 것 같아서. 한국이 그런 면에서 되게 앞서가지 않나 생각해요. 사람이 많으면 원자력, 화력 발전소를 쓸 수밖에 없고, 대체 에너지로 이 많은 인구를 지탱할 수 있나? 생각이 들어요. 지금 출생률이 떨어지는 게 사회적 문제긴 하지만, 어쩌면 나쁜 상황이 아니라 앞서가는 상황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해요. 저도 제 친구들의 아기를 보면 물론 너무 좋지만, 산호초가 죽어가는 이 세계에 어떻게 태어날 수 있을지 생각하면 걱정이 되기도 해요. 야생동물을 생각하면 인간이 자리를 양보해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들고요. 제가 좋아하는 새와 물고기들에게 세계를 양보하고 싶습니다.




2020년대, 함께 읽고 함께 성장하고 싶은

 

외국 작가와 한국 작가 모두 포함해 좋아하는 장르 소설가를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작년이랑 올해는 어슐러 르 귄의 번역된 소설을 다 읽는 시기였어요. 예전에는 한두 권 읽고 미뤄뒀었는데, 이상하게 요즘 잘 읽히더라고요. 전작을 연이어서 읽었어요. 공포소설가중 마이클 코리타를 좋아해요. 정말 너무 잘 쓰는 작가 같고, 우리나라에서 큰 사랑을 못 받아서 좀 아쉬워요. <죽음을 보는 눈>을 추천받아서 읽었는데, 너무 재밌었어요. 되게 젊고 새로운 감각으로 공포소설을 써서 제 마음속에선 ‘넥스트 스티븐 킹’이다, 생각하고 있어요.


존 스칼지의 새로 나온 상호의존성단 시리즈도 너무 좋아서, 오늘의 SF에 리뷰도 썼었거든요. (정세랑 작가가 쓴 <타오르는 화염>에 관한 리뷰가 <오늘의 SF>에 실려 있습니다.) 그 삼부작이 되게 동시대적이고 좋은 것 같아요.


소설가로서 제 궁극적인 꿈은 미야베 미유키님처럼 되는 거라서, 항상 다 챙겨보고 있어요. 장르도 많고, 다양하고, 다작이고 다양한 색깔로 Tm는 작가잖아요. 한마디로 규정되지 않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추리소설만 혹은 판타지만, 어떤 소설만 쓴다고 라벨을 붙이기 어려운, 그런 작가가 되고 싶고 그런 소설을 좋아합니다.


여러 장르의 책을 열심히 읽고 있는데요, 한국 SF 작가 연대가 생긴 이후로 점점 더 좋은 작가님들이 많이 나타나실 것 같아요. 아직 책으로 묶이지 않은 작가의 작품도 열심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목소리를 드릴게요>를 읽고 같은 염려를 하게 되었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 싶은 책이 있다면.


이 책에 실린 후기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주 : <7교시>의 후기에 이 책의 영향을 받아 쓰게 되었다고 실려 있습니다 ) <지구의 절반>이 정말 좋은 책이었어요. 그 책을 같이 읽어주시면 어떨까 합니다.












넷플릭스의 <보건교사 안은영> 방영, 새 연재 등 준비 중이신 일이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2020년 계획이 궁금합니다.


올해는 장편소설을 무사히 연재를 끝내고, 정말로 에세이를 써야 해요. 에세이 쓴다고 3년 전부터 말했는데 이젠 너무 민망해서 정말로 에세이를 쓸 거고, 드라마 쓰러 다시 또 가야 될 것 같아요. 자세를 계속 바꾸면서 재밌는 시도를 많이 해보려고 해요. 2020년대엔 예전에 하지 못했던 일들에 부딪쳐보면서 다양한 이야기 매체로 찾아뵙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소설을 쓰는 게 에세이를 쓰는 것보다 더 수월하시죠?


예, 소설이 더 쉽습니다. (웃음) 에세이 작가들과 소설 작가들의 의견이 갈리더라고요. 소설작가들은 에세이를 너무 쓰기 어려워하고, 반면에 에세이 작가는 소설을 어떻게 쓰냐고 하고요.


소설은 바깥으로 뻗어가는 느낌이 있고, 에세이는 자기 얘기를 안에서 끄집어내는 느낌이 있죠.


예. 산문이라서 같은 인접 장르처럼 보이지만 각도가 아예 달라서 어렵더라고요. 미뤄왔는데 정말 써야할 것 같아요. 여행 에세이를 쓰려고 하고요, 여행에서 뻗어 나와서 이것저것 생각하는 에세이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정세랑 작가를 좋아하는 독자들은 ‘팬덤’이라고 불리는 게 아주 어색하진 않은 것 같습니다. 알라딘 독자에게, 팬들에게 말씀 부탁드립니다.


너무 아껴주셔서 얼떨떨하기도 해요. 더 잘하고 싶고요. 정말 큰 사랑을 주시는 거 같아요. 제 책을 한 권 사시는 게 아니라, 주변에 세 번 네 번 선물하시고 하더라고요. 너무 감사한 일이죠.


2010년대를 지나며 혼자 쓴다는 생각을 버린 지가 좀 된 것 같아요. 읽고 들려주시는 어떤 감상들이 다음 작품에 스며들기 때문에, 많은 이야기 해주시면 제가 또 스며든 것들로 다음 걸 열심히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 너무 기이한 10년이었어요. 저처럼 굴곡 있게 성장한 작가가 드물다고도 얘기를 들었거든요. 보답으로 읽을거리를 많이 많이 생산하는 작가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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