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도 오르기 힘든 히말라야 산맥에 입시에 허덕이는 청소년이 도전할 수 있을까요? 매년 로체 산맥을 오르는 "로체청소년원정대"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청소년들로 이뤄져 있습니다. 자기만의 속도로 정상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다가가며 결코 포기하지 않는 청소년. 로체원정대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았습니다. 대화는 푸른숲주니어 출판사에서 진행해주셨습니다. | 알라딘 도서팀 김효선    

내 생애 가장 용감했던 17일 -   대한민국 1%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전하는 도전과 열정의 키워드 
한국로체청소년원정대 지음 / 푸른숲주니어



 

안녕하세요, 대장님. <내 생애 가장 용감했던 17일>이 출간된 뒤로 많이 분주해지셨죠? 로체 원정대가 히말라야에 도전한 지도 어느덧 5년째네요. 그들의 도전과 열정을 책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신 동기라도 있으신가요?  


 원정대장 이충직(시민특허개발연구원 원장) : 청소년들과 해마다 히말라야에 도전하면서, 그들이 원정대 활동을 통해 성장해 가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았습니다. 처음에는 평범하기 짝이 없었던 대원들이 훈련 과정을 하나하나 거치면서 특별한 존재로 변해 가는 모습을 보고 있을 때의 감동은 가히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래서 이 일을 계속하고 있지 않나 싶어요. 대원들의 그런 모습들을 원정대 활동을 경험하지 못한 다른 청소년들에게도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서 로체 원정 대원들을 만나 변화와 성장 과정을 지켜보며 잠시나마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고 책 속의 친구들처럼 성장해 갈 수 있다면 더 큰 보람이 없겠지요.    
 

 


이번에 책을 엮은 4기는 100 대 1의 경쟁을 뚫고 선발되었다고 하던데, 각지의 쟁쟁한 학생들이 다 지원을 하나 봅니다. 로체 원정대는 어떤 식으로 선발하나요?   


원정대장 : 4기는 히말라야 임자체 정상에 도전을 했는데요. 대한민국의 15~19세 청소년들이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습니다. 특목고 학생의 비중이 높다 보니까 그런 학생들을 골라 뽑는 거 아니냐는 질문을 하시는 분들도 더러 있습니다. 저희가 대원을 선발할 때는 학교나 성적은 전혀 고려하지 않습니다. 1년에 한 차례 선발을 하는데, 신청 기간은 한 달 정도이고 도전과 열정, 과정 중심적인 사고를 가진 중․고등학생들을 중심으로 뽑습니다. 
1차 심사는 지원서를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2차 심사에서는 면접과 체력 테스트를 거쳐 50명을 선발하는데요. 체력 테스트는 청소년들이 히말라야에 도전할 수 있는 기초 체력을 갖추고 있는지 정도를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주 기본적인 종목으로 이루어집니다. 학교에서 하는 체력장을 떠올리면 될 겁니다. 면접에서는 청소년들의 참여 의지와 활동 계획, 표현력을 평가합니다. 이렇게 체력 테스트와 면접을 통해 선정된 2차 합격자들을 선정한 뒤, 그들을 대상으로 1박 2일 동안 산악 지역에서의 아웃도어 로체 캠프 심사를 실시합니다.
3차 심사에서는 공동체 생활에서 나타나는 각자의 개성을 파악하며 산악 적응 능력 및 팀워크를  평가합니다. 이렇게 서류 심사, 면접과 체력 테스트, 아웃도어 로체 캠프 심사를 통과한 청소년들이 히말라야로 떠날 원정 대원으로서의 자격을 갖추게 되는 것입니다.    

 



책을 읽어 보면 훈련 과정이 만만치가 않습니다. 그것들을 이루어 낸 친구들이 정말로 멋지게 보이더군요. 평범한 학생들이 너끈히 감당할 수 있을 만큼 하시는 거지요? 훈련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원정대장 : 저희는 할 수 있는 일만 하라고 합니다. 할 수 없는 일을 던져 주고 이루지 못했다고 닦달하는 일은 절대로 없습니다. 국내 훈련은 7차까지 진행됩니다. 산악 훈련, 인성 및 문화 교육을 바탕으로 설악산, 북한산, 계룡산, 팔공산, 태백산, 도봉산 등 전국의 대자연을 통해 자연 생태 탐사 교육 및 공동체 생활에 대한 적응 훈련이 이루어집니다. 이렇게 국내 훈련을 마친 후 히말라야에 도전하게 되는 거지요.  

 



훈련을 하다가 낙오되는 대원이 생길 때는 어떻게 하나요?    


원정대장 : 기다려 줍니다. 먼저 올라간 대원이 다시 내려와서 배낭을 들어 주기도 하고, 손을 잡아 이끌어 주기도 하고요. 저희는 자기 속도를 매우 중요하게 여깁니다. 경쟁하는 것을 아주 싫어하고요. 협력을 중시하지요. 힘이 들면 뒤로 처지라고 말합니다. 다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되는 거지요. 안전 문제도 걱정할 것 없고요. 체력이 떨어지거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뒤로 처지는 대원이 생기면 서포터즈와 팀닥터가 함께 남아서 수시로 체크를 하고 적절히 처방을 내리니까요.   
 

 


‘로체 원정대’라는 이름은 어떻게 생겨났나요? 


원정대장 :  ‘로체(Lhotse)’는 네팔 쪽의 히말라야에서 네 번째로 높은 봉우리입니다. 이 봉우리의 남벽(해발 8516m)은 산악인들에게 세계에서 난이도가 제일 높은 산으로 꼽힙니다. 전 세계의 최고 산악인들이 스무 차례 남짓 도전했지만 아직까지 아무도 정상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로체’는 정상에 오른다는 결과를 목적으로 하는 등정(登頂)주의보다는 어느 길로 올랐는지 과정을 중시하는 등로(登路)주의를 상징하지요. 이는 자기만의 속도로 정상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는 우리 로체 원정대의 정신과 일맥상통합니다. 
 

 


김범수 대원은 4기 대표였잖아요. ‘로체 원정대’ 하면 무엇이 가장 떠오르나요?   


김범수 대원(부산 한국과학영재학교 3년) : 참 많은 것들이 떠오르지요. 그중에서도 ‘수첩’이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늘 메모를 해야 했거든요.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고 냄새 맡은 모든 것들을……. 지금은 그 수첩 속에 내 삶의 가장 소중한 시간들이 들어 있는 듯합니다. 수첩을 넘겨 보면 첫 훈련 때의 설레던 그 마음이 고스란히 떠오릅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 해 보지 않은 것을 시도하는 것. 참 행복한 두근거림이었습니다. 마지막 훈련의 비장한 각오도 생각나고요. 그동안 제대로 하지 못한 것들, 앞으로는 반드시 잘 해내고 말겠다는 다부진 각오. ‘로체 원정대’는 언제나 제게 기분 좋은 설레임 그 자체입니다. 훈련 과정 하나하나가 기적 같은 일들의 연속이었고, 축복받은 시간이라 생각될 정도로 행복했습니다. 비록 지적받고 혼나는 시간이 더 많았지만, 그로써 더 성장하는 나 자신을 바라볼 때의 기쁨을 어떻게 다 표현할 수 있을까요? 

 



김경남 대원은 고등학교 2학년 때 로체 원정대 활동을 했던데, 어머니께서는 불안하지 않으셨어요? 다른 학생들은 학원이다 과외다 하루 스물네 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공부에 매달려 있는데, 김경남 대원은 중간고사를 앞두고도 서울에 올라와 훈련을 받은 거잖아요? 속으로 조마조마하셨을 것 같아요.  


김경남 대원(구미 경북외국어고등학교 2년) : 걱정을 많이 했지요. 그런데 대입 원서를 쓸 때 보니 고등학교 생활 중에서 로체 원정대 활동을 하던 2학년 때 성적이 가장 좋았어요. 8월부터 12월까지 격주로 비박과 야영 활동으로 심신이 고달픈 데다 시간도 부족해서 학교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을까, 걱정을 참 많이 했어요. 그런데 대원들과 같이 먹고, 같이 자고, 같이 걸으면서 산과 나무들처럼 묵묵히 힘든 상황을 견디다 보니, 경남이의 마음을 담는 그릇인 몸이 아주 단단하게 단련이 된 모양이에요. 당연하게만 여겼던 일상생활의 소소한 부분들에서 고마움을 느끼고,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체감하면서, 훈련으로 줄어든 시간을 오히려 더 보람 있게 보낸 듯해요. 신체가 강해야 정신도 강해진다는 말을 직접 체험한 셈이지요. 경남이는 로체 활동으로 신체가 단련되면서 정신이 더 굳세어졌거든요.  

 



홍지원 대원은 대원들 중에서도 특히 더 추억을 많이 쌓은 것 같아요. 히말라야 중턱에서 생일을 맞았죠? 부모님과 영상 통화를 하던 장면이 생각나네요. ‘로체 원정대’ 활동을 통해서 가장 크게 얻은 것은 무엇인가요? 


홍지원 대원(성남외국어고등학교 1년) : 네, 맞아요. 히말라야에서 영상 통화할 때 가족들이 보고 싶어서 펑펑 울었어요. 저는 로체 원정대가 되기 전에는 책상 앞에 앉아서 공부만 하던 아이였어요.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부지런히 문제집만 풀던……. 국내 훈련을 할 때 시시때때로 한계에 부딪혔어요. 위험하거나 힘든 일과 맞닥뜨릴 때마다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부터 들었거든요. ‘왜 이런 걸 해야 하지?’라고 툴툴거리기도 하고……. 그런데 막상 해 보면 다 되더라고요. 안간힘을 쓰면서 한 발짝 한 발짝 움직여 정상에 다다랐을 때의 느낌이란……. ‘난 여기가 끝인가 봐.’라는 생각에서 ‘어, 된다! 나도 할 수 있구나.’로 바뀌는 순간의 짜릿함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요? 이제는 어떤 상황과 맞닥뜨려도 망설임 없이 도전할 수 있어요. 로체 원정대에서 가장 크게 얻은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용기 같아요.  

 



마지막으로, 대장님께서 청소년들에게 하시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면……   


원정대장 : 21세기는 글로벌 시대입니다. 입시 경쟁과 점수 경쟁에서 몇 발짝 앞선다고 해서 글로벌 시대가 필요로 하는 인재가 될 수는 없습니다. 폭 넓은 경험과 다양한 시각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가치를 발산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나’가 아닌 ‘우리’로서 타인을 배려하고 협력할 줄 아는 사람이 바로 글로벌 시대가 원하는 인재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청소년들이 지금껏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세계로 이끌어 주는 로체 원정대에서의 경험은 글로벌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로 발돋움하는 데 첫걸음이 되리라 믿습니다. 《내 생애 가장 용감했떤 17일》을 통해 로체 원정대의 훈련 과정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독자 여러분도 지금까지의 시야에서 벗어나 창의적 가치와 도전 정신을 일깨워 글로벌 인재로 성장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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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름단미 2011-06-16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물 받아서 읽어봤는데...어린 학생들의 이야기라서 뭐 큰 감동이 있을까 했지만...
만일 내가 이 학생들이라면 이걸 해낼 수 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만큼 정말 훌륭한 모습을 봤습니다.
우리 나라 학생들에게도 이런 경험을 할 기회가 많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강렬한 이야기의 힘으로 2011년 봄, 서점가를 강타한 <7년의 밤>의 작가 정유정. 확실히 '뭔가 다른' 소설을 보여준 작가에게 이메일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정유정 작가가 보내온 답신을 소개합니다. 인터뷰 작업은 은행나무 출판사 관계자 분들께서 도와주셨습니다. | 알라딘 도서팀 김효선



 

 

내 심장을 쏴라, 정유정 


출간 후 약 한 달이 흘렀습니다. 알라딘 블로거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독자들의 반응이 뜨거운데요, 독자 반응은 혹시 직접 확인하시는지요?

예. 따뜻한 격려와 조언을 보내주신, 저를 잊지 않고 기억해주신 독자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세계청소년문학상과 세계문학상을 섭렵하신 후 오래 작품 활동이 없었는데요, 그간 이 책을 위해 오래 내공을 쌓으셨을 듯합니다. 어떤 방식으로 소설을 준비하셨는지 여쭤 봐도 될까요?

그러게요, 그 틈에 두 살을 더 먹었네요. 소설 한 편 끝내고 보니 2년이 훌떡 사라졌더라고요. 준비단계에서 가장 공을 들이는 건 필요한 분야에 대한 공부예요. 이론, 취재, 경험, 기억…… 모두 동원됩니다. 공부를 중시하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소설 속 세계에 리얼리티를 부여하기 위해서, 둘째는 창의성은 지식에서 출발한다고 믿기 때문에. 초고는 보통 석 달 안에 끝냅니다. 마냥 신 나는 때죠. 말이 되던, 안 되던 일단은 달리는 시기니까요. 이후부터는 저 자신과의 드잡이질이에요. 저는 초고의 흔적이 탈고 때까지 남아 있으면 그 소설은 실패라고 봅니다. 제가 천재가 아닌 바에야, 석 달 동안 내달린 장면들이 쓸 만한 것일 리 없죠. 대부분 클리셰일 수밖에 없어요. 그걸 완전히 벗겨 내는 데 1년 가까이 걸려요. 어느 대가의 말처럼, 저는 초고를 버리기 위해서 씁니다. 
 


전작 《내 심장을 쏴라》와 확연히 다른 작품으로 돌아오셨습니다. 전작과 몹시 다르다는 점이 부담스럽지 않으셨는지요?

기대와 부담이 다 있었습니다. ‘꿈꾸던 방식으로 이야기할 기회가 왔다’와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탈고 후 든 생각은 ‘후, 아직도 넘어야 할 산과 해결해야 할 과제가 너무나 많구나.’였습니다.  

 

 

강렬한 이야기의 힘, 7년의 밤 안에서
 
빠르고 강렬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추천사를 써주신 박범신 작가님의 말씀대로 지금까지의 한국 소설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는 유형의 이야기는 아닌데요, 본래부터 이런 서사가 강한 소설을 좋아하셨는지요? 만약 좋아하셨다면 어떤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영미 소설을 좋아합니다. 그중에서도 찰스 디킨스, 스티븐 킹, 레이먼드 챈들러는 저의 신이자 스승이고, 영원한 뮤즈입니다. 디킨스에게선 생생하고 깊이 있는 인물들을 배웠고요, 킹에게선 이야기의 심연구조를, 챈들러에게서는 문체와 스타일을 배웠습니다. 덕택에 종종, 애니 윌크스와 필립 말로가 결혼해서 핀 벨을 낳는 꿈도 꿉니다.  

 

 

 

 

 

 

 

 

 

작품에 대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세령’과 ‘서원’에게 가해지는 신체적인, 사회적인 폭력이 무척 악독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쓰는 입장에서도 쉽지 않은 이야기셨을 듯한데, 이런 소설적 장치가 부담스럽지 않으셨는지요?

그랬습니다. 저도 한 아이의 엄마니까요. 그럴 때마다 엄마를 묶어서 뒷방에 가두고, 작가적 자아를 불러내 일을 시켰습니다. 스스로 오영제가 되어 온전히 그의 입장에서 쓴 것이죠. 서원이의 경우는 더 고통스러웠어요. 어쩌면 주먹보다 잔인한 것은 차가운 눈과 침묵이 아닐까, 싶었고요.
 


용팔이 포수, 억척스러운 아내, 악독한 치과 의사, 가련한 소녀. 모든 캐릭터가 몹시 생생합니다. 작가님이 실제 알고 있는 사람들, 혹은 작가님의 실제 경험이 어느 정도 반영되었을지 궁금합니다. (아마도 야구팬이 아니실까 하는 추측도 해봅니다……)

야구광 맞습니다. 이승엽 선수를 좋아하고, 등번호 25번이 달린 요미우리 시절 유니폼도 가지고 있습니다. 제 보물이에요.

이야기와 인물은 동전의 앞뒷면처럼 분리가 어렵습니다. 이야기가 인물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인물이 이야기를 끌고 가기도 합니다. 어떤 경우든 타인에 대한 관찰이나 특징 빌려 오기, 관계에 대한 통찰로는 백 퍼센트를 채우기 어렵습니다. 인간이란 존재가 각각의 역할에 맞는 여러 개의 얼굴을 가지고 살아가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사회구성원으로서, 부모로서, 자식으로서, 누군가의 친구로서, 군중 속 익명자로서, 순수한 자기 자신으로서……. 결국 가장 내밀하고 껄끄럽고 부끄러운 부분은 자기 자신을 뒤져야만 답이 나온다고 믿습니다. 어둠과 빛, 악마와 천사, 지옥과 천국, 어른과 아이……. 양면거울이 달린 미로와도 같은 제 자아를 따라 가다 보면 불완전하고, 충동적이며 겁 많고 괴상한 존재들을 만나게 됩니다. 흔히들 ‘본성’이라고 부르는 조각들이오. 그걸 하나씩 잡아다가 인물 속에 심어두면, 저 알아서 싹이 트고 무럭무럭 자라 한 인물을 특징짓게 되더라고요. 
 


서원을 지켜주는 존재인 승환의 역할이 궁금합니다. 승환과 현수는 인간적인 유대가 강해질 만한 계기가 딱히 없었을 듯한데도, 세상에서 버려진 서원을 지키고, 서원의 이야기를 계속 써내려 간 승환만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자신의 작가적 욕망 때문에 사건을 방조한 책임감이 있었다, 라고 소설 말미에 밝혀두긴 했습니다만 사실 그런 건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두 사람의 우정과 연대는 승환의 자질에서 비롯됐으리라고 봅니다. 이 소설에서 그는 유일하게 타인을 연민할 줄 아는 인물입니다. 사전적 의미와 상관없이, 저는 연민을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승환이 서원에게 갖는 이 연민의 정은 정서적 개연성으로 접근하는 게 자연스러울 것 같습니다.  
  

 
‘영제’는 우리 소설을 읽으며 만났다곤 믿기 힘들 만큼 독보적인 악역 캐릭터였는데요, 작가님은 영제와 같은, 진정한 악과 진정한 악인이 존재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있느냐 없느냐’보다 ‘무엇이 그를 만드는가?’를 자주 생각해보곤 해요. 세상의 사이코패스들은 안드로메다에서 오지 않았으니까요.   



죽은 줄 알았던 소녀가 눈을 뜨고 ‘아빠’라고 속삭이는 순간, 소설 속 ‘공포’에 대한 묘사가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작가님이 생각하는 가장 공포스러운 상황은 특히 어떤 것이신가요?

소설의 도입부에 서원이가 뇌척수막염으로 혼수상태에 빠져 응급실에 실려 가는 장면이 있습니다. 최현수는 아들 곁에서 부들부들 떨며 밤을 새우는데요, 고백하자면, 제 경험에서 나온 에피소드입니다. 제 아이도 그때 12살이었고요. 제 인생에서 그토록 무서웠던 밤은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소설, 소설가, 정유정


매번 ‘재미있는’ 소설로 독자들을 사로잡으십니다. 소설을 쓸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가치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소설적 진실’입니다. 저는 소설을 (로버트 맥기의 말을 빌려) 이야기의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체 톤(어두운가, 무서운가, 슬픈가, 코믹한가……)과 관계없이 순수한 독서의 즐거움을 안겨줄 수 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고요. 독서적 즐거움을 주는 소설은 크게 두 유형으로 나뉘는 듯합니다. 독자의 사고에 어필하는 소설, 정서에 호소하는 소설. 제 소설은 후자에 속하고, 정서를 움직이는 힘은 진정성에서 나온다고 믿고 있습니다. 진정성이 구축되려면 인물과 이야기가 그 세계 안에서 통용되는 소설적 진실을 확보해야 해요. 악인은 악인의 진실을, 겁쟁이는 겁쟁이의 진실을, 속물은 속물의 진실을, 고양이는 고양이의 진실을…….    



벌써부터 영화화 얘기가 들려옵니다. 주인공 현수와 서원, 오영제와 승환에 각각 어떤 배우를 캐스팅하고 싶으신지 여쭤 봐도 될까요?

그건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사실은 ‘어니’역을 맡을 야옹이 배우에 관심이 많아요. 캐스팅이 힘들 텐데, 싶기도 하고요. 고양이는 본시 인간에게 길들지 않는 종족이라…….
 


이채로운 경력으로도 널리 알려지셨는데요(* 주 : 정유정 작가는 세계문학상 수상 당시 간호사 근무 경력 등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작가님처럼 소설가가 되길 꿈꾸는 문학소년소녀가 많이 있을 듯합니다. 이런 분들에게 한 말씀을 하신다면, 어떤 말씀을 전하고 싶으신지요?

저는 한 인간의 인생에는 두 가지 ‘무엇’이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그의 인생에서 지켜야 할 ‘무엇’과 이 무엇을 위해 죽을 수도 있고, 살 수도 있는 ‘무엇’. 전자는 ‘인생의 가치’이고 후자는 ‘자유의지’입니다. 제 식대로 말하면 하나는 ‘존재의 징표’, 하나는 ‘생의 전사’입니다. 자기 생의 전사를 강인하게 키우시기 바랍니다. 삶의 압박에 고개 숙이지 않도록.
 


정유정 작가가 올해 읽은 가장 인상적인 책이 궁금합니다. 한국 작품, 외국 작품으로 나누어 말씀해주셔도 좋고, 문학과 그 이외의 분야로 나누어 말씀해주셔도 좋습니다.

소설로는 스티븐 킹의 언더더 돔, 자연과학 도서로는 후쿠오카 신이치의 생물과 무생물 사이, 인문 도서로는 자유는 진화한다를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비슷한 질문입니다. 정유정 작가님의 인생의 책이 있다면 어떤 책일까요? 작가의 길로 이끈 단 한 권의 책이 궁금합니다.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켄 키지
(꼭 그래서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우리 켄 선생님, 폴 뉴먼처럼 생겼어요. 

 

 


 

 

 

 

 

 


차기작으로 만나 뵙게 될 날이 고대 됩니다. 차기작은 언제쯤 만나볼 수 있을까요? 마지막으로 알라딘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내년 후반기 출간을 목표로 준비하는 소설이 있습니다. 한 발짝 나아간 이야기를 들고 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모쪼록 건강하시고요, 늘 행운이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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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유정 작가와의 인터뷰
    from Nemos Blog 2011-07-04 16:50 
    얼마 전에 7년의 밤을 재미있게 읽었다. 그에 관하여 작가의 인터뷰가 있기에, 이렇게....
 
 
JayJay 2011-05-03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유정 작가님의 7년의 밤, 정말 매력적이더군요! 다음 소설도 기대하겠습니다~!!!

한국소설MD김효선 2011-05-03 15:16   좋아요 0 | URL
저도 아주 즐겁게 읽었습니다. 차기작이 기대되는 작가입니다.. ^^

낮에나온반달 2011-05-03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의 답변도 인상적이지만,
파란색 글씨...질문을 어찌 이리 잘 뽑으셨나요?

한국소설MD김효선 2011-05-03 15:16   좋아요 0 | URL
헙 이런 과찬의 말씀을.. 작품이 워낙 좋았던 터라 여쭙고 싶은 게 많았습니다. 고맙습니다.

노란장미 2011-05-04 0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읽고 정말 작가님이 궁금했습니다.
어떤분이실까...어떤 마음으로 이 글을 쓰셨을까...
읽는 내내 숨이 턱턱 막혀서 혼났거든요. 책을 쓰시는 동안 내내 어떤기분에 사로잡혀 계셨는지 몹시 궁금했답니다.ㅎ
짧은 인터뷰로나마 만나뵙게 되니 너무 반갑네요!^^

한국소설MD김효선 2011-05-04 17:06   좋아요 0 | URL
저도 읽는 내내 호흡이 빨라졌었어서, 그 느낌이 무언지 언뜻 알 것 같군요... ㅎㅎ 반가워해주시니 저도 고맙습니다~

아카시아 2011-05-06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고 난 후, 어느정도의 노력만 있으면 글은 써 지는 거 아닐까..싶은 때와 이런 사람만이 글을 쓸 수있구나 싶은 낭패(?)가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은 후자였지요. 이런 글을 쓰는 한국의 여성작가가 있다는 게 자랑스럽기까지 하네요. 차기작을 기대합니다.^^

한국소설MD김효선 2011-05-06 16:59   좋아요 0 | URL
초고는 버리기 위해 쓴다는 말이 인상 깊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레이 2011-05-23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7년의 밤]으로 정유정 작가 작품을 처음 읽었는데 생생한 묘사와 디테일에 감탄했어요. 과연 그것은 철저한 공부와 사전조사에서 나온 것이었겠군요. 그리고 역시 그녀는 야구광이었던 것이었군요..

한국소설MD김효선 2011-06-01 18:56   좋아요 0 | URL
확인이 늦었습니다. 포수 포지션에 대한 묘사도 상당히 적확하고 좋았지요. ^^;

두부 2011-05-30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특이한 경력도 왠지 매력적입니다. 눈길 끄는 작가 정유정~

한국소설MD김효선 2011-06-01 19:01   좋아요 0 | URL
좋은 작가가 눈길을 받으니 이 역시 기쁜 일입니다.. 앞으로도 더 널리 알려지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에델바이스 2011-06-29 0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유정 작가님의 왕팬입니다.
내 심장을 쏴라를 읽고 이정도는 돼야 장편이라 할수있지 하는 생각과 깊이있는 생각을 하게 하는 작가님의 생각의 깊이가 존경 스러웠습니다. 7년의 밤은 제 북마스트이신 단골서점 사장님이 추천해주셔서 작가 이름도 안보고 빠졌습니다. 완전히 빠져 길 다니면서도 책을 놓지 못했네요. 오랫만에 만난 한국의 깊이있는 책이라 더욱 좋았습니다. 지금은 내인생의 스프링캠프를 읽고 있습니다. 자주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많이 많이 부탁드립니다.
 

 

   요즘 가장 주목받는 청소년 책 중 하나인 <공부는 내 인생에 대한 예의다>를 쓴 이형진씨는 그야말로 '엄친아'입니다. SAT 만점, 아이비리그 9개 대학 동시 합격, USA 투데이 주최 올해의 고교생 20인 중 한 명으로 선정, 2008년 최연소 자랑스러운 한국인상 수상까지, 조금은 얄미울 정도로 완벽한 프로필을 자랑합니다. 

  그러나 이형진씨의 공부법은 너무 무난해서 오히려 특별합니다. 공부는 방법의 문제가 아닌 동기의 문제라고 말하는 저자의 공부법은 공부 '철학'에 가깝습니다. 이형진이 어떻게, 왜 공부를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인터뷰는 이메일로 진행되었고, 번역 및 전달에 쌤앤파커스 출판사 관계자 분들께서 수고해주셨습니다.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PART 1. '엄친아' 이형진, 이 책을 쓰기까지  

 

제목이 무척 인상적입니다. 즐겨 하는 말이라고 말씀해주셨는데요, 이 책의 제목 역시 직접 선택한 것인지 궁금하고요, 책을 쓰게 된 계기 역시 궁금합니다.

실제로 저는 “공부는 내 인생에 대한 예의”라는 이야기를 즐겨합니다. 이것은 배움에 대한 제 태도와 마음가짐을 완벽히 설명하는 표현이지요. 저는 공부든, 운동이든, 음악이든, ‘해야만 하는 의무’로 접근하지 않습니다. 이 모든 활동은 ‘가능성의 세계’의 새로운 부분을 탐구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입니다. 즉 제가 아직 알지 못하는 세상을 발견하고 배우고, 이로써 제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이죠. 저는 한국에 있는 청소년들과 이러한 ‘기회’들에 대해, 그리고 그 기회들을 잡는 방법에 대해 공유하고 싶었기 때문에 이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책 속에서도 집에선 “형진”으로, 그 외의 곳에선 “패트릭”으로 불리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두 개의 정체성이 혼란스러울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한국 학생으로서 미국에서 겪은 어려움에 대해 여쭤봐도 될까요?

미국이 워낙 다인종, 다민족 국가인지라 제가 한국인이라고 해서 특별히 이질감을 느끼거나 어려운 점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제게 ‘이중생활’이 필요하긴 했지요. 저는 매주 일요일엔 한국 교회에 갔고, 매주 금요일 저녁엔 한국 학교에서 다른 한국 아이들과 함께 어울렸습니다. 하지만 평상시에 학교를 가거나 테니스를 치거나 바이올린을 켤 때는 미국인으로서 다른 규칙이 적용된 삶을 살았지요. 처음에는 다른 두 개의 문화가 공존하는 삶을 산다는 것이 혼란스럽고,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이 다른 두 개의 문화를 어린 시절부터 함께 경험하고 겪었기 때문에, 오히려 세상을 바라보는 인식의 폭이 넓고 깊어질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이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엄친아’와 ‘스펙’ 등의 말이 유행하는 세상에서 사는 ‘아픈’ 청소년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더불어 ‘운이 좋은 학생이었던’ 이형진에게도 고민과 슬럼프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전 저를 포함해서 우리 모두가 인생에서 슬럼프에 빠질 수 있고, 그건 피할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당연히 고민이 있고 슬럼프를 겪었지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고민이 있느냐 없느냐, 슬럼프를 겪느냐 겪지 않느냐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전 제가 겪는 어떤 역경이나 고난조차 저를 위한 기회라고 생각하려고 애썼습니다. 그 위기를 통해 어떻게 저를 성장시키고 발전시킬 것이냐, 그 문제에 집중하다보니 고통은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해결책이 보이기 시작했죠.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멘토도, 조언자도 분명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입니다. 지금 내가 왜 이 상황을 슬럼프라고 생각하는지, 이 슬럼프에서 벗어나 내가 가고 싶은 길은 어디인지, 잠시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는 꺼두고 내면의 소리에 집중하세요. 그리고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을 생각하다 보면 내가 가야할 방향이 보이고, 지금의 고민이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을 겁니다. 
 

  

 

 

 PART 2. 평범해서 특별한 공부법


구체적인 공부법 역시 인상적이었습니다. 공부의 동기를 찾는 것에서 출발해, 예습, 연관사고법, 포스트잇 사용 등의 방법을 사용하셨는데요, 새 학기를 맞은 청소년에게 권하고 싶은 핵심 공부법을 말씀해주신다면 어떤 게 될까요?

전 효율적인 공부법이란 각자의 스타일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떤 공부법이 좋다고 권하기는 힘든 문제인 것 같아요. 하지만 공통으로 통할 수 있는 몇 가지 기본원칙은 있는 것 같습니다.
일단,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입니다. 내가 어떤 공부들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공부를 가장 먼저 해야 할지 등을 정리하는 것이죠. 이건 일종의 탐험계획을 세우는 일이기도 합니다. 내가 공부해야 할 것들을 내가 새롭게 탐험할 세계라고 생각하면서, 어떤 곳을 먼저 탐험할지 그곳에서 나는 무엇을 보고 배울 것인지를 설계하다 보면 계획을 세우는 것만으로도 묘한 흥분이 저를 감싸죠. 단, 저는 계획을 세울 때 데드라인을 정해놓지는 않아요. 시간의 압박을 느끼다보면, 계획 자체가 스트레스가 될 수 있거든요.
두 번째로, 메모하는 습관은 공부에 큰 도움이 됩니다. 책에서 읽은 좋은 글귀, 내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 수업 중에 들은 흥미로운 지식, 친구들에게 들은 재미있는 이야기, 무엇이든 적는 것이죠. 메모가 좋은 것은, 메모를 하기 위해서는 눈과 귀를 훨씬 열어놓게 되고 그만큼 많은 정보를 습득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연극 출연, 테니스 등의 과외활동에 봉사활동까지, 한국 청소년들이 흔히 경험해보지는 못하는 활동을 많이 해보셨는데요, 청소년 시기의 이런 경험들이 이형진씨의 인생에 끼친 영향을 여쭤도 될까요.

연극과 테니스, 봉사활동 등은 각 활동의 특성이 매우 다릅니다. 저는 연극을 통해 다른 사람의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대신 살아보는 행운을 누렸죠. 그건 굉장히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게다가 연극은 저 혼자서만 잘한다고 성공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연출가부터 배우, 여러 스태프 등 모두가 힘을 합쳐야만 멋진 무대를 만들 수 있어요. 그렇게 여럿이 힘을 합쳐 무엇을 이뤄가는 과정은 힘들지만 굉장히 보람된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테니스를 통해 집중력을 기를 수 있었고, 봉사활동을 하면서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다양한 활동들은 제게 다양한 생각의 문을 열어주었고, 이로써 저는 훨씬 세상을 다채롭게 알게 되었죠. 그래서 더욱 풍성하고 다양한 꿈을 꿀 수 있었습니다.  



글쓰기가 능수능란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에세이 작성은 한국 학생보다 미국 학생에게 더 요구되는 자질인데요, 이형진 씨만의 글쓰기 비법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특별한 비법이 있는 건 아닙니다. 그저 꾸준한 연습과 훈련이 중요한 것 같아요. 다만 한 가지 추천하고 싶다면 다양한 형태의 글을 써보라는 겁니다. 일기, 기사, 소설, 논문 등등. 글의 성격에 따라 필요한 기술이 달라지죠. 일기 같은 글은 자신의 감상을 솔직하게 묘사하는 것이 중요하다면, 기사는 팩트를 최대한 간결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성격이 다른 여러 방식의 글쓰기를 연습하다 보면, 어떤 글이든 그 성격과 의도에 맞는 글쓰기가 가능해지는 것 같아요. 
 


공부의 동기가 무척 ‘착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라이벌을 ‘적’으로 인식하지 않는, 이형진식 공부법의 장점을 설명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일단 쓸데없는 감정 소모가 줄어든다는 것이 최대의 강점인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이 어떻게 공부하는지, 그가 이번엔 어떤 성적을 받았는지 괜히 신경을 곤두세우면서 에너지를 소비할 필요가 없죠. 다른 사람을 신경 쓰느라 허비할 에너지를 100% 제게만 집중하기 때문에, 효율이 올라갈 수 있고요.
더욱이 저는 제 라이벌에 대해 굉장히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제 라이벌은 제 자신이기 때문에 제가 어제의 나보다 얼마나 더 열심히 했는지, 아니면 뒤처졌는지 판단하는 일이 훨씬 쉽죠. 비교대상이 분명하니까, 제가 무엇을 보강하고 무엇을 더 열심히 하면 되는지가 더욱 명확해져요.   



공부라는 말이 단순한 학과 공부만을 의미하진 않을 것 같은데요, 이형진에게 공부란 어떤 의미일까요?

제게 공부는 단순히 읽고 쓰는 과정이 아닙니다. 공부는 제 인생의 한 부분입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언제나 제 인생의 한 부분일 것입니다. 예일대에 있는 제 친구들과 저는 “우리는 평생의 학습자”라는 농담을 자주 합니다. 하지만 이 말을 하는 우리의 마음가짐은 굉장히 진지합니다. 우리는 항상 호기심을 가지고 인생을 살아갈 것이고, 항상 질문을 던질 것이고, 항상 책을 읽을 것이며,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식을 늘 더 많이 배울 것입니다.
저에게 공부란 학교에서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스타벅스에서 친구를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시합에서 테니스를 치는 것도, 뮤지컬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도 제겐 공부입니다. 공부란 제 삶의 모든 행위에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즉 제가 공부하는 이유는 제 삶을 더 익사이팅하고 풍성하게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매일 새로운 것을 만나고 접하고 익힌다면, 인생은 결코 지루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배운 것들을 통해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도록 제 자신을 늘 독려하기 때문에, 저는 계속 열심히 공부할 수 있습니다.  

  

 

 

PART3. 그를 이룬 것들, 자랑스러운 책들 


어린 시절부터 길러진 독서습관이 청소년기에도 죽 이어졌노라 말씀하셨습니다. 이형진 씨만의 독서리스트 작성 원칙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저는 테마를 정해놓고 독서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예를 들어서 한동안 저의 독서 테마는 ‘트루먼 카포티’였어요. <인 콜드 블러드>나 <차가운 벽> 같은 그의 책들을 집중해서 찾아 읽었죠. 스페인어를 열심히 공부할 때는 ‘스페인 문화’가 저의 독서 테마였어요. 스페인의 역사와 문화를 다룬 책들을 찾아 읽었죠. 하나의 테마를 정해놓고 책을 읽다보면, 그 테마에 관한 나만의 지식을 체계화하고 정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연장선상의 질문입니다. 청소년 시기를 통과하고 있는 어린 친구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책은 무엇인지요?

그의 책이 한국에 출간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David Sedaris의 <Me Talk Pretty One Day>를 좋아합니다.(*주 : 나도 말 잘하는 남자가 되고 싶었다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습니다.) 그는 굉장히 풍자적인 작가이고, 그의 유머감각은 언제나 저를 웃게 만들죠. 하지만 제가 그의 책을 권하는 이유는 그의 단편이 유머러스하면서도 가족과 성장에 대해 굉장히 예리한 시각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의 과거의 실수와 성공을 보며, 저는 좀더 성숙해질 수 있었습니다. 
  

 

 

 

 

 

 

 

 

  

 

 

 PART 4. 이형진과 패트릭, 나, 그리고 사람


균형과 겸손을 중요한 가치로 들어주셨습니다. 공부를 함에 있어 이형진씨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뻔한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제가 공부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성실’입니다. 성실하다고 해서, 단순히 그저 열심히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내가 이 일을 왜 하는지 알고, 이 일에 열정을 가지면, 성실은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일이고, 잘하고 싶은 일이면, 당연히 열심히 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그래서 공부하기에 앞서 내가 왜 공부하는지, 나는 공부를 통해 무엇을 얻고 싶은지를 먼저 생각하길 권합니다. 그후에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죠.   



이형진 씨가 존경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저는 제 바이올린 선생님이었던 베티 헤이그 선생님을 존경합니다. 저는 서너 살때부터 그녀에게 바이올린을 배웠고, 지금도 그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제게 목표를 정하고, 이를 성취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의 중요함을 알려주었지요. 영감과 동기 부여의 지속적인 원천이 되어준 분이에요. 지금도 고민이 있거나 하면 저는 그녀를 찾아가 조언을 구합니다. 그런데 사실 저는 이렇게 좋은 유대관계를 맺고 있는 선생님이 몇 분 더 계세요. 저는 친구들과 고민을 상담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제가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선 늘 선생님들을 찾아가 조언을 구했습니다. 인생을 먼저 산 선배로서 그들이 갖고 있는 지혜는, 늘 제게 어떤 실마리를 던져주시거든요.  



이형진 씨의 현재를 묻고 싶습니다. 해리포터가 좋아 예일에 입학하셨다고 말씀하셨고, 즐거운 학교생활에 대한 이야기도 살짝 나눠주셨는데, 예일에서 경험한 가장 즐거운 일은 어떤 일이었는지요.

예일대에서 가장 즐거운 경험이라면 아카펠라 그룹 활동입니다. 오디션을 통해 그룹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홍콩, 프랑스, 영국 등을 돌아다니며 공연을 했어요. 음악을 통해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할 수 있는 것도 보람된 일이었지만, 같은 그룹의 멤버들과 함께 여행을 하면서 우정을 쌓는 일도 제겐 각별한 의미를 지니지요.
또 다른 재미있는 경험이라면 저희는 매년 겨울 연례 눈싸움이 열립니다. 함박눈이 내리면 모든 기숙사생들이 모여서 한밤중에 눈싸움을 벌이죠.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짜릿한 경험이었어요. 예일대생이라고 하면 다들 공부만 할 것 같지만, 우린 파티도 즐기고 여러 사교행사를 자주 엽니다. 왜냐면 우리에게 공부는 책을 통해서만 하는 게 아니니까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과정도 우리에겐 중요한 공부이기 때문에 다양한 이벤트들을 자주 벌이고, 저는 그러한 분위기가 굉장히 즐겁습니다. 
 


이형진씨의 앞으로의 꿈이 궁금합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소설’인 이형진 씨의 삶이 어떻게 이어지길 원하시나요? 인생에 대한 예의를 지키기 위해, 지금 이형진 씨가 하고 있는 일을 소개해주세요.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것에 대해서 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에 초점을 맞추는 것입니다. 지금 제가 하고 있는 것, 제 마음이 말하고 있는 것은 뭔가 하는 문제입니다. 많은 학생들이 돈을 많이 버는 일이나 월급을 많이 받는 직업에 관심을 가지는데, 저는 서두르지 않습니다. 저는 결국 끝까지 저의 열정을 따를 것이고, 추구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저의 길을 가고 궁극적으로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제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은 남들과 똑같은 길을 가는 것입니다. 성공하기 위해선 저만의 길을 가고, 위험을 무릅써야 합니다.
저는 제게 계속적으로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지난 학기에는 발레와 무용 클래스를 수강하며, 춤을 배우고 직접 안무에 참여하기도 했죠. 물론 제가 앞으로 살면서 춤을 출 일이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로써 저는 또 제가 몰랐던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열게 된 것입니다. 
 


이 책을 읽고 새로운 동기를 찾은 청소년들이 많이 있을 텐데요, 한국 청소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학교와 공부 말고 관심사를 넓히도록 노력하라는 것입니다. 넓게 생각하고, 좀더 과감해지고, 용감해지세요.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합법적이거나 옳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는 새로운 활동과 열정을 추구하세요. 넓게 생각하고, 용감해지세요. 위험도 감수하고, 춤추는 것도 배워보세요. 위험도 감수하고 농구하는 것도 시작해보세요. 위험도 감수하고 중세 이야기에 대해서 공부해보세요. 위험도 감수하고 지식과 관점을 넓히도록 해보세요. 결국 이런 것들이 당신이 성공적이고 재미있는 사람이 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결코 ‘완벽해질’ 수는 없어요. 하지만 노력 여하에 따라 훨씬 더 나은 사람, 훨씬 더 재미있는 사람은 될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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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로운이끼 2011-03-17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자꾸 마음을 가게하는 책이었지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궁금해요

한국소설MD김효선 2011-03-17 17:52   좋아요 0 | URL
저자 프로필만 봐서는 '존경스럽긴 하지만 나와는 먼 이야기같다'는 생각을 할 법도 하지만, 막상 읽어보니 건강한 성실함이 보기 좋더라고요. 역경을 이겨내고 마침내 승리를 쟁취하는 유의 학습서와는 좀 다른 방식의 접근이라 신선했습니다. 동기가 필요하다면 한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

학생 2011-10-27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이 책을 읽어본 한 학생입니다.
이 책을 쓴 작가 이형진씨에게 궁금한 것있는데요...
제가 이메일을 알지 못합니다. 글을 읽어보니 이메일로써 인터뷰를 진행하셨다고 하셨는데요...
저도 이메일을 좀 알 수 있을까요?
 

 

특이한 이력을 지닌 추리소설 작가는 흔히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의사가 본업이자, 의학 미스터리의 1인자로 꼽히는 가이도 다케루라든지, 디자이너이자 소설가인 쿄고쿠 나츠히코 같은 이름이 금방 떠오르는 걸 보면요. 그렇지만 국내 작가로 범위를 좁히고 보면 어쩐지 자신이 없어집니다. 여기, 정의로운 판결과 완벽한 트릭을 동시에 꿈꾸는 현직 판사 추리소설가가 등장했습니다. 작가의 특이한 이력을 증명하듯, 전문성이 잘 살아있는 본격 추리소설, <어둠의 변호사> 시리즈를 들고 나타난 도진기 판사의 인터뷰를 소개합니다. 인터뷰는 들녘 출판사에서 제공해주셨습니다.

  

 안녕하세요, 판사님. 작가로 데뷔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한국추리작가협회가 주관하는 ‘미스터리 신인상’을 받으셨고 거의 동시에 장편을 두 권 출간하셨습니다. 전업 작가들도 소화하기 힘든 일정이었을 텐데, 특별한 어려움은 없으셨는지요?

 원래 추리소설의 열렬한 독자에서 출발했고, 좋아서 시작한 일이기에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다만, 주로 주말에 글을 쓰는데 하루 종일 앉아있으니 허리와 목, 눈의 통증이 상당하더군요. 그걸 감수할 만큼 글 쓰는 게 재밌었습니다. 모든 문화적인 생산물은 어떤 목적을 위해서보다는 좋아서 열중했을 때 괜찮은 작품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제 작품이 그 정도 수준에 도달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현직 판사가 추리소설을 썼다는 기사에 많은 분들이 놀라셨습니다. 저희 문학 환경에서는 전례가 없던 일이라 더욱 그런데요, 외국에서는 전문직 종사자들이 창작활동을 겸하는 경우가 종종 눈에 띕니다.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을 쓴 일본의 가이도 다케루, <더 리더>를 발표한 독일의 베른하르트 슐링크 등이 그렇겠죠?

 실은 ‘전례가 없다’는 점 때문에 부담이 컸습니다. 본업을 등한시하고 헛짓한다는 시선, 한 번쯤 기념 삼아 책을 내보려는 것 아니냐는 등의 오해를 받으리라 생각했습니다. 반면에, 그런 것들은 기우 아닐까, 오히려 우리나라도 이젠 문화적으로 열린 생각을 가진 분들이 훨씬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강했습니다. ‘문화, 예술과는 담쌓고 법조문만을 들이파는 법률가’라는 전형은 어차피 대부분 좋아하시지 않으니까 말이죠. 가이도 다케루, 베른하르트 슐링크 두 분 다 제가 책을 내면서 힘을 얻었던 인물들입니다. 관련해서 가볍게 소감을 한 마디 덧붙이겠습니다. 해외에 1년간 연수 갔던 적이 있는데, 거기서 크게 느낀 건 정작 그 나라의 문물보다는 일본과 우리나라와의 위상 차이였습니다. 같은 물건이면 일본 프리미엄과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었고, 약간의 울분이 있었습니다. 일본 추리소설을 읽으면서 많이 감탄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은근한 경쟁심이 생긴 것도 사실입니다. 제가 알기론 일본에는 판사 출신 추리소설가는 없습니다. 한국에서 먼저 그런 틀을 깼다는 데에 대한 자부심은 좀 있습니다. (웃음)
 


언론에 보도된 내용 외에 특별히 추리소설 분야에 매력을 갖게 된 구체적인 동기가 있으신지요? 이를테면, 정교한 지적게임이 판사님의 성향에도 부합되었다든지 하는…….

 어린 시절 다락방에 아버지께서 젊었을 때 보시던 무협지와 추리소설들이 있었습니다. 컴컴한 데서 그 책들을 뒤져보면서 그 세계에 빠져들기 시작했습니다. 워낙에 호기심이 병적일 정도로 많은 성격입니다(길거리에서 ‘기나 도에 관심 있습니까’하는 분들도 오로지 궁금해서 따라가 본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수수께끼를 던져대며 호기심을 자극하는 추리소설들이 취향에 맞았습니다.  



<백야행>의 히가시노 게이고, <점성술 살인사건>의 시마다 소지, 일본 추리소설의 아버지라 불리는 에도가와 란포 등을 좋아한다고 하셨습니다. 세 분의 작가 가운데 가장 마음에 두는 작가는 누구인지, 또 그 이유는 무엇인지 말씀해주세요.
 
 이런 훌륭한 추리작가들이 없었다면 전 소설을 쓸 엄두조차 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감탄, 연구, 나도 한번? 이런 순서로 흘러갔던 것 같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흡입력과 아이디어를 비트는 수법을, 시마다 소지는 트릭의 참신성, 에도가와 란포는 탁월한 상상력을 장점으로 보았습니다. 물론 영미권 작가를 포함한 다른 작가들의 작품도 읽었습니다. 쿄고쿠 나츠히코나 요코미조 세이시, 모리무라 세이이치, 오츠이치도 좋아합니다. 특별히 한 작가에 집중하지는 않았습니다. 덧붙이자면, 소설만이 소스는 아니었습니다. 영화, 드라마, 만화, 게임, 여행, 음악 등이 다 원천이 될 수 있겠죠. 오랜 세월 문화의 수용자, 소비자로 있어왔고, 희귀한 소스들도 나름 접해왔습니다. 그런 축적된 두께 속에서 한 줄의 상상력을 끄집어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많은 독자들이 정통문법에 입각한 좋은 추리소설이 나왔다고 기뻐합니다. 모두들 국내 작가의 손끝에서 이 같은 작품이 탄생한 것을 무척 반기는 분위기인데요, 이번에 발표하신  두 작품에 만족하시는지요? 혹시 더 보강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1편은 좀 축약하여 쓴 감이 있어 아쉬운데, 사실 1편 내용을 제대로 전개하려면 분량이 두 배 정도 되어야 한다고 보거든요.
  2편은 충격적인 반전과 몇 개의 트릭에 기댄 작품이어서 플롯의 복잡성에서 1편보단 조금 약하지 않나, 하고 생각합니다. 추리소설로서는 1편의 구조가 더 탄탄하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2편에도 상당한 애착이 갑니다. 이유를 생각해보니 1편의 우울한 분위기 때문에 제가 써놓고도 마음이 무거웠고, 2편에는 흥미로운 캐릭터들이 나와서 기분이 개운한 점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탐정이나 변호사 하면 대개 ‘정의감에 충만한’ 영웅적인 캐릭터를 상상하게 마련인데요, 판사님에게서 태어난 ‘어둠의 변호사’는 약간 다른 것 같습니다. 어찌 보면 무척이나 현실적이죠. 저는 1권이 끝나갈 무렵 살짝 전율했는데요, 이런 캐릭터를 창조하신 특별한 의도가 있습니까?

 법률의 뒷길에서 활약하는 어둠의 변호사란 존재 자체가 비틀린 내면에서 출발한 인물이기에, 직선적인 정의감과는 어울리지 않기도 합니다. 마음 한 구석엔 순수함이 있고, 그것을 원하기도 하지만 세상에 흔치 않기에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사는 시니컬한 인물입니다. ‘정의감 강한 순백의 주인공’은 소설 뿐 아니라 영화든 드라마든 시효가 다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절벽에 떨어지려는 철천지원수를 마지막에 어거지로 살려주다가 자신이 당하는 주인공에 저는 공감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낡은 공식을 깨고 싶었습니다. 제가 쓴 단편 중에는 체포경력이 있는 백수가 주인공으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정의감 있는 여검사도 나오지만 그녀 역시도 범인 체포를 위해서라면 교묘한 덫을 파기도 하는 캐릭터입니다.
   



 
어둠의 변호사 고진은 여러 가지 가설을 세우고 이를 뒤집거나 혹은 증명해 나갑니다. 저는 판사님이 특히 논리와 반증, 가설과 증명, 트릭과 풀이 과정에서 뛰어난 묘를 발휘하셨다고 보는데요, 어떻습니까?

 가장 신경을 쓰고 여러 번 검증하고 다듬었던 부분입니다. 수수께끼와 트릭풀이를 모토로 하는 본격 미스터리이기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죠. 또 트릭에 치우치다가 개연성을 놓치지 않으려 신경을 썼습니다.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폐기한 트릭도 많습니다. 여러 트릭이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복합적으로 전개되는 플롯. 그런 걸 쓰고 싶었습니다.
 


 
고진과 유현의 캐릭터가 요즘 사람들답지 않게 순수합니다. 저는 이 부분이 판사님의 성정을 십분 반영한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 입장에서 두 인물은 저의 내면에서 끌어올린 부분도 불가피하게 있습니다. 하지만 두 인물은 저의 아바타라기보다는 누구에게나 있는 일면을 개별적으로 극대화시켜 분리한 캐릭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실제의 모델은 모두이거나,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을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판사로서의 업무는 매번 진검으로 승부를 하는 긴장감 속에 있습니다. 반면에 소설가로서는 거의 정반대로 릴렉스된 상태로 즐거운 마음이 유지되어야 합니다. 소설 쓰는 게 지겨워지거나 또 다른 업무가 되지 않도록 유의할 생각입니다. 3편 이후는 비록 아직 머릿속에만 있지만, 1, 2편과는 좀 다른 성격의, 더욱 소설다운 추리물이 되지 않을까 전망해봅니다.  즐기는 마음을 유지하면서 조금씩 써나가겠습니다. 그렇다고 적당히 쓴다는 것으로 오해하지는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작은 마감질의 차이가 작품의 질을 결정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 정도로 대충 넘어가지’하는 생각은 하지 않겠습니다.
  제 세대는 월드컵 16강은 꿈도 못 꿔본 세대입니다. 그런데, 지금 세대는 월드컵 4강에, 김연아의 세계제패, 한류를 보고 있는 중입니다. 서양, 외국 콤플렉스가 거의 없는 세대입니다. 부럽기도 하고 기대도 됩니다. 그렇다고 국수주의? 그런 거 좋아하지 않습니다. 다만 외국과 동등하게 문화를 교류하는 나라였으면 합니다. 독자들께는, 한국작품이라는 이유로 미리 디스카운트해서 보시지 말고 좀 더 애정을 가지고 읽어주셨으면 하고 바랍니다. 우리나라 작품이라는 이유로 묻힌 소설도 많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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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았더라면>으로 장 도르메송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프랑스 아마존 1위를 기록하기도 한 티에리 코엔은 아직 우리 나라 독자들에겐 낯선 작가입니다. 그렇지만 사랑하는 아들을 잃고 난 후, 오직 복수만을 위한 인생을 사는 아버지의 이야기는 우리 독자들에게도 충분히 감동을 전할 만합니다. <널 떠나지 않았더라면>에 관한 티에리 코엔의 인터뷰를 싣습니다. 인터뷰는 밝은세상 출판사에서 제공해주셨습니다. 

  


 


1. 첫 소설《살았더라면》에서와 마찬가지로《널 떠나지 않았더라면》에서도 ‘가족 이야기’가 중심적으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당신에게 가족이란 어떤 의미입니까?

나한테 가족은 전부입니다.  첫 번째 소설에서도 «탈무드»에 나오는 구절을 인용해서 그런 말을 했었죠.  «남자는 자신을 구축해가는 세 번의 기회를 갖는데, 첫 번째 기회는 부모와 더불어, 두 번째는 아내와 더불어, 그리고 세 번째는 자식들과 더불어 갖는다.»  나는 부모와 더불어 나 자신을 구축하기 시작했고, 매일 아내와 자식들과 더불어 계속해서 구축해가고 있습니다.  

 


2. 당신의 소설에서는 ‘만약 그때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됐을까?’라는 물음을 깔아놓고 있습니다. 살아오면서 훗날 사무치게 후회한 선택을 한 적이 있습니까?

잘못된 선택이라면, 사실 우리는 매일 잘못된 선택을 하고 있지 않나요?  하지만 그건 사소한 실수들이라고 해야겠죠.  그러니 우리는 그걸 깨닫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바로 잡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살다 보면 때때로 아주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 순간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럴 땐 의문에 사로잡히게 마련이죠.  그런 순간엔 자신의 가치관을 충실하게 따르는 것만이 길을 잃고 방황하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일 겁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고 손쉬운 타협의 길로 접어든다면, 아니 아예 자신의 가치관을 외면하기 시작한다면, 더 이상 자신의 행동이 낳을 결과를 책임질 수 없는 위험에 처하게 되겠지요.      
나의 두 소설에서도 주인공은 중대한 선택을 해야 할 기로에 서게 되며, 결국 평소 자신들이 신봉하던 가치관에 배치되는 길을 택합니다.  그 결과 그들이 어떻게 손을 써 볼 도리가 없는 일들이 일어나게 됩니다.
자신의 인생을 자신의 의지대로 통제하기 위해 모든 것을 걸지 않으면, 인생이 우리를 우리가 원치 않는 곳으로 데려갈 기회를 노리게 됩니다.  배를 타고 항해를 할 때도 마찬가지죠.  당신은 방향키를 잡고 모든 요인들을 제어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고 배가 아무 곳으로나 떠내려가게 한다거나 지도에 표시되어 있지 않은 곳으로 방향을 잡는다고 합시다, 그러면 바다의 변덕에 놀아나게 될 위험부담이 아주 커질 수밖에요 



3. 《살았더라면》에서는 자살기도를 하는 사람, 《널 떠나지 않았더라면》에서는 테러로 잃은 아들에 대한 복수를 꿈꾸는 아버지가 주인공입니다. 당신의 소설은 그들의 선택이 잘못되었다는 걸 절실히 느끼게 해줍니다. 당신은 소설이 이렇듯 교훈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삶의 의미를 다루는 주제들에 마음이 끌립니다.  그리고 삶의 의미란 우리가 범하는 실수들 속에서 찾아지는 경우가 많죠. 
 


4.《살았더라면》이나 《널 떠나지 않았더라면》의 인물들처럼 앞으로도 충격적이고 비극적인 사건을 겪은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활용하실 생각이 있습니까?     

    
모든 삶은 저마다 행복과 비극으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나는 내 등장인물들에게 역경을 통해서 완성 되어갈 때 느껴지는 강력한 밀도를 부여하고 싶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긴 하지만 언젠가 좀 더 가벼운 소설, 유머러스 한 소설을 써야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내가 과연 그런 소설을 쓸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나 스스로 느긋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도 그럴 필요가 있겠죠.  다음 번 소설은 아마 사랑 이야기가 될 겁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의 진실함에 대해서 등장인물들에게 묻는 소설이 되겠죠.  
 



5. 이제 두 편일 뿐이지만 당신의 소설은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작가로서 어떻게 쓰는 것이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시키고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지 고려하시고 집필하십니까?    

아뇨, 그런 계산은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저 내 이야기, 내 등장인물들의 이야기에 몸을 싣습니다.  그러다 보면 등장인물들이 나를 놀라게 하고 감동시키기도 합니다.  나는 내 이야기 속에서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 게 좋아요.  작가이면서 동시에 독자로서 나는 내 이야기 속에서 감동을 찾습니다.
 



6. 《널 떠나지 않았더라면》은 전작 《살았더라면》에서 사용했던 초현실적 요소와 종교적 요소들을 배제하셨는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나는 이야기를 현실 속에 뿌리내리게 하고 싶었습니다.  등장인물들의 평범한 삶이 어느 날 휘청거리게 됩니다.  다니엘, 베티, 피에르에게 애착을 느끼게 되는 건 그들이 바로 우리들 각자의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거대한 이야기가 사소한 일상의 이야기들과 맞부딪치고, 평범하게 살던 이들이 그들의 힘만으로는 빠져 나오기 어려운 거대한 물결 속에 휩쓸리게 되죠.
«널 떠나지 않았더라면»에서 종교적인 면은 찾아볼 수 없다고 하더라도, 초현실주의적인 면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다니엘이 죽은 아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등장하니까요.  안 그런가요?  죽은 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흔히 일어나는 일이라면 또 모르겠지만요!    
     


7. 당신의 소설을 보면 아내와 아이들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 묻어나던데 실제로도 자상한 남편, 자애로운 아빠 역할에 충실하신지요?     

물론입니다!  내 아내는 이 세상에서 가장 근사하고 가장 예쁜 여자이고, 나는 여전히 아내를 처음 만난 날처럼 사랑합니다(결혼 한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내는 나한테 나의 계획을 실천에 옮길 힘을 주는 사람입니다.  아이들로 말하자면, 내가 가진 진정한 재산이라고 할 수 있죠.  나는 아이들하고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합니다.  «널 떠나지 않았더라면»의 책 머리에 내가 아이들 앞으로 적어 넣은 헌사도 바로 그런 의미를 지니죠.  



8. 소설을 집필하면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입니까?

두 말할 필요도 없이 감동이죠. 감동을 통해서 인간의 모든 좋은 감정들이 전달됩니다.  하지만 이 감동이라는 것도 의미가 있어야 해요, 무언가 메시지를 담고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야기가 겉만 번지르르 하고 알맹이 없는 사탕발림이 되고 말거든요.  작가가 글을 쓰면서 감동을 느낀 대목에서 독자들이 똑같이 감동할 수 있으면, 그리고 작가가 전하려는 메시지가 독자들의 입에서도 자연스럽게 튀어나오게 된다면 성공한 소설이라고 볼 수 있겠죠.  «널 떠나지 않았더라면»의 경우, 이 페이지 저 페이지를 읽다가 눈물을 흘렸다고 적어 보내는 독자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독자들이 말한 그 페이지들을 쓸 때 나 자신도 눈물을 흘렸었죠.  또, 젊은 여성 독자들 가운데에는 내 소설을 읽고 자살을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내 눈에서 한없이 눈물이 쏟아지죠...... 독자들과 이보다 더한 교감을 어떻게 나눌 수 있겠습니까?       «널 떠나지 않았더라면»도 마찬가지였어요.  묵직한 주제이긴 하지만 나는 그 주제를 인간적인 차원, 그러니까 인간의 감정적이고 정서적인 차원에서 다루었습니다.  독자들은 그 점에 대해서 아주 열정적으로들 말하죠.  다니엘과 베티가 실재로 존재하기를 바랄 정도라니까요.  감동은 갑옷도 관통할 수 있으며, 인간의 진정한 차원으로 우리를 인도합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평온한 가운데 생각을 할 수 있죠. 

 


9. 당신은 이제 갓 데뷔한 신예작가라 할 수 있지만 마치 베테랑 작가처럼 상당히 무르익은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작가 수업 기간에 주로 어떤 준비를 하셨는지요? 

나는 소설가가 되기 위한 준비라고는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나한테는 소설가가 되겠다는 생각조차 없었으니까요.  그렇지만 난 항상 무언가를 썼어요, 그저 그렇게 하고 싶었으니까요.  콩트나 단편 같은 짤막한 이야기들을 주로 썼죠.  나한테는 뭐랄까, 그게 제일 중요한 취미 생활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혹시 나도 소설을 쓸 수 있을지, 그럴만한 소질이 있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나 자신에게 도전장을 내민 셈이죠.  그렇게 해서 쓴 게 바로 «살았더라면»입니다.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읽어보라고 주었더니 당장 출판사에 보내라고들 성화였어요.  난 당연히 거절했죠, 내가 끄적거린 소설이 누군가의 관심을 끌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건 정말 너무 뻔뻔한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한 일년쯤 그렇게 버티다가 결국 내가 지고 말았어요.  몇몇 출판사에 원고를 보냈더니 세 군데에서 즉시 연락이 왔습니다.  그러니 아마도 이런 자발성이 그 소설의 성공 요인이 아니었나 싶기도 해요. 



10. 프랑스에는 훌륭한 작가들이 많이 있습니다. 가장 높이 평가하는 작가와 영향을 받은 작가가 있다면 누굽니까?

나는 좋아하는 작가들이 엄청 많아요!  대중적인 작가들 중에서는 우선 마르크 레비.  신비주의적이고 초자연적인 소설의 선구자인데다 아주 기발한 상상력을 가졌으니까요.  에릭 엠마뉘엘 슈미트는 매번 다른 종류의 이야기이면서 늘 흥미로운 이야기를 쓰는 비상한 재능이 있는 작가라 좋아하죠.  타티아나 드 로즈네(De Rosnay, Tatiana)는 감수성이 뛰어나고 서스펜스를 구성하는 재주가 그만이죠 («사라의 열쇠»는 정말 대단해요).  아녜스 아베카시스는 남다른 유머가 마음에 들고요.  다비드 푄키노는 아주 독특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면서 언어 구사 능력이 아주 뛰어난 작가라 좋아합니다.  제시카 넬손은 변함없는 재능으로 여러 다른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들죠.
나는 아름답고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풍부한 언어로 담아내는 일련의 작가들에게서 영향을 받았습니다.  알베르 코앵, 체임 포톡, 마이클 커닝햄, 조나단 사프란 포어, 짐 해리슨, 미시마, 그 외에도 아주 많아요!   



11. 인터넷, 아이폰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의 등장으로 한국에서는 종종 소설의 위기를 말하곤 합니다. 작가로서 소설 장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보십니까?

나는 그 문제에 대해서는 작가들이 특별히 해야 할 노력이 없다고 봅니다.  각자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쓸 뿐, 외부적인 제약을 고려해야 할 필요는 없지요.  글쓰기는 신기술과 아무 상관 없으니까요.
반면, 이런 건 생각해 볼 수 있겠죠.  가령 작가들은 뉴미디어를 경쟁자로 여기는 대신에, 원한다면, 독자들과의 교류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나는 개인적으로 뉴 미디어에 관심이 많고, 따라서 그걸 잘 이용하는 편입니다.  예컨대 새 영화가 나올 즈음이면 예고편을 내보내는 것처럼, 나는 새 소설을 낼 땐 일종의 띠지 같은 걸 내보내죠.  또 독자들을 맞이하기 위해서 인터넷 사이트도 열었고, 페이스북에도 가입해서 독자들하고 대화를 나눕니다 (facebook.com/thierrycohen5).  앞으로는 한국 독자들도 많이 찾아와주기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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