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을 말하다

<누구의 연인도 되지마라>를 리뷰해주세요.

누구의 연인도 되지 마라 - 김현진의 B급 연애 탈출기
김현진 지음, 전지영 그림 / 레드박스 / 2009년 8월

난 김현진이라는 사람을 처음 보았고, 그녀의 글도 처음 읽었다. 처음 만나는 사람이라 그렇지만 난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김현진이라는 사람이 무엇을 하는 사람이고, 어떤 글을 쓰는 사람인지 전혀 몰랐다. 이렇게 흔한 말로 배경지식이 전혀 없던 나에게 '김현진의 B급 연계 탈출기'라는 부제가 붙은 책을 받았을 때 내 기분이 어땠는지는 상상에 맞기겠다. 아무튼 반은 황당함으로 그리고 나머지 반은 '이걸 읽어야 하나'라는 마음로 읽기 시작한 책이 이 책이다. <누구의 연인도 되지마라> 그리고보니 일전에 이런 비슷한 기분으로 읽은 책이 있는데 그 책은 정의현의 <낭만적 사랑과 사회>였다. 음 분명 그 책도 이 책을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 비슷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기묘하다고 해야하나 내용을 읽으면서 조금은 닮은 꼴이라는 생각을 꽤 했던 것 같다. 읽을 때는 잘 몰랐는데 분명 다 읽고 나니 읽는 간간히 그런 기분을 느꼈던 것 같다.

이 책은 언뜻 책을 봐서는 연애와 남녀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되기 쉽지만 생각보다 그 너머를 이야기하는 부분도 많다. 연애에 대한 부분으로는 연예를 하는 남자와 여자에게 당부하는 말도 많지만, 그 남자와 여자 자체에 대한 이야기가 더 재미있다. '토이남'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난 주변에서 '토이남'을 실제로 종종 본다. 최근에는 '초식남'이라는 단어로도 많이 지칭되는 그들에 대한 분석은 꽤 재미있고 적확한 편이다. 또한 '이태원걸'로 대표되는 여성들을 이야기하면서 한국 사회에서 여자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부분도 굉장히 흥미롭다.

일견 연애담의 이야기로 생각되는 <누구의 연인도 되지마라>은 사실 간단히 요약하면 '개념을 갖고 살자'이다. 여러 사람과 연애를 사회에 휩쓸려 살아가는 유행이라는 이름으로 흐름이라는 이름으로 비슷하게 살아가는 사회와 사람들에게 그녀는 '개념'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이태원 걸'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누구도 분명하게 인정하지 않는 외모중심적인 사회와 그것을 부추기는 남성과 따라가는 여성에 대한 비판이 굉장히 흥미로운 부분이다. 또 연애인의 결혼에 대한 일반인의 관념을 분석하면서 많은 사람과 자유롭게 연애를 해서 누구나 선망하는 남자와 결혼한 여자 연애인에 대한 대중의 시기와 질투에 대한 분석 또한 굉장히 재미나다. 여자와 연애를 남자들에게 고하는 그녀의 조언아닌 조언이 들어간 가장 마지막 부분은 특별히 남자와 여자를 가리지 않고 재미나게 읽어볼만 부분이다. 여자는 공감하면서 남자는 인상을 쓰면서 읽을지도 모르겠지만.

요컨데 가벼운 듯한 - 사실은 심하게 가볍다고 이야기할지도 모르지만 - 이 책 속 이야기들은 알게 모르게 우리가 인정하지 않는 조금은 불편한 진실을 담고 있다. 외모지상주의를 누구나 비판하지만 자신도 그 외모를 비판하는 타인이 되는 사람들, 타인에게 지나치게 관심이 많은 사람들, 대중이라는 이름 속에 들어오지 않는 다양한 사람들으 거부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에게 그녀가 말한다. '개념'이라는걸 가지고 살아보자고. 모두에게 관심많은 것은 좋지만 고민을 하면서 살아보고, 지금 내가 비판하는 모습대로 살고 있는건 아닌지 고민을 좀 해보자고.

약간 아쉬운 점은 책의 무게감이 약하다는 점인데, 이 점은 가희 치명적이어서 누군가는 이 책의 가벼움 때문에 읽으려고 하지 않을지도 모르니 조금은 안타까운 점이다. 요컨데 묵직한 이야기와 가벼운 화법 사이에서 적당한 줄타기가 필요하지 않았나 싶은데, 난 가볍운 화법의 필요성이 조금 안타까운 정도였다.

회사에서 보는 시험이란

오늘은 회사 시험일

일전에 회사에서 시험을 보다고 징징거리며 페이퍼를 쓴지가 얼마 되지도 않는데 벌써 다음 회사 시험이 돌아왔다. 무려 이틀 뒤이니 정말 대책이 없다고 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보면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팀을 옮겼고 팀에서 이리저리 많은 일을 푸닥거리면서 처리했고 벌써 반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나서 벌써 오늘은 추분이다. 그리고보니 오늘은 낮과 밤이 같은 날이군.

아무튼 다시 회사에서 시험을 보는데 이 시험이 참 애매한 시험이다. 평소 매일매일 하는 일 - 난 이렇게 믿고 싶다 - 을 시험 보는지가 새삼스럽게 공부를 해야하나 싶기도 하지만 기묘한건 시험 공부를 하면 알게 된다. 내가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는걸.

어제는 야근을 하는데 일이 11시 반쯤 끝이 났다. 사람들도 얼마 없고 하여 오늘 공부를 못하면 더 이상 할 수 있는 날이 없기 떄문에 -실제로 오늘과 내일은 미친듯이 바쁠 예정이다 - 마음을 먹고 공부를 시작했다. 혹시나 졸릴까하여 매우 경쾌한 음악들로만 골라서 음악을 틀어놓고 하나씩 찾아보기 시작한다. 마음을 거하게 먹지 않고 남은 시간이 얼마 없으니 정말 문제들에 빈칸만 남기지 않도록 핵심과 기본만 짚고 넘어가기로 했다. 핑~ 하고 정신이 도는 느낌에 고개를 들어보니 새벽 3시가 넘었다. 안되겠다. 내일도 출근을 해야하는데, 이러다가 출근 못하겠다 싶어서 얼른 정리하고 집에 돌아오니 얼추 4시가 다 되어간다. 그대로 얼굴에 물만 묻히고 수면.

시험철이면 이러려니 해야지 싶다. 사는게 다 이런거지 뭐.

수학책을 읽어야할 때

  

100년의 난재 푸엥카레 추측은 어떻게 풀렸을까? / 무한의 신비


오랜만에 수학책 2권을 집안으로 들이기로 마음 먹었다. 
한권은 얼마전 어느 신문 서평에서 읽은 푸엥카레의 추측을 이야기한 <100년의 난제 푸앵카레 추측은 어떻게 풀렸을까?>가 한권이다. 대학 마지막 학기에 읽었던 재미있던 수학책의 기운을 계속해서 끌어가고 싶은 마음에 고른 책인데 재미고 있고 흥미도 있을 것 같아서 기대하고 있다. 다른 한권은 <무한의 신비>로, 무한의 개념에 대한 이야기인데, 흥미로울 듯 하여 잽싸게 골랐다.

내가 수학에 관련된 책을 사들일 때는 사념과 잡념이 많을 때이다.
수학은 뭐랄까 재미있는 이야기거리를 발견하면 그 안으로 몰입해 들어가기가 굉장히 쉬워서 잡념을 없애주기에는 딱이다.
상대적으로 인문학 관련된 책들은 생각을 할 수록 더 사념으로 빠져들게 되는 것과는 반대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그렇다는거다.  

휴일 점심에 관하여

금요일 야근은 토요일 새벽 4시가 되어 끝이 났다. 새벽 4시라니 정말 오랜만에 제대로 야근답게 해본 야근이었다. 사실 이 시간보다는 일이 일찍 끝날 줄 알았기 때문에 야근이 끝나고나면 다음주로 예정된 시험공부를 좀 하고 시스템 테스트도 좀 - 결국 회사 잔업이라는 이야기랄까 - 해보고 나서 퇴근을 하려고 했는데 일이 끝난 시간은 새벽 4시 즈음이었다. 새벽 4시 언저리까지 일은 하였으나 어제는 너무 일을 어리버리하게 하여 - 요즘 몸 상태와 관련이 있는듯 하다 - 도저히 월요일에 출근을 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래도 월요일은 어김없이 돌아오고 출근은 해야하니 사는건 다 이런건가 싶다.

퇴근해서 집에 들어와서 옷도 벗지 못하고 - 이런 일은 회사를 다니면서 처음이다, 최소한 옷은 벗고 씻고는 잔다 - 그대로 바로 취침. 정신없이 자다가 일어나보니 아침 11시. 아침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시간이다. 가족과 점심 식사를 함께 하기로 한지라 - 회사근처에 괜찮은 생선구이집을 발견했다 - 주섬주섬 일어나서 씻고 출발. 처음에는 가지 않겠다는 동생이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같이 간다니 나쁘지 않다.

회사 앞에 있는 - 사실 바로 앞에 있는건 아니고 약간 근처라는거다 - 생선구이 집은 왠일로 한산하다. 평소에는 사람이 가득가득 하더니, 아무래도 주말이면 밥에 술 손님이 많지 점심 손님은 적은가보다. 덕분에 여유있고 낙낙하게 점심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사람이 없으니 이런저런 길게 이야기도 할 수 있고 좋군. 고른 메뉴는 연어, 삼치, 갈치, 알탕. 전어를 먹고 싶다는 동생은 아쉽지만 전어가 없다는 말에 메뉴를 변경하기도 했다. 괜찮다는 의견과 이 녀석은 부실하다는 의견 속에서 바지런히 점심을 먹고 나니 벌써 1시간이 지나갔다. 가게에서 주는 녹차까지 모두 마시고 일어나니 제법 시간이 흘러 2시.

동생은 학교로 간다고 지하철 역에 내려주고, 나머니 가족들은 집근처 공원에서 가을바람 한껏 맞다가 돌아왔다. 햇살은 따갑고 - 정말 따갑다. 차를 운전해서 가는데 자꾸만 햇볕에 닿는 손을 쓸게 된다 - 바람은 시원해서 정말 좋은 날씨다. 어느 가을 초입 토요일 점심에 관하여. 아 이렇게 일상이 흘러가면 좋겠다.

여행기의 매력은 무엇일까

<빠담 빠담, 파리>를 리뷰해주세요.

빠담 빠담, 파리
양나연 지음 / 시아출판사 / 2009년 7월

난 모험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그렇게 생각한다. 지금까지의 일상에서 모험이라고 해봐야 사실 일상에 변화정도, 어쩌면 급하게 짠 여행 계획 정도랄까. 그리고 보면 일상에 모험이라고 할 수 있는 것중에 여행을 아주 좋아하지 않는 성격 탓에 '전 평범한 일상을 좋아합니다' 라고 이야기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보니 대학을 다니는 기간 동안 이런 저런 사정이었지만 대학생 시절이 아니면 가보기 힘들다는 유럽여행을 한번 쯤 가보지 못한건 좀 아쉽기는 하다. 기본적으로 여행은 일정을 짜서 탄탄하게 돌아다니기 보다는 느긋하게 마음내키는 대로 - 마음이 머문다면 원하는 장소에서 하루 종일 있을 수 있는 정도로 - 여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가보다. 한달씩 배낭을 매고 돌아다니는 여행이 그리 내키지 않는건.

 

 

<빠담 빠담, 파리>는 나름 유명 프로의 방송작가였던 저자가 프랑스를 여행하면서 우연히 파리 가이드를 알게 되고, 그 파리 가이드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녀는 프랑스어 조차도 모르고, 프랑스에 대해서 가이드에 대해서 여행을 통해 처음 접한 그녀는 자신의 삶에 변화가 없음을 깨달으며 신선한 자극을 받는다. 물론 당연한 수순이지만 그녀는 자신의 직업을 손에서 놓고 새로운 세상과 만날 준비를 한다. 그녀의 파리에서 가이드로서의 삶은 무대포 정신 그 자체였다. 홀홀 단신으로 가이드가 되기 위해 떠난 자기와의 여행이지만 가이드라는 새로운 직업과 만날 준비는 그녀에게 버겁기만 하다. 사회 생활을 오랜 시간 동안 해온 그녀가 기존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조직에서 모든 것을 새로 배운다는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식적인 측면에서나 정신적인 측면에서나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가이드로서 사람들 앞에 선다. 조금은 서툴고 엉성해도 최선의 노력을 다해 열정을 전달하는 가이드로 말이다. 고된 가이드 되기에 대한 경험 이야기가 끝나면 그녀가 1년 동안 가이드로 파리를 돌아다니면서 챙겨놓았던 보물들을 하나씩 풀어놓는다. 꼭 봐야한다고 생각하는 작품, 장소, 여행의 팁까지 말이다. 그렇게 1년을 자신의 꿈을 마음껐 따랐던 그녀는 다시 서울로 돌아온다. 내면을 풍족하게 채우고.

 

난 여행기라는 장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여행기의 특성상 속된말로 뻔하다는 평가를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뻔하지 않는 여행기를 발견하는건 요즘 서울 하늘에서 별을 찾는 것 만큼이나 힘든 일이다. <빠담 빠담,파리>도 사실 기존의 여행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여행기 - 혹은 체류기 - 인 셈이다. 문든 서른 즈음이 되어 내 꿈을 고민하다가 훌쩍 외국으로 떠나서 자신의 꿈이라고 믿었던 것을 열심히 해보고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는 그런 이야기는 여행기에서 흔하디 흔하고 닳디 닳은 이야기이다. 이 책의 조금 특별한 점이라면 여행기 라기 보다는 파리 가이드 되기라는 미션이 있는 여행기라는 점 뿐이다. 사실 이 점은 이 책에서 상당히 부각되는 부분으로 새로운 나라, 환경에서 기존과는 전혀 다른 직업에 도전한다는 점에서 꽤 흥미로운 점이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행기의 한계를 넘을 수 없었다는, 속된 말로 뻔한 여행기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는 점이 아쉽기는 매한가지이다.

 

여행기를 읽는 사람들의 마음은 한결 같다. 챗바퀴 돌아가듯 도랑가는 내 일상에 무언가 신선한 자극이 되는 일이 생겼으면 좋겟다. 이 책을 쓴 사람이 내게 그런 신선한 자극을 줄 수 있을까. 이런 바램을 한껏 한고 책을 읽는 것이다. 요컨데 책을 읽으면서 그런 설레임을 줄 수 없다면 그는 이미 여행기로서는 실격이다. 그게 여행기의 어려운 점이자 매력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