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의 가을에서 거닐다 >

이택광씨의 전작이 <근대 그림속을 거닐다>였다. 근대 그림을 통해 근대 사회와 사람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는데 꽤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덕분에 이택광의 이름을 간간히 검색하다가 걸린 책이다 (사실 이 책은 책을 조금 보면 시리즈라는걸 알 수 있다.) 중세-근대-현대 3부작으로 계획된 책인 듯 하며 이 책의 끝 부분에는 현대부분이 곧 출간된다고 쓰여있다. 

전작 <근대 그림속을 거닐다>는 이미 중세미술에 대한 진중권이 책을 읽어서 인지 많이 가슴이 와닿을 만큼 감동적이지는 않아서 조금 아쉬웠다. 내가 중세미술에 대한 책으로 얼마전에 읽었던 <춤추는 죽음>이 너무 세세하고 인상적으로 읽어서 이택광의 <중세의 가을에서 거닐다>는 조금 아쉬운 맛이 없지 않았다. 다만 진중권의 책은 너무 자세하고 긴 맛이 있어서 이택광의 책을 통해 중세 그림을 컬러로 '읽는' 재미를 느끼고 나서 진중권의 <춤추는 죽음>을 읽으면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듯 하다. 강력추천.


진중권의 신간 <교수대 위의 까치> 중대 겸임교수에서 물러나면서 나온 책이라 특히 관심이 생긴다. 사실 중대학생들에게 가장 부러운 점은 진중권이라는 사람의 미학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거였는데, 이제 그것도 사라졌군. 

<교수대 위의 까치>는 위에서 소개한 <춤추는 죽음>을 읽은 사람이라면 조금은 익숙할 그림들이 많이 실린 책이다. 미술에 대해서는 그다지 많은 것을 알지 못해서 진중권식 그림 읽기가 얼마나 신선하고 조금은 기발한지 확인할 수 없다는게 조금 아쉬운 점이다. 난 이 책 하나로 진중권이 생각하는 방식으로 그림을 '읽고'있을테니 말이다. 그런 면에서 그가 소개한 다른 그림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소개한 책에 대한 갈증이 더 많이 남게 된 책이다. 전반적으로 일반인이 읽기에는 무난했지 싶다. 

2년 점 쯤 이미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된 책인데 어떻게 2년만에 다른 출판사에서 나왔는지 도통 알 수 없는 책.
영화화 되어 개봉하는 후광을 누리고자 하는 - 일명, 영화의 원작 소설들 - 불순한 의도가 다분히 느껴지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진지하게 time table을 그려보지 않아서 얼마나 소설이 치밀한지는 모르겠으나, 이 책은 구성의 치밀함 보다는 아마도 감성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것 같아서 감상의 포인트가 나와는 조금 다르지 싶다. 

결국은 시간을 여행하는 남자와 그런 남자를 어린 시절부터 쭉 사랑한 -그야말로 거의 평생에 걸친 사랑이로군- 여자의 이야기이다.
남자와 여자가 처음 만났을 때, 남자는 30대, 여자는 6살. -_- 잘못하면 범죄가 되기 쉬운 - 내 사상이 불순한건가? - 이야기인데, 그 부분을 잘 넘겼지 싶다. SF와 스릴러와 로맨스의 중간에서 위태하다고나 할까?
아직 2권을 못 읽어서 확답할 수는 없으나 일단 읽어보고 싶기는 하다. 

한겨례에서 해마다 진행하는 6인 6색 강연회. 올해는 화를 주제로 해서 강연회가 열렸던 모양이다.
올해는 다소 주제가 너무나 시의성이 맞는 것이라 생각을 하게 하는 주제라고 보기에는 2%가 부족했다.거짓말이나 상상력,자존심 시리즈가 상당히 좋았는데 조금은 아쉬운 주제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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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벌써 10번째라는 메가박스 유럽영화제.

극장에서 영화제라니 이름이 대단하기도 싶지만 대학시절에는 꽤 챙겼던 영화제였다. 타고나 게으름으로 부산이나 부천까지 달려가지는 못하는 관계로 이 정도로 유럽이나 일본 영화를 감상하면서 만족하고 있다.
그리고보면 대학시절에는 꽤 봤던거 같은데 회사에 들어오면서 제대로 본 적이 없는 듯 하다. 올해는 제대로 보려고 시간표로 프린트해서 꼼꼼히 체크하고 있다.
아참, 특별히 올해는 10주년 기념으로 기존 반응이 좋았던 영화들의 앵콜상영도 하니 더욱 좋은 기회랄까. 

올해 관심이 가는 영화

<신작> 

부덴부르크가의 사람들
환상통
천국에서의 5분간
리틀 애쉬 

<앵콜작>
수면의과학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돈컴노킹
더차일드
타임 투 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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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진중권의 신간을 주문하다가 우석훈의 신간을 알아버렸다. 그렇다 알아버렸다.
책 2권이면 한 2~3일 점심값이면 충당이 될거 같기는한데 어찌해야하나. 

휴. 고민이로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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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막고 밤을 달리다>를 리뷰해주세요.
귀를 막고 밤을 달리다
이시모치 아사미 지음, 김주영 옮김 / 씨네21북스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해묵었지만 끊임없는 이야기거리는 나의 정의가 너의 정의이기도 하느냐는 것이다. 한 인간이 어떻게 한 인간을 정의라는 이름으로 판단할 수 있으며,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벌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내가 너를 죽이는 행위는 그 누가 무어라 말해도 선이라는 이름으로 부를 수는 없다.  여기 한 남자가 세 여자를 죽일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사회를 위해 그녀들을 만든 자신의 손으로 그녀들을 죽이려 한다. 자신의 가족을 위해서 자신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절대 알려져서는 안되며, 이 살인은 반드시 3명을 모두 죽여야 완성된다. 그는 살인을 꿈꾸고 계획하고 있다.

 

<귀를 막고 밤을 달리다>에서는 세 여자를 죽이려는 한 남자가 나온다. 그가 죽이려고 하는 여자들은 모두 어두운 과거를 가지고 있어서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힘들 사람들이었고, 한 때는 그가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던 사람들이다. 그녀들은 부모가 누명을 쓰고 죽었던 케이스로 사회와 인간에 대한 불신을 가지고 있어서 도저히 사람을 믿을 수 없고, 그래서 그 무엇도 자신도 사랑할 수 없었다. 그런 그녀들이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도와주는 일이 그와 그의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일이었다. 그러던 중 그녀들을 돌보던 그들은 꼐닫게 된다. 그녀들이 숨기고 있는 분노와 사회에 대한 불신은 가공할 힘으로 표출될 수 있다는 것을. 그들은 사람에 대한 감정이 없기 때문에, 그녀들은 자신이 사랑하고 자신이 믿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설령 그것이 사람을 죽이는 일이라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들이 어떠한 계기로든 '각성'을 한다면 말이다. 그는 그녀들이 각성한다면 어떤 결과가 벌어질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그녀들을 자신의 손으로 죽이기로 결심한다. 사회를 위해서 대의를 위해서. 설상가상 이번에는 그녀들을 죽이려는 그의 마음을 알고 있던 또 다른 사람이 그를 죽이려고 한다. 덕분에 그는 차분히 계획을 세워서 세 여자를 죽이려던 계획을 전면 수정하게 된다. 하룻 밤 안에 세 여인을 모두 죽이기로.

 

생각해보면 이 얼마나 기이한 일인가. 자신의 손으로 사회속에서 건전하게 자라게 하고 싶었던 그녀들을 자신의 손으로 죽여야 한다는 이 사실은. 자신의 손에 한명도 아닌, 세명의 피를 묻혀야 하는 그의 운명은 얼마나 기이한 것인가. 그는 차근차근 계획을 세워서 해결하려던 기획을 급격히 수정해서 빈구멍 투성이인 계획들을 실행하려 한다. 정당방위로 시작한 살인을 한 여인을 죽이면서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온전히 지배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며 살인자가 느끼는 희열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 또 한명을 살해하고 또 다시 한명을 살해하려 하면서 그는 점차 번민에 빠져든다. 인간을 죽이면서 느끼는 희열을 자신이 느끼고 있다는 명백한 사실과 그녀들을 죽이지 않으면 사회에 해가 될거라는 자신의 신념 사이에는 그는 끊임없이 번뇌한다. 그 번뇌사이에는 그는 마지막 살인까지 실행하게 된다. 이제 그의 살인은 자신이 처음부터 가지고 있던 신념과 자신이 살인을 통해 느끼는 희열 사이에서 고민하는 자신과의 싸움으로 변하게 된다. 그는 마지막 살인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순간 깨닫는다. 하룻밤 사이에 자신이 어떤 존재가 되었는지를. 살인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그에게 살인을 통해 자신이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결국 자신이 믿는 신념을 구하기 위해 살인이라는 행위를 하는 이 남자의 행위가 자신을 무엇으로 몰아 넣는지를 관찰하는게 이 소설의 최고의 흥미진진한 점이다. 남자는 가능한 완벽한 범죄를 끊임없이 고민하지만, 그는 끊임없이 이 살인이 정당한지를 고민하고 끊임없이 합리화를 시도한다. 정신적으로 약하다고 믿는 그녀들이 세상 모든 것에 대해 무감각해져가는만큼 그 자신도 살인에 점점 무감각해져가는 것을 발견하는 순간 그의 괴로움을 무엇에 비할까. 자신이 그토록 믿는 신념이 결국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해주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그의 공허함과 허망함을 무엇일까.

 

그녀들을 소설에서는 특히 각성을 한다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그녀들을 독일의 전설에 나오는 꽃 알레우네로 비유한다. 무고하게 죽어간 남자들의 정액에서 피어나는 전설의 식물. 땅에서 자라는 그 식물을 손에 넣는자는 영원한 행복을 얻을 수 있지만 그 식물을 손에 넣기 위해 땅에서 뽑는 순간 비명을 듣는 사람은 죽게 된다는 식물. 그녀들은 알레우네인가를 소설 속 인물들은 끊임없이 고민하지만, 그녀들은 알레우네라고 하기에는 이미 너무나 많이 자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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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는 - 나와 동갑이다- 지금 대학에 다니고 있는 학생이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재수도 하지 않고 대학에 들어가 3학년이 되자 선생님이 되고 싶다며 1년 휴학을 하고 재수를 했다가 실패하고 다시 복학해서 1년을 다니고 취직을 했었다. 그렇게 근 1년을 회사에 다니다가 아니다 싶었는지 퇴사를 하고 독하게 학원을 다니면서 3수를(그렇다 그 나이에 3수였다) 해서 교대에 들어갔다. 아무튼 그 친구가 이 즈음 교대에서 한창 이슈가 되고 있는 교육 정책 때문에 전국 교대 학생들이 시위를 한다고 여의도 공원에 왔단다. 덕분에 오늘 회사에서 시험을 보고, 시험 후에는 일을 몰아서 쭉쭉해주고 - 오늘 일본주식 배당이 150개 종목쯤 이었다 - 파김치가 되어서는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계속 일이 늦어지면서 기다리던 친구에게 온 문자 "친구가 별다방에서 일하는데 우연히 만나서 얘기하고 있어"  세상 참 좁다 싶다.


부랴부랴 일을 끝내고 별다방으로 달려가니 카페라데 벤티사이즈 - 기왕이면 아메리카노면 좋았을텐데 아쉽다 - 를 들고 열심히 글을 읽고 있다. 고된 몸을 안고 축 늘어져 있는데 항상 별다방에서 보던 사람이 말을 건다. "어, 친구셨어요?' 알고보니 거진 이틀에 한번꼴로 보는 - 가끔은 매일 보기도 한다 - 별다방 직원이 친구의 동창생이었던 것. 아 부끄럽다. 그동안 보였던 모든 추태에 얼굴을 들 수가 없더라. 그야말로 어디서 누구를 어떻게 만날지 모른다는 말을 실감하는 그런 순간이었다. 알고보니 동네까지 비슷하다. 아 정말 어디서 누구를 어떻게 만날지 모른다. 세상일이란 알다가도 모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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