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장 - 365 에세이 일력, 내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 결심 (만년형, 스프링북)
오유선 지음 / 베이직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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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두 해 나이를 먹다 보면 '평온'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됩니다" 

프롤로그로 시작하는 첫 문장에서부터 내 마음과 똑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쩌면 누구나 나이를 먹으면 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뭔가 특별하지 않은 날, 어제와 비슷한 오늘, 그리고 별다르지 않은 내일이 오기를. 

그렇게 지내다보면 역시 다정한장을 쓴 저자의 이야기처럼 오늘에 대한 감사를 깨닫게 된다. 오늘 하루 잘 지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오늘 하루도 잘 지냈다는 감사가 저절로 나오게 된다.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한 해의 시작을 맞이하면서 하루하루에 대한 나자신만의 기록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365일 에세이 일력이 눈에 띄었다. '내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 결심'이라는 부제까지 붙어있으니 이건 내 말랑한 마음을 굳게 다잡아줄것만 같은 느낌인 것이다. 처음 이 에세이 일력을 봤을 때 선물용으로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왜 나자신에게 주는 선물로는 생각을 못했을까 싶다. 제목조차 '다정한장'인데.


"좋은 것과 나쁜 것을 함께 받아들이지 않으면, 하느님이 내 삶을 위해 마련한 계획을 수행할 수 없다. - 아치볼트 하트"

"언제나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은 동시에 찾아올 수 있다. 그럴 때는 좋은 소식으로 나쁜 소식을 감싸안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러고 나면 나쁜 소식도 그리 나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어쩌면 '나쁜 소식'은 우리를 시험하고 성장시키기 위한 과정일지도 모른다."


언젠가, 삶이 괴롭고 힘들다하더라도 그 삶이 행복하지 않다는 말과 같은 말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은적이 있다.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을 수 있는 것이 삶이지만 그 모든 것이 내 삶을 이뤄나가는 것이고 행복한 삶이라 할수도 있다는 것임을 새삼 깨닫고 있다. 


하루에 한 장씩, 좋은 글을 새기며 읽을 수도 있고 6개의 주제별로 나뉘어 있는 글을 찾아 내 마음의 위로와 응원이 필요할 때 그에 맞는 글을 찾아 읽을수도 있다. 

명언 - 철학자나 작가 등의 명언을 담고 그에 대한 해설처럼 저자 오유선의 짧은 에세이가 곁들여져 있는 일력은 하루를 시작하면서 펼쳐 읽기에 좋은 것 같다. 나는 저녁형 인간이지만 왠지 이 글은 하루를 시작하면서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다.

일력을 받으면 띄엄띄엄 눈에 들어오는 글을 먼저 읽다가 굳이 내 생일력을 찾아 읽어보게 되는데 왠지 25년 한 해를 지내는 동안 내 마음가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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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어머니의 표정은 태어나 처음 보는 것이었다. 어머니의서슬에 눌려 고개를 까딱하고 사람들 사이에서 몸을 비비적거려무릎을 구부리고 웅크렸다. 사람들의 다리가 수없이 밀착된 채흔들리고 있었다. 흡사 어두운 숲속 같은 광경이었다. 이들을 움직이게 만드는 원동력은 죽음에 대한 공포일까 삶을 향한 집착일까. 한껏 숨을 들이마시고 살아 있는 나무들을 비집고 나갔다. - P19

"본래 인간은 스스로 목숨을 끊게끔 생기지 않았다. 살아라, 목숨은 지켜야 하느니."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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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희
황민구.이도연 지음 / 부크럼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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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영상 분석가 황민구의 첫 장편소설,이라고 홍보되고 있는 이 소설은  작가 이도연과의 공동작품이다. 이런 경우 시놉시스를 제공하고 작가가 그 스토리를 배경으로 문학작품을 완성하는 것인가,라는 이해를 하게 된다. 맞게 표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소설을 굳이 읽고 싶었던 것은 그동안 티비라는 매체를 통해 영상분석을 하는 황민구님의 이야기를 들었던 것을 떠올리면 이분의 영상분석이 미확인비행물체라거나 신비한 현상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분석을 했던 것도 흥미롭기는 했지만 그보다 영상분석을 통해 억울한 누명을 쓴 증거나 범죄자의 범죄증거를 찾아낸다는 부분에서 더 큰 관심이 갔다. [선희]는 그런 이야기를 담은 내용이다. 


영상 분석을 하는 대아는 몸의 이상을 느끼던 중 병원진료를 받고 실명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신의 일을 그만해야할까 하는 고민중에 선희의 동생 선영이 찾아온다. 3년전 실족사로 처리 된 언니 선희의 마지막 사진과 영상들을 통해 언니의 마지막 삶의 모습을 정리해보고 싶다며 분석을 의뢰한 것이다. 

친구도 별로 없는 대아에게 후배 선희의 존재감은 큰 것이었기에 그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선희가 살아생전 마지막으로 시간을 보냈던 제주도로 떠나게 되는데 그곳에서 선희의 발자취를 찾아가다가 문득 이상한 부분을 발견한다. 선희가 올랐던 오름의 이름이 잘못되었다거나 숙소근처에서 마주친 동네 할머니와의 대화가 찍힌 영상에서 절룩거리며 영상을 찍은 듯한 모습이라거나 제주에 머무는 동안 자주 다녔던 까페 사장님의 이야기 등을 통해 뭔가 미심쩍은 부분이 생기고 그것은 곧 선희의 남편에게 의구심을 갖게 되는데......


기본적으로 '선희'의 죽음 이후 그녀가 남긴 사진들을 통해 분석을 해 나가며 선희의 죽음에 담겨있는 진실을 찾아나가는 것이 소설의 주제라면 그에 곁들여 영상 분석관으로서 억울하게 도둑으로 몰린 피고인을 위해 영상분석을 한다거나 성추행범죄에 대한 서로 상반된 주장에 결정타를 보여주는 영상 분석의 내용들은 실제 있었던 사건을 떠올리게 하기도 해서 소설은 미스터리 소설을 읽어나가는듯한 흥미로움을 담고 있기도 하다.


영상을 분석한 내용을 듣다보면 정말 경이롭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하는데, 소설 '선희'는 그런 분석이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것임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는 소설이다. 마지막에 드러나는 그 진실의 무거움으로 이순간에도 올바른 영상분석을 하고 있을 이들에게 경의를 표하게 된다. 물론 사실 너머에 있는 '진실'을 보여주고 있다는 부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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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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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라이즌]은 내가 남극과 일흔여 개 나라를 여행하고 탐사하며 보낸 오랜 세월을 자전적으로 돌아보는 책이다."

저자 배리 로페즈가 책의 서두에 밝힌 것처럼 자신의 탐사 여행에 대해 자전적으로 돌아본 책이라서 그런지 '탐사'에 대한 관점보다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고 느껴진다. 생태환경과 그 환경속에 살아가는 생명체들, 사람을 포함한.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도.

고고학자는 과학자가 아니라 인문학자이다,라고 말하고 있는데 그것 역시 과학적 탐구를 위한 여행에서도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생명체들의 밀접한 연관성에 대한 고찰이 빠지지않고 있어서 그런지 더 와 닿는 이야기였다.


이 방대한 이야기에 대해 뭐라고 해야할까. 사실 배리 로페즈의 글은 뭔가 급히 읽다보면 두서없이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걸까, 싶어지지만 일단 이해되지 않는 글이라도 슬쩍 넘겨보고 전체적인 글을 훑어보면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명확해진다. 아니, 내 경우에 그의 글은 그렇게 읽힌다는 뜻이다. 사실 나 자신이 제대로 읽지 않았을 뿐 그의 글이 어려운 것은 아닐것이다. 이전에 읽었던 배리 로페즈의 글들은 환경에 대한 고찰에 인간의 성찰이 담겨있다고 느껴졌다고 한다면 이 책에는 그 생명체들이 살아가는 지구의 모습에 대한 세세한 이야기보다는 그 속에 뛰어 들어 뭔가 훼방을 놓는 호모 사피엔스를 말하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뭔가 명확한 설명이 안되지만 내가 느끼는 것은 그런 것이다. 


배리 로페즈의 다른 책을 통해서 알게 된 내용들도 언급되고 있어서 로페즈의 책을 읽고 싶다면 그의 다른 책들을 먼저 읽고난 후 그 모든 것에 대한 통합적인 내용을 담은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수많은 밑줄긋기를 하고 싶었지만 책을 한번 더 읽는 것이 낫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그냥 쓱쓱 읽어나갔다. 

언어의 소멸, 문화 교류, 각 지역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어른'의 지혜...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에 대해 더 깊이있게 파고들어가면서 본질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해답을 찾아가는 글들은 자꾸 누군가를 붙잡고 이 글 좀 읽어보라고 하고 싶어지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사람뿐만 아니라 이 세상의 생명체와 지구 환경에 대한 존중과 경외감을 갖고 있으며 수많은 것을 망쳐놓고 있는 환경에서도 배리 로페즈는 경각심을 깨우기 위한 경고를 하거나 비관을 늘어놓지 않는다. 다만 보이는 것 그대로, 느끼고 있는 것 그대로 보여주면서 우리 스스로 무엇인가를 깨달을 수 있는 글을 쓰고 그 안에서 희망을 주는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만약 자연적 요인과 인공적 요인 둘 다에 의한 환경 문제가 호모 사피엔스의 미래를 위협한다면, 만약 인간이 만든 환경의 복잡함에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그리고 협력의 필요성이 커 보인다면, 우리는 어떻게 국수주의의 목소리를 또는 이윤 추구를 지지하는 목소리를, 또는 종교적 광신, 인종적 우월, 문화적 예외주의의 목소리를 잦아들게 할 수 있을까? 만약 통치 체제가 사람의 건강보다 경제적 생존력을 우선시하고, 모든 경우에 공동체에 대한 의무보다 개인의 권리를 우선시한다면, 우리는 어떤 미래를 잃어버리게 될까?"(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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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자연적 요인과 인공적 요인 둘 다에 의한 환경 문제가호모 사피엔스의 미래를 위협한다면, 만약 인간이 만든 환경의 복잡함에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그리고 협력의 필요성이 커 보인다면, 우리는 어떻게 국수주의의목소리를, 또는 이윤 추구를 지지하는 목소리를, 또는 종교적광신, 인종적 우월, 문화적 예외주의의 목소리를 잦아들게 할수 있을까? 만약 통치 체제가 사람의 건강보다 경제적 생존력을 우선시하고, 모든 경우에 공동체에 대한 의무보다 개인의 권리를 우선시한다면, 우리는 어떤 미래를 잃어버리게 될까? 530

코끼리, 아프리카들개, 스프링복, 아프리카큰느시, 혹멧돼지, 임팔라, 사자, 타조, 기린 등 여러 동물을 만났던 경험은 내게 항상 두 가지 감정을 일으킨다. 그것은 바로 경이와 감사다. 폐장시간도 없고, 울타리도, 농경지도, 인간이 건설한 어떤 구조물도 없는 풍경에서 내 눈으로 직접 그런 존재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큰 행운으로 느껴졌다. 생물학적으로도 은유적으로도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풍성한 만남이었다. 이 첫 아프리카 여행의 경험은 내가 델마스의 법정에서 목격한 일에 대한 해독제를 제공해주지도 않았고, 나미비아의 카프리비스트립에서 본 굶주림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의 얼굴에 대한 기억을 흐릿하게 만들지도 않았다. 다만 그 경험들은 인류의 운명에 대한 절망이 덮쳐오지 못하게 막아주었다. 자신들의 영역에서 자유롭게 사는 동물들과 남아공 법정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남자들.
내게 그 동물들은 그 남자들의 권위를, 남자들은 동물들의 권위를 더욱 강렬하게 느끼게 해주었다.
거의 모든 면에서 우리의 모든 것이 시작된 곳인 아프리카로다시 오게 되어 이루 말할 수 없이 기뻤다. - P478

현재 모든 민족, 모든 문화, 모든 국가가 똑같이 문제 있는 미래를 직면하고 있다. 인간의 운명을 재고하기 위해서는,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물질적 부에 관한 섣부른 꿈과, 이미 너무 많은 국가가 정책방향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더 큰 경제력과 군사력에 대한 열망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호모 사피엔스를 제약하고 있는 생물학적 현실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 그러려면 ‘생태적 현실에서인간이 차지하는 위치를 재설정해야 한다. 또한 인류가 자랑하는 기술의 상당 부분이 무익하다는 점과, 인류를 떠받치기 위해생태계가 치르는 생물학적 비용의 문제를 인지하고 풀어야 한다. 우리가 만든 세상이 우리 후손들에게 나쁜 세상은 아닐지,
이 세상의 지평선에 모습을 드러낸 묵시록 기사들의 정확한 실체는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치를취해야 할지 판단하려면 아주 비범한 종류의 담론이 필요하다.
이 담론은 전 세계적 규모의 대화여야 하며, 여기서는 정부들과어떤 일에든 경제적 이권으로 얽혀 있는 이들에게는 말하지 말고 들을 것을 요구해야 한다. 이 대화에서는 아무 두려움 없이솔직해야 하고, 정확한 정보를 근거로 삼아야 하며, 용감하고정중해야 한다. 그리고 이제는 시대에 뒤처지고 위험해 보이는 관념들- 예컨대 국민국가가 무엇보다 우선한다는 관념, 거대 자본주의는 불가피하다는 생각, 한 가지 종교적 관점의 일방적 권위, 모든 신비를 하나의 의미로, 하나의 성문화로, 하나의 운명으로 몰아넣으려는 충동-이 대화를 이끌게 두어서는 안된다. 532 - P532

내가 어려운 문제에 시달리는 전 세계 여러 지역을 다니며 그지역에서-미국의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2004년 12월 26일쓰나미 이후 수마트라 북부 반다아체에서, (중국이 댄 자금으로) 끊임없이 철광석을 캐내며 들떠 있던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주에서-조언을 구했을 때, 거기서 내가 본 것은 재난에 대처하는 동일한 패턴이었다. 그건 바로 서로 존중하는 지역적 협력이었다. 이를 통해 내가 알게 된 것은, 어려운 상황에 처한 많은 사람의 머릿속에는 중앙의 권위로부터, 특히 그 문제에서 영향을 받지 않은 채 살고 있는 이들로부터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 특정 유형의 경제 발전을 지켜내야 한다는 생각은 별로 없다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일관되게 목격한 것은, 그문화가 지닌 유능함의 관념을 구현한 개인들이 권위를 갖는 위치로 들어서는 모습이었다. 그 사람들은 각자의 문화에서 침착함을 뿜어내는 샘물이었다. 그들은 패배하거나 후퇴하여 사라지지 않았다. 그들이 정의나 공경 같은 추상적인 것들에 헌신할때는 다른 누구의 인준도 필요치 않았다. 전통적 마을에서 ‘어른‘이라 불리는 이들은 어떻게 해야 일이 해결되는지 아는 사람, 혼란에서 의미를 이끌어낼 줄 아는 사람, 회복의 방향을 좋은 쪽으로 이끌어갈 줄 아는 사람이다. 일부 인류학자들은 인류의 생명을 확실히 지속시키는 일에서는 이 어른들의 존재가 기술 발전이나 물질적 편의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믿는다.
532 - P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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