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 위로를 요리하는 식당
나가쓰키 아마네 지음, 최윤영 옮김 / 모모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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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 위로를 요리하는 식당'이라는 책 제목이 이 소설의 내용을 직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언젠가 읽었던 '심야식당'과 비슷한 내용의 옴니버스식 소설로 가볍게 읽는 따뜻한 소설일 것이라 기대했는데 이 소설은 식당을 배경으로 하지만 그곳을 중심으로 에피소드가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체인형 패밀리 레스토랑의 점장인 미모사가 우연히 찾은 키친 상야등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따뜻한 위로를 받고 자신의 직장생활에 대한 새로운 용기도 얻으며 서로 발전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아사쿠사의 유명 관광지에 위치한 패밀리 레스토랑의 점주가 된 미모사는 끝없이 바쁜 업무에 시달리는데 일과가 끝난 후 집에서 푹 쉬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원하지 않던 점장으로 진급한데다 불면증에 시달리곤 하는데 겨우 잠이 든 시간에 다급하게 자신을 깨우는 소리에 잠이 깼는데 위층에 화재가 발생해 집주인이 미모사를 깨워 탈출하게 한 것이다. 무사히 탈출하고 화재도 진압되었지만 집이 모두 불에 타버려 미모사는 임시방편으로 회사에서 배려해 준 예전 기숙사였던 비품창고에 숙소를 마련한다. 그곳에서 임시로 생활하면서 그곳 근처에 있는 비스트로 식당을 소개받는데 그곳이 바로 저녁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영업을 하는 키친 상야등이다. 


상야등의 세프와 홀매니저 두명이 손님들을 대하는 태도와 식당운영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되고 자신의 점장으로서의 업무에 대해 고민을 하며 새로운 마음과 패밀리식당 운영을 하는 태도를 바꾸기 시작한다. 늦은 시간에 식당을 찾아왔는데 영업마감 한시간이나 넘기고도 쉽게 나가지 않는 손님들에 대한 불만이 가득했지만 그들이 오랜시간 단골처럼 찾았던 식당에 온가족이 마지막으로 모여 식사를 하는 시간이었음을 알게 된 후 손님들에 대한 태도 역시 바뀌게 된다. 늘 불만투성이인 주방담당에게도 식사를 즐기러 온 손님들의 표정과 마음을 느끼게 한 이후 식사준비를 하는 자세가 달라지는 것을 느끼게 되며 음식이 고급이라거나 색다른 것이어야 만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기도 한다. 


까페 상양등의 셰프와 관련된 에피소드와 손님들의 이야기까지 곁들여져 이야기와 요리가 어우러지는 맛있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프랑스 요리를 잘 몰라서 그 맛을 짐작하는것이 쉽지 않았는데, 오히려 그것이 다행이라는 생각도 잠시 해보게된다. 한밤중에 책을 읽으며 잘 모르는 요리의 표현에도 입에 침이 고일만큼 맛있는 음식 이야기도 한가득이다. 


"그저 아주 약간의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만 있어도 구원받을 수 있어요. 사람의 온기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따뜻한 요리의 김, 어둡고 조용한 밤을 보낼 장소가 있다는 사실에 제가 얼마나 구원받았는지......"(119)


우리집 골목에도 이런 식당이 있다면 단골이 되었을텐데,라는 부러움이 가득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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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아니라는 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거예요. 가게가 바빠서 나를 신경 써주지 않아도 돼요. 그저 아주 약간의관심을 가져주는 사람만 있어도 구원받을 수 있어요. 사람의온기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따뜻한 요리의 김, 어둡고 조용한 밤을 보낼 장소가 있다는 사실에 제가 얼마나 구원받았는지…….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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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라이브러리
케이시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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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야간 손님에게는 물건을, 서점 손님에게는 꿈을 파는 것 같았다. 꿈을 팔 때는 마음을 채굴하는 기술이 필요했다"(113)


어린 시절 내 꿈들 중 하나는 서점 주인이 되는 것이었다. 원하는 책을 맘껏 읽을 수 있는 서점 주인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생활할 수 있는 최고의 직업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그런 꿈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잊고 살다가 서점 손님에게는 꿈을 파는 것 같았다,라는 문장을 읽는 순간 내가 서점 주인이 되지 않았다는 것에 안도를 했다. 나는 꿈이 아니라 책만 팔 생각을 했을테니까.


이 소설은 꿈을 이뤄나가는 성장 소설이라고 생각해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청소년소설인 줄 알았다. 집을 나간 엄마, 도박에 빠진 아버지, 자신을 키워주던 할머니, 할아버지가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학교에서도 따돌림당하다 자퇴를 하고 가출을 계획하며 편의점에서 일을 하다 음주운전자를 노리고 고의사고를 내어 합의금을 받는 사기를 벌이고 돈을 벌던 '나'는 다행히 더 엇나가지 않고 서점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만난 친구 히키와 발톱의 이야기, 학창시절 왕따의 인연으로 친구(!)가 된 눈곱까지 만나게 되며 더 라이브러리에서의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많은 에피소드가 담겨있는데 사실 친구들과 같이 마약 범죄자를 추적하는 에피소드는 굳이 이야기의 흐름에 필요한 것이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로인해 엄마를 찾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기는 했지만.

물론 서점에서 일어날 수 있는 첩보 스릴러의 느낌이 있어서 어떤면에서는 복선이 되는 에피소드를 넘어 또 다른 서점의 매력을 보여주고 있는것인지도 모르겠다. 


결코 가볍지 않은 '메이드 인 라이브러리'는 그렇게 이야기를 이어가지만 결국은 사람고 사람의 관계, 삶을 긍정하며 살아갈 것인지 부정하며 살아갈 것인지, 한 사람의 어른으로서 선한영향력을 미칠 것인지...와 같은 인생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우연찮게 책을 좋아해서 늘 책을 읽는 일상을 지내고 그 책으로 인해 귀한 인연을 만나게 되는 것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그저 당연하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소설 속 주인공이 책을 좋아할 수밖에 없음을 이해할 수 있는 소설의 결말은 소설을 소설로 읽게 하지만 그래도 감동과 행복이 담겨있어서 좋았다. 


책을 다 읽고나니 서점 주인이 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마음을 채굴하며 꿈을 파는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 속 어른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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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5-01-31 08: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렸을 때 서점 주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조금 머리가 굵어지고 나서는 서점에는 참고서가 많고 도서 대여점에 오히려 내가 좋아하는 소설들과 만화책들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죠. 나중에 출판사 영업팀장으로 일할 때에는 서점이 얼마나 열악한 상황인지 현실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고, 단순히 책이 좋아서, 내가 좋아하는 책에 둘러쌓인 삶은 원했던 내 꿈은, 그냥 돈이 많고 그래서 평생 일 할 필요가 없는 하루종일 책만 읽어도 누가 뭐라고 할 필요가 없는 부자집 아들로 태어났어야 이룰수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썩은 은행 열매에서 비롯되는 뉴욕 거리의 그 독특한 향기.
나는 그 향기도 노트에 적는다...... 뉴욕의 은행나무. 그 기억은 무엇을 보유할까, 공룡의 최후를 기억하는 나무, 빙하기이전부터 있었던 움직이는 (그리고 무너지는) 고층건물들. 그리고 그들 옆에서 역시 무너지는 진짜 고층건물들이것은한없이 무시무시한 기억이다. 네가 왜 악몽을 꾸는지 이제 이해돼? 나는 나 자신에게 말한다. 넌 망각과 싸우려고 오랫동안 그렇게도 은행을 처먹었는데 은행은 끔찍한 일들을 기억하잖아 - P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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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과거가 무슨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던가? 왜 돌아보면 안 되는가? 왜 과거가 그토록 위험하고, 왜 과거를 돌아보는 일이 사람을 소금 기둥으로 변하게 할 만큼 엄청난 죄란 말인가? 종말은 바로 과거를 파괴하러 온다. 소돔과 고모라를 떠나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다. 그것은 쉬운 부분이다. 모두가재난을 피해 도망친다. 진짜 시험은 과거를 잊는 것, 과거를기억에서 지우는 것, 과거를 그리워하지 않는 것이다. 롯의 아내는 도시를 떠났지만 그곳을 끝내 잊지 못했다.
시간은 방금 막 지나간 마지막 초가 아니라 과거로 넘긴(그리고 미래로도 이어질) 실패의 연속이자 발터 벤야민이 말한 폐허 더미이며, 그 폐허 더미 앞에서 역사의 천사는 경악하여 얼굴을 돌린 채 서 있을 것이다. 역사의 천사(클레가 <앙겔루스 노부스>의 모습으로 그린)는 사실 롯의 아내일 수도 있지않을까?
롯의 아내는 왜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는가?
그것이 인간적인 행동이니까.
거기에 무엇을 두고 왔을까?
과거왜 하필 소금인가?
소금은 기억이 없으니까. 소금에서는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다. - P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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