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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쟁 1 - 우리나라 최초의 만화가이자 독립운동가 이도영
박순찬 지음 / 아라크네 / 2025년 8월
평점 :
환쟁이라는 말은 화가를 낮춰 부르는 말일텐데, 한국 최초의 만화가 이도영의 삶과 그림에 대한 일대기를 그렸다는 만화의 작가가 장도리로 유명한 박순찬님이고 책의 제목이 '환쟁'이라는 걸 보니 결코 낮은말 같지 않다. 원래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은 아무리 주위에서 무시를 한다고 해도 그것이 맞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신경쓸 필요가 없는 말에 반응을 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니겠는가. 어쨌거나 좀 쌩뚱맞은 느낌일지 모르겠지만 '환쟁'이라는 책 제목에서 나는 박순찬님의 진한 자부심이 느껴져서 좋았다.
최초의 만화가,라는 것에는 사실 그리 큰 관심이 없었지만 사대부 가문에서 태어나 당시 사회에서 천시되는 그램을 그리며 시대성을 풍자하는 만화를 그렸다는 것에는 놀라지 않을수가 없다.
그리고 일제강점기의 시대상과 역사의 기록이 서사로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만화로 간결하게 핵심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환쟁의 또다른 매력이 아닐까 싶다.
일제가 조선을 침탈하기 시작하면서 바뀌게 되는 민중의 삶과 사대부의 문인화에만 집중되는 현실적이지 않은 화풍에 대한 현실자각적인 내용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아직 그림을 배우고 있는 이도영이 우연히 마주친 복면도둑의 모습에 매료되어 그 얼굴을 그리는데, 이도영의 그림을 통해 그 복면인의 정체가 밝혀지고, 복면인과 이도영의 목숨이 위협을 받게 되는데.......
환쟁을 읽으며 솔직히 말하자면 박순찬님의 그림을 보면서 당대 최고의 기생 매향을 그린다고 했지만 아름다움의 기준이 다른가, 라는 생각을 했다. 그냥 그렇게 책장을 넘기다가 매향과 복면인의 모습을 겹쳐 그린 모습에, 이건 아름다움이 아니라 기세 그 자체라는 느낌이 들면서 살아있는 듯한 그 강렬한 눈빛이 정말 이도영의 그림을 그대로 표현한 것 같아서 감탄했는데 이것이 박순찬님의 그림이구나 싶었다.
그림에 대한 이야기와 민초들의 이야기, 독립을 위해 저항하며 살아내는 이들의 이야기는 어떻게 이어지는지 뒷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지금 조선은 두 개의 적과 싸우는 중이다. 조선을 집어삼키려는 자들과 조선을 팔아넘기려는 자들이다. 그 두 세력과의 전쟁이니 사실 우리에겐 무모한 저항이다. 그러나 패배한다고 모든 게 끝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패배하더라도 저항했다는 흔적은 남는다. 그 흔적을 따라서 훗날에도 싸움은 계속 될 수 있는 것이다.
넌 반드시 살아남아... 지워지지 않는 저항의 흔적이 새겨질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