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의 내면 어딘가 깊은 곳에서 압박이 걷히고 있었다. 그리고 더 깊은 곳에서, 저 멀리서 아주 작은 목소리가, 비통에찬 가느다란 울부짖음이 한숨을 내쉬며 그에게 말했다. 꼭 이겨야 할 필요는 없어. 그 말이, 깊이 있고 진실한 그 계시가 몇시간 동안 그를 짓누르고 있던, 그를 부수려 했던 압박을 물리치고 있었다. 책임감이라는 압박을. 그리고 두려움이라는작은 칼자루를. 에디가 거대한 뚱보를 되돌아보았다. "내가 최고입니다."
그가 말했다. "누가 이기든간에."
"어디 한번 봅시다." 뚱보는 말을 내뱉고 브레이크샷을 쳤다.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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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자일스의 나환자 캐드펠 수사 시리즈 5
엘리스 피터스 지음, 이창남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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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에 결혼을 앞둔 상속녀 이베타가 보호자인 삼촌 부부와 함게 찾아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녀는 예비 신랑인 돔빌이 아닌 조슬린을 사랑하고 있으며 조슬린은 수도원에서의 신성한 결혼식에서 이베타가 혼인을 거부하고 자신에게 오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으며 그녀와 함께 도주할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결혼식에 나타나지 않은 돔빌은 시신으로 발견되고 이베타의 숙부에 의해 조슬린이 가장 유력한 범인으로 지목된다. 감옥에 잡혀 들어가기 전에 도망 친 조슬린은 나환자들을 수용하고 있는 세인트자일스의 병원에서 숨어 지내게 되는데......


세인트자일스 병원으로 찾아 들어오게 된 라자루스의 정체, 결혼식 전날 숙소로 돌아 온 흔적 없이 숲길에서 살해당한 시신으로 발견된 돔빌의 마지막 행적과 그를 살해한 범인의 정체 그리고 이베타의 삼촌 피카르 역시 죽임을 당하는데 그를 죽인 범인의 정체 등 여러 의문의 사건이 발생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캐드펠 수사 역시 자신의 지식을 총동원해 시신을 살펴보는데.....


범인이 밝혀지는 과정이 흥미롭게 읽히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구체적이고 논리적인 추론으로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보다 더 많은 서사를 갖고 있는 등장 인물들의 모습이 더 흥미로웠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라자루스 - 부활한 성인의 이름으로 등장하는 것도 의미심장하지만 그가 행한 합법적인 정의로움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역시나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의 수사 마크의 성실함과 책임감은 살인자 누명을 쓴 조슬린의 무죄를 입증하는 증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그의 존재감을 더 잘 드러내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세인트자일스의 나환자'편에서 가장 큰 조재감을 드러낸 것은 오스윈 수사가 아닐까 싶다. 

캐드펠 수사가 애지중지 만들어 낸 약병을 엎어버려서 캐드펠이 사건에 개입하게 되는 우연을 만들어내지만 그 자신이 어떤 의미로 말을 하고 있는지 전혀 깨닫지 못하지만 캐드펠 수사에게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중요한 말을 하게 된다. 셜록 홈즈가 논리적 추론에 생각이 막혔을 때 왓슨이 별 의미없이 툭 내뱉은 말이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나가게 하는 상황처럼 보이는 그 장면이 이 소설의 또 다른 정점이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사실 이제 시리즈의 다섯권쯤 읽고 있으려니 논리적인 사고, 이해력, 주론 다 상관없이 어떤 인물이 배신자이며 범인인지 눈에 빤히 보이고 있어서 범인 찾기는 그리 크게 중요하지 않게 된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라는 말을 입중하고 싶은 것인지 캐드펠 수사의 사건 해결은 모두 해피엔딩으로 기분이 좋아지는데 이 책의 편집에 있어서는 조금 아쉽다. 일정이 촉박한 탓이었는지 오타가 좀 많이 보였고 이전 책에서는 주석번호만 보이고 실제 주는 달리지 않은 것도 확인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다 이해하고 너그러이 넘겨버릴 수 있다. 그 이상으로 캐드펠 수도사 시리즈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벌써부터 다음 권이 기다려질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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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베드로 축일 캐드펠 수사 시리즈 4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송은경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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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노력이란 얼마나 신묘하며, 그 보상은 또 얼마나 갑작스럽고도 과분하게 돌아오는가! 캐드펠은 생각하며 떡 벌어진 입을 다물었다. 아니, 과분하다는 표현도 어울리지 않지.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고 겸손하게 제 일을 하던 마크 수사에게 이런 보상이 떨어졌으니 말이야"(242)


캐드펠 시리즈를 읽은 사람이라면 마크 수사가 어떤 인물인지 알 것이다.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마크 수사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알겠지만 이번 소설에 대해 이야기하며 마크 수사에 대한 문장을 먼저 쓰는 것은 범인에 대한 결정적인 정보를 언급하는 것이 바로 마크 수사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자신은 그것이 어떤 의미의 말인지 모르겠지만. 


성 베드로 축일 즈음하여 슈루즈베리에 거대한 장이 열리는데 그곳에서 장사로 한몫을 잡으려는 상인들이 상품을 가득 싣고 모여들고 있다. 오랜 전쟁으로 인해 도로가 무너지고 그에 대한 수리를 위해 마을 주민들은 복구비의 일부를 상인들에게 부담시켜 수도회에서 비용을 거둬들여 줄 것을 요창하지만 새로 부임한 수도원장은 이전부터 행하던 관례대로라며 그들의 제안을 거절한다. 그로 인해 반감을 갖게 된 마을의 젊은이들이 축제의 장에서 난동을 부리게 되는데 그들의 무리 중 시장의 아들인 필립이 상인 토마스와 마찰을 일으키게 된다. 그런데 다음날 토마스는 단검에 찔린 채 알몸으로 수로에 빠진 시체로 발견되고 그 전날의 사건으로 필립이 범인으로 지목되는데.....

토마스가 슈루즈베리로 함께 데리고 온 조카딸 에마는 행정관 휴 베링어 부부의 보호를 받으며 살인범의 행방을 찾는데 뭔지 알 수 없는 행동을 하고 그녀가 찾아간 상인 역시 사체로 발견되어 의구심은 더해만 가고......


전체적인 줄거리는 살인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것이지만 그 배경에는 당시 왕권쟁탈을 위한 모드왕후와 스티븐 왕의 정쟁으로 인한 정치적 음모를 가진 사람들이 있고, 자신의 야욕을 숨기고 거짓으로 사람을 대하는 이도 있고 정치적인 것은 모르지만 자신의 작은 실수로 인해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판단에 신중을 기하는 사람도 있고...

살인범을 찾아가는 과정이 주된 줄거리를 이루지만 그 안에서 여러 인간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상황과 성품들이 드러나는데 이 시리즈를 읽을수록 더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은 캐드펠 수도사뿐만 아니라 주위의 등장인물들의 인품이 드러나면서 더 깊은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 느껴지고 각각의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정의감과 사랑에 대한 묘사가 각각의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갖게 하며 이야기를 더 흥미롭게 끌어가고 있다. 


많은 이야기를 하면 재미가 반감할수도 있으니 좀 멀리 돌아서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의 새로 부임한 라둘푸스 원장은 원칙을 고수하며 타협의 여지가 없어보이나 마지막에 사건이 해결되고 난 후 마을주민들에게 수익분배에 대해 다시 언급하는 모습에서 마을공동체와 떨어질 수 없는 수도회임을 보여주고 있는 것도 이 시리즈의 전반에 흐르는 소소한 흥미로움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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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지랄맞음이.
책과는 상관없어 미안해지고있지만.

아니.
내가 뉴스를 띄엄띄엄 봐서 몰랐나 싶다.
우리 아직 독립국가가 아니되었나봄.
친일매국노들의 세상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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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사의 두건 캐드펠 수사 시리즈 3
엘리스 피터스 지음, 현준만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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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세번째 권을 읽기 시작하니 이제 확실히 캐드펠 수사의 매력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첫번째 이야기를 읽을 때는 생각과는 다른 흐름이어서 좀 당황스러웠던 느낌이라면 두번째 권을 읽으면서는 캐드펠 수사의 이야기는 미스터리를 중심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배경 속에서 파생되는 영향이 당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일종의 영향을 미치게 되고 그 안에서 드러나는 여러 인간군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이 소설들의 특징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수도사의 두건,은 실제 수도사의 두건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독성을 갖고 있지만 약제로도 쓰이는 풀을 말하는데 생김새가 수도사의 두건과 비슷하다고 해서 그렇게 불리는 것이다. 

수도원에서 약제를 담당하고 있는 캐드펠은 제대로 쓰이면 약이지만 잘못쓰이면 독이 되는 수도사의 두건을 조심히 다루지만 수도원장의 부재중에 수도원에 재산을 기증하고 남은 여생을 의탁하러 온 영주 보넬이 그 독에 의해 살해당한 것을 알고 충격을 받는다. 더구나 보넬의 재혼한 아내는 캐드펠이 십자군 원정에 떠나기 전 혼인을 약속했던 리힐디스여서 더 당혹해하는데, 오히려 리힐디스는 그를 신뢰하며 독살범으로 의심받고 있는 자신의 아들이자 보넬의 의붓자식인 에드윈의 결백을 밝혀주리라 믿는다.


캐드펠 수사의 과거 연인의 등장과 웨일즈 지역과 잉글랜드 지역의 경계선에서 각자의 법집행에 따른 관습적인 행정처리, 계획에 없었던 살인에 대한 죄의 댓가와 용서에 대해 생각해보며 책을 읽는 흥미로움을 느낄 수 있는데 이에 양념처럼 더해지는 쌍동이처럼 닮은 사촌형제들의 교란작전 역시 소설을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해 준다. 

물론 재산에 대한 욕심으로 불거진 살인 사건이지만 부수도원장의 권력욕에 대한 응징(!) 역시 통쾌함을 주고 있어서 나무랄데 없는 이야기 구성을 갖췄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 사는 세상은 수도 공동체도 예외일수는 없구나,라고 할 수 있달까.

또한 예나 지금이나 세상살이는 다 비슷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은 여러곳에서 느낄 수 있지만 한 부분만 옮겨 본다. 


"만일 법이 절대 오류를 범하지 않는다는 확신만 있다면, 캐드펠은 이 소년에게 당당하게 법정에 나가 무죄를 주장하라고 권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그런 믿음이 없었다. 재판에는 반드시 죄인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행정관은 자신의 수사 방향이 옳다고 믿고 있으니 다른 가능성은 일절 염두에 두려 하지 않을 터였다. 캐드펠의 증언에 귀를 기울이기는 커녕, 오히려 경멸스럽다는 얼굴로 어깨를 으쓱이며 노인네가 교활한 어린애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다고 비꼬지 않겠는가."(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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