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Road -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
박준 글.사진 / 넥서스BOOKS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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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아침에 비가 내릴듯 말듯 꾸물거리는 날씨였기에, 리 오스카의 'Before the rain'이란 음악을 들으려고 시디를 들고 나왔다. 그리고 음악을 듣다보니, 비는 개어 햇살이 비치고 있고, 지금은 My Road가 흐르고 있다. '길'을 듣고 있으니 문득 책을 읽고 절대로 쓰지 못할 것 같은 이 책의 서평을 지금 단 한줄이라도 써봐야지, 하는 생각이 드는것이다.

누구나가 다, 라는 말에 딴지를 거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니 내가 아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라고 해야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길을 떠나는' 꿈을 갖고 있다. 언젠가 자신이 태어난 곳에서 10km이내의 활동영역을 갖고 죽을때까지 그곳에서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일 수 있다, 라는 비슷한 내용의 말을 들은적이 있다. 나는 그때 '그럴수도 있지만, 나는' 이라고 속으로 다른 생각을 마구 펼쳐나가고 있었다. 나는 그런 행복을 꿈꾸지 않는다. 나의 행복은 떠나는 길에서도, 차마 떠나지 못하지만 언젠가는 떠날 수 있을것이라 믿는 길에 대한 꿈에서도 찾을 수 있다고 믿으니까.

내가 지금 그리 많은 나이를 먹은게 아니라면 나는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한없는 부러움에만 빠져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특별한 사람들이라 여기고, 그런 용기가 내게는 없기 때문에 나와는 별천지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만 여기고 넘겨버렸을지 모른다. 하지만 세월이란 건 그냥 흘러가는 것만이 아니라 나에게도 뭔가 가르침을 주면서 지나오는 것이라는 걸 느낀다. 나는... 카오산 로드를 배회하는 그들이 마냥 '부럽다'라고만 여기지 않게 된 것이다. 그들은 그들의 길을 떠난 것이고, 나는 나의 길을 찾는 것이기에.

여전히 나는 꿈만 꾸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꿈을 잃지 않는다면, 나 또한 나의 길에서 아주 커다란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여행이라는 것은 일상을 팽개치고 잠시 길에서 이탈하였다가 돌아오는 일탈의 방편이 아니라, 나의 일상을 더 풍성하게 채워주는 것임을 믿기에.

오랜만에 다시 행복한 꿈을 꾸고 있는 중이다.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 꿈이 정말로 행복한 꿈이라는 것을 확신시켜준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행복했다. 더구나 잠시 잊고 있었던 과거로의 추억여행까지 덤으로 안겨왔다. 십여년 전의 사진을 꺼내들고 엄청 고생하며 다녔던 길이었지만 추억으로 떠올리는 그 길은 아름다울뿐이다. 그래서 거의 모든 그 누군가들은 오늘도 길에 대한 꿈을 꾸고 떠남을 꿈꾸고 있는지도 모르지.

나 역시... 길을 떠나고, 길에서 만난 모든 이와 모든 것을 사랑할 수 있는 아름다움을 갖는 그런 꿈을 잃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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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15 1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신 치바 이사카 코타로 사신 시리즈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사신死神의 이름은 치바. 치바가 일을 하면 언제나 비가 내린다 한다.
으음... 요즘 내가 왜 이럴까? 13계단은 13일에 읽어주는 센스를 보여주더니, 사신 치바는 양동이로 퍼붇듯 쏟아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읽었으니 대단하지 않은가? 일을 할때면 항상 비가 내린다는 문장이 하나도 어색하지 않다!

괜히 비교를 해 보자면 우리나라 저승사자들은 아주 똑똑한데, 일본의 사신들은 어딘가 좀 모자라는 느낌이다. 그런데 그 모자라는 느낌의 사신들이 인간들과 나누는 대화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냥 넘겨버릴 수 없는 말이 너무 많은것이다. 은유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신 치바는 엉뚱하게 - 때로는 귀엽기까지 한 물음을 내뱉지만 한순간 멈춰서서 그의 말을 생각해보게 하는 뭔가가 있다. 그래서 술렁술렁 넘기며 빨리 읽을 수 있는 이 책이 책장의 마지막을 덮어버릴때까지 재미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 어려운 것도 없고, 사실 치밀한 구성도 없다. 하지만 막판에 꼬리를 잡고 뒤흔들 듯 뒤집으며 보여주는 막판 뒤집기가 '앗, 재밌는걸?'하는 마음이 들게 한다. 처음에 잠깐 항상 비를 몰고 다니는 치바가 맑은 날을 보게 될까? 라는 생각을 해 봤었는데... 그래, 쨍,하고 맑은 하늘을 보는 치바의 느낌은 어떤 것일까? '은유'라는 걸 모르는 단순한 치바인데 말이다.

치바가 인간세상으로 내려와 일을 하는 것은 '죽음'의 사신으로서 오는 것이지만, 왠지 치바를 미워할 수만은 없게 된다. 인간은 누구나 죽음과 무관할 수 없으며, 치바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갑작스러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 것 같으니까.

항상 비를 몰고 다니며 음악만 있으면 모든 것이 용서되는 치바, 대화의 포커스가 미묘하게 빗나간다고 하지만 나는 그 미묘하게 빗나가며 내뱉는 치바의 대화가 무척 마음에 든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느낌이 아니라 쏴~ 하고 내리는 비를 몰고 다니는 느낌의 치바 역시.
아침부터 비가 억수로 쏟아지고 천둥 번개가 하늘을 뒤흔들었지만,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저 멀리 파란 하늘이 보인다. 사신 치바를 읽기에 딱 좋은 날이었던 것은 오늘 내게 주어진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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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7-15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신땜에 비가 왔구낭^^
 
바다를 방랑하는 사람들
밀다 드뤼케 지음, 장혜경 옮김 / 큰나무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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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신선한 물고기는 냄새가 나지 않는 법이었다" (232쪽)

 소위 잘 나간다,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바다위를 떠돌며 생활하는 사람들을 찾아가서 그들과 생활하면서 보여주는 모습이 어떨까... 라는 의문이 들기는 했다. 별다른 느낌없이 무심코 집어들어 이들의 발자취를 따라 흘러가다보니 어느순간 갑자기 내가 욕심쟁이가 되어 있고, 삶을 즐길 줄 모르는 바보가 되어버렸다..

제일 먼저 밥 먹고
밥 먹고 나면 자고
자고 나서 커피 마시고
커피 마시고 나서 고기 잡으러 간다네.

아무것도 없이 그저 바닷물이 흘러가듯 흘러가는 삶,이 무의미하다고 할 것인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 책을 집어 던지고 싶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이들의 이런 삶에서 그들의 웃음과 행복을 느꼈다. 자유로운 사람들, 행복한 사람들인 것이다.

협소한 건 배가 아니다. 협소한 건 배를 탈 때 육지에 두고 오지 못한 사람들의 좁은 마음이다. 상대방의 태도에서 내 모습을 비춰 보지 않으려는 마음, 죄를 남의 탓이나 외부 상황의 탓으로 돌리는 마음이다. 자유는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자유는 마음의 자세다.

바조족, 그들은 음식을 남기는 법이 없었다. 생각이 너무 많지도 않으며, 앞날을 미리 걱정하지도 않으며 얽매여 있지도 않다.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이고, 그들의 자유로운 삶의 방식은 소유와 집착이라는 것을 부끄럽게 만들어버린다.
안개가 낀 바다를 바라보면서 섬 전체에 비릿한 해초 냄새가 퍼질 때, 나는 바다 냄새를 싫어한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음을 새삼 느껴보게 된다.
그래, '신선한 물고기는 냄새가 나지 않는 법'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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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보물창고 - 공상 소년소녀가 떠나는 파리 뒷골목 탐험-보물창고 시리즈 보물창고 시리즈
박은희 글, 이경인·박은희 사진 / 브이북(바이널)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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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공상 소년소녀가 떠나는 파리 뒷골목 탐험''이라는 부제를 보고 들떴다. 색다른 디자인과 멋진 사진들. 내가 원한 책이야!를 외치며 눈으로라도 파리를 즐겨야지.. 하고 있었던 것이 책을 펼쳐들고 본격적으로 읽기 전의 마음.

절반정도는 정독하다시피 사진과 사진 설명, 텍스트 내용을 꼼꼼히 읽어나갔지만 갈수록 아니었다. 물론 이런 내용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적어도 내가 원한 것은 아니었다는 뜻이다.

색다른 풍경과 골목골목 돌아다니며 볼 수 있는 특이한 물건들과 곳곳에 숨겨져 있는 맛있는 음식점, 찻집.. 그런 것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재미가 여행일수도 있지만 사람들과의 만남과 이야기가 없는 이 책은 그냥 여러장의 사진을 나열한 것 뿐이라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내게는 별로 맞지 않는 책이었던 듯.

몇년 전 도깨비여행이라는 걸 갈때 여행사에서 그냥 나눠줬던 일본 동경 여행책자가 오히려 좀 더 나아보인 것은 동경을 다양한 모습으로 즐길 수 있는 볼꺼리 먹을꺼리 쇼핑꺼리가 광범위하게 나왔고 축제에 대한 안내도 있었다는 것. 참, 먹을꺼리에 대한 것도 단지 음식점 소개로 끝나지 않고 어떻게 즐겨야 맛을 두배로 느끼며 일본음식의 참맛을 느낄 수있는지에 대한 것도 나왔었던 걸 떠올려보면 역시 이 책은 내게 ''사진'' 말고는 별로 남는게 없는 듯 하다.

이 책을 좋아할 사람들도 많겠지만 - 파리에 관심있거나 파리 여행을 꼼꼼히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은 분명 좋아할 책일것이다. 하지만 내게는 술렁 보고 넘겨버릴만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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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모와 어둠 속의 기적 - 전2권 세트
발터 뫼르스 지음, 이광일 옮김 / 들녘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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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친절한 방랑객과 함께 하는 것은 언제나 기쁨이지요"
"오, 후대에 감사드리며, 지나친 폐를 끼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차모니아에서의 손님을 맞는 공식 인사는 이런거지요. '친절한 방랑객과...' 그 말을 들은 손님은 당연히 감사의 인삿말을 해야합니다. 루모의 모험담을 다 읽고 나서 왜 이 말이 자꾸 머릿속을 맴돌았을까.. 생각해보니, 친절한 방랑객과 함께 하는 것은 언제나 기쁨이다, 라는 인사는 내가 해야하는 말이라 그런 듯 합니다. 발터 뫼르스가 풀어놓는 무한한 상상의 세계에 함께 한다는 것은 언제나 기쁨일수밖에. 안그런가요?

볼퍼팅어 루모의 탄생과 모험, 은띠를 찾아 떠나고 결국은... 은띠를 찾게 되는 - 여기서 결론을 얘기한다고 해도 당신의 상상력으로는 루모의 모험을 떠올리기 힘들 것 같으니 그냥 얘기해도 되겠죠? 결국은 은띠를 찾게 된다는 얘기지요. 물론 은띠를 찾은 후의 모험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안할테니까 기대하고 루모의 모험을 찾아 떠나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루모의 모험 이야기는 내가 아무리 떠벌이며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직접 눈으로 보는 것만 못할꺼예요. 흔히 책을 읽다보면 '아하, 이렇게 돼서 결국은 이리 되겠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곤 하잖아요. 그런데 루모의 이야기는 추리 소설도 아닌 모험 소설인데 한발짝 내디디면 어떤 광경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지 저얼대로 짐작할수 없어요. 그만큼 루모의 모험을 따라가는 것이 재밌어진다는 얘기지요.

"운명은 제 길을 간 것이고, 그 길은 늘 탄탄대로도 아니었다"

루모가 지하세계로 갈 때 좀 더 쉬운 길이 있었음을 알고 잠깐 후회할뻔도 했지만, 그랬다면 두 친구를 만나지도 못했을 것이고, 그러면 도움도 받지 못했을 것이고... 등등의 생각을 하며 내린 결론입니다. 물론 '운명'이라고 해서 내의지가 하나도 들어가지 않는 예정된 일이라고 믿는건 아니겠지요? '모든 것은 바라는 대로 이루어진다'라는 운명적인(^^) 말을 떠올려보면 '탄탄대로가 아닌 길을 걷지만 내가 원하는 바를 이루었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또 그건 루모가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용감하게 앞을 향해 나아갔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겠지요.

아 참, 루모의 이야기는 환상이고 지나친 상상의 이야기이다, 라고 생각하고는 애들이나 읽는 책이라고 생각하는거 아니죠? 아이들에게는 조금 잔혹한 부분이 있지 않을까..싶은데요? 오히려 루모의 모험 이야기는 일상에 찌든 어른들을 위한 멋진 무용담이라구요. 그리고 루모를 볼 때의 보너스 하나. 발터 뫼르스의 기상천외한 그림들이 눈을 더 즐겁게 해 줄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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