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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화하는 神의 나라 - 일본 지배세력의 정신세계
노 다니엘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책을 읽고 잠시 생각해봤다. 내가 알고 있던 일본은 어떤 느낌이었는지, 일본이라는 나라는 내게 어떤 의미가 되는지.
어린시절 - 나는 머리가 나빠서 그런지 어린 시절의 추억을 잘 떠올리지 못한다. 하지만 초등학교 3학년때 나도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서 적응하는 단계를 거쳤으면서 뻔뻔하게도 일본에서 살다 전학 온 친구를 내심 무시했던 기억은 아직도 나를 부끄럽게 한다. 막연하게 느꼈던 일본에 대한 적개심 비슷한 감정을 그 친구에게 쏟아버렸던 것일까? 이 기억은 서경식의 디아스포라 기행을 읽는 내내 나를 부끄럽게 하더니 일본에 대한 책을 읽게 되니 다시 또 떠올라버렸다.
막연한 거부감을 나름대로 극복(?)하고 일본 문화를 조금씩 접하게 되면서 철없던 시절의 철저한 거부감도 사라지고, 철없이 무조건 따라하거나 좋아하는 시기도 넘겼다고 생각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내게 일본은 '외국' 이외의 다른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본의 문화적인 부분을 접하게 되면서 우리의 베끼기식 문화를 보게 되는 어이없음도 한순간이었고, 내가 접했다고 생각하는 문화의 측면도 극히 편향된 일부분이기 때문에 일본을 안다라는 이야기도 할 수 없었다. 이런 내가 사회정치경제 영역에 관심이 있었겠는가.
친구와 이야기하다 우연히 일본의 연도표기에 대해 물어봤을 때, 일본의 천황에 따라 연대표기를 한다는 얘기에 어이없어 했던게 바로 한달 전이다. 아무 의심없이 소화, 헤이세이라는 글을 읽다가 왜 갑자기 한달전쯤에야 의문이 생겨난 것인지 그 이유는 모르겠지만, 조금씩 일본이라는 나라를 알게 된다고 생각하는 한편으로 알수록 점점 더 이해할 수 없는 일본이 멀어져가고 있었다..
이 책이 객관적이다, 라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지만 나름대로 어느 부분에 대해서는 일본 지배세력의 정신세계에 대한 사실의 나열이라는 부분에 대해 동의한다. 그래서 쉽게 읽어버릴 수 없는 책이었지만 꽤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어린 시절을 그곳에서 보낸 친구에게 일본인들의 천황에 대한 인식을 스치듯 들었던 기억때문인지 한걸음 더 나아가 일본을 지배하려고 하는 우익인사들의 행태가 그리 충격적이지는 않다.
과학으로 사물현상을 증명하는 시대에도 여전히 미신을 믿는 이가 있는 것처럼, 일본에도 절대다수는 아니겠지만 여전히 만물의 신을 숭상하고 야스쿠니의 절대적인 신격화와 천황에 대한 절대충정을 따르는 사람도 있는것이려니...하고 가볍게 생각하려 하지만 여전히 뭔가 내 뒤통수를 잡아당긴다. 내 생각과는 다르게 소수 지배자들의 이익을 위해 정치판에 뛰어드는 이들을 국회의원으로 뽑아버리는 우리나라의 지배세력을 타인은 어찌 바라보겠는가. 우경화되는 이들을 바라보는 내 시각이 편향적인 것일까. 어쩌면 이리도 닮은 꼴로만 보인단 말인가.
어쨌거나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일본의 전체라고 보고 싶지는 않다. 일본 지배세력의 정신세계,라는 부제가 반드시 일본의 지배세력 전체를 이야기하는 것이라고도 생각하지는 않는다. 물론 하나의 흐름으로써 일본의 군국주의가 전체적으로 확산되어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다른 모든이가 뒷짐지고 바라보고만 있지는 않겠지.
원체 관심이 없는 이야기들이라 그 심각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해의 차원을 떠나 일본 내 일부 천황주의자들의 극단적 사상이 어이없을 뿐이다. 문화적 측면에서는 앞으로 좀 더 일본이라는 나라를 이해하기 쉬워질 듯 하지만, 여전히 일본의 정치행태는 미친짓으로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아니, 이 책을 읽어보기 전에는 그저 미친 발언을 하는 일본의 군국주의 정치가들이라고만 생각했었지만 이제는 한가지가 더 따라붙는다. 정말 이해하기 힘든 사상과 사고체계를 가진 일부 정치가들,이라는.
그나저나 미친듯해 보이는 그들이 꾸준히 자신들의 영향력을 넓혀나가려고 부단히 애를 쓰고 있는 이 시점에서 올바른 역사관과 정치의식을 가진 자들의 저변 확대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것일까, 궁금해진다. 더불어 여전히 우익이 주도권을 잡고 있는 일본을 상대로 우리는 어떤 대응을 하고 있는 것일까 궁금해진다.
지금도 여전히 내게 일본은 아무 의미없이 즐기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외국,인 뿐인걸까? 이것 역시 궁금해지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