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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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맘에 들었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이라는 제목만큼이나
엄부랑지게 맘에 드는 표지 디자인.

이야기의 시작은 그것이었다. 우연찮게 발견한 열쇠,는 어느 자물쇠에 맞는 것인가.
그것을 찾아가는 오스카의 여정과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교차되고 중복되면서 이야기는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는 듯 하지만, 실질적으로 우리는 한걸음씩 앞으로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 과거의 어느 시점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오스카가 찾는 '블랙'
블랙이 블랙을 썼다, 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검정 펜을 들고 '블랙'이라고 쓴 것은 이름일까, 검정일까.

책의 앞머리에 나온 이 사진때문에 한동안 나는 책 속의 사진을 오해했다. 나중에 그 사진의 실체를 알고 그냥 아무 생각없이 '헤~' 하며 책을 쳐다봤던 내가 너무 비인간적으로 느껴져버렸었다.
새, 는 비둘기,라 생각했지만 평화,가 아닌 '전.쟁'으로 남아버렸다.

나를 용서하고.
그에게 평화의 안식을.
우리에게 평화가 있기를.

행복,한가요?

듣고 있습니까?

말을 잃어버렸나요?
예,와 아니오,를 이야기해주시길.

마지막 장,까지 책을 다 읽고 이 사진을 다 보고 나면
마음안에 응어리진 무엇인가가 어느새 조금씩 풀려있는 것을 느끼게 된다.
마음껏 울어버리고 나면 담담해지는 마음처럼.


모두가 마음껏 웃을 수 있는지, 는 아직 의문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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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비 2006-12-03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가 있는 곳에 왜 나는 없는가. "노동하는 섹슈얼리티"라는 책에 "왜 우리는 여기 있고 그들은 저편에 있는가"라든가 하는 문장이 있었지요. "나"는 아주 쉽게 타자를 배제해버려요. 이 책, 나중에 꼭 읽겠습니다.

chika 2006-12-03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플라이, 대디, 플라이 더 좀비스 시리즈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구판절판


우리는 시험문제를 잘 풀지 못한다는 단 하나만의 이유로 쭉정이 취급을 당해요. 우리가 어떤 인간성을 가지고 있는가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거죠. 간단히 시험을 쳐서 그 결과로 인간을 분류하고 레테르를 붙이고 알기 쉽게 한 곳에 모아서 관리하려는 게 기분 나빠요.

우리는, 우리가 무얼 할 수 있는지, 어떤 인간인지 보여주고 싶어요. 지금 우리를 관리하는 놈들이라든지. 미래에 우리를 관리하려하는 놈들에게.-117-118쪽

나는 지금까지 힘껏 살아왔어. 다른 사람에게 조금도 부끄럽지 않게 살아왔어. 그렇지만 지금은 모든 게 부끄러워. 박 군의 말대로, 나는 지금까지 반경 1미터 정도의 시야밖에 갖지 않았던 거야. 우연한 기회에 자네들을 만나 그걸 깨닫게 되었지.....
나는 박군을 위해 지금까지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 그같은 존재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어..... 그에게 더 이상 그런 식으로 싸우게 하고 싶지 않아...... 나는 고작 샐러리맨이고 세상을 바꿀 힘도 없지만, 그대신에 그를 지켜주고 싶어.... 나는......
나는 강해지고 싶어.-142쪽

왜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 때문에 벌벌 떨어! 공포는 기쁨이나 슬픔과 똑같이 그냥 감각일 뿐이야! 나약한 감각에 사로 잡히지 마!-1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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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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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렇게 외로운 이가 내가 살아온 동안 죽 바로 가까이에 살고 있었단 말인가? 진작 알았더라면 위층으로 올라와 친구가 되어주었을 텐데. 아니면 장신구라도 좀 만들어주든가, 유쾌한 농담도 해주고, 아니면 탬버린 콘서트라도.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이렇게 외로운 또 다른 누군가가 아주 가까운 곳에 있지 않을까 궁금해졌다. 비틀스의 [엘리노어 리그비 Eleanor Rigby]가 생각났다. 정말 그렇다. 그들은 모두 어디 출신일까? 모두 어디에 속해 있을까?-225쪽

샤워기에서 나오는 물에 맥박, 체온, 뇌파 등에 종합적으로 반응하는 화학 물질을 처리해서, 피부색을 기분에 따라 바꿔주면 어떨까? 엄청나게 흥분했을 때는 피부가 초록색으로 바뀌고, 화가나면 붉은 색, 기분이 십장생 같을 때는 갈색, 우울할 때는 파란색으로 바뀌는 거다.
그러면 모두 다른 사람들의 기분을 알 수 있게 될 테고, 서로 좀 더 조심할 수 있겠지. 피부 빛이 자주색이 된 사람한테 네가 늦게 와서 화가 났다는 말을 하고 싶지는 않을 테니까. 마찬가지로 분홍색이 된 사람한테는 등을 두드려주면서 '축하해!'라고 말해 주고 싶을 것이다.-225쪽

좋은 발명이라고 생각되는 이유가 또 있다. 어떤 기분이 강하게 들기는 하는데 그게 무엇인지는 알쏭달쏭할 때가 아주 많기 때문이다. 내가 낙담한 건가? 실은 겁을 먹었을뿐인가? 그러한 혼란에 휘둘리다보면, 이도 저도 알 수 없는 애매하고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상태에 빠진다. 하지만 이 특수한 물만 있으면 오렌지색이 된 손을 보며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난 행복해! 실은 내내 행복했던 거야! 정말 다행이야!-2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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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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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해야되는 일 없이 뭘 할까, 하다가 우연히 보게 된 영화가 엄청나게 감동적이고 믿을 수 없게 대단한 작품이라면 그 벅찬 느낌에 영화에 대한 느낌을 말하지 못해 몸을 부르르 떨기만 하고 '꼭 봐야돼!'를 외치게 되는 경험을 해 본적이 있는지.
나는 가끔 영화를 보고 나서도 그렇지만, 책을 읽고나서도 그런 경험을 한다. 막연히... 집어든 책이 아주 좋았을 때, 책을 다 읽고 차분해질만큼의 시간을 갖지 못하면 내 안에 담긴 말이 허공을 맴돌아버리고만다.
지금의 내 느낌이 그렇다.

소설이, 소설책이 이럴수도 있는거였다.
뭔가 특별해보이고, 재미있어 보이는 편집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 자체가 소설책의 일부인것을 책을 읽으면서야 알았다. 더구나 이 소설, 어떤 내용인지도 모르면서 막연히 '괜찮을거야'라는 생각만으로 집어들어 읽기 시작했는데 - 사실 '재미있을꺼야'라는 생각을 확고히 하면서 읽기 시작했을 때 갑자기 슬프다는 느낌이 들어버리는 것을 어쩌지 못해 읽던 책을 덮어버리고 잠을 자버리고 말았다. 처음 책을 읽었을 때.

사진의 의미가 무엇인지 몰랐고, 여백의 의미가 무엇인지도 몰랐고, 책을 다 읽은 지금까지 중간의 그 기나긴 숫자가 말하는 뜻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지만 가만히 되돌아보면 볼수록 이 한 권의 책 안에 담겨 있는 것이 너무 많아 내 몸이 자꾸만 무거워지고 있다. 나를 짓누르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내 무게는 자꾸만 무거워지고 있어. 하지만 조금씩 내 몸에서 눈물이 빠져나와 다시 나를 가볍게 해 줄 것이다. 

'삶은 죽음보다 더 무시무시하니까'(450) 잃을까 두려워 떠나게 된 할아버지를 어떻게 이해할까. 아들에게 차마 하지 못한 이야기를 보내지 못하는 편지글로 대신하는 할아버지의 마음을 나는 알 수 있게 될까? 오스카의 마음은? 엄마의 마음은? 또 할머니의 마음은?
의미없이 읽고 지나가버린, 때로는 이해할 수 없이 기이하고, 엉뚱해서 웃어버리고 만 그들의 이야기가 다시 되돌아가면서 깊은 연민을 느끼게 하고 슬픔을 통해 정화되어가는 느낌을 갖게 하고 있다. 책을 읽는동안에도 나는 빠져들어갔는데 책장을 덮고 난 지금 더 깊이 나를 끌어들이고 있다.

녹화 테이프를 되돌리듯이 되감기를 하면 이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삶은.

모든 걸 되돌린다면 죽음도 없이, 아무런 아픔도 슬픔도 없이 무사하게 될 수 있겠지만, 현실의 삶은 결코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지금 왠지, 오스카의 이야기처럼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기만 하다. 비현실적인 - 하지만 현실인 - 마지막의 사진은 절대 되돌릴 수 없는 사실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를 무겁게 하지만은 않는다.
오스카의 기나긴 여정을 함께 한다면 이 말의 느낌을 알게 되리라 생각한다.
부디 꼭 오스카의 이야기를 듣고 그와 함께 블랙을 찾아다녀보시기를.

사상이니 정치니 하는 모든 것을 떠나 뜻하지 않은 사고로 세상을 떠난 모든 이와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보내야 했던 모든 이가 평화를 얻기를.
잃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사랑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달아 사랑하며 살아가야 하는 시간을 놓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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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11-30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이 책에 대한 평가가 너무 엇갈리네...

chika 2006-11-30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그래요? 다른 사람들의 반응은 안살펴봐서리;;;;;
어쨌든 저는 무지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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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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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시간의 역사] 첫 번째 장을 읽은 건 아빠가 아직 살아 계셨을 때였다. 삶이 얼마나 상대적으로 무의미한지, 우주와 시간에 비하면 내가 존재하느냐 존재하지 않느냐가 얼마나 사소한 문제인지를 생각하면 부츠가 믿을 수 없을 만큼 무거워졌다. 그날 밤 아빠 품에 안겨 그 책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나는 아빠가 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생각해 낼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무슨 문제?" "우리가 상대적으로 무의미하다는 문제요" -122쪽

"음, 네가 비행기를 타고 가다가 사하라 사막 한복판에 내려서 핀셋으로 모래 한 알갱이를 집어 1밀리미터 옆으로 옮겨놓는다면 어떻게 될 것 같니?" "아마 전 탈수증상으로 죽고 말겠죠" "아니, 네가 모래알 한 개를 옮겨놓을 때, 바로 그 때를 말하는거야. 그러면 무슨 일이 생길 것 같니?" "모르겠어요, 어떻게 돼요?" "생각해보렴" 생각해봤다. "모래알 하나를 옮긴다고 생각해 보고 있어요."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 것 같니?" "모래알 하나를 옮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요?" "그건 네가 사하라를 변화시켰다는 뜻이다" "그래서요?" "그래서라니? 사하라는 광대무변의 사막이야. 수백만 년 동안 존재해 왔다고. 그런데 네가 그 사막을 바꿨단 말이야!" "정말 그러네요!" 나는 벌떡 일어나 앉으면서 외쳤다. "제가 사하라 사막을 바꿨어요!" "무슨 의미겠니?" "무슨 뜻인데요? 말해주세요." -122쪽

"음, 지금 [모나리자]를 그린다든가, 암을 치료한다든가 하는 얘기를 하고 있는게 아니란다. 그저 모래 알갱이 하나를 1밀리미터 옆으로 옮기는 얘기를 하고 있는거야" "그래서요?" "네가 그 일을 하지 않았더라면, 인류의 역사는 그때까지 흘러왔던 대로 죽 진행되었을테지...." "으흠?" "하지만 네가 그 일을 한다면, 그러면......?" 나는 침대 위에 일어서서 손가락으로 가짜 별들을 가리키며 소리를 질렀다. "제가 인류역사의 진행 과정을 바꾼 거예요!" "바로 그거야" "제가 우주를 바꿨어요!" "네가 해냈어" "전 신이예요!" "넌 무신론자잖아." "전 존재하지 않아요!" 나는 침대위로 펄썩 쓰러져 아빠의 팔에 안겼다. 우리는 함께 신나게 웃어댔다.
뉴욕에 사는 '블랙'이라는 성을 가진 사람들을 마지막 한명까지 모조리 만나보겠다고 결심했을 때도 그때와 비슷한 기분이었다. 상대적으로는 무의미하다 해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 상어가 헤엄을 치지 않으면 죽어버리듯이, 나도 뭔가 해야했다.-1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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