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차
미야베 미유키 지음, 박영난 옮김 / 시아출판사 / 2006년 10월
구판절판


화차여, 오늘은 우리 집을 스쳐 지나가더니 또 슬픈 어느 곳으로 돌아가느냐

* 화차火車 ; 생전에 악행을 한 망자를 태워 지옥으로 옮기는 불수레-127쪽

죽은 자는 산 자의 내면에 흔적을 남기고 간다. 사라은 흔적을 남기지 않고 살아갈 수 없는 존재다. 벗어 던진 윗도리에 체온이 남아 있는 것처럼, 머리빗 사이에 머리카락이 끼어있는 것처럼 어딘가에 무언가가 남아 있다.-189쪽

풍경은 그것을 보는 자의 눈 안에 있다. -261쪽

자신한테 일어난 일을 그런식으로밖에 해결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는 거란다..... 앞으로 너희들이 살아가야 할 이 사회에는 자기 자신과 현실에 대한 불만을 폭발적이고도 광적인 힘으로 해결하려는 인간들이 더욱더 늘어날 것이라고. 그런속에서 어떻게 살아나가야 할 것인지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힘을 키워 줘야 한다.-3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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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은 속삭인다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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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그것은 어른 쪽에서 시작된 차별이었다. 차별에는 강한 전염력이 있기 마련이다. 대항할 힘이 없는 어린아이는 쉽게 감염될 수 밖에 없다. 때로는 스스로 나서서 전파시키기도 한다. 재미있기 때문이다............ 무엇하나 부끄러운 짓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마모루는 늘 혼자였다.-98-99쪽

네 아버지는 나쁜 사람이 아니었어. 그저 약했을 뿐이지. 슬플 정도로 약했지. 그 약함은 누구에게나 있는 거야. 네 안에도 있어. 그리고 네가 네 안에 있는 그 약함을 깨달았을 때 '아아, 아버지랑 똑같구나' 하고 생각하겠지. 어쩌면 부모가 그러니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할 때도 있을지 몰라. 세상 사람들이 무책임하게 '피는 못 속인다'는 말을 하는 것처럼 말이야.
.. 인간에는 두 종류가 있어. 하나는 할 수 있는 일이라도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면 하지 않는 인간, 다른 하나는 할 수 없는 일이라도 하고 싶다고 생각하면 어떻게든 해내고 마는 인간. 어느 쪽이 좋고 어느 쪽이 나쁘다고 단정할 수는 없어. 나쁜건 자신의 의사로 하거나 하지 않거나 한 일에 대해 변명을 찾는거지.-1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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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지침서 (양장)
쑤퉁 지음, 김택규 옮김 / 아고라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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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소설 세편을 읽었다.
처첩제와 관련된 처첩성군, 이혼과 관련된 이혼지침서, 전쟁이야기 등불 세 개.
아, 이렇게 쓰고 나니 정말 별 이야기 아닌 것 처럼 되어 버렸다. 어쩌나. 이 세 단편은 모두 긴 여운을 주고 있는데.... 아, 서평은 이렇게 쓰는게 아니었는데....

사실 중국의 주목받는 작가라든가, 중국의 사회상을 그려낸 것이라든가 그런 거창한 말을 떠올리면 더욱더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가 힘들어진다. 아무런 수식 없이 내가 읽어 낼 수 있는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보지만 이미 되돌릴 수 없게 되어버렸다.

맘 편하게 이 소설들을 읽어나가기 시작하면 순간 순간 번득이는 듯한 재치있는 말솜씨에 웃음이 나온다. 아차 하는 순간에 그 웃음이 바로 허탈한 한숨으로 변해버리기도 하지만 쑤퉁이라는 사람의 말솜씨는 훌륭하다. 심각한 사회제도와 가정의 문제를 명랑하게 그려보이고 있다. 물론 그 명랑함은 '등불 세 개'를 읽을 때 절정에 달한다. 나의 경우,에 한한것이지도 모르지만.
통통거리며 비엔진의 뒤를 따라 웃음 짓고 있다가 갑자기 뒤통수를 맞는 듯한 느낌에 빠져들어버리곤 했다. 그러면서 나는 등불 세 개의 이야기가 중국의 내전을 다룬 소설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비극적인 사건을 비장하지 않게 그려내는 쑤퉁의 말쏨씨에 끝까지 빨려들어 간 것 같다.

세 단편은 전혀 다른 이야기이지만 어딘가 닮아있고, 내게 아주 익숙한 듯 하지만 너무나 낯선 이야기들이다. 옛날 옛날에 중국은, 이라거나 지금의 중국은 말야, 라는 이야기를 해 주는 것이 아니라 '자, 내가 이야기를 하나 들려줄께...'라고 시작해서는 간혹 웃음을 던져주며 담담히 이야기를 끌어가다 갑자기 뭔가 불안함이 느껴지며 '이거 슬픈 이야기야?'라는 생각이 들 즈음에 이야기를 툭, 끝내버린다. 내 느낌은 그렇다는 것이다.
쑤퉁의 이야기가 현실에 대해 지독하게 냉소적인 듯 해보이지만 그래도 연민이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딘가 익숙한 듯 하지만 조금은 낯선 그의 이야기들을 좀 더 듣게 된다면 조금 더 쑤퉁의 이야기에 접근할 수 있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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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이 나를 입은 어느 날 반올림 9
임태희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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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다.
추운 날,이라고 하는데도 아직 우리 사무실은 전체 난방을 하고 있지 않다. 아마도 석유난로를 피우고 있는 전체 난방을 책임지고 있는 부서가 자기들 따뜻한 것만 알고 난방에는 신경쓰고 있지도 않은 탓일것이다. 하지만 어느 누구 하나 그 부서에 이야기 하지 않는다. 모두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들과 이야기하는 것조차 싫어서 그냥 추위에 떨고 앉았다. 개인용 히터를 온풍으로 써버리면 되는거지, 머.
그러고보니 생각났다. 더 추워지기 전에 사무실에서 걸쳐입을 만한 옷을 사려고 했는데....

이런 상황에서 나는 책을 받았다. '옷이 나를 입은 어느 날'
내가 옷을 입은 것이 아니라 옷이 나를 입었다고? 재밌는 생각이네. 이건 도대체 뭘 얘기하려는거지?
요즘 아이들의 생각은 도통 모르겠다. 나는 나름대로 많이 얘기하려고 한다지만, 언젠가 인터넷에서 봤던 한 청소년의 글이 비수처럼 내게 꽂혀있어 나는 절대로 그들을 믿지 않는다. 물론 나 자신도 믿지 않는다. 그때 그녀석은 자신들에게 보이는 어른들의 관심을 그런식으로 튕겨냈다. "당신들은 우리를 이해해주는 척 들어오고 있지만 그것 역시 진정한 이해가 아니라, 우리의 말을 들어주는 척 하다가 결국은 당신들의 이야기를 강요하고 있는거 아닌가"
물론 그것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정부분은 맞는 말일 것이다. 서로 다가서려고 하지만 결코 다가서는 것만이 행복일수 없는 고슴도치들 마냥 어른인 나는 청소년들을 100% 이해해 줄 수 없다. 그냥 그들을 있는 그대로 100% 받아들일 수도 없다. 하지만 그게 큰 문제인가. 어차피 타인은 온전히 내가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럼, 나 자신은 어떤가?

"난 그냥 무난한 옷을 입어. 외로운 건 질색이거든. 튀는 건 어쨌거나 외로운 거니까"
"나도 알아. 외로움도 견딜 줄 알아야 한다는 거. 하지만 난 고독을 즐길 줄 모르고 상처 받는 일이 무척 겁이 나. 굳이 나를 왕따시킬 빌미를 제공하고 싶지도 않아. 그래서 옷 입을 때 신경을 쓰는 거야. ... 난 얼마든지 나 자신을 그럴 듯하게 포장할 수 있어. 그럼 난 언제나 세련된 멋쟁이일 수 있고 상처 받을 일도 없는거야"(83-84)

언젠가 본 카툰에는 그런 그림이 있었다. 지극히 평범하게 학교를 다니고 있는 친구가 어느 날 무심코 봤더니 다들 유행하고 있는 독특한 스타일의 운동화를 신고 있는데 아주 무난한 신발을 신고 있는 자신이 오히려 더 튀는 모습이 되어 그 다음 날 바로 유행하는 신발을 신고 학교에 가는 내용의 카툰이었다. 그것이 바로 지금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저 내 몸에 맞춰 적당히 옷을 꿰입고 무난하게 계절과 날씨에 맞춰 옷을 입으면 그만이지만 아이들에게는 옷을 입는 것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나타내고 있는 것마냥 필사적이다.  그건 그들의 생각이 어려서가 아니다.
모자를 사려는 각진 턱의 친구에게 짜증나는 말을 내뱉는 모자들에게 '나'는 아무런 얘기도 하지 못한다. '억울했지만 어쨌든 모자만의 잘못도 아니었다. 각진 턱에 어울릴 만한 모자를 만들지 않는 건 모자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으며 사람의 능력이 안되어 그런 모자를 안만드는 것이 아니라 굳이 그러려고 하지 않기때문이라는 것도 알고 있으니까. (52)

세상은 이미 그렇게 만들어진 옷을 놓고, 아이들에게 그에 맞춰 옷을 입고 살아가라고 강요하고 있는 듯 하다. 어느 날 문득 눈을 뜨고 옷장을 살펴보다가 '옷이 나를 입고 있는' 걸 깨달아 버린 임태희씨의 마음이 그걸 들어버린 거 아닐까? 옷이 나를 입고 있어....
어쩌면 좋을까? 

세일러 문은 '정의의 이름으로 널 용서하지 않'기 위해 변신을 하여 세상을 구원한다. 그런 세일러 문의 변신은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에게 얼마나 희망이 되어주고 있을까. 아니, 우리의 아이들은 '정의의 이름으로' 변신을 꿈꾸고 있는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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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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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이론으로는 다 해명되지 않는 삶을 살고 있는 거야. -107쪽

어둠을 알아두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 어둠을 모르는 인간이 빛의 밝음을 얘기할 수는 없을 테니까. 하지만 네가 좋아하는 니체가 말했어. '누구든 괴물과 싸우는 자는 그 과정에서 자신이 괴물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오래도록 나락을 들여보다 보면 나락 또한 내 쪽을 들여다보는 법'이라고 말이야. 그러니까 조심하라구. -1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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