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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랑가족
공선옥 지음 / 실천문학사 / 2005년 3월
평점 :
장차 만수가 엮게 될 ''유랑하는 자의 삶의 철학''에는 현지인들의 싸움에 되도록이면 끼어들지 말되, 이따금 끼어들 필요가 있을 때는 사사로운 감정이 아니라 정의감이 불타오를 때, 그때 끼어들어도 늦지는 않을 것이라는 구절도 필히 들어갈 것이었다. 두 방도 필요없었다. 딱 한 방으로 상황 끝을 만들어버리고 나서 그 자리를 떠나면 되는 것이었다. 바람같이, 구름같이.(245)
공선옥의 소설을 읽게 되면, 마음이 서걱거리게 된다.
소설을 읽으면서, 그것이 ''소설이야''라고 생각하면서도 단지 만들어 낸 허구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삶 속에서 바로 그들의 모습을 찾아 낼 수 있는, 그런 이야기인 것을 알고 있으면서 마음이 서걱거리게 될 것을 몰랐단 말이냐.
유랑가족, 이라는 제목에서 그래도 뭔가,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선뜻 ''희망''이라는 이야기를 하는것이, 등 따숩고 배부른 자의 섯부른 망발 같은 느낌때문에 뭐라 하기가 어렵다.
마음뿐 아니라 말까지 까슬까슬 목에 걸린다.
그래서인가, 나는 계속 저 말이 맴돈다. 유랑하는 자의 삶의 철학에는.. 싸움에 끼어들지 말되, 때로 끼어들게 될 때는 사사로움이 아닌 ''정의감''에 불타오를 때, 여야 한다는. 그것도 단 한방에 끝내버리는. 그리고 바람같이 구름같이 떠나는....
배부른 소리나 하고 있는 나는 그들의 싸움에 함께 한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들은 생존, 그 자체이겠지만 나는.. 나는 말이다...나는......
그래도 나는... 연민의 눈으로 바라만 보게 된다해도 절망해서는 안된다고 믿는다. 지금의 나는 그뿐이라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