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말하네
잠은 고마운 것, 내 생은 돌 속에 단단히 갇혔네
그래서 더욱 고마운, 잘못과 오욕은 남으리니 내게는 시간도 행복을 주지 못하네
비탄에 무감해지는 것만이 행복일 뿐
그때 되면 그대 날 깨우지 않도록, 조용히 말해주오.
잠은 고마운 것, 그리고 더욱 고마운 것은
대리석이 되는 것, 뻔뻔스러운 잘못과 비탄이퍼지리니, 그저 듣지도 보지도 않는 게 최선
그때 날 깨우지 말아주오, 간청하니. 쉿, 조용히 말해주오
오라, 친절한 잠이여, 죽음의 얼굴이여
와서 내 옆에 누워, 빨리 떠나지 마오
생명 없이 누워 사는 것 얼마나 달콤하리오
그래서 죽음 없이 죽는 것 얼마나 달콤하리오



***

미켈란젤로의 자작시를 위즈워스가 옮긴것이라는데.
생각이 복잡한 요즘. 아무 생각이 없는게 얼마나 달콤한 유혹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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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12 03: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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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옳은 방식인지도 여전히 모르겠다. 출구 없는 모욕과 비참만 남아 있을 때, 정의는 어떤 방식으로 움직여야 하는가. 수시로 생각해보는데, 요즘은 이런 질문마저 바닥에 묶인어떤 삶들에 대한 무례인 것 같아 차마 묻지 못하겠다. 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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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을 딛고 서는 힘


사람의 삶이라는 게 제멋대로 움직이는 동물의 삶 같지만,
실은 한자리에 꽂혀 한자리에서 늙어가는 식물의 삶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제 수명 다한 식물을 뽑아내다보면 흙 위에서 어떤 꽃을 피웠고 어떻게 시들었든 한결같이 넓고 깊은 흙을 움켜쥐고 있다. 바닥을 치고 딛는 힘이 강할수록 꽃도 열매도 실하다. 사는 게 어려울 때, 마음이 정체될 때, 옴짝달싹할 수 없게 이것이 내 삶의 바닥이다 싶을 때, 섣불리 솟구치지 않고 그바닥까지도 기어이 내 것으로 움켜쥐는 힘, 낮고 낮은 삶 사는 우리에게 부디 그런 힘이 있었으면 좋겠다. 182



*******


바닥을 치고 딛는 힘.
막장이 끝이 아니라 그곳이 새로운 시작이라는 걸 의식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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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뉴브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
클라우디오 마그리스 지음, 이승수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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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하는 바다로 가볍게, 조용히, 편안히 흘러간다. 이제 더는 운하도 경계도 레귤레이션도 없다. 강물은 자신을 활짝 열고 전 세계의 물과 대양에, 그 깊은 곳에 사는 피조물들에게 자신을 내맡길 뿐이다. 마린은 시에서 노래했다. ˝주여, 나의 죽음이 거대한 바다로 들어가는 강물의 흐름 같게 하소서.˝



이것이 끝은 아닐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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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돌아가시고난 후,
마당에 화사하거나 소박하게 피어나던 꽃들이 절로 피어난것이 아님을 깨달았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어느날 어머니마저 병원에 몇달 입원하신동안 더 많은 집안일들이 저절로 해결되는것이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자꾸만 언젠가 어머니의 부재를 느끼게 될 날이 오리라는 생각은.
회피하고만싶지만. 그럴수록 더 함께하는 시간을 소중히 여겨야할텐데 오늘도 여지없이 피곤하다며 잠만자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출근해서 화분을 들여다보니 드디어 꽃받침이 맺혔다. 이제 노랗게 해바라기 피어날 것이다 생각하니 가슴이 떨렸다. 아버지에게 들고 가서 나도 이렇게 잘 키운 식물 있다고 자랑하고 싶은데, 이 세상에 계시지 않으니, 아버지가 밥상에 풋고추 따서 올려주던 것처럼 꽃봉오리 맺힌 날 무덤가에 올려놓으면 기뻐하시려나.
나이 먹어 처음 식물을 기르면서 그리움을 배운다. 해바라기를 다 키우고 나면 제대로 된 화분에 씨앗을 심어볼까. 조금 더 용기가 나면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베란다에 고추 모종을 심을지도 모른다. 마음에 그리운 것 있는 분들은 화분에 씨앗 한번 뿌려보면 어떨지. 어떤 그리움은 꽃으로 피어나기도 한다.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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