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면에서 죄가 없다.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면 모든 것이 허용 가능하다는 점을, 그는 비록 명쾌하게 정리할 수는 없어도 막연히 감지한다.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면은 신이 없다면과상응하는 말이 된다. 도스토옙스키는 말했다. 신이 없다면 모든 것이 허용된다고. 신은 거대한 기억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밝혀질 것이다. 죄악의 기억. 무한 메가바이트의 메모리를 가진 클라우드. 건망증이 심한 신,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신은 우리를 모든 의무에서 해방시킬 것이다. 기억이 없으면 범죄도없다. -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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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머지않아,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과거로 돌아가기 시작할 거야. 기억을 기꺼이 ‘잃기‘ 시작할 거라고.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과거라는 동굴에 숨기를, 돌아가기를 원하는 때가 올 거야. 그런데 행복한이유로 그러진 않겠지. 우리는 과거라는 방공호를 마련해야하네. 시간 대피소time shelter라고나 할까. - P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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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5년의 브레히트나1966년의 모리슨이나 둘 다 죽음의 길에 나섰다. 우리는 죽어야한다고 내가 말하잖아. 그들을 배경에 두고 생각하면 오든은 아직 우리에게 기회를 주고 있는 것처럼 들린다-우리는 서로 사랑하든가, 아니면 죽어야 한다. 전쟁을 앞두었을 때만, 심지어 바로 전날이라고 해도, 그런 상황에서만 사람은 희망을 품으려 한다. 9월 1일에는 분명 아직 세상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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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년 9월 1일 이른 아침, 인간의 시간에 종말이 닥쳤다.
(16)

자, 진정한 시작에 필요한 모든 것이 갖춰졌다. -나쁜 꿈,
전쟁, 그리고 두통. (35)

그래서 이제 미드타운의 그 술집, 두통, 불륜과 나쁜 꿈,
9월 1일 금요일에 일어난 폴란드 침공 - 이 모든 것이역사가 되었다. 그리고 그 시에 붙게 될 제목도 정확히 ‘1939년 9월 1일‘
그것이다.
일상이 역사가 되는 때는 언제인가?
(36)

내 집에는 전화가 없다네, 그가말했다. 하지만 편지는 배달되지. 그는 한없이 외롭고...... 속하는 데 없는 사람 같았다. 그때 내 머리에 떠오른 표현이 그것이다. 세상 어디에도, 아니 좀더 정확히 말해 현대의 세상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사람. 우리는 침묵 속에서 풍성한 노을을 바라보았다. 등뒤의 덤불에서 하루살이가 구름처럼 날아올랐다. 가우스틴은 하루살이떼를 눈으로 좇다가 말했다. 우리에겐 그저 한 번의 노을일 뿐인데 오늘의 하루살이들에게는평생 한 번뿐인 노을이겠군. 대체로 그런 의미의 말이었다. 나는 멍청하게도 그건 닳아빠진 은유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깜짝 놀라며 나를 바라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몇 분의시간이 온전히 흐른 뒤 그가 말했다. 하루살이에게 무슨 은유가 있겠나.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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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있음


새왕이라는 사람이 겨우 이런 거나 쌓는 거요!



-공격이 먼저인가 수비가 먼저인가상쾌한 햇살이 볼을 비추는 가운데 교스케의 뇌리에 떠오른 것은 일찍이 겐쿠로와 나눈 대화였다.
세상에 창이 있어서 전쟁이 일어나는가 그것을 막는 방패가 있어서 전쟁이 일어나는가. 아니, 어느 쪽도 옳지 않으며, 인간이있는 한 전쟁은 그치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말을 긍정하면 인간은 인간이 아니게 된다. 그렇다면 창과 방패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인간의 어리석음을 보여주고, 똑같은 과오를 저지르지 않게 하기 위함이 아닌가?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 아니, 나설 수 없다. 그저 숨을 죽인 가운데 교스케는 직접 일일이 꼼꼼하게, 그러면서 흐르는 듯 돌을쌓아 나갔다.
여러 사람의 얼굴이, 지나온 날들이 돌에 떠오르고 그 속에 깃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 아니, 언제나 혼자가 아니었다.
전부 쌓고 나서 오바나가와 문을 바라보았다. 그 너머에 100년의 평화가, 1000년 후의 미소가 있다고 믿고서. 681-682







겐사이는 오의가 ‘기술‘이 아니라고 말했었다. 언어로 가르쳐줘도 의미가 없다고 했고, 이미 전했다고도 했다. 하나일 때는 전혀볼품없는 돌이라도 모으고 서로 물리면 강고한 돌담이 된다. 사람 역시 마찬가지 아닌가.
로다이묘부터 농민까지 마음이 하나가 된 오쓰 성. 그것이야말새왕의 방패.
의 실체가 아닌가.
교스케는 보이지 않는 힘에 등을 떠밀리는 듯 질타와 격려를계속했다. 674 - P674

우리만 있는 게 아니다.
모두에게 지시를 내리는 동안에도, 손수 돌을 안고 있는 동안에도 교스케는 내내 그 말을 되뇌었다.
어떻게든 가족을 지키고 땅을 지키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이 돌담에 혼을 불어넣는 것.
언젠가 겐사이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혼마루를 지키는 자들의 함성, 농민들의 격려, 도비타야 장인들의 힘찬 목소리, 이 모든 것이 뒤섞여 몸으로 스며드는 듯한 느낌에 정체 모를 기운이 솟았다. 673 - P6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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