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단의 마술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8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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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기술의 발전에는 늘 그런 측면이 있다. 과학이 좋은 일에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요는 그것을 다루는 인간의 마음에 달렸다. 사악한 인간의 손에 주어지면 과학은 금단의 마술이 된다. 과학자는 그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209)


금단의 마술,이라는 제목의 의미는 과학을 대하는 과학자의 마음에서 나온 이야기가 된다. 과학 그 자체가 선악을 구분하는 변별력을 갖추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게 되는지는 인간의 선택으로 인해 나뉜다는 것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런 이론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그 내용을 소설 속 이야기로 담아 명확하게 풀어내고 있다는 것이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의 매력일 것이다. 


금단의 마술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연작 갈릴레오 시리즈의 하나로 유가와 교수가 등장한다. 유가와 교수의 고등학교 후배인 고시바 신고가 자신이 활동하고 있는 물리연구회가 존폐위기에 처했다는 것을 알고 학생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몇가지 퍼포먼스 과학을 보여주는 것에 도움을 준다. 성공적으로 동아리도 지켜낼 수 있게 된 신고는 유가와 교수가 있는 데이토 대학의 공학부에 입학하게 되는데 뜻밖의 사고- 경찰로부터 누나의 사망 소식을 전해들은 신고는 이후 학교를 자퇴하고 작은 기계공장에 취업을 하게 되는데...

이 와중에 거물급 정치인인 오가 진사쿠의 뒤를 캐던 기자 나가오카가 살인을 당한 변사체로 발견되고 그 사건을 조사하게 된 구사나기 형사는 나가오카의 유품을 통해 고시바 신고와의 접점을 찾게 된다. 그리고 각각의 이야기들은 하나의 접점을 통해 조금씩 실마리를 풀어가게 된다.


전체적으로 정교한 과학의 이론이 담겨있거나 실제 실현이 가능한 이야기인가에 대한 것이 중점이 아니라 과학적인 요소를 가미해 사회적인 문제와 그것에 대한 성찰이 담겨있는 사회파 소설로 읽으면 좋은 소설이다. 

의미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며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여서 소설은 금세 읽을 수 있는데 그 안에 담겨있는 과학의 기술과 발전에 대한 인간의 성찰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조금은 깊이있게 생각해 볼 문제다. 


갈릴레오 시리즈 중 최고,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뚝심(!)있는 유가와 교수의 뜻밖의 결심과 의지는 자신이 주장하는 바에 대해 과정뿐 아니라 결과까지 책임을 지겠다는 결의를 보여주고 있어서 그 또한 유가와 마나부 교수의 매력을 더해주고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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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지구에 괴물이 나타났다. 다른 차원에서 온 것들인지우주에서 날아온 것들인지는 알 수 없었다. 괴물들은 그림자처럼 어둡고 흐릿한 형상이었다. 깜깜한 밤이나 그림자에 숨으면아무도 찾지 못했다. 어둠 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괴물은 재앙이었다. 사람들이 수십 명, 수천 명∙∙∙∙∙∙. 셀 수 없이 죽어갔다.
그림자 괴물이니까 그림자를 없애면 되지 않을까? 누군가가낸 의견에 24시간 내내 사방을 밝혔으나, 사람이 움직이는 한 그림자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림자에서 그림자로 이동하는 괴물이라. 사람 아래 생겨난 그림자에서 튀어나와 공격하니 죽을 확률만 올라갈 뿐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어둠 속에 숨어야 괴물로부터 도망갈 수 있었다. 그렇게 인류는 점점 빛을, 희망을 잃어갔다. 우리는 결국 다 죽을 거야. 절망이 사람들을 천천히 죽음으로 내몰 때였다. -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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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독창성과 온전함, 전유와 혼합에 관해 논의하다가 때로 문화가 소유물이 아니며 다른 사람들도 자기 나름의 방식대로 사용할수 있도록 건네주는 것이라는 사실임을 잊는다. 문화는 과거의 작은파편들을 가져와 새롭고 놀라운 의미 생산 방식을 만들어내는 거대한 재활용 프로젝트이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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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을 꿈꾸다 - 우리의 삶에서 상상력이 사라졌을 때
배리 로페즈 지음, 신해경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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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 로페즈의 살아있는 것들을 위하여,를 읽고난 후 그의 또 다른 작품인 '북극을 꿈꾸다'를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전에 읽은 작품은 그의 마지막 에세이라 일컬어지고 있는데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글이라면, 북극을 꿈꾸다는 북극에 대한 에세이이다. 북극이 품고 있는 생명체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하며 - 단지 그것뿐이라면 이 책은 자연과학에세이가 되겠지만, 베리 로페즈는 인문학적인 글을 쓴 작가이다. 자연 생태에 대한 세심한 관찰뿐만 아니라 그에 더하여 인문학적 상상과 통찰을 같이 그려내고 있는 작가이기에 베리 로페즈의 글은 천천히 그 의미를 새기며 천천히 읽어나갈수록 더 깊이 있는 울림을 갖게 된다.


요즘은 북극패키지 관광에 대한 광고글도 심심치않게 접할 수 있는데 북극탐험이 이루어진 후 불과 120년도 되지 않은 지금 패키지 관광이라니 놀랍지 않은가. 자연생태를 파괴하는 인류의 역량을 이렇게 느껴야한다는 것이 새삼 비극적인 절망을 떠올리게 한다. 북극에 대한 이야기, 북극의 대표 동물인 북극곰과 일각고래의 이야기, 북극을 대표할 수 있는 빛, 얼음, 땅에 대하여 그리고 극지방에서 계절에 따라 대이동을 하는 과정의 이야기에서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끼게 하면서도 그 천연의 자연이 겨우 한세기만에 어떻게 망가져가고 있는가를 생각하게 하는 담담한 이야기들 역시 놀랍기만 하다. 


여러가지 내용이 기억에 남지만 특히 '북극'이라는 것 때문인지 땅에 대한 이야기들이 더 기억에 남는다. 특히 땅에 대해 무엇이라도 배우려는 사람은 비행기를 타고 순간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들로 나가 땅에서 잠을 자고 사향소의 일정에 따라 이동하고 바다로 향한 곳에서 야영을 하고...

우리가 보기에 북극은 아무런 변화가 없고 그저 유빙이 떠다니는 공간일뿐으로만 보일지 모르겠지만 그곳에서도 생명의 움직임이 있고 변화무쌍한 모습이 보인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야생의 우아함을 간직한 북극의 생태계도 열대 생태계만큼이나 세련되고 복잡하다. 그저 움직이는 부분이 적을 뿐이다"(63)

베리 로페즈는 북극으로 가면서 복잡한 세계에서 단순함의 세계로 이동하는 것 같다고 말하고 있는데 북극에 가본적이 없지만 왠지 그 느낌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것은 어쩌면 복잡하게 얽혀있고 난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인구밀집의 도시 생활에서 자연 그대로의 - 아직까지는 자연 생태가 보존되어 있다고 믿고 싶은 - 북극의 모습에서 우리 인류가 배워야 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지.


"인류의 가장 오랜 꿈 중 하나는 살아있는 모든 존재를 아우르는 존엄을 찾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의 가장 위대한 바람 중 하나는 그런 존엄을 우리 각자의 꿈으로, 많든 적든 본보기로 삼을 수 있도록 각자의 삶으로 가져오는 것이다."622)

북극을 꿈꾸다,라는 것 또한 각자의 꿈으로 각자의 삶으로 모든 존재에 대한 존엄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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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마을들에는 캐나다 남부 어딘가에서 제트기를 타고 날아와 남의 말은 들은 체만 체하다가 굳이 고집을 부려 당일에돌아간 정부 관리나 기자 얘기가 많다. 그 성급함과 냉정한 무신경함, 권력자연하는 그 행세에는 어쨌든 비행기 탓도 있어 보인다. 비행기가 주는 엄청난 시공간 압축에 대응할 만한 것이북방 마을에는 없다. 사람들은 흔히 그 땅에 대한 잘못된 지식을 가지고 돌아가고, 그 결과는 씁쓸한 분노를 낳는다.
비행기는 대단히 큰 유혹이지만, 그 땅에 대해 뭐라도 배우려는 사람은, 어떤 지도가 적절한지에 대해 약간의 감각이라도 갖고픈 사람은 비행기에서 멀어져야 한다. 그런 사람은 들로 나가땅 위에서 잠을 자거나 덤불을 가르며 오후를 보내봐야 한다.
사향소의 일정에 따라 여행하고, 바다로 향한 곳에서 야영하고,
몇 날 며칠 날아 이동하는 바다오리들을 보아야 한다. 그런 사람이라면 코북강 북쪽 제이드산맥의 뱀처럼 구불구불한 초록색 절벽 앞에 서거나, 겨울 해빙 위를 걸어서 개수로에 나가 부빙들이 서로 스치고 부대끼는, 미국 탐험가 엘리샤 켄트 케인의표현에 따르면, ‘강아지가 낑낑거리고 벌들이 붕붕거리는‘ 것같은 소리를 들어야 한다. 봄철 해빙 위에서 해체된 바다코끼리사체에서는 해저 퇴적물을 볼 수 있다. 베링해와 축치해에 사는바다코끼리 25만 마리가 매일 수 톤의 모래와 잔 자갈을 옮긴다는 사실을 천천히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이라면 수천톤씩 툰드라 흙을 파헤치고 있을 나그네쥐와 들쥐를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툴레, 날뛰는 사냥감을가두기 위해 거주지로 커다란 돌을 날라 사방치기 놀이를 할 때처럼 칸칸이 세워놓은 사람들을 생각할 것이다. 거대한 돌로 지은 북극곰 덫에는 옆으로 미는 돌문이 달려 있었다. 그들은 돌을 마음대로 움직인 북극 주민들이었다.
어마어마한 하늘을 이고 며칠씩 걷을 때, 뱅크스섬 톰슨강 유역에서 세상의 적막을 느낄 때, 얼어붙은 강 계곡 수 킬로미터밖에서 들리는 썰매개들의 억제할 수 없는 활력을 느낄 때, 칼슘 섭취를 위해 나그네쥐 뼈를 먹는 긴발톱멧새처럼 아주 사소한 것들이 어떻게 그 땅을 살아 있게 만드는지 볼 때, 우리는 시간을 초월한, 더는 축약될 수 없는 더 깊은 대지의 차원들을 감지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비행기에서 멀어지려면 제때 해야 할 것이다. 비행기는 매일 총알처럼 북극을 드나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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