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두아르 뤼카는 "생각하는 사람은 생각하게, 꿈꾸는 사람은 꿈을 꾸게 하라"라고 했다. "호기심의 대상이 유용해 보이는지 쓸모없어 보이는지는 걱정하지 마라. 현명한 아낙사고라스가 말했듯이 '만물 안에 만물'이 있으니까"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 철학은 수천 년 동안 수학적 탐구를 이끌어왔으며 앞으로도 수천 년 동안 지속될 것이다.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각하게 하라. 꿈꾸는 사람이 꿈꾸게 하라. 학생들이 수업 중에 낙서하게 하라. 실용적인 것과 비실용적인 것, 요점이 있는 것과 요점이 없는 것, 이상함과 이상적인 것 사이에서 허상의 경계를 지키려 하지 마라. 그 모두가 동일하게 거의 전인미답인 광활한 대륙에 속해있으니 말이다. (4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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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임수의 섬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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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 미스터리 소설의 1인자'라는 타이틀을 보면서, 이런 홍보문구가 오히려 기대감을 높이게 되어 실상 책을 읽으면 그다지 유머스럽지 않은 경우가 많아 신뢰할수가 없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뭐랄까... 책을 읽으면서 자꾸만 피식 거리면서 실소하게 된다. 가볍게 읽는 미스터리의 의미가 아니라 그 유머코드가 온갖 오마주를 떠올리게 하면서 즐겁게 하고 있어서 크큭거리며 소설을 읽게 된다는 의미다.


유언장 공개를 위해 밀봉서류를 열다가 이십여년 전 행방불명 된 사이다이지가의 쓰루오카를 포함해 가족이 모두 가문소유의 섬에 있는 별장에 모인 후 그곳에서 유언장 개봉을 하라는 글을 읽고 쓰러져버린 심약한 변호사 아버지를 대신해 유언장 개봉을 맡게 된 야노 변호사와 유명한 사립탐정 어머니의 이름을 내걸고 탐정사무소를 연 고바야카와가 행방불명이던 쓰루오카를 찾아 섬으로 향한다. 등장인물들의 설정 자체도 어건 뭐지? 하게 되지만, 오래 전 토이스토리를 보다가 '아임 유어 파더'하는 장면에서 박장대소를 했던 것처럼 이 책에 등장하는 오마주 패러디는 전체 이야기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큰 즐거움을 준다.


외딴섬에 있는 거대별장에 유언장의 내용을 듣기 위해 초대된(!) 이들이 모이고 그들은 기상악화로 인해 섬에 갇히게 되고 폭풍우가 몰아치는 밤,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그동안 백권이 넘는 '명탐정 코난'을 읽으며 왠지 어디선가 봤었던 서사 구조를 떠올리며 당연히 범인은 이들 중 하나,일테니 알리바이와 원한관계 등등 온갖 예측을 다 해본다. 그런데 웃긴건 그 비슷한 서사 구조에서 반복됨의 지루함이나 독창적이지 못한 심심함이 아니라 뭔가 비슷한 듯 비슷하지 않은, 그러면서 또 비슷한 - 말장난이라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나는 책을 읽으며 이런 비슷한 느낌의 유머코드를 느꼈다. 이 코드가 맞는다면 나처럼 키득거리며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려나 싶다. - 신선함의 미스터리 이야기를 읽어서 느낌이 꽤 좋다.


책을 읽으며 굳이 별장의 구조도가 실려있는 것을 보고, 방에 들어가기 위해 나선형의 계단을 오르고 내린다는 묘사에서 분명 구조안에 트릭이 있겠구나 싶은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사실 트릭을 풀고 범인을 찾아내는 건 내 역할이 아니라 생각하기에 그냥 이야기의 흐름 자체를 즐기며 소설을 읽었는데, 살인사건이 일어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미스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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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 아래 모든 것들이 형태를 드러냈다. 파괴된것은 더 파괴되었고 척박한 것은 더 척박해졌다. 큰비가 시골 사람들을 도처에매몰시켜 버렸다. 쓰러진 쓰레기더미는 물에 깨끗이 씻겼다. 무수한 물고기들이 양어장에서 도망쳐 나왔다가 전부 베틀후추밭에서 죽고 말았다. 추풍나무는 잎의 절반을 잃었고, 삼합원의 천장에서는 줄곧 물이 샜지. 우리 집은 완공된 지 몇 년 되지 않은 타운 하우스였는데도 벽에서 물이 새고 하얀 칠이 벗겨졌다. 나는햇볕 아래 서서 손가락으로 귀를 팠다. 빗소리는 이미 내 청각 속에 달라붙어 있었다. 나는 귓속에서 그 빗소리를 파내고 싶었다.
그 우박이 없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 비가 없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비 때문에 아찬이 보고 말았다.
천씨네 작은아들과 왕씨네 작은아들을 보게 된 것이다. - P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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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탁자 가득 제물을 차리면서 귀신들과 외로운 혼귀들을 먹이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런 제물은 인간의 사욕일뿐이다. 사람들은 안전함이 부족할수록 죽음을 더 두려워하게 되고, 귀신들에게 바치는 제물이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제사상 위의 제물도 갈수록 풍성해진다.
사실 제물이 풍성할수록 귀신들은 더 고독하다. -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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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쉬면 되는거지, 무슨 계획이 필요할까...싶지만.

연말부터 계속 바쁜 업무의 연속이라 하루하루 하루살이처럼 지내다가, 막상 여유가 생기니 시간을 마구 흘리고 다니는 기분이다. 서평을 쓰기로 하고 받은 책들을 숙제처럼 읽고 있다가 이제 그도 짬이 생겨서 평소 읽으려고 야금야금 구입한 책들이 쌓여있는 책탑을 쳐다보고 있다가 그마저도 지나쳐버리고 있으니.

이제 오전 열시인데 오늘의 업무는 오후로 미뤄도 되는 것이라 시간이 남는 느낌이다. 아, 이럴때 책을 읽어야하는데.

슬슬 노안이 시작되고 있고 책을 읽을 때는 안경을 벗는 것이 훨씬 좋은데 사무실에서 안경벗고 책을 읽을수는 없고. 열심히 모니터를 보는 듯 전자책을 읽으면 되겠는데 어째 여전히 전자책은 또 적응이 안되고 있고.

머잖아 다가올 정년 이후의 삶은 이럴때 걱정을 하게 된다. 그때는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아갈까.

머, 잠깐 걱정을 한다고 달라질 것은 없을뿐이고.

하루 삼시세끼 차려 먹고 운동하고... 그러면 하루가 지나가지 않으려나 싶을뿐이고.

아, 그래서 어르신들이 늘 먹으러 다니고 운동다니고 놀러다니고....


요즘 점심시간에 좀 핫하다는 곳을 찾아 가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것을 느낀다. 주택가이든 상가이든 관광지이든 상관없이. 가끔은. - 물론 우리를 보는 남들도 그런 생각을 할지 모르겠지만. - 평일 점심시간에 이 비싼 음식을 먹으러 일상적으로 다니는 사람들처럼 여유롭게 앉아있는 사람들이 많은 걸 보면, 정말 부러운 삶,인가 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우리는 특별한 날 점심시간을 한시간 더 받고 밥 먹고 차마시고 그러는데 저들은 직장에서 그런 시간을 주지는 않을 것 같고. 젊은이들은 학생이라 시간이 많은가 싶은 생각이 들고 늙은이들은 있는게 시간과 돈이라 여유로워 그런가 싶은 생각이 들고 엄마들은 육아스트레스를 푸느라 시간을 쪼개는건가 싶은 생각이 들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면 이유없는 일은 없다는 것이 맞는 말이될뿐이고.












최근 최진영 작가의 단 한 사람을 재독했다. 한 권 읽기도 힘든판에 재독이라니...라는 생각을 했지만 꽤 좋았다. 아니, 그냥 좋았다. 재독까지의 기간이 짧아서 느낌이 아주 많이 다르지는 않았지만 처음 읽을 때 내용에 더 집중을 했던 것과 달리 두번째는 문장과 문장의 행간에 더 관심을 갖게 되어 좋았던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이번 신간도 기대중이다. 

그나저나.

책을 구입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나 책을 언제 읽을 것인가가 문제라니.

근데. 오로라를 읽은 다음. 언젠가 오로라를 보러 북유럽을 가는 날이 오려나....?

머리가 멍..한 오후. 급한 일을 해결하니 묘하게 긴장감 풀린 오후의 멍때리는 시간이라니. 쓰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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