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에야 치카님께 글을 쓰네요.
사실은 해야할 일이 산더미 같이 많은데.
치카님도 아시죠? 제가 간사가 된거.
지금은 하나 하나 배우며 하고 있기는 한데 도무지 익숙하지가 않아 간사라고 해도 남의 옷 걸쳐입은 것 같아 어색하기 한량이 없습니다.
그러고 보니 옛날 생각이 나요. 대학을 갓 졸업하고 놀고 먹을 판인데 교회 친구가 어느 기관에 저를 소개시켜 줬지요. 거긴 특수 아동을 상대로하는 그런 곳이었는데, 거기를 하룬가 이틀 나가고 말았답니다.
원장 선생님이 기독교인이신데 다른 건 안 바라고 같이 기도하며 있을 사람을 구한다나 뭐 그랬죠. 그런 줄만 알고 갔는데 가자마자 그 원장 선생님 저한테 커피 프림이 떨어졌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그것 좀 사오라는 거예요. 그때 사 오긴 했지만 그런 심부름을 하는 내 자신이 너무 어색하더라구요.
특수 아동에 대해 아는 바도 없고, 과연 내가 이 분야에 헌신할 수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 확신도 안 서고. 그 친구는 내가 상담에 관심이 많다는 걸 알고 연결시켜 준 건거든요.
지금 생각해도 내가 뭘 몰라도 한참 모르고 자존심만 셌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람은 그런 일 속에서 배우고 세상을 터득해 나갈텐데 말이죠.
문밖만 나가면 세상에 열심히 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이 있는지. 그들이 성공을 한 사람이든 아니든 열심히 산다는 것 하나 만으로도 전 참 그들이 존경스러워요. 원래 제꿈이 한량이 되서 나 좋아하는 책이나 읽고 사는 게 꿈인데, 간사로 일을 하게됐을 때 '내가 이걸 하지 않으면 뭘 하겠는가?' 생각해서 시작한 거죠.
결국 놀고 먹기에도 뭐하고 힘들게 일하며 사는 것도 뭐한 인생이란 생각이 들어요. 그래도 후자가 전자 보다는 낫지 않나요? 제가 속한 곳은 그야말로 꼭 필요한 곳에 꼭 필요한 도움을 주자해서 생긴 곳이라고 할 수가 있을 것 같아요.
거기서 논의 되어지는 이야기들을 알면 아는대로 모르면 모르는대로 듣고 있노라면 참 매력적인 곳이란 생각이 들어요. '필요한 사람이 되자'가 저의 모톤데 일부러는 그렇게 안될 것 같고 그런 곳에 있다보면 비스무레한 사람이 되지 않겠어요?
초야에 묻혀 글을 쓸 생각이나 하며 나이만 주워먹은 제가 있어보니 정말 일이란 건 조금이라도 젊을 때 하는 게 좋겠다란 생각을 해 봐요. 나이가 적지 않으니 무슨 말을 해도 돌아서면 희미해지고 무슨 말을 하는지 얼른 알아 듣지도 못해요. 그래도 그쪽에선 나의 캐릭터에 가장 근접한 성질의 일을 맡겨준 건데도 말입니다. 흐흐.
그런데 치카님, 이런 얘기 재미있나요? 치카님 하시는 일이 뭔지 모르겠지만 최근에 일 때문에 많이 지쳐하시고 그만 둘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던데. 힘들죠? 그래도 기운 내십쇼. 언제까지 일하실지 모르지만 열심히 하시고 그 일을 그만둘 땐 미련없이 훌훌털고 새출발 하십시오.
저는 얼마나 여기 있을런지 모르겠어요. 있는데까지 있어보죠 뭐. 이쪽 일을 시작할 때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컷 하나가 생각났어요. 뭐냐구요?
바로 제가 재일 좋아하는 오드리 햅번의 아름다운 노년 사진이죠.
이제 내가 더 이상 젊지 않다고 생각할 때 노년이 되어서 뭘할까를 생각해야 하지요. 오드리 햅번이 젊었을 때 뭘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물론 중요하리만큼 유명한 사람이 되버리긴 했지만). 중요한 건 젊었을 때 무엇을 해왔고 그 일이 어떻게 노년의 삶을 이끌어 왔느냐가 더 중요할 수 있지 않을까를 생각해봐요. 그녀가 아름다운 건 그녀가 영화 배우라서가 아니라 노년에 저런 봉사활동을 했다는 거 아니겠어요?
저의 하는 일이 당장 지구를 구하는 일은 아니지만 사람을 세워주고 그 일을 잘 할 수 있겠금 이끌어 주는 일이라면 그리고 그 일에서 확실한 이정표를 세울 수만 있다면 저도 노년에 저렇게 늙고 싶은데 과연 그럴 수 있으려나 모르겠어요. 생각나면 기도 좀 해 줘요. ㅋㅋ.
전 치카님이 좋아요. 진짜루! 늘 명랑하고 웃음을 잃지 않으며 그러면서도 신앙을 바탕으로한 진지함이 늘 함께 있죠. 그 모습 언제나 잃지 않길 바래요. 그럴 수 있죠?
아, 이 순간 치카님을 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밤새도록 차 마시며 오손도손 얘기하고 싶어요. 치카님도 그렇지 않나요?
얘기 너무 길었죠? 자, 오늘 나의 과제는 다 했으니 치카님 굶지 마시고 열심하 사세요. 아셨죠?^^
그럼 이만 써요. 안녕히...
-스텔라 드림-
추신: 설마 추천 제일 많이 받는 거 아니겠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두번째로만 많이 받아라! 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