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그 사람은,
순한 사람은 아니다.
가령, 그는
횡단보도까지 침범하는 승용차를 참지 못하고
그 유리창에 얼굴을 대고 험악한 인상을 지어 무안을 주는,
그런 사람이다.
내가 아는 그 사람은,
늘 밝은 웃음을 짓는 사람이다.
가령, 그는
하얀 이빨을 드러내고, 그것도 모자라 목젖이 보이도록 웃고 있는
루피의 그림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그런 사람,
윤도현 밴드를 좋아하고 자우림의 공연에서 목청껏 노래를 따라부르는 그런 사람,
같이 있으면 기분이 덩달아 좋아지는,
그런 사람이다.
내가 아는 그 사람은, 그러나
고민의 괴로움을 피해가는 사람은 아니다.
가령, 그는
미덥지 않은 직장 상사의 핀잔이 속상하고
해야 하는 공부를 하지 못하는 자신 때문에 우울해하고,
누구나 그렇듯이,
이렇게 한살두살 점점 나이를 먹고마는 게 아닐까,
내 인생은 이렇게, 이룬 것도 없이, 가진 것도 없이, 열정도 없이, 그렇게,
그렇게 끝나버리는 게 아닐까,
이렇게 말 수는 없는데, 이렇게 그냥 흘러가선 안되는데, 이렇게,
이렇게 장래를 불안해하는,
그런 사람이다.
그러니, 아마 그가 괴로운 것은,
다른 사람 때문이라기보다는,
그가 자신의 현재의 삶에 쉽게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리라.
그러니, 아마 그가 괴로운 것은,
그가 남몰래 믿고 있는 자신의 가치가, 자신의 열정이,
혹시 그보다 적은 게 아닐까, 부족한 게 아닐까, 그것이 두려운 때문이리라.
푸른 바다, 너른 초원의 품에서 자란, 그는
천상 맑은 사람이다, 트인 사람이다, 따뜻한 사람이다, 그러나
그늘 없는 들판이 단조롭듯이, 그는
그냥 맑기만 한, 트이기만 한, 따뜻하기만 한, 그런,
그런 사람은 아니다.
내가 아는 그 사람은, 그래서
내가 사랑하고 아파하고 부러워하고 궁금해하는 이웃이다, 친구다, 거울이다.
가령, 그가
신앙이 흔들려 괴로워하면 내 마음이 불안하고
가령, 그가
푸하하하 웃어제끼면 나도 목젖이 간질거리고
가령, 그가
가끔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게 되면 궁금하고 샘이 나서 따라나서고 싶은,
그런 사람이다.
내가 아는 그 사람은,
어떻게 내가 그 사람을 알게 되었을까,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문득 다시 한번 보고 싶은,
내가 아는 그 사람은 바로
치카님, 그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