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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인 더 뮤지엄 - 음악이 보이고 그림이 들리는 예술 인문 산책
진회숙 지음 / 예문아카이브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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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인 더 뮤지엄,이라는 책의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미술과 음악의 연결을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 이 책은 음악을 전공한 저자가 역사와 문화의 이야기를 곁들여 "음악이 보이고 그림이 들리는 예술 인문 산책"을 하는 느낌의 책이다. 

저자에 대해 잘 알지 못한 상태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내게는 익숙한 그림이 많이 나와 어렵지 않게 다가설 수 있는 것에 반해 음악에 대한 이야기는 처음 들어보거나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음악도 있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래서 음악과 그림의 접목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왠지 저자는 음악에 더 가까울 것 같았다. 내가 그림에 더 관심이 많아서 그림이 익숙한 탓일수도 있겠지만 음악에 대한 글은 대중적으로 흔히 듣거나 선율자체는 모르더라도 한번쯤은 들어봤음직한 그런 음악이 많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바흐의 숨겨진 아들(?) - 물론 허구의 인물이지만 바흐의 막내아들이라며 P.D,Q 바흐라는 인물의 초상화와 이력까지 만들어가며 패러디 음악을 연주하기까지 한 피터 쉭켈레의 이야기는 그것 자체로도 무척 흥미로웠다. 미술에서의 패러디라고 하면 페르난도 보테로를 대표적으로 꼽는데 사실 작가의 이름은 기억하지 못해도 통통하고 귀엽게 그려진 모나리자를 보면 아하!하고 알 수 있는 작가이다. 

이렇게 패러디를 통해 음악과 그림 이야기를 꺼내고 "패러디의 매력은 유머와 친근감, 대중적인 소통에 있음"을 말하며 "패러디라는 예술작품을 통해 예술이 즐겁고 만만한 것"임을 말하고 있다. 


한꼭지마다 음악과 그림이 연결되는 주제를 통해 이야기를 이어나가는데 이 책이 재미있게 읽히는 것은 음악가나 미술가의 흥미로운 에피소드와 역사속 문화 이야기를 곁들이며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설명을 잘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설명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그림 도판도 책을 통해 볼 수 있어서 더 좋았다. 그러다보니 좀 아쉬운 것은 한꼭지가 끝날때마다 음악 리스트를 잘 정리해주고 있기는 하지만, 요즘 큐알코드에 너무 익숙해져서인지 대표적인 음악의 큐알코드가 있었다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좀 남는다. - 실제 책을 읽으며 어떤 느낌인지 너무 궁금해지는 음악이 있었는데 음악을 찾다보면 책을 읽는 흐름이 끊겨 또 마냥 음악만을 찾게 되지는 않게 되어 좀 아쉬운 것이다. 

한꺼번에 몰아서 글을 읽느라 그랬지만 여유롭게 듣고 싶은 음악이나 보고 싶은 그림이 있을 때 그 꼭지를 펼쳐놓고 저자의 설명을 읽으며 음악을 보고 그림을 듣는 시간을 갖고 싶어지는 책이라 생각하면 그 아쉬움이 좀 덜하기는 하지만. 


책을 통해 앙리 루소의 그림을 접했다는 저자의 말에 문득 떠오른 책이 있어 찾아봤는데 지금은 표지가 달라졌지만 싼마오의 사하라이야기,라는 책의 예전 표지가 루소의 '잠자는 집시여인'이었고, 저자가 말한 책이 내가 아는 이 책일까 아니면 또 다른 책일까 궁금해지기도 했다. 

이 이야기도 그렇지만 오페라 이야기와 우키요에 이야기에서도 음악보다는 작품의 줄거리와 그림에 더 시선이 가고 집중하게 되는 나 자신을 보니 역시 음악, 특히 클래식은 아직도 내게는 먼 이야기 같기도 하고 어쩌면 또 그래서 이 책을 통해 "음악이 보이고 그림이 들리는" 시간을 가지며 음악과 가까워지는 시간을 갖게 될지도 모르겠다. 음악 이야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림의 느낌과 공유할 수 있는 음악을 자꾸 듣고 싶어지고 있으니까. 그리고 한걸음 더 나아가 예술에 대한 새로운 시선이 또한 세상에 대한 새로운 시선이 될 수 있으며 세상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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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한 가지 외모로만 살아야 하나? 매번 똑같은 인물로 살아가는 위험을 왜 감수해야 하나? 행동만으로도 충분히 나를 분간해낼수 있는데 말이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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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치유하는 부엌 - 삶의 허기를 채우는 평범한 식탁 위 따뜻한 심리학
고명한 지음 / 세이지(世利知)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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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치유하는 부엌은 우리가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여러 감정들에 대해 다양한 음식들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어떻게 극복하고 치유할 수 있는지를 말해주고 있는 에세이이다. 저자 자신의 일상을 털어놓고 있는 글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저자의 이야기속에서 음식을 만드는 과정이라거나 그 음식으로 떠올릴 수 있는 추억을 통해 마음을 따뜻하게 할 수 있기도 하고 스며들듯 위안을 받게 되기도 하는 치유의 글이 되기도 한다. 


저자의 어린시절 소풍때만 먹을 수 있는 김밥을 기대했지만 그와달리 엄마는 삼단도시락을 싸주었고, 친구들과 다른 밥이 부끄러워 끝내 도시락을 꺼내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는 이야기에 나 역시 친구들과는 다르지만 김밥이 아니라 달걀로 밥을 말아 도시락을 싸갖고 갔던 것이 생각났다. 친구가 말을 꺼내야 떠올랐으니 어린적 나는 '차이'라는 것에 꽤 둔감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지만. 어쨌든. 저자는 엄마의 정성이 더 들어간 도시락을 친구들과는 다르다는 이유로 꺼내지 못했지만, 저자의 아들은 일률적인 샌드위치가 아니라 오히려 자신이 좋아하는 볶음밥을 싸주니 더 좋다고 한다. 이 이야기에서 획일성과 자발성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며 "자발적 행위를 통해 세상에 무기력하게 편입되기보다 스스로 세상을 포용한다"(152)고 말한다. 

나의 추억은 어떻게 생각해볼 수 있을까. 성인이 되어 우연히 듣게 되었지만 내 친구는 내가 꽤 부잣집 아이인 줄 알았다 그랬고, 어머니는 그때 김밥김을 살 돈이 없어서 궁여지책으로 달걀 한판을 외상으로 빌려 와 밥을 싸줬다고 하셨다. 사실 나는 친구가 그때의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면 아무 생각이 없었을 것이다. 그저 친구들의 까만 밥과는 달리 노란색으로 돌돌 말아진 밥이 꽤 이뻤다는 기억밖에는.


이 책의 이야기들은 이처럼 저자의 이야기속에서 나의 추억을 꺼내어보게 되기도 하고, 내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그 마음들에 대해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이해하게 되기도 하고 때로는 고마움과 뒤늦은 후회와 감동을 깨닫게 해주고 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도저히 먹을 수 없을 것 같았던 육개장을 보는 순간 허기를 느꼈던 그 죄책감 같은 감정은 오랫동안 그 음식을 멀리하게 했지만 시간이 흐르고 "장례식장은 삶과 죽음이 명확히 갈린 곳이 아니라 무기력과 열정, 상실감과 충만함 등 모든 상반된 것들이 공존하며 서로를 어루만지는 자리"(27)임을 알게 되고, 육개장은 오히려 아버지를 추억하며 먹게 되었다는 저자의 이야기에 나 역시 그러한 감정들과 치유의 시간들을 가져보게 된다. 


처음 책을 읽을 때 순차적으로 읽었는데 이후에 온갖 감정들로 지쳐갈 때 책을 펼쳐놓고 목차를 보며 저자의 이야기에 위로를 받고 나는 또한 나만의 위로가 되는 음식을 만들어 먹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봤다. 물론 저자가 '분노'라고 써놓은 초콜릿 이야기와 달리 나는 '분노'의 감정을 떠올리게 되었을 때 저자가 '승화'라고 써놓은 힘겨웠던 여름날을 위한 제철 밥상의 이야기를 떠올리기도 하지만. - 이건 아마도 말도 안되는 부당함에 대한 분노는 내 정당함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해서일수도 있고, 쉬는 날 내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더구나 그것이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직장상사나 누군가의 일방적인 통보에 의해 망가지게 되는 것을 더 힘겨워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것이든 저것이든 저자의 이야기에 동화되어 여러 감정들을 느끼고 또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치유의 시간을 가져보게 될 것 같은 이 느낌들이 좋다. 


내가 한 음식은 너무 심심하고 밍밍하다며 그닥 좋아하지 않는 어머니를 위해 주말이면 어머니 입맛에 맞게 조금은 짜고 달게 부식을 만들곤한다. 오늘도 역시 달달한 떡볶이를 만들었더니 평소 점심은 잘 안드시는 어머니가 평소보다 많은 양을 드시는 것을 보니 기분이 좋아진다. 신장기능이 떨어져 언제 기능이 멈추게 될지 모르고 그때는 어머니의 임종을 준비해야 되겠지만 주치의 선생님 말씀처럼 약으로 조절하고 있으니 굳이 음식을 너무 가리지 말고 좋아하시는 것 드시게 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이 아닐까 라는 생각으로 짜고 달달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그것이 그리 마음을 무겁게 하지는 않는다. 

'나를 치유하는 부엌'은 그렇게 내 마음을 도닥여주는 위안을 주고 있는 책이다.


늘 반복되며 자로 잰 듯 변함없이 흘러가는 것 같은 일상도 실제로는 어느 하루도 같은 모습인 적이 없었다. 주변 사람들과 환경의 변화, 그리고 매 순간 나의 감정에 따라 변화무쌍하고 다양한 모습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그 모든 변화를 즐기며 받아들이고 다듬어감으로써 우리는 예쁘게 발효된 빵 반죽을 오븐에 넣어 맛있게 굽듯이 인생을 만들어간다. 그리고 다구워진 빵을 꺼내기 직전의 설렘처럼 예측 불가능한 미래에 대해 ‘불안‘이 아닌 ‘기대‘를 안은 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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