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
마이클 코리타 지음, 최필원 옮김 / 황금시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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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감 넘치는 스릴러 소설을 너무 오랫마에 읽은 모양이다. 첫 시작부터 피가 넘쳐나고 있어서 솔직히 잠시 망설였다. 생각보다 피가 너무 낭자한 장면들이고 시체 썩는 냄새와 맛이 느껴지는 듯한 묘사가 계속 될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서 에필로그만 읽고 책을 덮었다. 

아니, 그런데 그 다음의 전개가 궁금했다. 하필 다이빙 연습을 하러 간 그곳에서 재수없게 살인 장면을 목격한 소년이 맥없이 죽는 것 치고는 묘사가 너무 섬세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아하. 이 소년은 죽지 않는다.


소년 제이스는 자존심을 건 다이빙에 성공하기 위해 인적이 없는 채석장으로 가 다이빙 연습을 한다. 성공적으로 입수를 끝내고 나서려는데 물 속에서 시체를 발견한다. 기겁을 하지만 죽은지 오래지 않은 시체의 모습에 어쩌면 살인자가 가까운 곳에 있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빨리 그곳을 벗어나려고 하는데 그곳에 누군가 찾아온다. 뜻밖에도 그들은 경찰이었고 경찰이 다른 경찰을 살해하는 장면을 보게 되어버린다. 그들에게 들키지 않게 도망을 치려는 제이스가 무사히 숨어드는가 싶었는데 살인자들은 이미 제이슨이 다이빙을 위해 벗어둔 옷가지를 발견하고 살인의 목격자를 찾아나선다.


바로 장면이 바뀌어 당연히 소년 제이스가 살인자들에게 죽임을 당했으리라 생각했는데 제이스는 그 현장에서 살아남아 살인자들에게서 보호받기 위해 이름을 바꾸고 위장하여 몬태나의 생존캠프에 들어가게 된다. 캠프 운영자는 생존프로그램의 배테랑인 이선 서빈이며 그는 아내 앨리슨과 숲 속 오두막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실제 이야기는 제이스가 이선의 생존 캠프에 합류하게 되면서부터 시작되는데...


에필로그와 도입부만을 이렇게 길게 이야기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이 책을 직접 읽으려는 이들을 위해서이다. 목격증인 제이슨이 끝까지 살아남는지, 그를 도와줄 이선 역시 실전에서 생존하게 되는지, 그리고 이후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또 어떤 역할을 하게 되는지 책을 읽어나가며 뜻밖의 장면과 마주하는 충격과 공포 그리고 넘쳐나는 감동에 빠져드는 즐거움을 느끼고 싶다면 무작정 책을 읽기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오랫만에 늦은 시간에 잠들기보다 책읽기를 우선하게 된 책이다. 그만큼 뒷 이야기가 궁금해 조바심을 내며 읽게 되는 책이었다. 

물론 영화를 좋아한다면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도 상영중이니 영화를 보는 것도 좋을 듯. 


죽어가는 부류.
아니, 그보다 더한 사람,
포기하는 부류.
생존자는, 이선은 아내가 마구간에서 듣고 있는 동안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포기하지 않아, 절대로, 그러는 대신 딱 멈춰 서서 머리를 굴려대기 시작하지. 관찰하고, 계획도 세우고, 그건 멈추는 거지 포기하는 게 아니야. 포기하는 건 죽는 거나 다름없어. 너희들은 살아남는 부류일까, 아니면 죽어가는 부류일까? 그야 차차 알게 되겠지."
- P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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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서점 1일차입니다 냥이문고 2
권희진 지음 / 행성B(행성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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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서점,이라고 하면 어떤 것이 떠오를까? 솔직히 나는 그저 단순히 꽃서점이 생각났다. 꽃인테리어가 조화로운 서점인가 정도일뿐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화관을 쓴 고양이 표지는 '이 책, 뭐지?'라는 호기심을 자극하기는 했는데 어떤 내용일지 짐작되지는 않았다. 실제 이 책을 읽어보고 싶다,라는 생각은 책에 대한 홍보 문구와 설명을 통해서 하게 되었는데 아무래도 제주 애월의 동네 서점에 대한 시작과 진행 과정을 담은 책이라는 것에 마음이 더 쏠리기는 했다. 


꽃서점 1일차는 오랜 시간 출판사에서 편집 일을 했고, 시각 디자인을 전공한 저자는 출판 외의 다른 일을 찾아보다가 플로리스트로서의 적성을 찾아 꽃집을 운영하다가 제주 애월까지 이주를 해 꽃집과 서점을 같이 운영하게 된 과정을 다 털어놓고 있는 책이다 그저 스토리텔링처럼 업종을 바꾸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성공담을 담은 것이 아니라 실제로 동네 서점을 운영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는 사람들에게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조언과 그 일에 대한 것을 담고 있어서 내게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대부분이 서점이나 북까페를 너무 가볍게 생각해서 자신의 취미생활 공간에 누군가를 초대하는 것 같은 마음이라는 일침은 내가 정말 북까페를 하고 싶은 것일까, 생각해보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 퇴직을 하면 집 가까운 곳에 작은 까페를 운영하면서 책 인테리어를 하고 소일거리로 식물을 키우면서 제주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소라껍데기 화분에 다육이나 선인장을 심어 같이 판매를 하면 내 취미도 살리고 소소한 수입도 얻을 수 있지 않으려나... 라는 생각을 가볍게 하기도 했었는데 기획단계에서부터 구체화해야하는 걸 깨달았다. 


동네이 작은 서점이지만 '디어마이블루'의 가장 큰 차별점은 서점 주인인 권희진님이 스스로 소화해낼 수 있는만큼의 책을 판매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잠깐 했다. 사무실 근처에 삼십여년이 넘는 서점이 하나 있는데 온라인 서점이 없던 시절에도 그 서점에는 잘 가지 않았었다. 그곳은 말 그대로 서점 주인이 책을 팔기만 하는 분이었기 때문이다. 신간에 대해 물어보면 답이 없고, 초판을 구하고 싶어 가면 책이 없어 시차를 두고 찾아가보면 없거나 그나마 2쇄가 나와있기도 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동네 서점들이 다 문을 닫기 시작했지만 아직까지도 살아남아있는 서점이다. 그만큼 서점이 학습서 판매에 의존하고 있다는 뜻일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편집일을 한 경험치가 느껴질만큼 책의 구성은 마음에 쏙 들어온다. 작고 얇은 책이니 금세 읽을 수 있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내용 자체가 군더더기 없이 알차게 필요한 모든 것을 담았다는 느낌이 들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어서 좋기도 했고 개인적으로 도움이 되는 글도 많았다. 자영업자로서의 첫발을 내딛는 이들에게도 그렇지만, 디어마이블루 서점과 꽃집을 운영하면서 그곳만의 특색을 잡고 운영하고 있어서 언젠가 한번쯤은 찾아가보고 싶은 곳이 되었다. 

그리고 이벤트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꽃서점 디어마이블루 주인장이 30대 때부터의 꿈인 프라하의 한인민박 주인이 되기를 기원하며 책 한 권을 구입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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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5-16 22: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아하는 일을 하고 그것으로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지만 쉽지 않을 듯해요.
그래도 저는 치카님이 북카페의 주인이 되길 더 기원합니다. ^^

chika 2021-05-16 22:38   좋아요 1 | URL
ㅎ 까페는 언니님이 하고 싶어하는것이고. 서점일은 힘들것같아서 나이먹고 될까, 싶습니다. 동네 사랑방하나 만들어서 차마시면서 갖고있는책 나눠읽는 놀이터정도를 고민해봐야겠어요. ^^;;
 
아빠는 즐거운 조울증
기타 모리오.사이토 유카 지음, 박소영 옮김 / 정은문고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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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늘 유쾌함을 유지하던 친구가 학교 교수님께서 '자네, 늘 조증인 것도 병이야' 라는 말씀을 하셨다면서 조증도 울증만큼이나 좋기만 한건 아닌가보다 라는 말을 했었다. 물론 가장 힘든 건 조증과 울증이 시도때도없이 오는 조울증이겠지만 조증도 병이라니 좀 뜻밖이다 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다. 요즘 말로 일상적으로 텐션이 업 되어 있는 상태라면 자신이 더 힘들까 주위 사람들이 더 힘들까, 문득 궁금해지고 있다.


이 책은 작가인 사이토 유카가 역시 작가이며 의사인, 그리고 조울증을 겪고 있는 아빠 기타 모리오와 나눈 대담을 글로 엮은 책이다. 아빠의 조울증이라는 것을 뺀다면 딸과 아빠의 옛 추억에 대한 에피소드를 나눈 이야기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실제 이런 느낌은 책의 끝무렵에 다시 되새겨보게 되었다. 요즘은 그래도 정신과적인 치료를 요하는 병에 대해 다른 질병과 같은 질병의 일종이라 받아들여지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대놓고 드러내기는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기타 씨의 사회적 공헌이라 하면 조울증을 세상에 널리 알렸다는 겁니다. 옛날에는 환자에게 '조증이다, 우울증이다'라고 말하면 잔뜩 겁을 먹었는데, 지금은 '기타씨와 같은 병이네요'라면서 안심합니다"(203)


조울증은 반드시 낫는 것이며, 마음의 병은 혼자 고칠 수 없는 것이라고 한다. 비에도 바람에도 지지않는 마음도 필요하겠지만 인간은 비에도 바람에도 질 수 있는 것이다. 늘 백퍼센트가 아니라 80퍼센트만 만족하면서 살아간다면 행복하지 않을 수 없다. 

솔직히 어린시절 아빠의 조울증으로 인해 엄마와 외가로 쫓겨나고 학교에 연락을 따로 해주는 사람이 없어 스스로 부모의 별거 사실을 선생님에게 이야기해야하는 것이나 조증이면 영화를 만든다며 이것저것 시도를 하고 빚을 져가며 주식 투자를 해 집안이 망하고... 이렇게 단적인 이야기만을 생각하면 그렇게 웃으며 이야기할 수 없을 것 같은데 사이토 유카는 아빠와 웃으며 즐겁게 옛 이야기를 꺼내고 있다.

이것이 어쩌면 80퍼센트 만족이라는 것의 한 예가 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잠시 해 본다. 


말도 안되는 황당무계한 행동을 하기도 하며 평범한 가정과는 거리가 먼 일상들이 이어지고 있었지만 두 사람의 대화는 별다를 것 없는 일상을 추억하듯 유쾌하다. 

"오랫동안 나는 회사에서 상사에게 좋은 평가를 받아 승진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아버지의 인생관은 나와 전혀 달랐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괴로움, 슬픔, 고됨 그리고 즐거움이 무엇인지 몸소 가르쳐주었다. 아버지는 작가가 아니라 그ㅑ말로 정신과 의사였다"는 사이토 유카의 말에서 그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조울증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도 조울증이 있는 누군가를 이해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이 책을 권해주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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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05-15 22: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제가 경미한 조울증을 앓고 있는 거 같아서 꼭 읽어봐야겠습니다~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chika 2021-05-16 20:59   좋아요 1 | URL
저는 감정의 기복이 커서 갱년기 증상인가 싶더라고요. 근데 요즘은 갑자기 울컥해서 화가 치밀어 올라 이건 또 뭔가... 싶기도 하고. 기복이 심한 걸 잘 다스려보기 위해 심신의 안정을 돕는 심호흡부터 시작하려고요.
우리 기복이와 친해지면서 즐겁게 잘 지내보도록 해봐요 ^^

붕붕툐툐 2021-05-16 21:04   좋아요 1 | URL
chika님 넘 좋은 말씀이세요! 기복이 있는걸 잘 받아들이는 게 진짜 중요한 거 같아요!
 
홈파밍을 시작합니다 - 주방에서 버려지는 채소 과일 허브 다시 키워 먹기
폴 앤더튼.로빈 달리 지음, 고양이수염 옮김 / 스타일조선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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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말 그대로 집에서 손쉽게 재배해 볼 수 있는 식물을 키우는 방법에 대해 정리해 놓은 책이다. 실제 이 책의 저자는 폴과 로빈 두 사람으로 "작물을 재배하며 발아와 번식, 발효의 기쁨과 경외심에 사로잡혀있다"고 한다. 

주방에서 버려지는 채소, 과일, 허브를 조금만 신경쓰면 재생산을 해서, 아니 그러니까 다시 키워서 먹을 수 있다고 한다면 한번쯤 시도해보고 싶지 않겠는가. 이 책에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잘 정리되어 있다.

우리의 대파와 비슷하다는 릭 같은 경우는 구하기가 쉽지 않아 키워보기 힘들겠지만 다른 채소들은 대부분 대형마트에 가면 구입할 수 있는 것이니 난이도가 낮은 것부터 시도를 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홈파밍을 위한 기본 조건들, 잘 키워보겠다는 결심을 하는 것만이 아니라 식물을 주의깊게 보고 듣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한다. 이는 식물에 대해 끊임없는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하는 주체인 나 자신의 마음가짐이 필요한 부분이고 외적으로는 빛, 온도, 흙, 화분, 물 등의 식물을 키우는데 필요한 필수요소들이 있다. 그 중에서 빛과 온도는 각 가정마다 조건이 다를 수 있으니 내가 살고 있는 집의 환경을 아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책의 구성은 자라는 정도에 따라, 난이도에 따라 구분되어 초보자에게 맞춤형으로 채소를 키우는 방법이 설명되어있다. 채소에 대한 설명이 먼저 나오고, 준비물 - 사실 이 준비물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채소키우기의 필수요소들이 있다면 굳이 따로 준비물이 필요한 것 같지는 않다. 잘 드는 칼이 없더라도 우리 가정에 칼 한 자루, 가위 하나 정도는 다 갖고 있을테니까. 아무튼 그리고 키우기 과정이 간략하고 쉽게 설명되어 있다. 그리고 알아두면 좋은 정보들, 물주기나 수확의 시기, 습도조절 등 각각의 채소에 맞는 정보와 간혹 채소와 어울리는 요리도 소개되어 있다. 


대파나 양파 같은 경우는 한번쯤 다 키워본 것이라 좀 더 잘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살펴보고 이 책에서 가장 관심이 갔던 것은 파인애플과 토마토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토마토 묘종을 사다 마당에 심어 여름에 토마토를 따 먹는 즐거움을 누리고 있었는데 그 토마토 역시 씨로 발아시켜 묘종을 얻는다는 것이다. 무심코 먹었던 토마토의 씨를 받아 발아시키는 방법이 그리 어렵지 않다니. - 한번 해볼까 싶기도 하지만 이미 올해는 묘종을 심어 벌써 엄지손톱만한 방울토마토가 달리기도 했으니 내년으로 미뤄야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예전부터 한번 키우고 싶었던 파인애플, 일부러 찾아보지 않아서 늘상 다듬어진 파인애플만 눈에 띄어 아직 키워보지 못했는데 정말 기회가 되면 쬐끄만 파인애플 열매가 피는 것을 보고 싶다. 

지구 온난화에 일조한다는 아보카도는 시도해보려다가 포기했고, 제철이면 쉽게 볼 수 있는 당근이나 비트는 나중에 시도를 해보려고 한다. 마늘의 경우 마늘대를 반찬으로 먹기도하지만 외국에서도 마늘의 잎을 요리해 먹는다고 하니 어머니가 심으려도 두신 씨마늘을 뿌리내려 마늘잎이 나게 키워보고 싶어지기도 하고.


홈파밍은 어렵다고 생각하면 어렵지만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고 시도를 해 보면 또 그리 어렵지 않게 키울 수 있는 채소도 많아서 좋아하는 것이나 기본적으로 요리에 들어가는 채소를 중심으로 시도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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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를 싫어하는 사람을 위한 도서실 안내
아오야 마미 지음, 천감재 옮김 / 모모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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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대상의 가벼운 소설, 정도로 생각하고 읽어볼까말까 잠시 고민을 했다. 읽어볼만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왠지 그 내용이 청춘로맨스일까 싶어 이제 그러한 것은 점점 나와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 제목이 내 발목을 잡는다. '독서를 싫어하는 사람을 위한' 도서실 안내라니. 책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책읽기를 싫어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어떤 것인지 궁금했다. 


내 학창시절에도 몇몇 특별한 재능이나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도서반이나 종교반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책을 싫어하면서도 도서위원이 된 아라사카 고지가 별난 학생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가톨릭재단의 학교를 다녔던 나는 고2때 종교반에 들어갔는데 담당 수녀님께서 수십명의 학생이 모여든 것을 보시고는 한명씩 간단히 이름 소개를 하고 왜 이곳을 선택했는지 한마디씩만 해보라고 하셨던 기억이 있다. 나는 1학년때 수업시간에 보다만 성프란치스코 영화의 뒷부분이 보고 싶어 왔다고 얘기했고 그때문이었는지 그해에 틈이 나면 수업시간에 그 비디오를 봤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소설의 도입부는 정말 내 학창시절과 비슷하게 진행되는 것 같았고 그래서 더 프롤로그부터 재미있게 읽어나가며 단숨에 다 읽어버렸다. 


책읽기는 싫지만 편하게 위원회 활동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도서위원회에 가입한 아라사카는 좋아하는 책이 없다은 인사를 한 것으로 도서위원 선생님께 눈에 띄어 도서신문 편집장이 되고 같은 반 도서위원인 활자중독 후지오와 함께 도서신문의 부활에 대한 사명을 부여받는다. 도서신문에 실어야 하는 감상문을 받기 위해 친구와 선생님을 찾아 나서고 모두가 선뜻 감상문을 적어주기보다는 조건을 걸기 시작하는데...


사실 성향이 다른 아라사카와 후지오의 청춘 로맨스 정도로만 생각을 했는데 소설이 구성은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책을 왜 읽는가, 라는 물음과 그에 대한 답을 찾는 이론이 아니라 등장인물들의 에피소드와 연결하여 사랑과 꿈, 재능, 용서 등을 보여주는데 가장 인상깊은 것은 같은 책을 읽어도 그 책을 읽는 사람에 따라 감상이 달라진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작가의 의도가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표현되지 않은 행간을 찾아 나만의 해석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한 권의 책을 한번만 읽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주고 있다. 


책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아라사카를 중심으로 관계되는 인물들이 품고 있는 미스터리함으로 인해 이야기 자체에 대한 궁금증이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어서 단순히 이야기를 읽어나가는 재미가 있는 소설이다. 이미 예상이 되는 후지오 스스로의 용기있는 행동 역시 식상함이 아니라 귀엽게 느껴질만큼. 

그리고 "이해가 안되기 때문에 이해하고 싶어서 몇번씩 다시 읽게 되는 중독성이 있음"이라는 아라사카의 독서 감상평은 왠지 책읽기를 도전하고 싶게 만들고 있다. 역시 독서는 매력적인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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