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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였을 때
민카 켄트 지음, 공보경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6월
평점 :
내가 너였을 때,라는 제목에서 이미 스포일러가 짐작되기는 했지만 실제 쫄깃거리는 긴장감은 2부처럼 시작되는 뒷부분에 몰려있다. 이 책은 내용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읽어보는 것이 가장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팁이라 생각하게 되는데, 그래도 다시 생각해보면 딱히 스포일러라고 생각될만한 이야기의 줄거리를 미리 읽어본 기억은 없다. 그러니까 이야기의 흐름 자체는 장르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어디선가 한번쯤은 접해봤을 그런 이야기인 것이라는 말이다. 그래도 조금은 긴장하며 책을 끝까지 읽게 되는 건 결말이 어떻게 흘러갈까 궁금해지게 되는 교차서술이 있어서이다. 결말이 짐작되지만 그 결말에 이르는 길이 내가 그려넣은 것과 같은지 확인하고 싶은 그런 마음이랄까...
조금은 섬뜩하게 그려지고 있지만 이 이야기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다시는 이 삶을 어느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사무실 앞 골목길에서 강도에게 폭행을 당하고 겨우 살아난 브리엔은 그 이후 두려움에 사로잡혀 제대로된 생활을 이어가지 못한다. "악한 자들은 자신이 저지른 나쁜 짓에 대해 곱씹지 않는다"(13)라고 생각하는 브리엔은 남의 머리를 벽에 처박고 칼로 찌르고 귀중품을 강도질한 뒤 달아나 유유히 일상을 살아가는 강도가 두렵다. 커다란 집에 혼자 살고 있는 것이 무섭지만 익숙하고 안전한 집을 떠나는 것 역시 두렵다. 그런 그녀에게 우편으로 집 열쇠가 배송되어 온다. 그녀가 기억할 수 없는 자신의 이름으로 임대한 집의 열쇠가 배달된 것이다. 그녀의 기억속에 있는 것과 현실의 그녀 앞에 놓인 실제상황은 일치하지 않는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브리엔은 강도사건 이후 집에 세입자를 들였다. 믿을수 있는 전문의사인 나이얼은 그녀에게 큰 의지가 되는데...
브리엔의 이야기가 이어지고 그와 상반된 나이얼의 이야기가 사건의 전말을 폭로하고 있으며 마지막 장에서는 브리엔과 나이얼의 시각이 교차로 이야기를 끌어나가며 긴장감을 더해준다.
아무도 진실에는 관심이 없다. 다들 보고 싶은 것만 보니까.(179)
이 이야기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 많을텐데 그 중 한가지가 이 문장안에 담겨있다는 생각을 한다.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사람들에 의해 모두가 진실에서 멀어지고 자신의 삶과 인생을 놓치게 되는 것이다.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흉내내며 살아가고 있는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보는 느낌은 어떨까. 범죄 스릴러라는 것을 빼고 그 부분만 생각해보면 과연 지금 나의 삶은 어떠한가... 생각해보게 되는 부분이다. 물론 가짜로 살아가던 사만다 역시 자신의 삶을 찾아 떠나게 되는 것 역시.
그래서 이 책은 장르소설로서의 매력으로는 별점을 하나 빼겠지만 진실에 관심을 갖기 위한 이야기로서는 별점 하나를 추가하고 싶어지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