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밭에 쉽게 세울 수 있는 빗살무늬 토기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들은 대체로 용도에 따라 이름이 붙습니다. 물을 따르는 용기는 주전자라고 하고, 물을 따라 마시는 용기는 컵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컵에 장미무늬가 있다고해서 장미무늬 용기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용도는 물건의 구조에 의해 결정되니까요.
그런 점에서 빗살무늬 토기라는 이름은 좀 이상합니다. 구조나 용도를 반영하지 않고 표면에 있는 무늬를 반영했기 때문입니다. 물론그릇류의 유물들 이름을 정할 때는 표면의 그림이나 색채 등을 이름으로 채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청자나 백자, 분청사기 등이 그렇게 지어진 이름입니다. 이 경우에는 이 도자기들을 보면 용도를 짐작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빗살무늬 토기는 형태만 봐서는 구체적인 용도를 알기가 어렵습니다. 이럴 때는 이름이 용도나 구조를 설명해 주어야 하는데, 이 토기에 붙은 이름은 구조나 용도에 대해서 아무런 설명을 하지못할 뿐 아니라 보는 사람의 시선을 그릇 표면의 장식으로 가둬 버립니다. 그래서 빗살무늬 토기를 보는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이 토기의 용도나 구조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모든시선이 토기의 표면 장식에만 머무르다 떠납니다. 이런 그릇을 만들어 쓸 수밖에 없었던 당시 사람들의 삶이나 환경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럴 때 유물은 박물관의 진열장을 채우는 차가운 물체 이상이 되지 못합니다.
- 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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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적은 민주주의
가렛 존스 지음, 임상훈 옮김, 김정호 추천 / 21세기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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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제목을 보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다수결의 폭력,이라는 말이었다. 민주주의가 가장 완벽할 것 같지만 현명한 판단과 대다수의 판단이 동일하다고 볼수는 없는 것이며, 원래 민주주의라는 것이 충분한 토의가 이루어진 후 결론을 내리는 것이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그 부분이 배제되면서 다수결의 폭력이라는 말이 나온것이 아닐까 싶다.


이 책에서 주장하고 있는 부분들은 어떤 측면에서는 정말 도발적이고,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기도 하는데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본 문제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언젠가부터 선거를 앞두고 지지층에 따라서 치매에 가까운 노인들의 투표권을 박탈해야한다거나 성숙한 정치적 인식을 할 수 있는 십대들에게 투표권을 줘야한다거나 (쓰고보니 이 둘의 맥락이 같은 말인 듯 하지만) 하는, 주권을 가진 모두에게 평등하게 투표권을 주는 것에 제한을 두자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그 제한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없다면 이 책의 저자가 언급하고 있는바, 학력이 높거나 경제적인 능력이 있는 자들에게 일부 제한된 (저자의 제안은 상원에 한정해 대학학위 소지자에게만 투표권을 준다는 등의) 투표권에 대한 내용과 민주주의는 상충되는 것인지 고민에 빠지게 된다. 사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10%적은 민주주의인 것을 이해하게 되지만.


포퓰리즘에 흔들리지 않는 정치와 권력이 먼미래를 봤을 때 중요한 것은 알지만 과연 모든 유권자들이 그것을 인식하고 제대로 된 정치인에게 투표를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은 제한된 투표권에 대한 의견으로 기울어지기도 할 것이다. 저자는 임기가 길수록 더 책임있고, 근시안적인 정책을 펼치지 않는다고 한다. 사실 이상적인 것은 누구나 미래를 보고 정책을 세우는 것이 맞는 말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임기동안 내세우려는 성과에만 급급해 정책만이 아니라 우리의 지구환경까지 말아먹는 것을 보면 말이다.


10%적은 민주주의 - 그러니까 적절한 분량의 민주주의라는 것이 어찌보면 말도안되는 소리인 것 같지만 또 절대 그렇지만도 않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하는데 그 '적절한 분량'이라는 것을 누가 어떻게 어떤 근거로 측량할 수 있겠는가가 또한 해결해야할 문제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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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근한 바람이 불어와 인공 포도 향이 방 안 가득 넘친다. 나도 어쩐지 과일 냄새에 숨이 막힐 것만 같았다. 포도라고밖에는 할 수 없는, 그러나 포도는 아닌 모조품 냄새, 애정도 그런 것일지 모른다. 세상에 ‘진짜 사랑‘ 따위 얼마나 있을까? 비슷하지만 조금은 다른 것이 훨씬 더 많지 않을까?
진짜가 아니란 걸 어렴풋이 알면서도 다들 내버리진 않는다. 진짜는 세상에 그리 자주 굴러다니지 않는다. 그러니까 자기가 손에 든 것을 사랑이라고 정의내리고, 거기에 순응하자고 마음먹는다. 그런것이 결혼인지도 모른다. - 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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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어스 라이프
맥스 루가비어 지음, 정지현 옮김, 정가영 감수 / 니들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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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과 사무실일로 바쁘게 뛰어다니고 그 와중에 감기도 걸려서 힘든 한주간을 지냈다. 몇시간만 버티면 주말이다, 생각하며 참으려고 했는데 도저히 안되겠어서 조퇴를 했다. 점심을 먹고 두세시간 지난 후인데도 뭔가 허전한 기분에 몸이 안좋다며 조퇴를 해놓고는 빵집에 들려 기름지고 크림이 잔뜩 들어간 빵을 사들고 왔다. 딱히 배가 고픈것도 아닌데 빵을 다 먹고 저녁시간도 안되어 잠이 들고 늦은 저녁에 다시 일어나 또 먹고... 그렇게 앉아있다가 지니어스 라이프를 펼쳤다. 이런! 이 책을 일주일전에, 아니 목요일 저녁에라도 펼쳤다면 책을 읽으며 내 수명을 단축시켰구나 라는 자책은 하지 않았을텐데. 아니다. 사실 이 책을 읽고난 후에 과자 한봉을 뜯어 먹었고 얼큰한 면을 먹고 싶다는 어머니 모시고 가서 짬뽕과 짜장면을 먹었고 계산을 한 후 영수증까지 받았다. 이럴꺼면 책은 왜 읽었을까?


지니어스 라이프,는 "뇌를 깨우고 면역력을 키우는 똑똑한 건강습관"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건강에 좋다,라는 이야기를 과학적인 근거에 의해 일상생활에서의 실천방법을 구체적으로 하고 있는데, 유기농이 좋다는 것을 강조하면서도 큐앤에이를 통해 비용의 문제에 대한 물음에 반드시 모든 음식을 비싼 유기농으로 먹을 수 없다면 차선책으로 껍질까지 다 섭취해야하는 과일과 채소는 되도록 유기농으로 권장한다는 이야기는 이 책을 좀 더 현실적으로 실천 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버린다. 


정리되는 이야기없이 중구난방으로 떠들어대고 있는데, 형편없는 한주간을 지내고난 후 이 책을 펼쳐들고 보니 건강에 최고로 안좋은 스트레스가 쌓여있고, 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탄수화물이 땡긴것이었으며 그렇게 당과 열량이 높은 음식을 먹으니 더 많은 음식을 찾게 되는 것이었다. 피곤하다고 이른 시간에 잠들었다가 잠을 자야하는 밤에 깨어있으니 신체기능이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아 아픈 것이다. 

건강한 생활을 위한 것은 먹거리뿐만 아니라 일상의 좋은 습관들도 필요하며 적당한 근력을 키우는 운동도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주위에서 흔히 접하지만 무심코 넘겨버리는 것들, 환경호르몬의 영향을 피하는 방법도 담겨있다. 그리고 마음의 평정을 위한 명상까지. 책을 다 읽고나면 왜 '지니어스 라이프'라고 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들도 많지만 조금 더 세세하게 그 원인과 결과에 따르는 논리적인 이야기는 조금 더 깊이있는 관심을 갖게 되고 건강을 지키는 것이 뭔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나 자신의 외면과 내면적인 건강함을 위해 노력을 하면 충분히 건강함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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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미는 사람들이 그녀의 직업(청소부)으로 그녀를 바라볼 뿐 그녀라는 사람(교육받은 여자)으로 보지 않는다고 불평했다.
이바단 대학교 수학과 졸업생임을 알리는 양피지 학위 증명서가 돌돌 말려 그녀 품에 들어 있는 걸 사람들은 알지 못했다.
그녀가 리본에 묶인 두루마리 졸업장을 받으려고 수백 명 앞에놓인 졸업식 연단으로 성큼 올라가 대학 총장과 악수할 때, 제삼세계 국가의 최우수 학위가 새로운 나라에서는 아무 의미도 없다는 걸 알지 못했듯이
특히 그녀 이름과 국적이 적힌 학위는 전혀 의미 없었다.
채용 거절 통지서가 하도 자주 날아오는 바람에 무슨 의식이도 치르듯 주방 싱크대에서 태운 통지서가 재가 되어 배수구 구멍으로 씻겨 내려가는 걸 지켜보았다.
이 때문에 딸이 태어났을 때 나이지리아 이름을 미들네임으로 넣지 않고 캐럴이라고 이름 지었다.
- 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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