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정체성이 선택의 여지가 없는 단일의 것이라는 주장은 단지 암시적이기만 하더라도 우리의 존재를 축소할 뿐만 아니라 세계를 더욱 불타오르게 할 것이다. 하나의 분류 범주만 부각됨으로써 생겨나는 편 가르기를 극복하는 데 있어 우리는 모두 하나라는 식의 비현실적인 주장은 그 방안이 절대 될 수 없다. 우리는 하나가 아니다. 오히려 저항할 수 없다고 여겨지는 격렬한 분열의 선, 단 하나의 굳어진 선에 반대해 작동하며 서로를 넘나드는 정체성의 다원성에 이 혼란한 세상에서 화합을 이룰 수 있다는희망을 걸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차이가 독보적으로 강력한 범주의 고안 체계 속으로 좁혀질 때 우리가 공유하는 인간성은 심0각한 도전을 받는다.
아마도 최악의 손실은 우리의 다원적 정체성을 인정하게 되면 따라오게 되는 이성적 추론과 선택의 역할을 무시하거나 부정하는 데 있을 것이다. 독보적인 정체성의 환영은 우리가 실제로 사는 세계의 특징인 다원적이고 다양한 분류들이 존재하는 세상보다 훨씬 더 분열적이다. 선택의 여지 없는 단일성에 존재하는 설명적 취약성은 우리의 사회적, 정치적 추론의 힘과 범위를 중대하게 저하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운명이라는 환영은 엄청난 대가를 요구할 것이다.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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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스테이징 인테리어 - 돈 들이지 않고 혼자 할 수 있는
조석균 지음 / 더블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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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재미있게 보는 티비 프로그램 중 하나가 신박한 정리,이다. 집구조의 변경없이 가구의 재배치와 정리정돈만으로 완전히 다른 집이 되는 기적을 보게 되는 프로그램인데 홈스테이징 인테리어 책을 보니 이게 바로 그 신박한 정리구나, 싶다.

늘 강조되는 것이 '비움'이었는데 한정된 공간을 여유있고 넓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쌓여있는 물건들을 정리하고 비우는 것 외에 뭐가 있겠는가. 


이 책은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데 첫장은 실제 홈스테이징 인테리어를 한 집의 전과 후 사진을 보여주며 그 효과를 눈으로 실감하게 해 주고 여러 다양한 가정의 사례를 들어 참고해볼 수 있게 해준다. 전문가만큼 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창가를 가리지 않는 가구배치의 기본이라거나 가구를 있는대로 다 모아두면 답답하니 틈을 주어 배치를 하면 시선이 트여 더 여유있고 넓게 보인다는 등의 팁을 얻을 수 있다. 

두번째장은 홈스테이징의 여덟가지 법칙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실제의 예를 통해 어렴풋이 느끼게 되는 것을 요약해서 잘 정리해주고 있는데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은 역시 비움과 정리인 것 같다. 내 물건은 그리 많지 않은 옷과 시디, 그리고 책이 전부인데 늘 공간이 부족하고 정리가 되지 않는다. 지금 가만히 생각해보니 십년넘게 펼쳐보지 않은 책들을 그냥 쌓아두고 있으면서 해마다 새로운 책을 구입하고 쌓아두니 몇백권이 들어갈 수 있는 책장을 만들어도 책을 수납할 공간이 없어 바닥에 쌓아둔채로 또 몇년이 지나고 있다. 이미 방 하나가 그렇게 활용하지 못하는 창고방이 되어버리고 있는데 공간활용을 위해서는 욕심을 버리고 비움을 배워야 하는 것임을 새삼 깨닫는 중이다. 특히 공감했던 것은 집에 감춰진 보물을 독립시키라는 법칙이었는데 여행을 다니며 기념으로 사 온 자그마한 소품들을 정리해놓을 수가 없어서 마구잡이로 담아둬서 가치없는 애물단지가 되어가고 있는것이 생각난다. 솔직히 이쁘다고 구입한 소품들과 책굿즈도 여기저기 박스에 담겨있어서 어떤 것들이 있는지 몰라 사용도 못하고 인테리어 소품으로 장식도 못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의 기본이 바로 정리정돈, 그리고 용도가 비슷한 것들을 함께 모아두는 것임을 다시 새겨본다.

마지막으로 세번째장은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다. 가구재배치와 정리정돈만으로도 충분히 기적같은 홈스테이징을 경험할 수 있겠지만 필요한경우 구조 전체의 리모델링이 아니라 어느 한 공간의 변화, 중문을 만들거나 없애는 것 혹은 일부 공간에만 복층을 만들어보는 것 등으로 완전히 다른 집을 만들 수 있다.


신박한 정리를 보면 정말 기적, 마법 같은 단어가 쏟아져나오는데 전과 후의 모습을 보면 그 말이 실감난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을 보고 있노라면 이 정리되지 않은 많은 물건들과 바닥에 쌓여있는 책탑과 수납장이 없어서 이불장에 이불처럼 쌓아놓은 옷들이 깔끔히 정리될 수 있을까, 싶어지지만 지금 내게 필요없는 것들을 먼저 정리해 비워내고 여유공간을 먼저 확보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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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지 않아 매일 먹고 싶어지는 구움과자
마오 슈엔훼이 지음, 김수정 옮김 / 윌스타일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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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지않아 매일 먹고 싶어지는" 구움과자,를 펼치는 이유는 말 그대로 '달지않아' 때문이다. 사실 달지 않다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버터가 들어가는 구움과자가 달지않다고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죄책감 비슷한 마음을 좀 눅일 수 있는, 입에서 단맛이 조금은 적게 느껴지는 맛있는 스콘이 많은 것을 보고 이번에는 정말 베이킹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고 있다. 오븐을 구입하고 싶지만 부엌의 공간이 안되는데다 아직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베이킹을 시도해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강하게 아쉬운 것이다. 


베이킹을 해보지 않은 내가 보기에 이 책의 베이킹 과정 설명은 사진과 함께 알기 쉽게 되어 있어서 한번 시도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다. 각 과정에서 초보자에게 필요한 메모가 팁처럼 담겨있어 베이킹 전문가의 노하루를 배울 수 있고 모양을 이쁘게 내기 위한 포인트도 있다.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구움과자를 제대로 보관하는 법,이다.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 되기도 하는데 갓 구운 스콘을 뜨거운 상태보다 한 김 식고 속이 따뜻한 상태에서 먹는 것이 좋고 상온에 보관된 스콘을 토스터기에 데워 먹어도 맛있다고 한다. 스콘은 너무 퍽퍽하거나 바삭거리기만 하거나 간혹 너무 질척거리기도 해서 잘 먹지 않았었는데 동네 까페에서 정말 맛있게 구워서 자주 사먹곤 했는데 다음에 한번 살짝 데워 먹어봐야겠다. 


홍차맛 쿠키도 좋아하는데 진한 향을 내기 위해 리큐어를 사용한다고 하는데 구움과자에 필요한 재료나 베이킹 도구도 짧게 설명되어 있고 구움과자를 보관하는 법에 대한 칼럼 외에도 구움과자와 어울리는 그릇과 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 일반 상식 이상으로 도움이 된다. 가장 기본이라는 마들렌에서부터 파운드케이크, 스콘에 이어 그래놀라까지 다양한 구움과자 베이킹이 담겨있는데 보면 볼수록 오븐을 구입해 만들어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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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미학 1 : 메이드 인 코리아의 기원
최경원 지음 / 더블북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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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왜 제목을 '한류미학'이라고 했을까 궁금해진다. 제목만을 봤을 때 왠지 한류에 편승하는 역사서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책에 대한 설명을 읽어보면 '미학' - 한국 고유의 미,에 대한 글이라는 기대를 하게 되지만.


이 책은 선사시대부터 통일신라시대까지의 우리 유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아름다움'이라는 것이 단순히 보기에 화려하고 멋진 장식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실용성과 전체적인 조화로움을 봐야한다는 것임을 생각한다면 구석기 시대의 투박한 돌도끼도 달라보일 수 있다. 오래전에 선사시대의 돌도끼와 그저 우연히 도끼처럼 날카로운 모양이 된 것은 당연히 구분이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같은 평범한 눈으로는 절대 알 수 없겠구나 라는 생각을 얼핏 했었던 기억이 난다. 

미적인 부분을 이야기하자면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것은 빗살무늬토기이다. - 이 이름 역시 일본인 학자가 지은 것으로 그릇의 용도나 실용성에 대한 언급은 없이 오로지 빗살무늬에만 집중하게 해버렸다는 것에 새삼 학창시절 국사선생님의 말씀도 떠올랐다.  뾰족한 그릇의 밑둥을 보면서 무엇을 확인할 수 있냐는 물음에 다들 눈만 껌벅거리고 있었는데, 이 책의 저자가 잘 정리해주고 있듯이 해안가에서의 생활, 모래사장에 쉽게 세울 수 있는 주거환경에 최적화된 형태임을 알 수 있는 것은 알수록 많은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고 있어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어지게 된다. 


가까운 일본과 비교를 해도 그들의 화려하고 기교가 들어간 무늬 장식들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 발견되는 유물들은 극단적으로 단순화된 디자인과 실용성이 강조되는, 그래서 얼핏 보면 너무 밋밋해보이는 것들이 많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단순하고 소박한 미의 아름다움이 화려함을 넘어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른 많은 유물들에 대한 조형적 아름다움과 실용성의 조화에 대한 이야기들을 읽는 것이 좋았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백제전돌은 지금 우리의 일상에서도 활용을 했으면 좋겠다. 보도블록이나 기와가 백제시대의 아름다운 문양이라면 길을 걸을때도 괜히 운치있을 것 같지 않은가.

우리문화유산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는 것도 좋은데 그 아름다움을 설명해주고 있어서 더 좋았다. 두번째 이야기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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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랑의 달
나기라 유 지음, 정수윤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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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고 급하게 책장을 덮으며 느낀 첫 마음은 '이건 뭐지?'같은 약간의 정체불명스러운 혼란이었다. 애써서 뭔가 '진실'이라는 것을 찾으려고 했기 때문일까, 라는 생각에 잠시 마음을 비우고 그냥 이 소설의 줄거리와 그 흐름, 그리고 결말을 생각해봤다. 저자가 말하려고 한 것이 무엇인지, 내가 여기서 무엇을 끄집어내야하는지 따위의 생각이 아니라 그냥 그대로 보여지는 이야기를 바라보려 해 봤다. 일본에서 올해 서점대상 수상을 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문학성과 대중성 모두를 만족시키는 이야기,라는 기대치를 버릴수는 없다는 생각에 괜히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것이 이 소설을 읽은 순수한 느낌을 가로막고 있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어서. 


화목하고 자유로운 가정환경에서 자라던 사라사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집을 떠나버린 후 이모집에서 살게 된다. 자신에게는 관심이 없는 이모가족과 자신을 두렵게 만드는 사촌을 피해 늘 공원에서 늦게까지 앉아있다가 돌아가곤 하던 사라사는 어느 날, 그곳에서 로리콘이라 소문이 난 남자를 따라 그의 집으로 간다. 그 남자는 후미라는 대학생이며 그의 집에서 지내며 부모님과 함께 살던 시절의 편안함을 느끼게 된 사라사는 이모집으로 가지 않고 후미와 함께 생활하게 된다. 그러나 그들의 평화로운 동거생활과는 달리 세상의 시선은 소아성애자인 후미가 사라사를 유괴해 감금시킨 것이 되었고 그로인해 후미는 옥살이를 하고 사라사는 보육원에 보내진다. 이후 그녀, 사라사의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로리콘이라는 오해를 받는 후미는 로리콘이 아니었고 범죄자도 아니다. 후미에게 상처는 커녕 오히려 위안을 받은 사라사 역시 아무런 상처가 없는 것이 아니라 뜻밖의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는다. 이야기의 화자는 대부분 사라사여서 가끔 그녀가 자신의 상처에 대해 드러내지도 못하고 견뎌내는 모습이 답답하기만 했는데, 어쩌면 그런 모습속에서 더욱더 현실적인 편견과 거부의 시선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범죄자로 한번 낙인이 찍힌 사람에게 가해지는 의심의 시선, 겉보기에 멀쩡해보이지만 실상 폭력을 가하며 집착하거나 성추행과 성폭력을 행하는 인간쓰레기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의 시선이 또 어쩌면 모두에게 행해지고 있는 2,3차의 폭력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되기도 했다.


오해를 받은 사라사와 후미가 성인이 되어 결국은 행복해졌다, 라는 단순한 이야기일것이라 예상했었는데 뜻밖의 전개에 그녀의 이야기에 빠져들어 금세 읽을수밖에 없었다. 이 이야기에서 무엇을 느끼고 어떤 의미를 찾아야 할까, 잠시 고민에 빠졌었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첫번째 읽었을 때의 감상과 두번째의 감상, 그리고 시간이 흘러 나의 환경이나 세상의 편견과 의식이 바뀌면서 사라사와 후미의 이야기는 또 다르게 느껴질테니까. 물론 지금 현재는 사라사와 후미가 유랑하는 달의 모습에 비견되는 떠돌이 생활에 만족해야하는 것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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