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범 3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0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8월
구판절판


인간은 말이야, 그냥 재미로, 사람들의 눈길을 받으면서 화려하게 살면 되는 그런게 아냐. 네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하고 싶은 것을 저지르고, 그래서 되는 게 아니라고. 그건 틀렸어. 넌 많은 사람들을 속였지만 결국 그 거짓말은 들통이 나고 말았지. 거짓말은 반드시 들통이 나. 진실이란 건 말이지, 네놈이 아무리 멀리까지 가서 버리고 오더라도 반드시 너한테 다시 되돌아오게 되어 있어.-511-512쪽

네가 비참하게 죽인 건 네가 말하는 대중이니 뭐니 하는 무리속에 끼웠다 뺐다 하는 부품이 아냐. 어느 누구나, 한 사람의 어엿한 인간이었어. 죽은 이들 때문에 상처입고 슬퍼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야. 모두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간이야. 그리고 네놈도 마찬가지야. 아무리 발버둥친다한들, 아무리 그럴듯해 보이는 궤변을 늘어놓는다한들, 네놈 역시 한 사람의 인간에 지나지 않아. 비뚤어지고 망가지고, 어른이 될 때까지 소중한 것이라고는 무엇하나 손에 쥐지 못한 불쌍한 인간에 지나지 않는단 말이야. 그리고 너는 모든 사람들 하나하나의 눈에 그런 너의 모습을 보였어. 그런 네놈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던 것은, 네 머릿속에서 맘대로 꾸며낸 말 잘 듣는 착한 대중이 아니었지-512쪽

네놈은 아까 그 누구도 네 이름을 잊지 못할 꺼라고 했지? 하지만 그건 틀렸어. 모두 잊어버릴거야. 네놈 따위를 누가 기억하지? 구차하고, 비겁하고, 숨어서 거짓말이나 지껄이는 살인자 따위를. 하지만 너는 잊을 수 없겠지. 모두가 네놈을 잊어버려도 넌 너 자신의 존재를 잊을 수 없어. 그래서 사람들이 어떻게 널 잊어버릴 수 있는지, 네놈 따위는 처음부터 이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처럼 어떻게 잊어버릴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어서 머리를 싸쥐게 될거야. 아무리 해도 이해할 수 없겠지. 그게 네놈이 받게 될 제일 큰 벌이야.-513쪽

세상을 얕보지마. 만만하게 보면 안돼. 네놈에게는 이런 사실을 가르쳐줄 어른이 주위에 없었겠지. 어렸을 때 그걸 확실하게 머릿속에 심어줄 어른이 없었던거야. 그래서 이렇게 돼버리고 말았어. 이, 사람같지도 않은 살인자!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것뿐이야.-5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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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11 17: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쌀 (반양장)
쑤퉁 지음, 김은신 옮김 / 아고라 / 2007년 1월
절판


비통한 마음으로 고개를 저으며 차이셩은 사람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말이 얼마나 영험한 것이며 또 얼마나 극악무도한 것인지를 뼛속 깊이 깨달았다. 악랄한 농담 한마디가 눈앞의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고 있었다.-3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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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10 0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모방범 2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0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8월
구판절판


거울은 사람을 비춘다. 얼굴을 비추고 눈동자를 비춘다. 그것은 단지 물리적인 작용일 뿐, 그 사람의 내면을 비추는 것은 아니다. 거울은 아무런 관심도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마음 놓고 그 앞에 서서 자신을 내보일 수 있는 것이다. 기쁨이나 자랑스러움을, 세상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그대로 드러내 보일 수있는 것이다. 만일 이 세상에 거울이 존재하지 않고 서로가 서로의 얼굴을 점검해주고 자신이 자신을 관찰하면서 살아가야 한다면, 사람들은 지금보다 훨씬 철저하게 자신을 점검해야 할 것이고, 불안에 떨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99쪽

진정한 악이란 이런 거야. 이유 따위는 없어. 그러므로 피해자는 자기가 왜 그런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하는지 모르는 거야. 원한, 애증, 돈, 그런 이유가 있다면 피해자도 납득을 할 수 있겠지. 자신을 위로하거나 범인을 미워하거나 사회를 원망할 때는 그 근거가 필요한거야. 범인이 그 근거를 제시해주면 대처할 방법이라도 있지. 그러나 애당초 근거 같은 건 없었어. 그거야말로 완벽한 '악'이야.-203쪽

'지금까지 나는 누군가를 도울 만한 힘이 없기 때문에 아무에게도 손을 내밀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었어. 그렇지만 그건 잘못이야. 나는 근본적으로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
누군가를 향해 손을 내밀고 내가 곁에 있으니 괜찮다고 말을 거는 순간에, 그는 다른 사람이 기댈 수 있는 존재가 된다. 처음부터 듬직한 인간은 없다. 처음부터 힘있는 인간은 없다. 누구든 상대를 받아들일 결심을 하는 순간에 그런 인간이 될 수 있는 것이다.-3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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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제국 도코노 이야기 1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6년 12월
품절


거울을 봐라. 지금 자기가 얼마나 부끄러운 얼굴을 하고 있는지 눈을 크게 뜨고 잘 봐둬. 자기가 지금 얼마나 시시한 짓거리를 하고 있는지 네가 가장 잘 알고 있을 테지? 응? 안그러냐? 그야 세상에는 시시한 사람이 수두룩해. 그런 사람들 때문에 네가 불쾌한 일을 많이 당한 것도 인정하마. 하지만 그렇다고 네가 시시한 사람이 되어도 된다는 법이 어디 있어? 그런 건 누구보다도 네가 가장 잘 알고 있지 않냐?-150쪽

우리는 빛의 아이들이다.
빛은 어디에나 든다. 빛이 드는 곳에는 풀이 나고, 바람이 불고, 생명이 있는 것은 숨을 쉰다. 그것은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누군가를 위해서 그러는 것도 아니고, 누구 덕도 아니다.
우리는 억지로 태어난 것도 아니고, 실수로 태어난 것도 아니다. 그것은 빛이 드는 것처럼, 이윽고 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꽃이 열매를 맺는 것처럼 아주 오래 전부터 그렇게 정해져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풀에 볼을 비비고, 바람에 머리칼을 나부끼며, 열매를 따서 먹고, 별과 새벽을 꿈꾸면서 이 세상에서 살자. 그리고 언젠가 이 눈부신 빛이 태어난 곳으로 다 함께 손을 잡고 돌아가자.-153쪽

매일을 소중하게 살아. 눈을 크게 뜨고, 귓속도 깨끗하게 후비고, 시야 끄트머리에서 일어나는 일도 놓치지 마. 그러면 자네 등에는 잡초가 안 나. 잡초가 안 나는 사람이 세상에 난 잡초를 뽑을 거야.-215쪽

자신이 서서히 어떤 힘에 밀려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완만한 흐름 한가운데로 조금씩 다가가고 있다는 것을. 언젠가 자신이 어떤 중대한 일을 하지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그게 언제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언젠가 그날이 올 것을 아키코는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그것 자체는 두렵지 않았다. 그 외에도 깨달은 사실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 커다란 흐름 속에 살고 있다는 것. 아득한 시간과 사람들의 행위가 켜켜이 쌓인 위에 자신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 자기라는 존재를 허비할 수 없다는 것.
이 흐름은 어디로 향하는 걸까. 나는 어디에 이르게 될까....
언젠가 그 흐름에 공포를 느끼고 멈춰설 때도 있을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연신 뒤를 돌아볼 때도 있을 것이다. 그때는 돌아가면 된다. 모두가 기다리는 그 너른 세계, 모두가 과거에 흩어져나갔던, 그리고 이제 다시 모여들려 하는 들판, 그리운 사람들이 기다리는 도코노에.-279쪽

음악으로 표현하면 모든 게 아름답대. 미움도, 질투도, 경멸도, 아무리 추하고 불쾌한 감정이라도, 그걸 음악으로 표현하면 예술이 되니까. 그래서 음악은 언제나 자기편이래. 무기래. 변심하지 않아, 바람도 피우지 않아, 없어지거나 죽지도 않아. -2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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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 1
이시다 이라 지음, 김성기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12월
절판


나는 90퍼센트가 페르시아인인 이란에서 아랍인으로 태어났습니다. 이란에서는 아랍인으로 불리고, 다른 나라에 가면 페르시아인으로 불립니다.....
(사우디아라비아) 그쪽 사람들은 밖에 세운 메르세데스 안에서 경적을 울릴 뿐입니다. 우리가 직접 밖으로 나가서 주문을 받고, 상품을 갖다 줘야 합니다. 바깥 기온은 40도가 넘어요. 차 안에는 에어컨이 있어서 시원해요. 내가 땀 범벅이 되어도 그 사람들은 신경도 안써요. 주스를 건네주면 예의 없는 사람들은 살짝 연 창문으로 돈을 바닥에 내던집니다. 그러면서 가난뱅이 외국인이라고 말하곤 그냥 가 버립니다. 그래서 도로에 떨어진 돈을 땀을 뻘뻘 흘리며 주운 적도 많습니다."
부자와 가난뱅이, 어느 나라든 다 비슷한 모양이다.-187-188쪽

나는 그 무렵 조금씩 글자만 차 있는 책(!)을 읽고 있었다. 알고 싶은 것은 산더미처럼 많은데 가르쳐 주는 녀석은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책을 읽게 되었다. 그 전에는 책방에 가더라도 만화나 잡지 코너만 얼쩡거렸다. 처음에는 활자가 꾹꾹 채워진 책을 읽는 것이 수영장 바닥을 잠수로 헤엄치는 것만큼 괴로웠다. 하지만 호흡은 조금씩 길어지기 마련이다. -233쪽

당신이 삶의 의욕을 잃는다든지 학교나 회사가 못 견딜 만큼 싫어졌다면 한 번쯤 이케부쿠로로 와 보는 게 어떨까. 처음에는 용기가 약간 필요할지도 모르겠지만, 넥타이나 교복의 호크를 풀고 길가에 앉아보자. 그러면 틀림없이 이제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가 보일 것이다.
거리는 굉장히 재미있는 무대이자 엄격한 학교다. 우리는 거기에서 부딪치고 상처입고 배우며 조금씩 성장한다. 거리의 이야기에는 끝이 없다. -377-3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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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05 2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묘 2017-09-09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무슨 책인가요? 읽어보고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