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타워 -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
릴리 프랭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월
구판절판


고독은 사람을 기분좋은 감상에 취하게 하고 막연한 불안은 꿈을 말하는 데 꼭 필요한 안주가 된다. 홀로 고독에 시달리며 불안을 달고 살아가는 때는 사실은 아무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때이며 오히려 다부진 마음으로 살아가는 때인 것이다. 쉼표도 없이 자꾸자꾸 넘어가는 나날, 보기도 지겨운 사계절의 방문. 그것들이 쉬는 일도 없이 반복적으로 찾아오겠지, 하고 짜증난 눈으로 바라본다. 하루하루가 그저 천천히, 영원히 동그라미를 그리며 돌아갈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아직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았다. 자신의 인생에서 시작되어야 할 무언가가. 그 무언가가 시작되지 않는 데 대한 답답함. 첫발을 떼지 못하는데 대한 초조감.-238쪽

하지만 그런 괴로움도 일단 무언가가 시작된 다음에 뒤돌아 보면 그토록 낭만적인 것도 없다.
참된 고독은 그저 흔해빠진 생활 속에 존재한다. 진짜 불안은 평범하기만한 일상의 한 귀퉁이에 존재한다. 술집에서 아무리 떠들어 봐도 한낱 푸념에 불과한 답답하고 특징 없는 것.
어디를 향해 날아올라야 할지 몰라 활주로를 빙글빙글 돌기만 하는 비행기보다 착륙해야 할 곳을 알지 못해 허공에서 헤매는 비행기가 훨씬 더 아슬아슬하고 불안하다.-239쪽

이 세계와 나 자신, 그 애매한 간격에서 흘러가는 시간은 한없이 느릿느릿 이어지지만 누구에게나 어느 순간부터는 시간의 저승사자가 찾아온다. 광대처럼 진한 화장을 한 검은 옷의 저승사자가 무표정하게 나타나 어딘가의 스위치를 누른다. 그순간부터 시간은 발소리를 내며 마라톤 주자처럼 달려간다.
그때까지 아직 알지 못하는 미래에 마음을 기울이며 천천히 지나갔던 시간은 문득 역회전을 시작한다. 지금에서 어디론가 가는 것이 아니다. 종말로부터 지금을 향해 시간을 새기며 저벅저벅 다가온다.-239쪽

나 자신의 죽음, 다른 누군가의 죽음. 거기서부터 거꾸로 헤아려 올라오는 인생의 카운트 다운.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현실을 회피할 수도 도피할 수도 없다.그런때가 반드시,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누군가에게서 ㅌ어나고 누군가와 관계를 맺어가는 이상, 나 자신의 손목시계만으로는 운명이 허락해주지 않는 시간이 반드시 찾아온다.
....
도쿄든 시골이든 어디서든 마찬가지야. 결국 누구와 함께 있느냐, 그게 중요한 일이라고.-239-2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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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타워 -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
릴리 프랭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월
구판절판


자신이 창피를 당하는 건 괜찮지만 남에게 창피를 주어서는 안된다는 게 엄니의 예의범절이었다.
...
예절이란 자신을 위한 체면치레가 아니다.
식탁에서라면 요리를 해준 사람에 대해 최대한 경의를 표하는 것이 매너일것이다. 젓가락 쓰는 법 정도의 일로 세상이 뒤집힐 것처럼 딱딱거리는 사람은 으레 요리사에게 "나는 돈을 낸 손님이야!" 라는 태도로 거만하게 구는 예의없는 사람인 경우가 많다. 유독 그런 사람일수록 계산은 남에게 넘겨 버리는 일이 많으니, 그 예의없음은 이미 경악의 수준이다.-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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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7-01-27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연한 말이라고 생각하는가.
이 글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 자신이 전혀 예의없는 행동을 하고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세상은, 이미 경악의 수준이다.
 
여섯 번째 사요코
온다 리쿠 지음, 오근영 옮김 / 노블마인 / 2006년 12월
구판절판


"그게 뭐가 재미있어? 아이들을 빤히 쳐다보는 게"
"몰라. 사진 찍는 걸 좋아하기 때문인가. 난 사람들이 잔뜩 모여서 뭔가를 하고 있는 장면을 사진으로 찍는 걸 좋아해. 한 사람 한 사람 정면으로 본 사진이 아니라 무심하게 뭔가를 하고 있고 내가 그걸 보고 있다는 걸 상대가 모르는 상태가 제일 안심이 되지. 저쪽에 넓은 세상이 있고 나는 그 세상 바깥의 파인더 이쪽에 있는 상태를"
"요컨대 항상 제삼자이고 싶다 이거군. 타인의 존재가 두려워? 타인이 자기 안에 들어오는 게 싫은 거야? 아니면 자신이 수많은 군중에 속하는 게 싫은 거야? 슈의 자존심?"
"글세, 조금씩 섞인 거겠지"
대화가 끊기고 두 사람은 함께 무심히 바다를 바라보았다.-109-1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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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23 0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누군가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1월
구판절판


그녀도 알고 있었다. 설명을 들을 필요도 없이 마음으로는 알고 있었다. 그래도 누군가의 입을 통해 그 말을 듣고 싶었던 것이다.
우리는 모두 그렇지 않은가? 자기 혼자 알고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사람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자기 이외의 누군가가 필요하게 마련이다.-358쪽

어린아이는 모든 어둠에서 괴물의 모습을 찾아낸다. 그리고 천에 하나, 만에 하나는 그 어둠속에 진짜 괴물이 숨어 있을 수가 있다. -361쪽

한번 진짜 괴물을 본 사토미는 모든 어둠에 숨어있는 괴물의 실체가 있는 것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당신은 행복할 수 있다.
뭔가에, 누군가에게 쫓겨 꺄악하고 비명을 지르며 책상밑에 숨더라도 언젠가는 거기서 나와야만 한다. 나오면 세상은 아직 거기에 있다.-361. 4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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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16 17: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대답은 필요 없어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한희선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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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괜찮아. 상관없어. 바나나와 밤을 같은 정원에 심을 수 없으니까. 떨어져 있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조합도 있는 거야.
어떻게도 할 수 없는 일은 있어.
태어났을 때부터 따라붙어 다니는 읽기 힘든 희귀한 성처럼, 아무리 연습해도 극복할 수 없는 서투름과 같이.
어쩔 수가 없는 것은 있어.
그래도 알아 줬으면 좋겠어. 같은 정원에 심을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해 내가 쓸쓸해한다는 것을. 전화를 끊은 뒤 너는 그것을 알아들었을까?
그것을 알고 싶어. 하지만 아는 것은 무서워.-1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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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15 14:12   URL
비밀 댓글입니다.